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3
이은희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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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 이은희 | 살림프렌즈(살림) | 2010.01 


예전에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맥가이버』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섰다가 위험에라도 빠지면 주인공 맥가이버는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을 바탕으로 작은 다용도칼로 일상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물건들을 멋지게 응용해 마치 마법을 부리듯 위기를 모면했다. 매회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작은 마법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고, 주인공의 머리는 맥가이버 머리로 그가 애용하는 다용도 스위스 군용 칼은 맥가이버 칼로 지칭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 『맥가이버』 시리즈는 추상적이고 어렵던 물리학을 보다 가깝고 재미있게 느끼게 해준 드라마이기도 했다.

『맥가이버』처럼 꼭 과학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가끔 궁금증을 품게 된다. 이를테면 왜 총알은 주인공만 피해 가는지, 가슴에 총을 맞은 주인공은 왜 꼭 할 말을 다 하고 죽는 건지,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먹지도 않은 채로 며칠을 내달리고도 제대로 살 수 있는지, 기억상실이라면 뇌의 일부를 다친 것일 텐데 다른 부분은 전혀 이상이 없는 건지 등등 극의 재미나 극적인 효과를 위한 설정임을 알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미 그 의문들의 해답을 찾아 나서곤 한다.

그런데 여기 그런 사람이 또 있으니, 바로 이책의 저자다.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과학을 대중에게 알리는 다양한 글을 써오던 저자가 이번에는 미드 속 과학으로 눈길을 돌렸다. 「CSI 과학수사대」, 「프리즌 브레이크」, 「본즈」, 「그레이 아나토미」 등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여러 미드들 중에서 몇몇 에피소드를 선정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과학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풀어놓았다. 그저 재미로 보던 미드에서 찾아낸 과학 이야기들은 드라마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는 총 13개의 미드에서 과학적으로 중요한 소재를 다룬 30개의 에피소드들을 뽑아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책은 크게 3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인체의 미스터리 편에서는 공기중에 떠다니는 화학 성분을 통해 범인을 잡는 기술, 잇따른 임산부 유산을 일으킨 아이스크림 속의 세균, 그리고 시골 마을을 덮친 전염병의 정체 등의 에피소드 등을 통해 우리 몸의 과학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테마인 숨어있는 화학 편에서는 최근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트랜스 지방을 비롯해 인체에 해로운 식단이나 통증을 잠재우지만 동시에 중독을 부르는 진통제의 두 얼굴, 최근 미용시술 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보톡스의 출신성분 등 흥미로운 생활 과학을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현대 과학의 치명적인 유혹을 다룬 마지막 테마가 가장 흥미로웠다.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아직도 그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안락사를 비롯해 성 정체성의 혼란, 인체 실험의 역사, 범죄형 유전자, 다양한 신체 이식과 그 폐해 등이 그 주요내용들이다. 이 단락에서 인용된 에피소드들은 놀랍게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 많았다. 또한 옳고 그름을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거나 또는 사람들의 무지나 욕심 등 잘못된 생각에서 일어난 사건을 글감으로 한 것들이 많아 현대 과학의 눈부신 발전 뒤에 어두운 그늘을 접하며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됐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이후 과학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대중과학서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최근에 만났던 재미난 과학책인 『도전 무한지식』이나 『과학 도시락』처럼 이책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역시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과학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이책은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과학들을 인기있는 미드의 여러 장면들과 연계해 함께 풀어냄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그에 대한 이해력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 드라마에 대한 흥미도 상승은 덤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근래에 제대로 챙겨본 미드가 없어 책을 이해하는 데 행여나 걸림돌이 될까 조금 걱정이 됐었다. 그러나 각 글마다 앞부분에 해당 에피소드의 줄거리를 간략히 정리해 두었고 더불어 저자가 글감으로 삼는 과학 소재들은 주로 드라마의 전체보다 부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굳이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다. 그러니 나처럼 미드 마니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책을 읽는 동안 드라마 속에서 찾아내는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에 한 번 놀라고, 광범위하고 기상천외한 소재들을 드라마로 만드는 미국 드라마의 폭넓은 기획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사람들이 미드에 열광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듯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책을 읽고나니 한동안 보지 않았던 미드에 다시 슬쩍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고 엄청난 시간을 잡아먹어 자칫하면 폐인이 되기 십상인 드라마의 특성상 아직은 여전히 고민만 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니면 미드 대신 저자가 쓴 '하리하라 과학 시리즈' 책들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지루한 과학에서 신나게 탈출하기'이라는 부제처럼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는 어렵고 딱딱한 과학이 아닌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다. 이책의 주요 대상으로 나오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빠져들 수 있고, 미드를 사랑하거나 반대로 미드랑 친하지 않은 독자들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이책이 '지루한 과학에서 신나게 탈출하기 프로젝트 제 1탄'이라고 하니 2탄도 이미 계획중인가 보다. 2탄에서는 또 어떤 신나는 이야기를 안고 찾아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 오탈자 

