마케터의 질문 - 마침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진 블리스 지음, 강예진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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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해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마케터들이 고객을 대할 때 어머니를 대하듯 하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고객을 내 편으로 ㅁ나들고 싶은 마케터라면 꼭 해야 할 필수적인 4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4가지 질문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 진짜 고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여러 가지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성찰을 얻는다. 그 고객들의 경험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앞서 언급한 어머니의 시선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어머니는 자녀들이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해결하려 한다. 자녀들을 보살피며 신뢰한다. 자녀들의 짐을 대신 들어주려하며 자녀들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여기고 도움을 주려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시선으로 고객을 대할 때 성공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고객들을 대하는 직원들에게 온갖 규정으로 제한하지 말고 융통성을 발휘하여 통상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고객을 대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규정을 너무 내세우지 말고 고객들의 진정한 만족을 이끌어냈다면 적절한 보상으로 동기부여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 나오는 몇가지 사례들을 '아, 고객들에게 이런 식으로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 사례들이 나온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내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다시 말해 마케터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이라면 나도 충분히 이런 요구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머리 속에 들어있다가 나온 것처럼 미리 대응하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무상 A/S 기간이 3일이 지났다고 안해주기 보다는 규정을 어기더라도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인지도를 높여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에 점점 공감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케터 중에서도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시장과 고객의 욕구를 기반으로 상품을 기획하는 분야의 마케터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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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챔피언 - 경쟁 없이 지속가능한 시장을 창조하는 CSV 전략
김태영.도현명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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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일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CSR과 CSV에 관해 개념적인 설명을 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정리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제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여 주주들에게만 만족을 주면 되는 상황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을 넘어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존경받는 상황이 되었다.


책의 1장에서는 CSR과 CSV를 비교하면서 최근 CSV가 중요시 언급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실 내용상으로 봤을 때 CSR과 CSV는 상당히 유사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CSV가 기존의 CSR과 다른 점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다. CSV가 고객들이나 언론에 보이기 위해 규정에 맞추어 억지로 한다는 부작용이 있다면 CSV는 각 기업의 전략에 사회공헌을 녹여서 두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인 것이다.


[2019년 6월 경영학개론 강의자료 일부]


CSV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마이클 포터이기 때문에 2장에서는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 개념을 중심으로 CSV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내용은 경영학 학부생 3~4학년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을 수준이다.


본론은 3장부터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등장하는 내용은 CSV 가치창출 과정이다. 93페이지 그림에 따르면 SCE 모델이라고 해서 CSV 가치 창출의 순서가 1단계 :사회문제 → 2단계 : 사회적 가치 → 3단계 : 고객가치 → 4단계 : 경제적 가치 순서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 부분까지는 사실 모르고 있던 내용인데 각 단계별 진행상황을 읽다보니 디자인 씽킹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씽킹도 문제상황에 대해 공감을 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를 먼저 하게 되는데 SCE 모델도 사회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의 장점은 단지 이론적인 설명만 나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명하고 있는 주제와 관련된 사례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는데 그런 면에서 3장에서는 탐스 슈즈의 비즈니스 모델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4장부터 6장까지는 실제 사례와 함께 CSV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주로 혁신이라는 주제로 이윤창출 위주의 기존의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사회적 가치와 어떻게 융합시킬 것인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실무 사례도 많이 언급되고 있어서 밑줄 치고 정리해 가면서 읽으니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7장은 비판과 오해라는 제목으로 구성되었다. 사실 CSR과 별 차이가 없다거나 괜히 말만 더 복잡하게 만든 용어에 불과하다는 비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사꾼이 돈벌기 위해서 만든 '상품'에 불과하다 식이 아주 심한 부정적 평가도 들은 바 있다. 이 부분은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책이 많은 사례들이 나오지만 사실상 공유가치창출 기법을 이용하여 성공한 것인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책에서는 기존의 사회공헌이나 CSR과 비교해서 차이점을 언급하고 있으나 CSV만의 단계와 기법으로 어느 정도 베스트 프랙티스가 쌓이게 되면 부정적 논쟁에 줄어들고 좀더 많은 기업에서 가치를 인식하여 도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장과 2장은 경영학 학부생 수준이면 쉽게 볼 수 있겠고, 3장 이후의 내용은 전공 공부 좀 열심히 한 3,4학년 학생이나 대학원생을 포함하여 현업에서 전략기획이나 마케팅기획 파트에서 일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현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나 CSR, CSV 업무를 준비중이거나 하고 있는 분들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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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온다 - 20억 소비자의 24시간을 지배하는
임정훈.남상춘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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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알리바바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마윈이 창업했고 중국에서는 잘나가는 회사로 미국 증시에도 상장했다는 정도 뿐이었다. 읽다보니 이정도였구나 할 정도로 알리바바는 대단한 회사였다.


