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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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밝혀졌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 민음사 │ 2009.03 


한 번 시작한 책은 가급적 끝을 보려고 하는 편이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덮게 된다. 먹기 싫은 음식 먹듯 안 넘어가는 책장을 억지로 훑다보면 글자는 읽었으나 내용은 전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몇 번을 고쳐 읽어도 안 될 때는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싶은 생각에 다음을 기약한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고 재미있는 책을 읽기에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그 '재미'라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또한 같은 책이라도 때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으니 그때 즐겁게 읽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간혹 책을 덮으면서도 미련이 남는 책이 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데뷔작인 『모든 것이 밝혀졌다』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예전에 읽었던 『종이로 만든 사람들』에 이어 내 취향이 실험적인 소설과는 친하기 힘들다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소설이지만 조너선 사프란 포어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가 이책에 대한 괜한 미련을 남겼다. 또한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읽다가 멈추고 다시 펼쳤다가 덮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바뀌었고, '드디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이후 오랜만에 끝까지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 승리의 희열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처음 알게 된 건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첫 책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통해서였다.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특이하지만 정말 괜찮다는 리뷰어들의 호평에 귀가 팔랑거려 책을 구입했는데 다른 책들을 먼저 읽느라 내내 책장에서 잠재우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데뷔작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왕이면 데뷔작부터 차근차근 읽어보자는 마음에 이책을 먼저 펼쳤다. 결과적으로는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거의 일 년에 걸쳐 힘들게 읽다보니 그의 다른 소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단편 소설도 한 편 만났는데, 이책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결론은 그의 상상력과 내 코드는, 슬프게도, 그리 잘 맞지 않다는 거였다.


대학생이었던 조너선은 2차 세계대전 때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구해주었던 한 여성을 찾기 위해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들고 우크라이나로 떠났지만 결국 그녀를 찾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작가의 이런 실제 여행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미국인 대학생의 이름은 작가와 같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이고, 그도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들고 할아버지의 생명의 은인을 찾아 우크라이나를 찾는다. 그리고 그의 일정을 도와줄 여행 가이드 알렉스와 운전기사인 그의 할아버지, 불청객인 그들의 개 새미 데이비드 주니어 주니어와 함께 불편한 여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이책은 작가의 경험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소설은 세 가지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어 있는 다층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조너선의 여행 가이드를 맡았던 알렉스가 들려주는 그들의 여행 이야기, 다른 하나는 알렉스가 미국으로 돌아간 조너선에게 쓰는 편지,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조너선이 할아버지의 고향 마을인 트라킴브로드에 대해 쓴 소설이다. 어설픈 가이드와 고집스런 운전사와 주책맞은 암캐와 그 모든 것이 낯선 미국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좌충우돌 그들의 여행은 알렉스의 수다스러운 글로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그의 엉터리 영어와 조너선에게 꼬리치는 새미 데이비드 주니어 주니어의 행동은 큰 웃음을 준다. 알렉스가 조너선에게 쓴 편지에서는 알렉스의 서툰 영어 실력을 보여주는 오탈자와 비문으로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극중 조너선이 쓴 트라킴브로드에 대해 쓴 소설은 세 가지 형태의 이야기 중 가장 읽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는 할아버지의 고향 마을인 트라킴브로드에 대한 전설을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허구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는데, 솔직히 그 내용들이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아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어야 했다. 그러나 다시 되돌려 읽다가도 어느새 정신이 까무룩해지기 일쑤였다. 옮긴이는 이에 대해 '허구보다 더 기막힌 현실을 환상적인 묘사를 통해 오히려 더욱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리고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동의하나, 그래도 읽는 내내 가장 괴로웠던 부분이었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책을 끝까지 읽은 건 작가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이렇게 독특하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소설을 이어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는 그 힘든 여정에 대해 어느 정도 보답이 되어 주었다. 다행이었다. 조너선과 알렉스 일행은 트라킴브로드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지만 그곳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사라져버렸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그곳에 대한 언급을 꺼려했고, 남아있는 흔적조차 거의 없었다.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철저하게 사라져 버린 걸까. 포기를 떠올릴 때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이 그들에게 힘들게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곳 사람들이 잊고 싶었고 지우고 싶었던 무거운 과거의 그 사건에 대해서.