-  179쪽 3번째 줄 : 운동신경을 마비되어 경련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 운동신경 마비되어 or 운동신경을 마비시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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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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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 | 임영태 | 뿔(웅진) | 2010.02 


처음에는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했다.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제목이 궁금증과 동시에 약간의 염려를 낳기도 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도처에 깔린 쓸쓸함의 이면에는 그것을 어루만져 주는 따듯함이 있고 담담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는 때때로 의외의 긴장감을 서릴 때도 있다.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가 살아온 삶을 복원하고, 그 속에서 담긴 그리움과 사랑, 절망과 희망은 마음 한 켠을 짠하게 만든다. 1억원의 고료가 걸려있는 ‘제 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에 빛나는 임영태의 장편소설 『아홉 번 째 집 두 번째 대문』이 바로 그 소설이다.

그 남자의 직업은 대필 작가다. 다른 이의 삶의 경험들이 그를 통해 글로 새겨진다. 자서전에서부터 전국 도보 여행기까지 다양한 인생들이 그의 손을 통해 글로 꾸려지고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 물론 책에는 그의 이름 대신 의뢰인의 이름이 찍혀있다. 그는 얼굴없는 그림자 작가다. ‘제 3의 작가’라는 이름이 걸린 그의 반지하 사무실은 작업과 숙식을 함께 해결하는 공간이다. 걸려오는 의뢰 전화를 받고 대필 원고를 쓰고 담배 한 대 피우며 창 밖을 바라보다가 동네의 익숙한 골목길을 산책하기도 한다. 끼니는 라면이나 달걀 프라이로 대충 때우거나 근처 식당에서 해결하며 가끔은 골목 술집에서 막걸리를 한 잔 걸치기도 한다. 반지하 사무실 만큼이나 그의 삶도 퍽퍽하다.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던 그의 무미건조한 일상은 어느날 아침 한 노신사의 방문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을 소설로 쓰되 노신사가 아닌 그 남자의 이름으로 출판하길 원하는 그의 독특한 계약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쯤에서 나 같은 평범한 독자들은 주인공이 노신사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며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평이한 기대를 가뿐하게 배반한다. 대신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카드를 내민다. 도시를 떠도는 죽은 자들의 영혼과 아내가 죽은 후 그들을 보게 된 그 남자를, 그것을 매개로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이 엮어내는 과거의 묻어뒀던 이야기들을. 

대필 의뢰를 받고 원고를 쓰고 마트를 다녀오고 라면을 끓여먹는 그의 단조로운 일상의 시간들은 시골에서 아내와 태인이와 함께 보냈던 또다른 시간들과 함께 진행되면서 그 남자의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보여준다.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에 내려간 그들 부부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진돗개 태인이는 그들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태인이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그들의 삶을 뒤흔들며 아내의 죽음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그렇게 과거의 시간들은 그가 되돌아가고 픈 가장 행복한 순간이자 동시에 그것들이 깨진 상처의 시간이다. 독자들은 쓸쓸한 남자의 일상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내면에 깔려 있었음을 눈치채게 된다. 



