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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 The housemai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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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녀 │ 임상수 감독 │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 서우, 박지영 │ 2010.05.13



2010년 상반기 개봉작 중 가장 큰 기대와 화제를 모았던 영화는 단연 《하녀》가 아닐까 싶다.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칸의 여왕’ 전도연의 출산 후 3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며 故 김기영 감독의 걸작 《하녀》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끄집어내는 문제적 감독 임상수 감독의 연출작이자 그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강도 높은 노출씬에 대한 궁금증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 《하녀》는 그 모습을 공개하기까지 호기심을 부추겼다. 그와 함께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와 함께 칸 영화제 경쟁부분 진출이라는 낭보는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욱 증폭시켰다. 



나 역시 그런 기대로 말미암아 개봉 첫주에 부랴부랴 영화관을 찾았다. 나를 영화관으로 부른 건 화제성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그것보다도 전도연과 전도연과 임상수라는 배우와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전도연의 영화는 데뷔작 《접속》부터 《하녀》까지 대부분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만났고 모든 영화를 빠지지 않고 챙겨봤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가 좋았다. 행여 영화는 그냥 그렇더라도 그녀의 연기는 늘 빛났다. 어떤 역을 맡든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그녀는 늘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배우 전도연에 대한 믿음은 그녀의 연기와 작품들을 바탕으로 커져갔다. 그렇기에 전도연이 출연하는 영화가 궁금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임상수 감독과의 첫 인연은 《바람난 가족》으로 시작됐다. 《오아시스》에서 반했던 문소리가 출연한다기에 봤던 영화지만 온가족이 바람난 콩가루 집안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황석영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오래된 정원》을 본 뒤론 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원작소설 만큼이나 영화도 좋았다. 반면 많은 화제를 낳았던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오랜 기간 법정다툼 끝에 영화의 앞부분이 암흑으로 뒤덮였다는 문제작 《그때 그 사람들》은 아직 보질 못했다. 그러고보니 《하녀》는 그와의 세 번째 만남이다. 이번에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쁘진 않았다. 점점 임상수 스타일에 빠져들 듯하다. 



영화 개봉 전 만난 대부분의 신문기사에는 영화 《하녀》를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간 한 여자가 주인집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벌어지는 파격적 스토리를 그린 에로틱 스릴러’라고 소개하고 있다. 허나 영화는 예고편이나 스틸컷만큼 그렇게까지 에로틱하진 않다. 노출 장면이 적지는 않지만 그 강도가 그리 쎄진 않다. 워낙 개봉전 노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상대적으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한 김기영 감독의 원작처럼 이 영화 또한 스릴러일 거라고 기대했었으나 스릴러라고 하기엔 극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파격적 또는 황당한 결말 또한 스릴러라고 부르기엔 다소 애매함을 느끼게 해준다. 스릴러라기보다는 오히려 블랙코미디에 가깝지 않나 싶다. 즉, 노출이나 반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면 그만큼 실망하기 딱 좋다는 이야기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이지만,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간 주인공이 주인집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어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기본적인 골격 이외에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할 수 있단다. 시대가 바뀐 만큼 주인공들의 나이나 직업, 주변 상황들이 확연히 달라졌다. 영화 속 모든 일을 꿰뚫어보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해주며 중간중간 웃음을 전해주는 캐릭터인 늙은 하녀 병식 또한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라고. 물론 결말도 다르다. 그럼에도 《하녀》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故 김기영 감독의 원작 《하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하녀》 속에 기억되는 장면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다큐 같던 오프닝과 블랙 코미디 같던 묘한 엔딩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밤거리에서 투신 자살하는 한 여자를 보여주는 영화의 오프닝은 주인공 은이가 속해 있는 현실과 사람들의 무관심 등을 보여주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복선을 깔아둔다. 일하던 식당을 그만두고 은이가 하녀로 일할 대저택에 들어서는 순간, 그동안 그녀가 살았던 현실의 풍경은 사라지고 대신 제한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인 대저택에서 극화된 상황들이 펼쳐진다. 다큐에서 연극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버림받고 상처받은 은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를 감행하는 충격적 또는 황당한 반전 뒤 끝을 알리는 엔딩 크레딧 직전에 등장하는 짧은 엔딩씬은 영화의 결말보다 더 기묘하다. 영화의 충격(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반전 못지 않게 그들이 등장하는 엔딩씬은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에 충분했다. 나 또한 영화를 보고 나오며 같이 본 친구와 그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을 정도니 말이다. 갖가지 추측과 짐작이 난무하던 그 의문은 칸을 찾은 임상수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됐다. 하지만 조롱이 아닌 트라우마를 표현했다는 감독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향한 감곧의 냉소 어린 시선이 여전히 느껴지는 건 나뿐일런지. 