2차 세계대전은 우크라이나의 작은 시골 마을에도 번져왔고 나치의 만행은 그곳의 유태인에게도 예외없이 행해졌다. 목숨 앞에서는 누구나 이기적이게 된다. 비겁해지기도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선을 넘기도 한다. 순박했던 트라킴브로드의 사람들 또한 그러했다. 대항할 수 없는 폭력에 의해 이유없이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할 때다. 한때 그들과 친구였고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들을 배신했고 고발했다. 수많은 유태인들이 불 속으로 끌려갔고 죽음을 맞았다. 트라킴브로드에서 나치가 죽인 것은 유태인이었지만, 그들을 배신하거나 방조한 대가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을 새겨 놓았다.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유태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조너선의 할아버지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나치의 그런 만행을 무기력하게 방조할 수 밖에 없었던 알렉스의 할아버지. 양극단에 선 그들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기에 앞서 그들은 모두 폭력으로 얼룩진 시대의 희생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길고도 미로같은 소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 아닐런지.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한순간에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렸다. 엄청난 사건이 지나간 후 급기야 그 흔적마저 사라져 버린 트라킴브로드를 통해 작가는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되살려낸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슬픔까지도 함께.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해 준 작품인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미국의 9ㆍ11 테러를 주제로 한 소설이라고 한다. 유태인 대학살이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자신만의 실험적인 방식으로 능수능란하게 펼쳐낸 데뷔작인 『모든 것이 밝혀졌다』만 보더라도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또한 만만찮은 내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어쨌거나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튀는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력과 과감한 형식에의 실험은 그의 수려한 글솜씨와 잘 어우러진다. 

독특한 상상력과 새롭고 실험적인 형식으로 씌여져 도전 정신을 한층 북돋워주는 글들을 즐기는 독자라면 이책 역시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진중한 주제 의식 또한 한결 무게를 더한다. 그러나 기존과 다른 형식에 쉬이 익숙해지지 못하거나 초현실적인 이야기들과 친하지 않다면, 무엇보다 집중력이 약해 다층 구조의 복잡한 이야기를 읽어내기 어려운 독자라면 자신의 취향이 바뀔 때까지 이책은 잠시 보류해 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려질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묵직한 메시지와 파격적인 형식은 감탄스럽지만 읽기는 꽤나 힘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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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진단서 - 요리책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 식품의 모든 것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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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진단서 | 조 슈워츠 |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12 


인간에게 먹는다는 것은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에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됐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 뿐만 아니라 산업 발달로 인한 환경 오염과 병충해 증가로 인한 농약 사용의 증가, 생산량 증가나 원가 절감을 위한 유전자 조작이나 인공식품첨가물의 사용 등 예전에 비해 복잡하고 다양해진 생산 경로로 예전에 비해 식품의 위험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어떤 식품이 특정 질병 예방에 좋다, 또다른 식품의 어떤 성분은 어디에 해롭다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식품들에 관한 수많은 연구들이 행해지고 있고 또 온갖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연구 결과들을 듣고 있노라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하나의 식품을 두고도 각각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들며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선만 하더라도 한쪽에서는 풍부한 불포화 지방산 함유를 들며 권유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바다 오염에 따른 오염물질의 축적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얼 먹어야 하는 걸까?

캐나다의 화학자인 조 슈워츠는 이책 『식품 진단서』(바다출판사,2009)에서 식품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편견, 그에 따른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4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음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식품이 원래 갖고 있는 자연 성분의 역할에 대해, 2부 ‘식품 조작의 득과 실’에서는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식품 첨가물이나 유전자 조작 등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한 식품에 대해 기술해 놓았다. 3부 ‘음식물에 스며든 오염물질’에서는 또다른 논쟁점인 농약이나 항생제, 트랜스지방, 환경 호르몬 등 생산이나 가공 과정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다루고, 4부 ‘잘못된 속설 바로잡기’에서는 알쏭달쏭한 영양학적 속설에 대해 풀어놓았다.  