소설을 이루는 주된 정서는 쓸쓸함이었다. 반복되는 그의 일상에는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듯 허전함이 감돌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그의 모습은 세상에 홀로 남은 외로움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대필 작가라는 직업도 일 자체의 기쁨보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가까울 뿐이다. 담담한 문체가 주인공의 쓸쓸함을 더욱 진하게 전해준다. 외롭고 쓸쓸한 그 남자의 모습은 죽은 후에도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죽은 자들의 영혼과 겹쳐지고, 삭막한 도시에서 관계를 단절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세상 속에 혼자 남은 그의 쓸쓸함에 이토록 마음이 짠한 건 그에게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러나 『아홉 번 째 집 두 번째 대문』은 그런 쓸쓸함의 정서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사랑하는 아내와의 극적인 해후를 통해 그의 상처를 보듬고 따듯하게 어루만져 주는가 하면, 궁금증을 유발한 채 사라졌던 노신사와 동행을 통해 메마른 삶에 작은 희망을 제시한다. [빛은/조금이었어// 아주/조금이었지// 그래도 그게/빛이었거든]이라고 노래했던, 그와 아내의 인연을 만들어준 아내의 짧은 시와 마지막에 그를 다시 찾아온 또다른 태인이는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더욱 진하게 각인시켜준다.


『아홉 번 째 집 두 번째 대문』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바꿀 특별한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한 남자의 일상의 이야기들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담담하게 전개된다. 그런데도 의외로 가독성은 높다.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간다. 현재에서는 대필 작가로의 일상들이 반복되긴 하지만 지루하기 보다는 대필가라는 생소한 직업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산 자의 세상에 죽은 자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또다른 흐름을 타기 시작한다. 플래시백 처리로 등장하는 과거의 이야기에서는 태인이가 겪는 사고들이 독자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죽은 자들을 보는 주인공을 통해 산 자와 죽은 자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어느새 모호해지면서 소설은 몽환적인 판타지 분위기를 띤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소설의 끝자락에 다다르게 된다.

이 소설을 읽는 또다른 재미는 앞서 말했듯 주인공의 직업으로 설정된 대필 작가에 대한 부분이다. 출판계에서는 암암리에 알고 있지만 독자들은 좀처럼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존재인 대필 작가. 소설에는 그들에 대한 세세한 부분들이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를 찾아온 다양한 의뢰인들과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은 채 글의 수정을 요구하는 의로인의 모습은 물론 같은 내용의 글을 쓰더라도 대필 작가는 독자가 아닌 의뢰인의 마음에 드는 글을 써야 한다던 글쓰기의 규칙이 대필 작가의 애환을 단적으로 전해주는 듯했다. 이런 리얼리티들은 실제로 대필가 시절을 보낸 작가 자신의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필 작가로 남의 이야기를 옮겨주던 주인공은 소설을 써보라고 권하던 노신사를 만난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쓰기에 대해 조금씩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책의 제목이자 죽은 아내의 유품에서 발견한 문패에 새겨진 글자인 『아홉 번 째 집 두 번째 대문』의 의미는 책을 다 읽은 뒤에도 확실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통해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봤으나 제목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작가의 대답은 궁금증만 남겼을 뿐이다. 그러다 책을 덮은 다음날 아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홉 번째 집’이 아내의 예언대로 다시 그에게 나타난 개를 말한다면 ‘두 번째 대문’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삶, 즉 남의 이야기를 옮기는 대필 작가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진짜 작가로 거듭나는 인생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남편이 그러해주길 바라는 아내의 바람이 문패로 새겨진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홉 번 째 집 두 번째 대문』은 상처입은 주인공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잔잔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따듯한 가족 소설이다. 인물들을 향한 작가의 온기어린 시선은 이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준다. 또한 작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채 죽은 자와 다름없는 방황하는 이들을 통해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남긴다. 쉽게 읽히나 그 속에 많은 생각거리들을 담고 있어 책을 덮은 후 더욱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깊이있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책이 전하는 감동이 다음에 있을 ‘제 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 오탈자 (초판 1쇄)