임상수 감독은 대가의 작품을 리메이크 하면서도 특유의 자기 스타일을 고수한다. 원작을 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원작에 대한 정보가 거의 백지에 가까운 상태로 영화를 본 나는 그런 임상수 스타일이 나쁘지 않았다. 감독과 미술팀이 특별히 공들였다는 대저택의 사치스러운 상류층의 모습은 영화의 때깔을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영화는 은이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 관객의 공감을 넓게 형성하지는 못한 듯하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힘도 없고 백도 없는 하녀인 은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정작 은이 자신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관객은 은이의 선택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한다. 다소 늘어지는 전개와 결말에 관한 설득력의 부족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허나 배우들의 연기 만큼은 최고였다. 상류층 대저택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주인집 부부와 하녀라는 정해진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다 보니 영화 《하녀》는 배우들의 연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전도연은 몸을 던지는 연기로 그녀가 왜 ‘칸의 여왕’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전도연이 있기에 영화 《하녀》가 이만큼의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영화 《하녀》는 전도연에 의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는 늙은 하녀 병식 역의 윤여정 또한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준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으로 중견 배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그녀는 뼛속까지 하녀 근성에 젖은 속물 병식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서우 또한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지켜낸다. 《미쓰 홍당무》, 《파주》의 가능성을 가진 신인 배우에서 어느덧 배우 서우로서의 자리를 잡아가는 그녀가 대견하다.

영화 속 유일한 청일점인 이정재는 그간의 댄디한 이미지를 벗고 친절하면서도 비열한 주인집 남자를 연기하며 과감한 노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전도연보다 이정재 노출이 더 과감한 듯 느껴지기도). 첫만남에서 세 명의 여배우들의 기에 눌려 체했다는 농담을 한 그는 상대적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극의 핵심을 이끄는 인물인 훈을 매끄럽게 연기했다. 제작발표회나 포스터 상으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또 한 명의 여인 박지영은 후반부에 등장해 속물의 전형이자 사건을 만드는 주요 인물인 해라 엄마를 멋지게 소화했다. 그외 《바람난 가족》으로 임상수 감독과 인연을 맺은 문소리가 산부인과 의사로 깜짝 출연해 즐거움을 주기도 했고,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황정민이 은이(전도연)의 친구로 등장해 반가웠다.  



임상수 감독은 영화 《하녀》 속 인물들을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영화 속에는 하녀인 은이와 주인 부부인 훈과 해라, 해라의 엄마, 그리고 늙은 하녀 병식은 은이와 훈과의 관계를 시작으로 서로 얽히고 설키며 각자의 입장에 따라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난한 은이는 돈이라는 권력을 등에 업은 주인집 사람들에게 짓밟히며 상처받고, 모든 것을 가진 주인집 사람들인 훈과 해라, 해라 엄마는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욕망의 노예로 살아간다. 그들의 모습에서 빈부 격차로 인한 현대판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관계, 물질적인 부가 만들어낸 권력에 의해 무너지는 인권, 누구나에게 있는 인간 본연의 속물 근성 또는 하녀 근성 등을 곱씹게 한다. 

쉬운 영화도 완전히 공감되는 영화도 아니었지만, 생각지 못했던 엔딩에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서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때깔 좋은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터질 듯 말듯 팽팽한 기가 서로 맞닿으며 긴장감을 유발하던 배우들의 열연과 찬찬히 곱씹을수록 하나둘 떠오르는 영화 속 메시지들과 잔상들이 나름 괜찮은 영화였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결말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 만큼 공감하지 못함은 다소 아쉽지만, 배우들의 호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



참, 이번 칸영화제에서도 많은 기대를 모았던 영화 《하녀》는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시》로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과 《하하하》로 비경쟁부분 대상을 차지한 홍상수 감독에게처럼 수상 축하의 박수를 보내지는 못하지만,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칸 영화제의 경쟁부분에 초청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배우 전도연의 다음 작품을 살며시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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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 (2DISC)
신정원 감독, 엄태웅 외 출연 / 프리지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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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 │ 신정원 감독 │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박혁권 │ 액션, 어드벤처 │ 2009.07.15 