사과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건강 과일이다. 사과의 폴리페놀이나 토마토의 리코펜, 브로콜리의 글루코시놀레이트처럼 각 식품에는 다양한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다. 채소나 과일을 다양하게 섭취하기를 권장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뽀빠이의 힘을 샘솟게 하던 시금치의 철분은 체내 흡수율이 떨어져 부족한 철분을 보충하는 데는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시금치에는 엽산이나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나 스쿠랄로스는 천연감미료인 설탕보다 적은 양으로 훨씬 강력한 단맛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많이 저렴하다. 하지만 그것들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식품은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존재하는 화합물이다. 건강에 좋은 성분도 있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은 성분이 함께 존재하기도 한다. 어떤 식품의 어떤 성분이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성분만 섭취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우리는 여러 음식들을 함께 먹는다. 다양한 식품들의 성분들은 우리의 입 속으로 들어가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복잡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런 까닭에 식품이 갖고 있는 어떤 특정 성분으로 그 식품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런 까닭에 이책에서 저자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얼마나 균형있게 먹는가’에 무게를 둔다.

빽빽한 글자들이 400쪽 가까이 박힌 묵직하고 두툼한 책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도 읽힌다. 식품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그다지 지루하진 않다. 대중 강연으로 유명한 저자답게 정보를 전달하는 글 또한 유연하게 이어진다. 가끔 이름도 복잡한 화학명들을 거론하며 복잡한 화학 과정을 설명할 때는 다시 읽는 수고를 거듭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들에 대한 앎의 즐거움이 더 컸다. 천연식품은 물론 인공식품, 식품 오염물질 등 식품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책은 평소 식품에 관심있는 대중들에게 매력적이다.

다만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인공첨가물이나 유전자 조작, 농약 사용 등에 대해서 허용치를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저자의 화학자적 입장은, 개인적으로, 조금 불편했다. 물론 저자는 이제까지 행해진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철저히 데이터에 근거해 설명한다. 그리고 영양학적 면 뿐만 아니라 식품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제적인 면도 고려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자가 강조하는 '허용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평가가 뒤집히기도 하지 않는가. 게다가 인공첨가물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 저자의 말처럼 천연에서 나온 식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괜한 공포나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허용기준에 너무 의지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결국 이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좋은 식품도 무조건 나쁜 식품도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식품은 수많은 성분들로 이루어져 있어 어떤 식품의 일부분만 보고 좋거나 나쁘다고 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식품을 먹느냐 마느냐보다 전체적으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까닭에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가급적 신선한 채소나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권장한다. 당연히 과식은 좋지 않다. 이것이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서 말하고 있는 건강 식단의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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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도시락 - 맛있고 간편한
김정훈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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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고 간편한 과학 도시락 | 김정훈 | 은행나무 | 2009.12 



긴장했을 때 우리는 왜 손에 땀을 쥔다는 표현을 쓰는 걸까? 왼쪽 귀에 사랑을 속삭이면 성공률이 높다는 말은 정말일까?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화면을 카메라로 찍으면 왜 가로줄 무늬가 생길까? 언 발에 오줌 누면 발이 더 빨리 어는 이유가 뭘까? 세포가 자살을 한다는 말은 진짜일까? 뇌사와 식물인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에서 과학의 힘은 얼마나 작용하는 걸까? 베컴을 유명하게 만든 프리킥이나 김연아의 명품 점프의 비밀은 뭘까? 동물들도 사람처럼 최면에 걸릴까? 개구리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만 보인다는 말이 사실일까? 물방울로 렌즈를 만든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저절로 온도를 맞추거나 알아서 자동으로 세탁되는 옷이 정말 있을까? 그리고 우주를 여핼할 수 있는 시대가 정말로 올까?

평소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들이 어느 순간 불현듯 갑자기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원래' 또는 '당연'이라는 재미없는 생각 대신 '왜?'라는 의문의 안경을 끼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그 순간 평범했던 일상이 다양한 과학 원리들이 숨쉬는 새로운 세계로 변신한다. 너무 사소하거나 당연해서 왜 그런지 의문조차 품어보지 않았던 수많은 일들의 이면에 복잡한 과학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고 재미있다. 김정훈의 『과학 도시락』은 이렇게 생활 속의 다양한 과학 상식과 원리 들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대중과학서다. 도시락처럼 맛있고 간편한 과학상식 책이다.