책 내용이 나에게 좋았던 점은 알리바바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중국의 IT산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부분적으로 미국 기업들과 비교도 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하는 내용들도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저자가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면서 중국에서 여러 해 생활해서 그런지 책의 내용들이 중국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담고 있어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첫 페이지부터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설명하는 중국 기업들의 이야기는 큰 충격이었고 많은 공감이 되었다. 28페이지 내용에 따르면 2008년에 비해 2018년 한국 기업의 시가 총액은 3배가 성장했지만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수는 2008년과 동일하게 4개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한국 대부분의 대기업이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서 경영하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여 혁신하는 일이 드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 pp.28~29


반면에 중국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저자는 계속 이어서 한국인의 단점을 '생각의 크기'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공감되었다.


작은 나라에서 획일적인 교육 방식으로 비슷비슷하게 자라다 보니 생각의 크기가 작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 p.37


우리는 알리바바를 아마존과 유사한 전자상거래 회사로 알고 있는데 저자는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데이터이즘(dataism)을 지향하는 열린 생태계 플랫폼이지만 아마존은 커스터머이즘(customerism)을 지향하는 폐쇄적인 생태계 플랫폼이라는 것이다(pp.42~43). 이렇게 지향점은 다르지만 두 기업 모두 하나의 플랫폼보다는 여러 플랫폼을 연합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서 여러 지역과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IT기업들이 무서운 점은 바로 정부에서 모든 기업들을 통제하고 역할까지 부여한다는 점이었다. 2017년 11월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4대 플랫폼 계획을 발표하고 알리바바에게는 스마트시티, 텐센트에는 헬스케어, 바이두에는 자율주행, 커다쉰페이에는 음성인식 분야를 맡겨 해당 기업이 각 산업을 주도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p.48)고 한다. 



중국 IT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약진할 수 있었던 원인을 저자는 중국의 사회주의체제에서 찾는다. 제바스티안 하일만이 언급한 '디지털 레닌주의'가 실현되는 나라가 될 것(p.47)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 체제의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중앙정부에서 만들어준다(p.129)는 것이다. 정부의 통제 하에 정보와 데이터가 쌓이다보면 앞으로 사회는 개인 위주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아닌 전체 사회라는 관점에서 전체주의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p.199)고 저자는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 국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을 갖고 있던 나에게 무언가 확신을 심어 주는 대목이었다. 저자의 생각과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정보를 가진 기업 또는 집단이 국가의 권력을 뛰어넘으리라는 예상은 충분한 상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만 다닐 수 있도록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자는 예측하건데 중국이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발달한 곳이 되리라고 한다. 일리가 있는 점은 우리나라나 미국이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자율주행이 합법화되려면 99.99%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중국은 99%의 안전만 확보되어도 과감히 자율주행을 사용화할 만한 국가(p.201)라는 것이다. 일면 공감이 가면서도 놀랄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개인의 인권을 중요시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상대적으로 인권 및 사생활이 덜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하여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먼저 안착하는 곳이 될 거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 p.193