리뷰 날짜와는 상관없이 <차우>를 본 건 개봉날이었다. 식인 멧돼지가 나오는 괴수 영화라는 점, 그리고 평소 좋아하는 배우인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등이 출연한다는 점 외에는 아는 것 하나 없이 영화관을 찾았다. 사실 엄태웅과 정유미가 출연한 영화라는 점이 내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주변으로 점점 더 많은 피를 뿌리며 잘근잘근 씹어대는 멧돼지의 리얼한 소리란! 으~ 정말이지 그 소리만 들어도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공포영화도 잘 안 보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혼자 괴수영화를 보러 온 거냐며 부르르 몸을 떨며 한참을 구시렁댔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전체에서, 멧돼지가 바로 뒤통수까지 쫓아오던 추격전보다, 영화 초반에 영화관을 가득 채우던 그 씹는 소리가 가장 공포스러웠다. 

그렇게 조금은 힘을 준 첫 장면이 지나면 살인사건 수사가 진행중인 한가한 시골마을과 음주단속을 하느라 정신없는 서울의 풍경이 교차된다. 장난삼아 '아무데나'라고 써넣었던 것이 발단이 되어 김 순경은 서울에서 시골로 발령이 나고, 치매 걸린 엄마와 만삭인 아내와 함께 작은 시골 마을에 도착한다. 주변 사람들은 한가한 시골 경찰서에 가서 시간이나 죽이라며 위로 아닌 위롤 하지만, 김 순경이 도착할 때쯤 원인불명의 연이은 살인사건으로 마을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그 사건으로 손녀를 잃은 천 포수는 마을 사람들에게 범인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 그것도 거대한 짐승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마을의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른 주말농장이 수확철에 접어들면서 도시 사람들이 물 밀듯 밀려온다. 그로인해 조용한 시골 마을 전체가 들썩일 때 어디선가 나타난 엄청난 크기의 멧돼지로 사고가 발생하고 농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마을의 유지인 농장 주인은 유명한 백 포수를 기용해 거대 멧돼지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암컷을 잃은 수컷이 곧 마을로 내려올 거라던 천 포수의 경고는 얼마 후 그대로 재현된다. 손녀의 원수를 갚고 멧돼지의 위험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는 천 포수와 한때 그의 제자였던 백 포수, 마을의 살인사건을 맡았던 신 형사와 논문을 위해 그들에게 끼어든 동물생태연구가가 추격대를 이루고,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으려는 김 순경이 거기에 합류하면서 그들의 아슬아슬한 모험이 시작된다.



<차우>의 가장 큰 볼거리는 아무래도 제목처럼 거대 식인 멧돼지일 것이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덩치에서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변종 식인 멧돼지는 영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영화 속의 사람들과 그것을 보는 관객들을 공포로 밀어넣는다. 식인 멧돼지 CG는 <퍼펙트 스톰>, <투모로우> 등에서 CG를 작업했던 한스 울릭의 작품이란다. 멧돼지의 무시무시한 생김새나 한올한올 생생하게 움직이는 털들, 자연스런 움직임은 꽤나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대 멧돼지가 혼자 나오는 장면과 달리 한 화면에 사람이 겹쳐지면 아무래도 CG티가 좀 난다. 몇몇 장면들은 너무 확연히 보일 정도라 아쉬웠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볼 때 괴수 식인 멧돼지의 모습은 비교적 무난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알았는데, 멧돼지를 잡기 위해 추격대가 들어간 삼매리의 숲속 풍경은 미국 로케이션이란다. 고즈넉하고 신비스러운 산속 풍경이 조금 이국적이다 싶긴 했지만 그곳이 미국의 숲속일 줄이야! 숲속 장면을 굳이 해외 로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은 둘째치고 영화 화면상 그렇게 돈들인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나중에 기사를 보니 국내 숲은 산세가 험해 영화 촬영이 쉽지 않는데 반해 미국은 촬영 시스템이 갖춰진 숲이 있고, 식인 멧돼지 CG와 후반작업을 미국에서 바로 할 수 있어 오히려 제작비를 절약할 수 있었단다. 경제적인 논리로는 그게 더 합리적이라고 하니 할말은 없지만, 그럼에도 이국적인 숲속 풍경은 영화의 주무대인 시골 마을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남긴다.