- 14쪽 밑에서 4번째 줄 : 김밥 집 밖엔 → 김밥집 밖엔 (’집’이 ’영업을 하는 가게’를 뜻할 경우엔 붙여쓰는 게 원칙)

- 195쪽 맨 밑줄 : 당구장탁구장 (글의 전후를 살펴볼 때 당구장은 탁구장의 오탈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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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슈퍼히어로
앤드류 카우프먼 지음, 박산호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 얼렁뚱땅 슈퍼히어로 | 앤드류 카우프먼 | 박산호 옮김 | 브리즈 | 2008.08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에 앞서 책장 앞에 섰다. 작은 가방에 맞는 아담한 책을 고르다 책장 한 구석에서 이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이책을 발견했다. 아주 작은 크기와 얇은 두께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덥썩 집어들고 집을 나섰다. 양장본이긴 하지만 1백 페이지를 살짝 넘기는 터라 무게감도 거의 느껴지질 않는다. 게다가 가벼운 소설이다. 짧은 외출에 가볍게 읽기에는 이런 책이 제격이라며 버스를 기다리며 책장을 넘겼다. 그런 나의 기대에 이책은 오롯이 부응해 주었다. 가볍게, 부담없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책의 끝자락에 이르러서는 결론을 이해하느라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용을 곱씹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주인공 톰과 그가 사랑하는 〈완벽녀〉는 벤쿠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토론토 공항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둘이 함께 여행을 가느냐 하면 그 반대다. 결혼식날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톰을 기다리며 실연의 상처에 빠졌던 〈완벽녀〉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기 위해 토론토를 떠나려 하고, 늘 그녀 곁에 있지만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톰은 〈완벽녀〉와의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비행기가 벤쿠버에 도착하기까지 주어진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마지막 방법을 모색한다. 도대체 이 커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개월 전 톰은 모든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완벽하게 만드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인 〈완벽녀〉와 사랑에 빠졌고 친구들을 초대해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완벽녀〉를 완전히 잊지 못한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최면술사〉가 결혼식을 찾았고, 톰이 잠시 식장 내 소란을 수습하러 간 사이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톰은 '그녀에게만' 완벽하게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아닌 투명인간이 되어 버렸다. 〈완벽녀〉는 톰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톰은 그녀 곁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해 가슴이 찢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새출발을 결심하고 그들 사랑의 최대 위기에 봉착한 톰은 그녀의 최면을 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아 나선다.  

『얼렁뚱땅 슈퍼히어로』는 기본적으로는 사랑을 지키기 위한 톰의 몸부림이 눈물겨운 '톰과 〈완벽녀〉의 로맨스'다. 벤쿠버로 떠나는 〈완벽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들이 처음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최면에 걸려 눈물의 시간을 보내기까지의 일들은 물론 그들의 과거 연애사까지 함께 곁들여 준다. 그리고 결혼식날 졸지에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톰과 그런 그를 알아보지 못해 서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엇갈린 커플이 고난과 위기를 넘어 다시 완전한 사랑을 되찾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평범남과 〈완벽녀〉의 로맨스'와 함께 소설의 또다른 축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톰의 슈퍼히어로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톰의 첫 번째 슈퍼히어로 친구인 〈양서인간〉을 비롯해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듣는 〈초절정청각〉, 주변의 스트레스를 모두 빨아들이는 〈스트레스 토끼〉, 직업도 능력도 없이 친구집 소파를 전전하는 〈소파 방랑자〉, 자신이 믿는 것을 다른 사람도 믿게 만드는 〈투영녀〉, 상대에게 현재와 정확히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꾸로 사나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리의 여왕〉 등 기상천외한 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리고 이쯤되면 독자들은 눈치를 채기 시작한다. 책 속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이런 슈퍼히어로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을, 바로 내 곁에 또는 나 자신이 그런 슈퍼히어로라는 걸 말이다.