저자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시도했던 추격자 전략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며, 새롭고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처음부터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에서 승부를 봐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다(p.83)고 조언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코피티션 전략도 관심있게 읽은 대목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여러 업종에서 경쟁관계에 있지만 바이두가 우버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자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협력하여 우버 진영을 꺾는데 성공했다(p.112)고 한다. 이렇게 경쟁 상황에 따라 경쟁과 협력 전략을 유연하게 구사하는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 우리나라 IT기업들은 물론 세계적인 IT기업들을 제치고 선두권에 나서게 될 날도 머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은 신용카드 발급율이 떨어졌지만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중심으로 하여 지급 결제 시장으로 바로 뛰어넘어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스토리도 흥미있는 내용이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나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없으면 생활이 아주 불편할 정도라고 하니 곧 중국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가 머지 않아 다가오리라는 상상이 헛된 상상이 아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노점상 뿐만 아니라 길거리 공연, 구걸하는 사람까지 QR코드를 보여주며 전자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p.121)고 하니 놀랄 일이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시장 진출도 놀라웠다. 현재 알리바바클라우드는 AWS와 애저 다음으로 글로벌 3위 규모라고 한다. 아직 아마존과는 달리 수익은 나지 않지만 2~3년 내로 MS의 애저를 누르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p.171)고 하니 좀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또한 알리바바는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여러 변화이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p.220)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선두권을 향해 달리고 있는 알리바바는 그야 말로 혁신의 주인공이지 않나 생각한다.


마윈회장이 자동차의 용도에 대해 언급한 대목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마윈 회장은 현재 우리가 퓨대전화로 통화를 하기 보다 다른 기능을 더 많이 쓰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자동차 역시 80% 이상이 주행 외의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p.200)고 한다. 역시 명확한 예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대목을 언급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자는 앞으로 자동차 업계를 주도할 키워드로 연결성, 자율주행, 차량공유, 전기차 등 4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왜 차량공유가 들어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황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다보니 결국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차를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이에 저자는 209페이지부터 자율주행차가 바꾸게 될 세상을 상상하며 앞으로는 차를 소유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며, 휴대전화로 차를 호출하면 원하는 곳으로 차가 오고 목적지까지 저렴한 가격을 갈 수 있는 상황을 예견하고 있다. 또한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아도 되니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총펑을 하고자 한다. 일단 제목은 <알리바바가 온다>라고 되어 있지만 알리바바를 비롯하여 중국의 여러 IT기업들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유익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산업의 경쟁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IT기업들의 경쟁 구도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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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경제적 자유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인가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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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없이 살아온지 13년차가 되었다. 다시 말해 회사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하고 대학에서 주로 강의를 하다보니 과거에 어떤 식으로 회사 생활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생활에 익숙하게 되었다. 


나의 첫 직장은 은행이었다. 정규직이 아니었고 여신영업을 업무로 하는 독립사업자 계약이었다. 회사에서는 출근시간은 지켜줄 것을 권유했지만 퇴근시간은 자유로웠다. 그 회사에서 있던 8개월동안 나는 회사 업무를 인터넷에 접목시키면서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보게 되었다.


부서이동이 되고 부서장과 의견이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때 자유롭게 일하던 업무 스타일이 너무나도 익숙해졌다. 그 이후에 10년가량 정규직 회사원으로 있는 것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거추장스러웠다. 물론 새로운 기획 업무도 많았지만 주로 아침회의, 주간회의, 월간보고, 다양한 결제와 기안서 작성 등 루틴한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에 좀이 쑤셨다.



지금은 누구의 명령도 지시도 받지 않는다. 누구에게 보고를 하지도 않는다. 내가 맡은 강의주제에 맞춰 교안을 만들고 제시간에 출강하여 강의하고 성적평가만 제대로 하면 된다.


IMF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이래 지금까지 직업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은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3-4년사이 4차산업혁명 및 인공지능과 로봇의 부상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기관에서 예측하고 있다.


새라 케슬러의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노동을 사고 팔 수 있는 긱 경제의 명암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긱 경제가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지만, 반대로 노동자의 직업적, 경제적 안정성이 약화되고 위험성이 증가되는 위기를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어떤 직장,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 것인가.


강사 생활 초기에는 강의 준비에도 매시간시간을 바쁘게 지냈지만 지금은 새로 맡게 될 과목이 아주 많지 않은 이상 축적된 강의자료와 그동안의 준비 노하우로 인해 시간을 많이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나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빠로써 뿌듯하다. 아무래도 풀타임 회사원에 비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다소 많은 것은 또다른 장점이다. 


풀타임 직업은 자녀 양육에만 지장을 주는 게 아니라 취미, 봉사 활동, 자기계발의 기회마저 앗아가기 일쑤다. - p.91


물론 긱 경제가 모든 사람에게 모든 환경에서 가장 최선의 대안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긱 경제도 독립성, 유연성, 자유로움만이 그 특징은 아니고 모든 사람이 기막힌 경험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독립계약 청소원 앤서니 워커의 사연(p.121)을 소개하면서 시간당 10달러짜리의 이 일은 실리콘밸리가 말하던 긱 경제와는 많이 다른게 아닌가 반문한다. 


