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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의 패션 바이블 The Fashion Bible
이혜영 지음 / 살림Life / 2009년 10월
평점 :
- 이혜영의 패션 바이블 │ 이혜영 │ 살림라이프 │ 2009.10
배우 이혜영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따로 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잘 빠진 다리, 날씬한 몸매, 요즘 승승장구하고 있는 의류 브랜드 CEO 등 여러 이미지가 있겠지만, 그녀를 대표하는 표현으로 ‘패셔니스트’ 또는 ‘패션아이콘’만큼 적합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지금의 그녀를 가장 잘 나타내면서 앞서 말한 모든 이미지들의 총집합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그녀였기에 사실 미용에 관한 책인 『이혜영의 뷰티 바이블』이 나왔을 때 조금 의아했다. 메이크업이 필수인 여자 연예인들이 뷰티 관련 책을 내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패셔니스트 이혜영이라면 당연히 미용보다는 패션에 관한 책을 내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의 첫 책 『뷰티 바이블』은 나름 흥행에는 성공한 듯하다. 그쪽 분야에서 쌓은 그녀의 유명세와 신뢰가 가장 큰 힘을 발휘했겠지만, 때마침 방영되어 최고의 인기를 누린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보여준 녹슬지 않은 뷰티 감각의 수혜를 적잖게 입은 듯하다.
그리고 연이어 『이혜영의 패션 바이블』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패션 아이콘 이혜영의 이미지와 딱 드러맞는 패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백만불짜리 다리라는 애칭이 붙은 그녀의 늘신한 다리를 한껏 드러내 패셔니스트의 면모를 한껏 드러낸 표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두툼한 장갑이나 포즈가 남달라 처음에 책표지를 얼핏보고는 무슨 권투 선수의 준비자세인 줄 알았다. 사실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크헉.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책표지 사진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스타일리쉬한 사진들도 많을 텐데 말이다. 얼마전부터는 『이혜영의 스타일 바이블』이란 책도 눈에 띄길래 그세 또다른 책이 나왔나 했더니만, 앞서 나온 두 권을 묶은 패키지 구성이란다. 패키지 세트에 새로운 표지와 제목을 부여해 별개의 책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마케팅의 힘이란! 개인적으로는 『패션 바이블』의 제목과 표지보다 『스타일 바이블』의 그것들이 더 맘에 들었다. 제목과 표지를 완전히 바꾸는 건 어떨까 싶기도.
아무거나 걸쳐도, 특별히 신경 쓴 것 같지 않아도 속칭 ‘간지나는’ 그녀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패셔니스트라고 부른다. 이혜영 또한 그러하다. 별다를 것 없는 티셔츠 하나를 입고 있어도 남다른 자신감이 묻어난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은 입으라고 줘도 못 입을 완전 부담스런 옷들도 즐겨 입긴 하지만. 여튼 평소 패션과 그리 친하지 않은 나도 가끔은 그녀들의 패션 노하우가 궁금해지곤 한다. 배우나 모델처럼 남들에게 보여주는 직업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때와 장소에 맞춰 센스있게 갖춰입는 법이나 평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스타일을 터득해 두는 것은 나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 또한 그것이었고, 그런 점에서 이책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이혜영의 패션 바이블』은 평소 패션 감각을 뽐내던 이혜영이 자신의 패션 노하우를 담아둔 책이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우선 사람들의 체형을 크게 8개로 분류하고, 각 체형을 뜻하는 아이콘을 만들어 그에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이나 스타일 옆에 표시해 놓았다. 체형별 아이콘으로 독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패션 지식이나 정보, 추천 아이템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는 게 이책의 장점이다. 또한 저자는 티셔츠, 바지, 치마, 카디건, 재킷, 코트 등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을 고르거나 센스있게 매치시키는 법 등을 통해 패션의 기본을 다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패션을 제안한다. 이미 갖고 것들이나 저렴한 브랜드를 적절히 섞어 활용하는 법이나 때와 상황에 맞는 선택과 연출법을 알려준다. 더불어 패션의 완성시키는 소품들, 즉 가방이나 구두, 각종 액세서리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패션에 대한 실전 지식을 담은 실용서답게 본문은 각종 아이템 사진, 외국 배우들과 자신의 패션 사진들, 다양한 일러스트들이 뒤섞여 패션 잡지 같은 화려하고 현란한 편집으로 채워져 있다. 덕분에 구성이 좀 산만하지만 힐끔거리며 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패션의 최전방에 있는 헐리웃 배우들의 파파라치 사진들이 많은데, 저자는 그런 사진들을 통해 각종 아이템들의 착용과 응용, 패션 노하우 등을 분석한다. 어디에서나 그렇지만 패션은 특히 유행에 민감한 분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유행을 잘 소화하려면 탄탄한 기본기가 필요하다. 저자 또한 막연히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어디서도 200%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에 투자하길 권유한다. 그런 다음 몇 가지 가벼운 아이템을 활용해 유행을 즐기면 된다. 개인적으로 각 아이템의 기본을 다루는 첫 꼭지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패션잡지들을 읽을 때마다 줄줄이 이어지는 외래어들로 짜증이 치솟곤 했는데, 이런 고질적인 외래어 남발 문제가 이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조사 빼고는 모두 외래어'라고 타박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우리말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곳에서도 외래어들이 자리잡고 있다. 패션업계의 그런 잘못된 관행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런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자로서 조금 더 고민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의미없는 외래어 남발은 오히려 글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한다.
처음 책을 봤을 때 A4 크기의 큼직한 판형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묵직한 양장본이다. 사진 같은 시각적 이미지를 많이 담은 패션서적이니 눈이 시원한 큰 판형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실용서를 굳이 양장본으로 제작할 필요가 있을까. 덕분에 이책의 가격은 2만원을 훌쩍 넘긴다. 선뜻 사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러다보니 과연 그만큼의 비용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를 따져보게 된다. 일단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나처럼 호기심에 그저 한 번 보고 싶었던 독자라면 서점에서 먼저 만나보는 걸 권한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패션 공부를 해보고 싶거나 본격적으로 자신의 패션에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면, 그래서 곁에 두고 수시로 찾아보고 연구하겠다면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많은 이들이 생각처럼 이책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패션 실용서다. 그에 걸맞게 누구나 쉽게 부담없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연예인의 유명세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다른 책들에 비해 비교적 내용도 충실한 편이다. 그러나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할 만큼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닌 듯하다. 책값 대비 효용성은 그저 그렇다. 물론 판단은 독자 각자의 몫이다. 그냥 패션에 문외한인 내 생각은 그렇다는 얘기다.
이건 딴 얘긴데, 패션 관련 책들을 볼 때마다 세상에는 옷과 가방과 구두에 저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게 된다. 어쩌면 대부분 그 정도는 살고 있는데 나만 몰랐는지도. 물론 많은 이들이 읽는 책인 만큼 명품과 시장표를 오가며 적절한 예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안다. 그러나 책 속에 등장하는 추천 아이템인 가격표는 매번 놀랍다. 패셔니스트가 되는 길은 여러모로 쉽지가 않다.
▲ 앞장에 수록된, 이혜영과 여러 동료들과의 사진들 중에 발견한 종신 옹과의 사진!!
종신 옹의 드넓은 이마와 4:6 가르마가 눈에 팍!! 띈다. ㅋㅋ
87년이면 23년 전인가. 사진 속의 둘 다 젊긴 젊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