『과학 도시락』에는 모두 여덟 개의 탐스런 도시락이 담겨 있다. 우리 몸의 과학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생활, 생명, 스포츠, 자연, 미래, 우주 과학으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나가며 인간, 습관, 질병, 생물, 스포츠, 우주 등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과학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도시락에서는 괴짜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후식으로 준비해 놓았다. 파마약은 머리카락의 화학 결합을 새롭게 함으로써 머리 모양을 만들고, 긴장하면 땀이 나는 곳 중 손바닥과 발바닥에 가장 많은 땀샘이 분포한 까닭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왼쪽 귀는 감정조절에 관여하는 우뇌와 연결되어 있어 들은 말을 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고, 기체보다 액체의 열전달 속도가 더 빨라 오줌에 젖은 발은 그렇지 않은 발보다 동상에 걸리기 더 쉽다. 

심하게 훼손되어 제기능을 못하는 세포는 전체를 위해 세포자살을 택하는데, 이때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세포로 발전하기도 한다. 뇌사는 뇌가 활동을 멈추고 심장이 멈춰 사망에 이르지만 식물인간은 뇌의 일부가 손상돼 의식이 없을 뿐 생명 활동에는 지장이 없다. 동물들도 사람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최면에 걸리며, 회색 세상이 펼쳐진 개구리의 눈은 신기하게도 움직이는 사물만 인지한다. 일렉트로웨팅 기술을 이용한 액체렌즈는 일부 제품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고, 기온이 오르면 저절로 소매가 올라가거나 물만 뿌리면 자동세탁 되는 옷이 실제로 개발되었으며, 비록 천문학적인 가격을 자랑하지만 비우주인의 우주여행 시대 또한 이미 시작되었다.

김정훈의 『과학 도시락』은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처럼 부담없고 즐거운 과학 상식을 지향한다. 이책은 일단 '재미있다'. 중간에 덮고 싶은 지루함을 찾을 수 없는 재미는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콩트 형식을 차용하거나 친밀한 속담이나 유명인들의 사례를 들어 독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다루는 내용 또한 너무 전문적이거나 어려운 과학용어들이 난무하지 않아 특별한 이해력을 요하지 않는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서너장 분량의 비교적 짧은 길이와 각각 독립된 주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펼쳐보기에도 제격이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어느새 든든한 과학상식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이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다루는 내용들은 탄탄하다.

과학을 다룬 책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편견이 있다. 실제로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어서 과학 서적의 어려운 단어들 속을 헤매다 보면 저절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일쑤다. 어떤 책은 수면제가 따로 필요없다. 하지만 과학책이라고 해서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현상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대중과학 서적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나 『도전 무한지식』 같은 책들이 좋은 예다. 그리고 이책, 과학 전문 기자가 쓴 재미있는 과학상식 책인 『과학 도시락』(은행나무,2009) 또한 그 사이에 당당하게 포함시키고자 한다.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는 김정훈의 『과학 도시락』은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지원 2009 청소년 저작 발굴 및 출판 지원 사업 당선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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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
천경환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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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 | 천경환 | 걷는나무 | 2009.12 



사소한 것에 집착할 때가 많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것이 어느 순간 눈에 딱! 걸리면 그때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이건 도대체 왜 이렇게 해놓은 걸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등등 남들이 보기엔 '쓰잘데기 없는' 그런 고민에 머리를 싸매기도 한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이 남자, 나보다 더 강적이다. 한쪽 모서리를 '따낸' IXUS 70의 디자인에 대한 찬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알록달록 예쁜 스위스 지폐를 보며 달러와 엔화, 원화의 구판과 신판까지 끌어들여 기나긴 담론을 펼친다. 겨우 지폐 한 장에 대한 이야기로 열 장의 지면을 너끈하게 채워내다니, 그의 놀라운 오타쿠적 분석력과 입담에 혼이 쏙 빠진다. 

