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100대 여행지
팸 그라우트 지음, 김지영 옮김 / 북노마드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100대 여행지 | 팸 그라우트 | 북노마드 | 2010.01 


삶이 팍팍할 때 틀에 박힌 일상이 버거워 숨쉴 틈이 필요할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꾸곤 한다. 지금의 나를 지배하는 일상에서의 탈출로, 또는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을 떠난다. 책이나 영화에는 한 번의 여행으로 인생이 바뀌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잊을 수 없는 연인과의 로맨스를 만들기도 하고 몰랐던 나를 만나기도 하고 또는 세상의 새로운 가치에 눈뜨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고 배낭을 꾸려 떠나는 것은 바로 그런 매력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100대 여행지』는 그 제목만으로도 여행을 동경하고 여행책을 좋아하는 나를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여행을, 그런 여행지를 알려준다니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품고 펼친 책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이책의 거창한 제목은 책에 대한 기대치 못지 않게 실망치를 높이는 데 크게 한몫한다. ‘세계적인 여행 전문가가 엄선한 색다른 여행지, 당신의 여행 본능을 자극할 최고 여행지 100곳!’,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드디어 출간!’이라는 부제와 카피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이책에는 제목처럼 100곳의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행지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북미인들을 위한 국내용 여행안내서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든 여행책이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던 터, 여행지의 풍광으로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그것 역시 미션 임파서블! 이책에는 요즘 여행서들의 필수사항에 가까운 사진 한 장 실려 있지 않다. 오직 처음부터 끝까지 텍스트로만 구성된, 실로 오랜만에 보는 문서형 여행 정보책인 셈이다. 이쯤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북미 지역에 갈 일이라곤 없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 이런 책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책에 대한 실망은 아마 잘못된 책제목에서 기인한 기대치에 비례한 듯싶다. 물론 이책의 제목은 원서의 『The 100 Vacations to Enrich Your Life』를 그대로 옮긴 것이고, 현지에서는 적절한 타이틀이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책 속의 추천지를 찾아갈 수 있는 북미인들과 달리 바다 건너 먼 곳에 사는 우리들은 입장이 또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이책이 전하는 여행 ‘장소’보다 ‘방법’에 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이책의 제목 또한 멋진 여행 장소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100대 여행지’라는 제목보다는 테마 여행을 강조하는 ‘100가지 여행법’ 같은 류의 제목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더라면 애초에 독자들이 혼동하는 일도 적을 테고.

그러나 모든 책은 자기만의 효용성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책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책에서 예술 여행, 자원봉사 여행,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웰빙 여행이라는 4가지의 테마를 기본으로 다양한 여행 방법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한다. 비록 저자가 추천하는 테마여행지를 직접 찾아가 경험할 수는 없더라도 여행 테마는 가져올 수 있다. 여행의 ‘어디서’ 보다 ‘어떻게’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꼭 ‘페이퍼&북 인텐시브’에 가지 않아도 주변의 북아트 공방을 찾아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고, 동계 올림픽 개최지가 아니더라도 스키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자신만의 여행 테마만 잡는다면 장소는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뒤지다 보면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또다른 나를 만날 색다른 여행법 몇 가지 정도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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