더불어 빈약한 스토리도 아쉬움이 남는다. 스케일이 큰 영화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부실한 드라마는 <차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다행히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특히 강력한 포스를 뿜으며 중심을 잡아주는 장항선의 관록있는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난다. 엄태웅과 정유미, 박혁권 등의 연기도 괜찮았다. 여러 영화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윤제문 또한 독해 보이면서도 어눌하고 순진한 백 포수를 잘 표현해냈다. 다만 연기가 좋았음에도 전체적인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같은 해 개봉한 영화 <그림자 살인>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우>는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이자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줄 괴수 영화다.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멧돼지와 인간의 추격전은 충분히 재미있다. 아무리 빠른 동물도 늘 도망가는 인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영화의 평범한 진리(?)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새끼를 되찾기 위해 전속력으로 겁나게 뛰는 거대 멧돼지도 발바닥에 불나도록 달리는 인간들보다는 역시나(?) 한 수 아래다. 덕분에 그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관객들에게 영화의 재미를 선사하지만 말이다.

영화는 멧돼지로 조성된 공포감을 영화 곳곳의 가벼운 웃음들로 상쇄시키며 호흡의 완급을 조절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유머들이 무척 썰렁했다. 분명 웃기려는 의도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걸 보며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하다 실없는 웃음을 날리게 되는 그런 썰렁 유머들이 자주 보인다. 웃음 포인트도 조금 독특하고.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포효하는 식인 멧돼지에게 쫓기는 숨가쁜 질주에 긴장하고 중간중간 보여주는 썰렁 유머에 얼어붙느라 한여름의 무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본 뒤 포털의 한줄 감상평들을 보니, 헉, 죄다 정말 웃겼단다. 정녕 이 영화의 유머가 썰렁하다고, 가끔은 촌스럽고 민망하기도 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나 뿐이었을까. 순간 내 유머 코드가 그렇게 특이한가 살짝 고민에 빠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요한 건 나는 그랬다는 거다. 사람마다 웃음 코드가 다르고 포인트가 다르니 어쩌랴. 영화 정보 찾다가 알았는데, <차우>의 신정원 감독 전작이 영화 <시실리 2km>란다. 공포물은 거의 안 보는 터라 그것도 보질 않았는데, 웃음 코드가 조금 독특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전작을 봤더라면 이 영화의 유머 코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어쨌거나 나는 영화 속의 유머가 못내 아쉬웠다.



영화 <차우>는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낸 변종 식인 멧돼지라는 괴물이 다시 인간을 습격하는 참극을 통해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위험까지 무릅쓰는 식인 멧돼지의 강한 부성애를 통해 그것이 인간에게는 괴물일지 몰라도 생명을 가진 존재이자 자식을 지키려는 부모의 마음은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식인 멧돼지의 마지막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생각해 보면 멧돼지의 습격은 그저 살아 남으려는 지극히 본능적인 몸부림일 뿐이다. 괴물로 치부되는 식인 멧돼지 또한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만들어낸 피해자인 셈이다. 

홍보 자료의 소개처럼 웰메이드 영화는 아니지만, 다소 성긴 구성과 썰렁한 유머와 가끔씩 티나는 CG가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차우>는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와 그 자체로 공포 포스를 내뿜는 식인 멧돼지 캐릭터와 결과를 빤히 알아도 괜히 긴장하게 되는 추격전이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대체로 썰렁하나 가끔은 진짜 웃기는 장면들도 있고.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다면 지루한 오후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무난할 듯하다. 참고로 영화 제목인 '차우(chaw)'는 강원도 사투리로는 '덫', 영어 속어로는 '(잘근잘근) 씹다'라는 뜻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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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존 - Green Zon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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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러 영화관을 찾았다가 《그린존》의 예고편을 보게 됐다. 맷 데이먼이 출연했던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가 개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그의 영화가? 하며 스크린을 살피다 순간 와! 하고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바로 《본 얼티메이텀》의 제작진이 뭉친 영화라는 자막 때문이었다. 본 시리즈! 오오~ 액션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감탄한 적이 얼마만이었던가! 영화 '본' 시리즈의 제작진과 맷 데이먼이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린존》은 봐야할 이유가 충분한 영화였다. 그래서 개봉날 바로 영화관을 달려갔다. (개봉날 영화 보고 영화 내릴 때쯤 리뷰 쓰는 게 나의 숨은 특기;;) 

2003년 미국은 이라크가 보유중인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공식적인) 명목 하에 이라크를 침공,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다. 미 육군 준위 로이 밀러는 이라크 내에 숨겨진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바그다드로 급파되어 긴박한 작전을 펼치지만 매번 허탕만 친다. 익명의 정보원이 제공했다는 비밀 정보를 따라 지역을 급습하나 무기는커녕 비둘기똥만 가득한 오래된 폐공장이거나 먼지만 폴폴 날리는 빈 공터가 나오기 말이다. 연이은 작전 실패에 밀러는 정보의 신빙성에 의문을 품게 되고, 비밀 정보원에 대해 의의를 제기하지만 상부에 의해 묵살된다. 