자신을 게으르다고 하나 실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부지런을 떨며 세상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그 모습들을 끄집어내어 치밀하게 비교 분석하며 걸쭉한 입담으로 맛깔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남자, 바로 건축가 천경환이다. 그의 두 번째 책인 『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는 우리가 흔히 만나는 평범하고 사소한 풍경에서 찾아낸 특별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는 저자의 집착과 몰입과 사유의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그리하여 이책은 건축 디자인에 대한 내용보다 세상 속 일상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야기는 크게 mm, cm, m, km의 네 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락의 이름이 뜻하듯 그의 세상 디자인 탐험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에서 모두가 공유할 만한 사회적인 담론으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건담에 대한 추억에서 회의테이블 설계로, 지하철 풍경을 살펴보다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하는 식이다. 각 단락마다 저마다의 재미를 갖고 있었지만, IXUS 유저도 아니고, 건담의 추억도 없으며 돈의 디자인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며 분석하고픈 마음도 없는 내게 mm의 이야기는 그저 타인의 취향이었고, 그의 가산 패션거리 프로젝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km의 세세한 작업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그런 까닭에 너무 개인적이지도 전문적이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거리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cm와 m의 내용들이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공공 시설물, 그중에서도 지하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놓았다. 지하철 입구의 주변 안내도, 지하철 안의 비상용 손잡이, 엘리베이터 사이의 애매한 공간, 역사 계단의 손잡이, 지하철 내부의 의자 칸막이와 손잡이 구조, 의자 배치에 따른 내부 공간 디자인 등 지하철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다루면서, 저자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프랑스, 뉴욕의 지하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들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며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한다. 저자가 소개한 뉴욕 역사에 설치된 인형이 전하는 작은 기쁨이나 일본 역사 손잡이에서 발견한 발상의 전환, 프랑스 지하철 14호선에서 접하는 작은 배려 등은 우리 지하철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꺼내기 힘든 비상용 손잡이나 지하철 승객들의 마음을 헤아린 좌석 칸막이나 손잡이 디자인 부분도 차차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외 길바닥과 볼라드에 대한 그의 고찰 또한 흥미로웠다. 우리 주변의 동시대적 문제를 함께 발견하는 느낌이랄까. 연말이면 남은 예산을 소비하려는 지자체들로 멀쩡한 인도를 뒤엎고 새로 치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바닥 다지기 같은 기본이나 마지막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들인 돈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길바닥이 꺼져 물이 고이거나 맨홀 뚜껑이나 가로수 테두리들과의 충돌로 울퉁불퉁하다. 평소에도 저걸 어떻게 좀 깔끔하게 할 순 없을까, 조금만 신경쓰면 훨씬 보기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던지라 깔끔하게 마무리한 동경의 맨홀 뚜껑 주변 모습과 되는 대로 끼워맞춘 우리네의 것을 비교한 사진을 보는 순간 그저 긴 탄식만이 흘러나왔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길 위의 점자블럭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인도의 점자블럭은 중간에 맨홀 뚜껑이나 볼라드를 만나면 대부분 그 주변으로 둘러가게끔 설치되어 있다. 만약 자신이 점자블럭에 의존해 길을 가는 시각장애인이라면 과연 그것을 그런 모양으로 설치했을까. 책에는 맨홀 뚜껑에 점자블럭을 입히는 작은 수고로 장애인들을 배려한 일본의 사례가 실려 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가 얼마나 부족한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차량 진입을 막는 볼라드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머무르고 있다. 장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복궁 근처의 볼라드처럼 원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그외 디자인적인 면까지 함께 살린 조화로운 모습의 볼라드를 주변에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길 살며시 기대해 본다.