짧은 소설이라 이야기 구성은 빈약하고 다소 산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통통 튀는 재치와 상상력은 그런 부족함을 어느 정도 메꿔준다. 사랑 때문에 가슴이 아픈 톰의 심장을 청소하는 의사 암브로즈나 다양한 슈퍼히어로들이 그러하다.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가운데에도 때때로 '근심괴물'을 없애는 방법이나 외로움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나름의 진정성을 얹어준다. 

〈완벽녀〉에게는 투명인간이었던 톰은 벤쿠버에 도착하기 마지막 몇 미터를 앞두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 그들이 던져주는 마지막 열쇠를 통해 우리가 우리의 삶을, 우리의 사랑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는 것도 좋겠다. 이책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슈퍼히어로들도 함께 말이다. '인생에 대한 유쾌한 성찰을 담은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책의 카피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가볍고 유쾌하게 읽기엔 괜찮았다. 허나 황당한 소재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 독자라면 조금 더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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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100대 여행지
팸 그라우트 지음, 김지영 옮김 / 북노마드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100대 여행지 | 팸 그라우트 | 북노마드 | 2010.01 


삶이 팍팍할 때 틀에 박힌 일상이 버거워 숨쉴 틈이 필요할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꾸곤 한다. 지금의 나를 지배하는 일상에서의 탈출로, 또는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을 떠난다. 책이나 영화에는 한 번의 여행으로 인생이 바뀌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잊을 수 없는 연인과의 로맨스를 만들기도 하고 몰랐던 나를 만나기도 하고 또는 세상의 새로운 가치에 눈뜨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고 배낭을 꾸려 떠나는 것은 바로 그런 매력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100대 여행지』는 그 제목만으로도 여행을 동경하고 여행책을 좋아하는 나를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여행을, 그런 여행지를 알려준다니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품고 펼친 책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이책의 거창한 제목은 책에 대한 기대치 못지 않게 실망치를 높이는 데 크게 한몫한다. ‘세계적인 여행 전문가가 엄선한 색다른 여행지, 당신의 여행 본능을 자극할 최고 여행지 100곳!’,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드디어 출간!’이라는 부제와 카피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이책에는 제목처럼 100곳의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행지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북미인들을 위한 국내용 여행안내서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든 여행책이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던 터, 여행지의 풍광으로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그것 역시 미션 임파서블! 이책에는 요즘 여행서들의 필수사항에 가까운 사진 한 장 실려 있지 않다. 오직 처음부터 끝까지 텍스트로만 구성된, 실로 오랜만에 보는 문서형 여행 정보책인 셈이다. 이쯤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북미 지역에 갈 일이라곤 없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 이런 책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책에 대한 실망은 아마 잘못된 책제목에서 기인한 기대치에 비례한 듯싶다. 물론 이책의 제목은 원서의 『The 100 Vacations to Enrich Your Life』를 그대로 옮긴 것이고, 현지에서는 적절한 타이틀이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책 속의 추천지를 찾아갈 수 있는 북미인들과 달리 바다 건너 먼 곳에 사는 우리들은 입장이 또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이책이 전하는 여행 ‘장소’보다 ‘방법’에 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이책의 제목 또한 멋진 여행 장소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100대 여행지’라는 제목보다는 테마 여행을 강조하는 ‘100가지 여행법’ 같은 류의 제목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더라면 애초에 독자들이 혼동하는 일도 적을 테고.