CIA의 글리슨 국장과 만나면서 밀러는 정보의 신빙성에서 정부가 전쟁의 목적으로 공표했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참여한 전쟁이 세계 평화 유지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는 데 충격을 받은 밀러는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또다시 명령을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한 이라크 시민에 의해 멀지 않은 곳에 후세인 세력의 최측근 핵심 인사들의 모임 제보를 받고 현장을 덮친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고, 그로 인해 믿고 싶지 않았던 전쟁의 추악한 진실과 마주서게 된다. 대량살상무기의 진실을 숨기려는 정부 세력과 세계 평화 뒤에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려는 밀러의 싸움이 팽팽하게 진행된다. 

세계의 전쟁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의 공식적인 명분 뒤에는 대게 은밀한 진짜 이유가 따로 숨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책을 통해 만나는 과거의 전쟁들 뿐만 지금 우리 시대에 경험하는 전쟁에서도 역시나 유효하다. 세계를 위협하는 이라크 내의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미국과 연합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 그러나 이 전쟁이 '세계 평화 유지'라는 그럴듯한 대의 때문이 아니라 이라크가 보유중인 석유 자원의 이권 전쟁이었다는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전쟁에 승리한 후 미국의 요구를 착실하게 수행할 친미파 인사에게 이라크 정권을 승계하는 과정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인류가 벌이는 전쟁 뒤에 감춰진 더러운 진실을 고발하는 영화 《그린존》에서도 이런 일들은 그대로 재현된다. 정부가 내건 전쟁의 이유였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대신 그에 대한 의혹만이 커질 뿐이다. 진실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밀러에게 전쟁을 둘러싼 은밀한 음모가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목숨을 건 추적 끝에 알게 된 진실은 허망하다.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알리기도 전에 미국은 재빨리 전쟁의 승리를 선포하고 진실 은폐에 돌입한다. 그리고 친미파 인사를 내세워 미국의 입맛에 맞는 정권을 수립한다.

외세에 의해 전쟁이 종결되고 오랫동안 이라크를 떠나 있던 자가 민주주의를 외치며 미국의 힘을 등에 업고 돌아와 정권을 장악하고 친미 정부를 수립하는, 영화 후반부에 짧게 거론되는 그 과정들이 마치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을 되돌려 보는 것 같았다. 그들도 우리가 겪어야 했던 숱한 시행착오를 거칠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답답해졌다. 또한 영화 중반에는 미군 안전지대이자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그린존' 내의 화려한 생활과 미군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이라크 국민의 궁핍한 상황이 함께 교차된다. 실내 수영장에서 물놀이와 사막의 태양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그린존 내 미국인들과 수영은커녕 먹을 물조차 없어 폭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이라크인들의 모습은 이라크 전쟁의 속살을 그대로 주는 듯해 기분이 씁쓸했다.  

호흡이 곤란해질 정도의 현기증 나는 속도감과 짜릿함,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실감나는 리얼한 액션, 화려한 볼거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연기로 연신 감탄사를 내뱉게 했던 《본 얼티메이텀》. 비록 절정의 재미를 안겨준 액션영화 《본 얼티메이텀》을 능가하진 못했지만, 《그린존》은 나름대로 장점을 가진 영화다. '본' 시리즈의 그들이 다시 뭉친 작품답게 긴장감 감도는 전개와 빠른 호흡, 대규모 총격전이나 육탄전이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은 물론 전쟁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치는 정치적인 면모까지 놓치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얼마전 개봉한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에서 감동을 선사했던 맷 데이먼은 《그린존》을 통해 탄탄한 근육질의 직사각형 각진 몸매를 과시하며 내면 연기는 물론 최고의 액션 배우임을 증명해 보인다.