솔직히 처음에는 뭐 이런 것까지 따지고 드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 지폐에 대한 심하게 세밀한 분석에서는 사실 조금 질리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남들이 쉽게 보지 않는 부분을 살피고 따지고 비교하며 또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그의 작업들이 은근 재미있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뭐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없지는 않지만, 또 너무 파고들어 조금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덕분에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지식 습득은 물론 그동안 편향되어 있던 시선의 전환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상의 면면들을 보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책에서 '천경환스러운 게으른' 시선으로 찾아낸 일상의 이면을 만났다면 이제 자신만의 시선으로 또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보자. 또 아는가, 무료했던 우리의 일상이 한결 흥미진진해질런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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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낭독 훈련에 답이 있다
박광희 외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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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낭독 훈련에 답이 있다 | 박광희, 심재원 | 사람in | 2009.12 


지난해 터키로 여행을 갔다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일행들이 사라졌다. 어둑하게 땅거미가 지는 추운 겨울 저녁 낯선 땅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으려니 어찌나 막막하고 두렵던지 순간 눈물이 핑 돌 뻔 했다. 다행히 다시 되돌아온 일행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이스탄불 거리의 미아 신세는 면했지만 말이다. 그순간 내게 가장 공포로 다가왔던 것은 낯선 땅에 혼자 있다는 것보다 내 의사를 표현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었다. 어차피 터키는 영어가 외국어인 나라이지만 나의 영어 울렁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는, 말하자면 내 일생의 부담이다. 친해져 보려고 해도 좀처럼 친해지지 않으면서 늘 곁에서 떠나지 않는 그런 친구랄까. 그런 데다 문법 지향적인 철저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내다 보니 눈으로 해석은 어느 정도 하지만 듣기나 발음은 영 꽝이다. 영어 듣기는 영어 성적을 깎아먹는 주범이었고, 구린 발음에 외국인 앞에서는 평소 우렁차던 목소리가 모기소리만 해졌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양 볼이 수시로 붉어짐은 물론이다. 자신감 없는 영어를 돌파해 보고자 원어민이 있는 영어 학원을 다녀봤지만 들리지 않는 귀와 떨어지지 않는 입을 이기지 못해 결국 중도에 그만두는 비극을 맞곤 했다. 그렇게 영어는 항상 내게 비극적인 존재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던가. 더이상 피할 수 없다면 이젠 직접 부딪쳐 즐겨보는 수 밖에 없다. 물론 마음을 바꿔먹겠노라 선언한 뒤에도 여전히 피하는 데 주력하는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피할 수 있다면 영원히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제부터라도 다시 영어와 부딪쳐볼까 한다. 게다가 지난 여행에서 영어 벙어리의 고충을 온몸으로 경험한 터라 어디에서든 최소한 의사 소통은 가능할 정도의 영어 실력은 갖춰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게다기 지금은 무언가를 새롭게 계획하기에 알맞은 한 해의 시작점이 아닌가. 


어떤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며 영어학습 책들을 찾던 와중에 이책을 발견했다. 『영어 낭독 훈련에 답이 있다』(사람in,2009), 직설적인 제목에 그대로 드러나듯이 이책은 영어 낭독 훈련을 통한 영어 공부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실생활에서는 영어로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환경(EFL)에서는 영어와 익숙해지기 위해 우선 억지로라도 입을 열어 영어로 소리내어 말하는 연습을 통해 스피킹의 기본기를 다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스피킹의 기본기를 익히는 방법으로 저자는 '새도우 스피킹(Shadow speaking)'을 제안한다. 새도우 스피킹이란 그뜻 그대로 원어민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림자처럼 따라 말하는 학습법으로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착안한 일종의 낭독 훈련이다. 이 새도우 스피킹은 청취력을 향상시키고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데, 원어민을 따라 반복해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성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음은 물론 문장을 적절한 의미 단어로 끊어 말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또한 문장의 이해를 통해 자연스레 어휘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 영어 낭독 훈련의 핵심은 실제 원어민과 말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대화체 문장들이 많이 수록된, 엄선된 영어 동화책을 가지고 새도우 스피킹을 함으로써 우리말식 발음을 세탁하고 영어 본래의 발음을 새롭게 익히며 유창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22쪽)


'1장 영어 낭독 입문하기'에서는 본격적인 영어 낭독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위에서 언급한 영어 낭독 훈련의 필요성과 사용할 교재의 선택 과정, 낭독 연습 후 녹음과 평가 방법, 그리고 낭독 훈련을 이끌어줄 낭독 코치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설명을 해두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영어 낭독 교재 선택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1차 후보부터 최종 선택 교재까지 그 후보와 기준, 과정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와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일명 '레이보우 낭독 교재'는 수준에 따라 7단계로 나누고 그에 알맞은 교재와 학습 기간들을 같이 기록해 놓았다.