긱 경제 특성상 산재보상, 실업급여, 유급휴가, 퇴직연금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그렇다치고 월세 내기도 힘든 수준으로 최저입금도 받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긱 경제는 그저 환상인 것인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서 긱 경제가 양질의 주문형 일감을 제공할 것이라던 이상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  - p.122


미국에서는 이러한 긱 경제의 발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복지혜택을 개편하거나 노동자 분류 유형을 개편하고 있다(p.254)고 한다. 독립노동자라는 유형은 모든 관계자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전이 노동자는 고용자에 대해 취약계층인 경우들이 많다. 또한 새로운 노동자 유형이나 이동형 복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구체적인 결과가 도출된 사례는 거의 없다.


불안정과 불평등의 문제는 복잡해서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긱 경제의 부정적 측면과 역효과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필요해 보이기는 한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는 일단 나부터 이 긱 경제에 잘 적응하고 주위를 돌아보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긱 경제 시대에 노마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나만의 노하우를 개발해 전파하는 것도 사회 공익을 위한 큰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긱 경제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고정적인 수입은 없다시피 하며, 매월 수입은 불안정하다. 매학기마다 강의를 섭외해야 하며 강의자리가 없는 날은 집에서 다른 일을 찾아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래가 암울하다가 보지 않는다. 내가 정말 나만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 기존 정규직 직원으로 충당하기 힘든 부분들을 내가 담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책을 읽는 동안은 다소 이기적인 마음은 죽이고 긱 경제의 전반적인 명암에 대해 고민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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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 - 나의 복잡한 심리를 이해하는 방어기제 수업
조지프 버고 지음, 이영아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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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가에는 한때 유행하든 '자존감'을 넘어서 '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 계열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 리뷰하려고 하는 이 책의 부제목에도 <나의 복잡한 심리를 이해하는 방어기제 수업>이라고 해서 방어기제라는 심리학 용어를 활용하여 나도 잘 모르고 있는 나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표지의 그림이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얼굴과 몸통은 가리고 다리만 내 놓은 채 나는 찾아보라는 어린아이들의 심리상태를 보는 것 같다. 많은 것을 내포하는 듯 하다.


저자인 조지프 버고는 지난 30년 이상 정신역동 관점에서 심리치료를 해온 정신분석학자이다. 따라서 무의식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방어기제는 모두 무의식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다.



방어기제가 올바르게 사용되면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될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직면해야 할 중요한 감정에 접근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의 최종목표(p.20)로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를 가로막는 방어기제를 해체하고, 무의식 속에 든 것을 효과적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의 발달단계는 성 에너지의 변화로 활력을 얻어 승화하기도 하고 억압으로 인해 무의식에 쌓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발달과정에 있어서 부모의 중요성이 지대한 영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자아존중감을 인간의 주요 심리문제로 언급하기도 한다. 자아존중감은 이러한 자신에 대한 느낌과 평가로 나타나므로 개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을 갖은 사람은 쾌활하며, 활기차고 안정감과 미래에 대한 확신 자아에 대한 현실적 기대 등을 보이는 반면에 낮은 자아존중감을 갖은 청소년은 정서적으로 우울함을  자주 느낀다.


책은 각 챕터 마지막에 문제를 제시하여 자신의 삶을 직접 분석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누군가에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지만 우선 나 스스로 나에 대해 파악해 보는 것이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말한다. 사실 나도 책 읽는 것을 멈추고 문제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뜻 나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부끄러운 문제들이 많았고 나 역시 정상적인 발달단계를 거쳐 성장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나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무의식이 잘못된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 경우가 많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단점과 성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단점이 지적되곤 한다. 하지만 프로이트가 강조하는 무의식이라는 개념은 결국 어린 시절 이와 같은 각 단계별 발달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 하는 생각과 행동이 과연 과거의 어떤 단계에서 경험했던 것인지 떠올려보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생각과 행동이 어떤 방어기제와 결합하여 비정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과 상담 공부도 틈틈히 하고 있기에 이 책을 계기로 프로이트의 원전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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