《그린존》은 전쟁 영화의 볼거리와 긴장감, 정치 영화의 고발자적 시선을 적절히 아우르며 이라크 전쟁을 다루었으나 상업영화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며 두 시간을 충분히 즐겁게 채워나간다. 다만 현실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만큼 비교적 결과가 예측 가능하고, 이라크 국민의 시선을 대변하고자 했던 시민 제보자 프레디의 마지막 활약은 (이해는 되지만) 다소 튀는 느낌이 드는 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전쟁의 진실이 밝혀진 후 그것을 알리려는 밀러의 용기있는 행동은, 다소 미미한 듯하지만 권력의 힘에 굴복하지 않는 시대의 양심이라는 희망의 메시지 같아 나쁘지는 않았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멋진 배우 맷 데이먼과 함께 전쟁 이면의 또다른 진실에 대해 잠시라도 떠올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듯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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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 A Little Po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999년 AP 통신 기자들을 통해 50여 년간 은폐되었던 진상이 세상에 밝혀졌던 '노근리 사건'.

1950년 7월 한국전쟁 당시 전쟁을 피해 남하하던 피란민 3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20세기 최대 민간인 학살 사건 중 하나인 ‘노근리 사건’을 최초로 영화화한 
영화 《작은 연못》이 조만간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한국전쟁 초인 1950년 7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는
충북 산골마을인 대문바윗골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미군들이 들이닥치면서 조용했던 마을엔 소개령이 내려지지요.
순박한 마을 주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미군의 강압적인 명령에 의해 피난길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피란민 사이에 민간으로 위장한 적군이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믿은 미국은
'Kill them all'이라는 전원 사살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미군이 지켜줄 거라는 믿고서 피난길을 나섰던 마을 사람들은
무차별한 공중폭격과 병사들의 사격을 받은 채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갑니다.




노근리 철길과 인근 터널에 3일간 떨어진 총알의 개수는 무려 12만개. 
500명에 달하던 피란민들 중 생존자는 불과 25명.
이 숫자만으로도 그날의 참상이 대충 짐작이 될 정도라지요.


한국전쟁 중 충북 영동군 노근리의 철교 밑 터널에서 미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노근리 사건'이랍니다.











노근리 사건은 1999년 AP 통신에 의해 처음으로 보도되었고,
2002년 영국 BBC 방송사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요.

노근리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AP통신 기자 3명 - 최상훈, 찰스 J핸리, 마샤 멘도자는 
2000년 퓰리처상 탐사보도부분을 수상했답니다.
그리고 최상훈 기자는 한국인 국적자 최초의 퓰리처 상 수상자가 되었답니다.


영화 《작은 연못》은 
노근리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AP통신 기자 3명이 쓴 『노근리 다리((The Bridge At No-Gun-Ri)』와
생존 피란민 정은용 씨(89)의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노근리 다리
최상훈,마사 멘도자, 찰스 핸리 지음/ 남원준 옮김/잉걸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
정은용 지음/다리미디어








영화 제작기간 8년, 142명의 배우와 229명의 스태프들이 노 개런티로 참여, CG 무료 제작.



영화 《작은 연못》은 기획부터 제작, 개봉 배급까지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길을 걷고 있는데요. 
이는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의 내용상 제작과 배급에 필요한 투자 유치가 힘들었기 때문이죠.
영화 제작기간이 무려 8년이나 되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랍니다.

보통의 투자를 통한 제작이 힘들어지자 제작사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고,
영화의 취지에 공감한 142명의 배우와 229명의 스태프 들의 노 개런티로 참여와 
CG업체인 모팩스튜디오의 무료 CG 제작 등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전쟁 영화인 《작은 연못》이 10억이란 저예산으로 제작될 수 있었던 건,
그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영화를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영화를 위한 영화인들의 이런 자발적인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참고로 신문 기사를 보니 최소 예산이 40억이었다고 하더군요.

또한 제작이 완료되고도 배급이 여의치 않아 개봉을 하지 못하다가
최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을 통한 새로운 배급 방법을 모색하고 있답니다.
'필름구매 캠페인'는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할게요. :)







수많은 얼굴들이 담겨있는 포스터처럼 《작은 연못》에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답니다.
문성근, 강신일, 이대연, 김뢰하, 전혜진, 민복기, 신명철 그리고 이젠 고인이 된 故 박광정은 물론
특별출연한 송강호, 문소리, 박원상, 유해진 등도 영화에 얼굴을 내밀고 있어요.

《작은 연못》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마을주민 50명이 모두 주인공이랍니다.
이상우 감독은 전쟁의 비극을 감당해야 했던 그들 모두를 잔잔히 담아내고,
배우들은 비중에 상관없이 훌륭한 연기로 감동을 자아냅니다.






