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소년 - 4집 유년에게
재주소년 (才洲少年) 노래 / 파스텔뮤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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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포크듀오 「재주소년」이 돌아왔다. 반가운 4집 음반을 들고. 2009년 초 3.5집인 미니앨범을 낸지 대략 19개월 만이다. 그간의 앨범을 듣고 들으며 언제쯤 새 음반이 나올까 내내 기다렸는데, 세상에나, 기다림에 지쳐 깜빡 졸던 중에 4집 앨범이 기습적으로(?) 발매됐다. 물론, 핑계다. 흑흑,

매일 들어오는 블로그와 달리 미니홈피를 닫은 이후 발걸음할 일이 거의 없는 싸이월드에 가뭄에 콩 나듯 가끔이나마 로그인을 하는 건 바로 재주소년의 클럽 때문이다. 비록 유령회원이지만 소년들이 생각날 때면 클럽에 들어가 소식들을 살펴본다. 그날도 갑자기 생각나 오랫만에 로그인을 하고 클럽에 들어갔더니, 세상에나, 4집 앨범이 나온 것도 모자라 공연 소식이 떠있었다. 물론 공연의 사전 예매는 이미 마감, 마감이 아니라도 시간이 잘 맞질 않는다. 지방민은 서럽다.

어쨌든 뒤늦은 4집 발매 소식을 듣고는 놀라 살펴보니, 아이고, 벌써 보름도 전에 나왔다. 그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뉘! 인터넷서점의 정기메일에 실려오는 음반소식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탓이다. 부랴부랴 급 클릭질로 주문을 마치고 얼른~ 얼른~ 도착하렴~ 주문을 외우며 하루를 보낸 다음날 내 손 위엔 [재주소년 4집 - 유년에게]라는 글자가 박힌 예쁜 음반 한 장이 쥐어졌다. 당일배송의 혜택은 누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달콤한 기다림과 함께 받는 다음날 받는 음반도 충분히 감동이다. 어쨌거나 세상 참, 좋아졌다.



음반 윗면에 붙은 동그란 크라프트지 스티커에 [재주소년 4 : 유년에게] 라는 타이틀과 함께 ‘어쿠스틱 팝의 제왕, 서정성의 고유명사 재주소년이 수줍게 건네는 21세기 청춘송가 : 유년에게’라는 카피가 적혀 있다. 재주소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것, 1집에서 4집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그들과 함께 떠오르는 그것 - 어쿠스틱, 서정성, 수줍음이 어우러진 근사한 소개글이다. 라벨지 윗쪽에는 ‘문라이즈 레코드’ 그림이, 아랫쪽에는 파스텔뮤직 로고가 정겹게 박혀 있다.



‘재주소년’은, 아시다시피, ‘델리 스파이스’의 리더 김민규가 세운 인디레이블 문라이즈 소속으로, 문라이즈(moonrise)는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인 ‘스위트피(sweetpea)’의 활동을 위해 설립된 레이블이다. 재주소년의 앨범에는 3.5집인 미니앨범부터 파스텔 뮤직이 함께 해왔는데, 처음엔 파스텔 뮤직이 단순히 음반 유통이나 마케팅만 함께 하는 건 줄 알았더니 시디 뒷면에 문라이즈보다 파스텔 뮤직의 로고가 앞에 있는 것 아닌가. 이상한 마음에 기사를 검색해 보니 문라이즈 대표인 김민규가 현재 파스텔뮤직과 계약을 맺고 활동중이라 문라이즈는 현재 잠시 휴지기 상태라고. 그에 따라 재주소년 또한 자연스레 같이 옮겨온 모양이다(라고 짐작만 하고 있다). (☞ 경향신문 기사보기 - 클릭!)



내가 ‘재주소년’을 만나게 된 건 온전히 혈님(유희열,TOY) 덕분이다. 당시 혈님은 (내 기억이 맞다면) MBC FM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유희열의 음악도시’를 진행중이었는데, 얼굴로 승부하며(응?) 각종 저질(이라고 쓰고 ’웃긴’이라고 읽는다) 유머를 구사하며 청취자들의 배꼽을 빼면서도 본연의 고품격 음악인의 모습을 잃지 않으며 주옥 같은 명곡과 눈여겨 볼 신인들을 깨알같이 소개해 주곤 했다. 요즘 진행중인 심야음악 프로그램인 「라디오 천국」도 들어보진 못했지만 아마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여튼 혈님을 통해 많은 노래와 뮤지션들을 접했는데, 그중 혈님의 극찬을 받은 가수 중 내가 기억하는 이들은 ’내게 오는 길’의 성시경(이곡은 내 사연에 무려 혈님이 골라준 노래라는!)과 ’소방관 아저씨’의 스푸키바나나, 그리고 ’귤’의 재주소년이다.