그러나 모든 책은 자기만의 효용성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책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책에서 예술 여행, 자원봉사 여행,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웰빙 여행이라는 4가지의 테마를 기본으로 다양한 여행 방법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한다. 비록 저자가 추천하는 테마여행지를 직접 찾아가 경험할 수는 없더라도 여행 테마는 가져올 수 있다. 여행의 ‘어디서’ 보다 ‘어떻게’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꼭 ‘페이퍼&북 인텐시브’에 가지 않아도 주변의 북아트 공방을 찾아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고, 동계 올림픽 개최지가 아니더라도 스키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자신만의 여행 테마만 잡는다면 장소는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뒤지다 보면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또다른 나를 만날 색다른 여행법 몇 가지 정도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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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의 패션 바이블 The Fashion Bible
이혜영 지음 / 살림Life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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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영의 패션 바이블 │ 이혜영 │ 살림라이프 │ 2009.10 


배우 이혜영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따로 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잘 빠진 다리, 날씬한 몸매, 요즘 승승장구하고 있는 의류 브랜드 CEO 등 여러 이미지가 있겠지만, 그녀를 대표하는 표현으로 ‘패셔니스트’ 또는 ‘패션아이콘’만큼 적합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지금의 그녀를 가장 잘 나타내면서 앞서 말한 모든 이미지들의 총집합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그녀였기에 사실 미용에 관한 책인 『이혜영의 뷰티 바이블』이 나왔을 때 조금 의아했다. 메이크업이 필수인 여자 연예인들이 뷰티 관련 책을 내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패셔니스트 이혜영이라면 당연히 미용보다는 패션에 관한 책을 내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의 첫 책 『뷰티 바이블』은 나름 흥행에는 성공한 듯하다. 그쪽 분야에서 쌓은 그녀의 유명세와 신뢰가 가장 큰 힘을 발휘했겠지만, 때마침 방영되어 최고의 인기를 누린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보여준 녹슬지 않은 뷰티 감각의 수혜를 적잖게 입은 듯하다.

그리고 연이어 『이혜영의 패션 바이블』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패션 아이콘 이혜영의 이미지와 딱 드러맞는 패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백만불짜리 다리라는 애칭이 붙은 그녀의 늘신한 다리를 한껏 드러내 패셔니스트의 면모를 한껏 드러낸 표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두툼한 장갑이나 포즈가 남달라 처음에 책표지를 얼핏보고는 무슨 권투 선수의 준비자세인 줄 알았다. 사실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크헉.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책표지 사진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스타일리쉬한 사진들도 많을 텐데 말이다. 얼마전부터는 『이혜영의 스타일 바이블』이란 책도 눈에 띄길래 그세 또다른 책이 나왔나 했더니만, 앞서 나온 두 권을 묶은 패키지 구성이란다. 패키지 세트에 새로운 표지와 제목을 부여해 별개의 책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마케팅의 힘이란! 개인적으로는 『패션 바이블』의 제목과 표지보다 『스타일 바이블』의 그것들이 더 맘에 들었다. 제목과 표지를 완전히 바꾸는 건 어떨까 싶기도.