노 개런티 참여인 만큼 배우들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촬영에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최근 무대인사나 인터뷰 등을 통해 영화 홍보에 적극 앞장서고 계신 문성근 님이 노컷뉴스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
당시 『밀양』을 찍던 이창동 감독의 섭외 요청으로 이성민 님을 쌍굴이 아닌 철길에서 죽은 걸로 처리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스케줄) 바쁜 배우는 일찍 죽였다'라는 재치있는 말씀을 하셨더라구요. 

또 다른 기사에서는 영화 촬영현장에서는 딱 한 번 다녀간 송강호 같은 배우를 왕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 자신은 노예로 불렸다는 농담도 웃으며 하셨더라구요. 
출연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영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씀이셨어요.


그런데 송강호 님은 짧은 출연분량에도 불구하고 영화 예고편에 가장 먼저 이름이 등장한다능~
충무로 티켓파워 1위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 (문소리 님 이름은 두 번째)





더불어 《작은 연못》은 배우 故 박광정 님의 유작이기도 하답니다.
이제는 더이상 그의 개성있는 연기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이 영화에서 그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답니다.







《작은 연못》의 소재가 된 '노근리 사건'의 특성상 영화는 반미 논쟁을 완전히 피해가긴 힘들 듯합니다만, 
감독과 배우들의 이야기처럼 《작은 연못》은 반미보다는 반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야기랍니다.

문성근 님은 "본질은 정치 체제간의 충돌 속에 민간인이 영문도 모른채 죽어갔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체 작품에서 보이는 작가 관점은 평화"라며 "이 작품의 방점은 어떤 전쟁도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죠.
또한 이상우 감독은 "절대적 객관은 없다. 또 작업하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객관, 주관을 떠나 시대양심, 또는 시대정의가 우선시됐고, 이런 관점이 있다는 것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더군요.




위의 인터뷰처럼 《작은 연못》에서는 누가 죽였나보다는
전쟁으로 인해 이유없이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참혹했던 전쟁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조용히 반전을, 평화를 이야기합니다.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이 전해주는 삶의 희망을 껴안으며 말이지요. 
 













앞서 얘기했듯 영화 《작은 연못》은 내용의 특성상 제작 뿐만 아니라 배급에도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것이 바로 '필름구매 캠페인'이랍니다.
영화 시사회 현장에 가면 여기저기 비치된 '필름구매 캠페인' 상자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상영관 마련과 함께 그 수만큼의 상영 필름을 마련해야 한답니다.
그런데 필름 1벌을 프린트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대기업이 투자하는 대형 영화야 개봉관 확보를 위해 그정도는 별 것 아니겠지만,
《작은 연못》처럼 저예산 영화의 제작사가 감당하기엔 벅찬 게 현실이죠.

그래서 시민들이 참여로 영화 상영 기회를 늘이자는 게 '필름구매 캠페인'의 취지랍니다. 
한 사람이 1만원씩, 100명이 모이면 필름 1벌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해요. 
100명의 필름 구매자 이름은 그들이 구매한 필름에 새겨져 영화 시작과 함께 스크린에 노출이 되고,
내가 구매한 필름이 어느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지도 영화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해요.




무엇보다 시민들이 직접 영화의 배급에 참여한다는 점과
십시일반의 작은 손길이 모여 영화 상영의 기회를 보탠다는 점이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캠페인 시작 나흘만에 1,000명을 돌파했다고 하네요.
필름구매 캠페인은 시사회 현장은 물론 《작은 연못》 홈페이지에서도 참여할 수 있답니다.


이런 뜻깊은 영화가 상업적인 논리에 밀려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랍니다.

저도 이글 다 쓰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온라인 필름구매에 동참하려구요.
여러분도 함께 해보아요~! ^ㅅ^


☞ 《작은 연못》 홈페이지 바로가기 (홈피 하단의 '구매 캠페인' 클릭) 












지난 3월 중순 영화 《작은 연못》의 최초 시사회가 있었어요. 
그뒤 울산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서울에서는 시민단체 주최의 시사회가 열였고,
어제 4월 2일에는 영화계 최초로 트위터 시사회가 있었답니다.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작은 연못》의 트위터 시사회는 
영화에 공감한 트위터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영화사에 시사회를 제안ㆍ진행해 더욱 화제가 되었다는데요.
특별히 시사회장에 무선인터넷을 제공해 영화 관람 후 감독, 배우, 제작자와 관객이
트위터에 감상평과 질문, 대답을 실시간으로 올리고 그것을 스크린으로 상영해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은 물론 트위터 유저도 아니지만 독특하고 재미있었을 시사회장의 풍경이 무척 부러웠다죠!!
(더구나 문소리님이 참여하셨다고 하더라구요!! *ㅂ*)