2003년의 추운 겨울날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재주소년의 ‘귤’은 아련한 추억과 상큼한 웃음을 동시에 머금게 하는 귀여운 노래였다. 듣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맑아지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그해 나는 기나긴 겨울밤을 손톱 밑을 노랗게 물들이는 귤과 무한재생되는 재주소년 1집과 함께 보냈다. 혈님과 음악도시와 귤로 시작된 소년들과의 인연은 그렇게 지금까지 변함없이 쭈욱 이어지고 있다. 변하지 않는 듯 변화하는 그들의 음악이 좋은 것도 있지만 1집부터 만나서 그런지 더 애착이 가기도 한다. 이제는 중간에 몇 개 듬성듬성 이가 빠진 채 있는 혈님의 음반보다 재주소년의 앨범이 더 많아지려고 하니, 흠냐, 이건 조금 배신인 건가. 흐흐,




1집 [才洲少年(재주소년)]을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3.5집을 찍고 어느새 정규앨범으로 4집에 이르렀다. 그리고 스무살의 풋풋하던 두 소년들은 그 사이 휴학과 입대, 제대와 복학을 거치면서 어느새 이십대 후반의 청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맑고 서정적이고 풋풋한 감성을 전해준다. 소박하고 겸손한 멜로디와 담백한 음색으로 어우러진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복잡하고 시끄럽던 마음도 어느 순간 정화되듯 평온해진다. 물론 소년들의 성장과 함께 그들의 노래도 조금은 변했다. 허나 그 변화는 물 흐릇 자연스럽다. 소년에서 청년이 되었지만 그들의 노래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풋풋하고 소박하며 간결하고 담백하다. 그래서 재주소년의 노래가 나는 참 좋다. 너무 좋다. 딱, 내 취향이다.




제주도에서 촬영했다는 이번 4집 앨범의 북클릿의 담백한 사진들은 그들의 음악이 전해주는 잔잔함과 아련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제주의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그들의 자유분방한(?) 사진들도 좋고, 무작정 걷다가 들렀다는 학교와 놀이터의 모습들은 유년의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미운 열두살’ 사진의 소녀가 ‘유년에게’의 4번 트랙에 서 있는 뒷모습의 소녀인가 혼자 추측해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다. 그리고 한 줄 한 줄 가사를 음미해 보는 것도.



이번 4집에는 모두 12곡의 노래가 실려 있다. 요조가 피처링을 한 타이틀곡인 ‘손잡고 허밍’과 사랑 고백을 앞두고 가슴 졸이는 ‘솔직, 담백’은 사랑에 빠진 이들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담아냈다. 사랑을 잃은 마음을 ‘봄이 오는 동안’과 ‘머물러 줘’는 잔잔하게 읊조리지만 ‘춤추는 대구에서’는 경쾌한 멜로디로 노래한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곡인 ‘유년에게’는 유년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농구공’은 지금은 잊고 사는 우리들의 어린날의 꿈들을 더듬어 보게 만든다. 수학여행은 좋지만 수학은 싫다는 깜찍한 가사가 인상적인 ‘미운 열두살’은 일상의 소박한 모습을 재치있게 그려낸다. 재주소년의 앨범에는 매번 연주곡이 함께 포함되어 있는데 4집에서는 ‘Beck’이 유일한 연주곡이다.

재주소년의 4집 음반 [유년에게]는 유년의 추억과 소년의 꿈, 그리고 청춘의 사랑과 이별 등을 재주소년 특유의 감성과 서정적인 멜로디로 함께 아우르는 음반이다. 그래서 아련하다가도 사랑스럽고,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다가도 어느새 경쾌한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며 씨익 웃음을 띄우게 된다.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불러 일으키는 맑은 기타의 선율과 담백한 목소리, 간결하고 소박한 멜로디도 여전히 사랑스럽다. 느리게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욕심껏 다 채우려 하지 않고 적당히 비울 줄 아는 소년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실타래처럼 복잡하던 마음이 어느새 스르르 풀리고 즐거워진다. 그래서 나는 재주소년의 음악들을 사랑한다. 이번 4집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음반을 받자마자 무한반복 재생중인데, 아마도 한동안은 계속 이럴 것 같다. 싸랑한돠, 재주소년! :)






+ 요건, 뒷담화! ^^,



4집의 합류로 「재주소년」의 음반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2003년 1집 [才洲少年(재주소년)]을 시작으로, 2집 [Peace], 3집 [꿈의 일부], 3.5집 미니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거쳐 4집 [유년에게]까지, 총 5개 앨범의 시디 6장이다. 음반이 하나씩 늘 때마다 이렇게 늘어놓고 사진을 찍는 게 흐뭇하다. 그냥 봐도 두툼한 3집 음반에는 보너스 시디가 한 장 더 들어 있다. 이것 때문에 발매되고 부랴부랴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재발매된 3집에는, 물론, 포스터고 보너스 시디고 모두 없단다. 재발매의 비극이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재주소년의 컬렉션, 점점 알차고 넉넉해지고 있어 므흣하다. 흐흐,