아무거나 걸쳐도, 특별히 신경 쓴 것 같지 않아도 속칭 ‘간지나는’ 그녀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패셔니스트라고 부른다. 이혜영 또한 그러하다. 별다를 것 없는 티셔츠 하나를 입고 있어도 남다른 자신감이 묻어난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은 입으라고 줘도 못 입을 완전 부담스런 옷들도 즐겨 입긴 하지만. 여튼 평소 패션과 그리 친하지 않은 나도 가끔은 그녀들의 패션 노하우가 궁금해지곤 한다. 배우나 모델처럼 남들에게 보여주는 직업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때와 장소에 맞춰 센스있게 갖춰입는 법이나 평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스타일을 터득해 두는 것은 나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 또한 그것이었고, 그런 점에서 이책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이혜영의 패션 바이블』은 평소 패션 감각을 뽐내던 이혜영이 자신의 패션 노하우를 담아둔 책이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우선 사람들의 체형을 크게 8개로 분류하고, 각 체형을 뜻하는 아이콘을 만들어 그에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이나 스타일 옆에 표시해 놓았다. 체형별 아이콘으로 독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패션 지식이나 정보, 추천 아이템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는 게 이책의 장점이다. 또한 저자는 티셔츠, 바지, 치마, 카디건, 재킷, 코트 등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을 고르거나 센스있게 매치시키는 법 등을 통해 패션의 기본을 다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패션을 제안한다. 이미 갖고 것들이나 저렴한 브랜드를 적절히 섞어 활용하는 법이나 때와 상황에 맞는 선택과 연출법을 알려준다. 더불어 패션의 완성시키는 소품들, 즉 가방이나 구두, 각종 액세서리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패션에 대한 실전 지식을 담은 실용서답게 본문은 각종 아이템 사진, 외국 배우들과 자신의 패션 사진들, 다양한 일러스트들이 뒤섞여 패션 잡지 같은 화려하고 현란한 편집으로 채워져 있다. 덕분에 구성이 좀 산만하지만 힐끔거리며 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패션의 최전방에 있는 헐리웃 배우들의 파파라치 사진들이 많은데, 저자는 그런 사진들을 통해 각종 아이템들의 착용과 응용, 패션 노하우 등을 분석한다.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패션은 특히 유행에 민감한 분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유행을 잘 소화하려면 탄탄한 기본기가 필요하다. 저자 또한 막연히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어디서도 200%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에 투자하길 권유한다. 그런 다음 몇 가지 가벼운 아이템을 활용해 유행을 즐기면 된다. 개인적으로 각 아이템의 기본을 다루는 첫 꼭지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패션잡지들을 읽을 때마다 줄줄이 이어지는 외래어들로 짜증이 치솟곤 했는데, 이런 고질적인 외래어 남발 문제가 이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조사 빼고는 모두 외래어'라고 타박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우리말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곳에서도 외래어들이 자리잡고 있다. 패션업계의 그런 잘못된 관행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런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자로서 조금 더 고민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의미없는 외래어 남발은 오히려 글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한다.




처음 책을 봤을 때 A4 크기의 큼직한 판형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묵직한 양장본이다. 사진 같은 시각적 이미지를 많이 담은 패션서적이니 눈이 시원한 큰 판형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실용서를 굳이 양장본으로 제작할 필요가 있을까. 덕분에 이책의 가격은 2만원을 훌쩍 넘긴다. 선뜻 사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러다보니 과연 그만큼의 비용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를 따져보게 된다. 일단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나처럼 호기심에 그저 한 번 보고 싶었던 독자라면 서점에서 먼저 만나보는 걸 권한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패션 공부를 해보고 싶거나 본격적으로 자신의 패션에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면, 그래서 곁에 두고 수시로 찾아보고 연구하겠다면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많은 이들이 생각처럼 이책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패션 실용서다. 그에 걸맞게 누구나 쉽게 부담없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연예인의 유명세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다른 책들에 비해 비교적 내용도 충실한 편이다. 그러나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할 만큼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닌 듯하다. 책값 대비 효용성은 그저 그렇다. 물론 판단은 독자 각자의 몫이다. 그냥 패션에 문외한인 내 생각은 그렇다는 얘기다.

이건 딴 얘긴데, 패션 관련 책들을 볼 때마다 세상에는 옷과 가방과 구두에 저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게 된다. 어쩌면 대부분 그 정도는 살고 있는데 나만 몰랐는지도. 물론 많은 이들이 읽는 책인 만큼 명품과 시장표를 오가며 적절한 예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안다. 그러나 책 속에 등장하는 추천 아이템인 가격표는 매번 놀랍다. 패셔니스트가 되는 길은 여러모로 쉽지가 않다.









▲ 앞장에 수록된, 이혜영과 여러 동료들과의 사진들 중에 발견한 종신 옹과의 사진!! 
   종신 옹의 드넓은 이마와 4:6 가르마가 눈에 팍!! 띈다. ㅋㅋ
   87년이면 23년 전인가. 사진 속의 둘 다 젊긴 젊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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