우여곡절 끝에 잡은 《작은 연못》의 개봉일은 4월 15일이랍니다.
하지만 개봉 전 먼저 영화를 만나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작은 연못》 홈페이지에서
여러 시사회 이벤트를 진행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참여해 보세요.
4월 8일에도 일반인 시사회가 있다고 하네요. :)



 ☞ 《작은 연못》 시사회 신청하러 가기

더불어 4월 25일까지 홈페이지 게시판에 100자 영화평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배우들의 사인이 있는 영화 포스터를 준다고 해요.
오오, 저는 소리 언냐의 사인이 젤루 탐난다능!! 흐흐,


더불어 그동안 숨겨졌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는 이 영화를 
개봉과 함께 많은 분들이 보시고 평화의 소중함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 초청작이기도 한 영화 《작은 연못》은
 '노근리 사건'을 전면으로 다룬 최초의 영화이자 
또한 전쟁의 비극을 군인이 아닌 민간인의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랍니다.


노근리 사건이 일어난지 60년, 진상이 밝혀진지 10년이 되었건만
아직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 연못》 개봉을 계기로 '노근리 사건'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더불어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도 하루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구요.



여러 사람들의 의미있는 노력들으로 만들어진 값진 영화인 만큼 
《작은 연못》이 많은 이들과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

또다시 노근리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 《작은 연못》 홈페이지 - http://www.alittlepond2010.co.kr 
 +《작은 연못》 블로그 - http://blog.naver.com/alittlep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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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 Closer to Heave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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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다 <내 사랑 내 곁에>를 어제 보러 갔다. 엄마랑 함께 손잡고. <애자> 이후 엄마랑 두 번째 영화관 나들이인데, 이젠 영화관 가자고 하면 엄마 반응이 아주 호의적이 됐다. <애자>를 꽤 재미있게 보신 덕분이리라. 이번에 엄말아 볼 영화로는 김명민의 열연이 기대되는 <내 사랑 내 곁에>를 골랐다. 명민좌로 불리며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여 온 김명민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인 20kg을 감량하며 연기 투혼을 불살랐다는 영화라 더욱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명민의 연기는 역시나 멋졌으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좀, 그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그 탓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배우들은 차치하고 박진표라는 감독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생각할 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영화가 그의 전작이자 대중적 지지도를 높여주었던 영화 <너는 내 운명>에 대한 느낌이 겹쳐져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는 내 운명>과 <내 사랑 내 곁에>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 또한 많이 닮았다.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녀 또는 그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연인이 나온다. 닭살 돋는 애정씬이 등장하는 전반부가 지나면 후반부에서는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불치병이라는 장애에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 감동의 크기는 꽤나 다르게 다가왔다.

매작품마다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던 김명민이지만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기 때문인지 사랑에 빠져 닭살 멘트를 날리는 발랄한 청춘의 모습이 솔직히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무겁고 진지한 그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나의 편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광대뼈가 움푹 패이고 갈비뼈가 드러나는 말라가는 김명민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할말을 잃었다. 살이 너무 빠져 연기를 하는 동안에도 탈진해 의식을 잃기를 반복했다는 인터뷰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되살아나며 경이감마저 들었다. 그는 역시 명민좌였던 것이다. 움직이지 못한 채 말라가는 몸과 눈만으로 대화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릿해졌다.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지만 의식만은 선명해 천형과 같다고 말하는 루게릭 병. 영화 속 모습이 비록 한 단면만을 보여줄지라도 그병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볼에 앉아 피를 빠는 모기 한 마리조차 날려보내지 못하는 장면은 무력해진 육신으로 인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충분히 전달해 준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엄마랑 몸을 떨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김명민의 살인적인 감량과 연기 투혼으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은 하지원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 얼마전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스타 파워를 유지하고 있는 하지원에 대한 존중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하지원은 그만의 몫을 충분히 해낸다. 닭살 멘트와 애교를 유감없이 발휘해 관객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김명민에게 맞춰져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하지원의 연기는 영화 속에서 충분히 빛나는 듯하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라고는 기껏해야 <너는 내 운명> 밖에 못 봤지만 그때의 감동이 너무 컸기에 <내 사랑 내 곁에>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사랑 내 곁에>는 <너는 내 운명>처럼 눈물이 나지도 않고 가슴을 울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쉽다. 차라리 관객이 펑펑 울게 만들었다면 이 아쉬움이 덜해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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