앞서 언급했던 재주소년은 김민규의 인디레이블 문라이즈 소속이라 앨범에 문라이즈 레코드의 로고와 레이블 번호가 찍혀 있다. 1집은 moonrise 14, 2집은 20, 3집은 22, 3.5집은 25, 그리고 이번 4집은 27이다. 점점 조밀해지는 레이블 번호를 보니 문라이즈 휴지기가 맞긴 맞는 모양이다. 음반 마케팅이나 유통은 1집 프래쉬 엔터테인먼트, 2-3집은 서울레코드가 맡다가 3.5집 미니앨범부터 파스텔 뮤직과 함께 하고 있다. 어쨌거나 문라이즈와 파스텔뮤직의 결합이 앞으로도 좋은 상생효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재주소년 만큼 좋아하는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인 스위트피(sweetpea) 음반들.
ep와 1,2집은 소장중인데 게으름으로 그만 3집 앨범을 놓쳐버렸다. 지금은 품절 중. ㅠ.ㅠ
지금 찾아보니 공연 음반이 판매중이던데 그거라도 주문해야 할까 보다.
좋아하는 음반들은 정말이지 바로바로 주문 안 하면 이렇게 후회할 일이 생기곤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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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 - Remake (리메이크)
조규찬 노래 / 비타민엔터테인먼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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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조규찬 리메이크 앨범이 어느날 내게 도착했다.
고흐의 자화상을 패러디한 음반 자켓이 유난히 눈에 띄던 앨범이었는데 이게 웬일!
실제로 보니 음반 자켓이 더욱 독특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예고없이 불쑥! 찾아오는 선물은 더 반가운 법이다.



▲ 조규찬 리메이크 음반 앞뒷면과 CD의 모습

음반 뒷면에는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에」를 패러디한 배경에 조규찬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있다.
고흐의 작품들과 붓터치를 따라가되 자신만의 향기를 더한 표지와 속지가 더 매력적이다.

CD는 고흐 작품 배경을 채우는 이글거리는(?) 듯한 붓터치로 채워져 있고,
그 위에 조규찬, 리메이크라는 글자가 얌전하게 박혀있을 뿐이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분위기있게 마무리됐다.

시디 속지(속지,라는 표현말고 뭔가 다른 용어가 있을 터인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ㅅ-;;)는
겉에 그림이 새겨진 기름종이로 한 번 더 입혀져 있어 저렇게 겹쳐지는 느낌이 난다.





혹시나 싶어 살펴봤더니 역시나..
자켓 그림과 디자인을 조규찬 자신이 했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그림까지..
그대는 욕심쟁이! 우후훗! ;)




어째, 좀 닮은 듯한지..?
고흐의 자화상의 인물에서 뭔가 낯익은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막상 이렇게 같이 놓고 보니 닮은 구석을 찾기는 쉽지 않군하! ^ㅅ^;;




▲ 앨범 뒷면 아래에는 이렇게 아내 헤이(본명 김혜원)와 아들에 대한 조규찬의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2004년 가수 헤이(Hey)와 결혼한 조규찬. 결혼 후 4년만의 컴백이란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쥬뗌므(Je t'aime)'를 부르던 헤이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놀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들은 어느새 은우라는 예쁜 아이의 부모가 되어 있구나.

노래 잘 하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은우의 노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을 듯.
언젠가 가족 앨범을 내봐도 좋을 듯하다. ;)
조규찬의 컴백이 반가운 만큼, 헤이의 새 앨범 소식도 얼른 전해졌음 좋겠다.

참, 가끔 헤이(hey)가 누구냐? 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그런 분에게 헤이(hey)는 소이(soy)의 언니랍니다,라고 얘기해주면 되려나?
두 자매가 모두 끼가 많은 재원이다.
헤이의 쥬뗌므를 찾아서 들어보시면 아! 이 노래! 하실 듯. ㅎㅎ






이번 조규찬 리메이크 앨범에는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새롭게 불려진 12곡의 명곡들이 실려있다.
리메이크 앨범인 만큼 이번 음반에 실린 노래들은 이미 익숙한 노래들인데,
「애인 있어요」를 제외하곤 대부분 꽤나 오래된 곡들이다.

음반 속지에 있는 조규찬의 말에 의하면
이 노래들은 그에게 있어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시절의 증거'들이란다.
조규찬답다, 싶은 노래들도 있고 그가 부르기엔 조금 의외인 노래들도 있지만,
중요한 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이 좋은 노래들이라는 것!

조규찬의 기존 음악들을 좋아해 온 그의 팬이라면
익숙한 곡들이 그의 목소리로 어떻게 달라졌나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인디언 인형처럼」이나 「청혼」같은 곡들은 여전히 리드미컬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덧입으면서 원곡과는 꽤나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더욱 깊어진 그의 목소리가 가슴을 휘젓는다.

좋은 노래를 좋은 가수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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