'2장 영어 낭독 공부하기'에서는 영어 낭독의 필요성과 효과를 통해 영어 낭독 훈련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주고, 7가지의 다양한 훈련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 상황과 취향에 맞는 낭독 훈련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문장을 의미 덩어리로 나누어 읽는 방법을 통해 긴 문장도 유창하게 읽는 방법을 알려주며, 영어 낭독 평가 항목과 방법의 공개를 통해 기준에 부합하는 올바른 영어 낭독 훈련을 하도록 독려한다. 더불어 영어 낭독 훈련을 통해 영어 공부를 효과적으로 시작한 사람들의 예를 통해 학습자에게 용기를 부여하고 지루한 터널을 뚫고 자기 감동의 희열을 맛볼 수 있도록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이책을 시중의 그저그런 영어 학습책에 머물지 않고 보다 배려깊은 책으로 완성시켜 주는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영어 낭독 훈련의 '실천'에 초점을 맞춘 A/S 프로그램이다. 어떤 공부법이든 마지막까지 꾸준히 할 수 있느냐가 가장 관건이다. 처음에는 야심차게 시작했던 계획도 중반에 이르러서는 흐지부지되기 쉽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어 낭독 훈련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매일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실행력 향상 프로그램인 일명 '무지개 액션 키 세트'를 제안한다. 7개의 실행 열쇠 중에서 학습자 각자의 성향과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알맞은 열쇠를 조합해 그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마지막까지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3장 영어 낭독 실천하기'에서는 영어 낭독 훈련을 하는 방법을 샘플 원고로 초급, 중급, 고급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다. 낭독 원고 뒷면에는 발음이나 끊어읽기에 대한 코치를 해두어 막막하기만 했던 낭독 훈련과 코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부록 '영어 낭독 코칭 매뉴얼'에서는 아이나 친구의 영어 낭독 코치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책의 말미에는 영어 낭독 훈련용 스토리텔링 스크립트가 별책부록으로 같이 첨부되어 있다. 초급 10편과 중급 10편의 스크립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해당 원고에 대한 녹음 자료를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까지 남겨두어 마지막까지 친절한 면모를 잃지 않는다.

- 영어 낭독 훈련도 이렇게 쉬지 않고 해 보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비법을 찾아 헤매는 그 시간에 차라리 한 번 더 입을 열고 영어 낭독을 실천해 보세요. 그것이 한국 영어 교육에서 지금 빠져 있고,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63쪽)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다른 영어 학습책과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라는 생각이 어느 정도 깔려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새도우 스피킹을 통한 영어 공부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크게 새로울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책은 왜 영어 낭독 훈련을 통해 스피킹의 기초를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구체적이고 상세한 방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세밀한 영어 낭독 훈련 방법과 마지막까지 실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행력 향상 프로그램은 물론 낭독 코치에 대한 내용을 부록과 마지막 샘플 원고까지 세심히 챙기는 등 정말 성실한 자세로 책을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져 더욱 믿음이 갔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무작정 시작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목표까지 수월하게 닿기 위해서는 성실함 못지 않게 '잘'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날 어려운 문법공부만 해봤자 정작 외국인 앞에서 입 한 번 제대로 떼지 못하기 일쑤다. 외국어 또한 살아있는 언어인 만큼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리고 이책에서는 그 방법으로 새도우 스피킹을 통한 영어 낭독 훈련을 제시한다. '잘' 시작하는 방법과 낭독 코치와 무지개 액션 키 세트라는 길동무까지 알려줬으니 이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학습자의 몫이다. 못 해도 장래성 있게 못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지금 당장은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영광의 그날을 다함께 맞길 바라본다.


- "Well begun, half done. '흔히 시작이 반이다'라고 번역을 하는데요, 이건 반만 맞는 해석일 겁니다. 'well'이란 는 단어를 주목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번역을 해보면 '잘 된 시작이 반이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중략) 이제 중요한 것은 "잘" 시작하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 못해도 장래성 있게 못하라는 말이 바로 이말입니다. (184-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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