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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는 다르다 - 시간 속에 숨은 51가지 개 이야기
김소희 지음 / 페티앙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기억을 더듬어보면 사실 나는 개에 대한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상근이처럼 크고 하얀 개에게 엄청 쫓겨다녔던 기억이 있고, 초딩 때 방과 후 집으로 오던 길에 마구 날뛰던 작은 개에게 물릴 뻔한 아찔한 경험도 있다. 어린시절 겪은 그리 유쾌하진 않은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님 특유의 소심함 때문인지 지금도 난 개와 친밀한 스킨십을 하지 못한다. 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애완동물들이 내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가끔은 길을 가다 예쁜 개를 만나면 스스럼없이 쓰다듬어 주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긴 하다. 내 친구처럼.
나야 안 좋은 추억 때문에 아직도 개를 무서워하며 가까이하기를 꺼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개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동물 중 하나다. 더구나 애견인구가 늘어나고 단순히 사랑하며 키우는 동물을 넘어 평생을 함께 할 동물이라는 뜻의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처럼 이제 개는 사람들의 친밀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동물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쓴 《모든 개는 다르다》(페티앙북스, 2010)는 개를 사랑하는 애견인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흥미로운 책이 아닐까 싶다.
《모든 개는 다르다》에서 저자는 개의 역할이나 쓰임새에 따라 품종이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400여 품종이 있는데,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스스로 만들어진 품종도 있지만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품종이 더욱 많단다. 역사적으로 개는 사람과 무척 친밀했던 존재였던 만큼 이해도 되지만 어째 인위적으로 품종을 만들었다고 하니 조금 미안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개의 품종이 다양해지면서 점차 분류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사냥개와 사냥개가 아닌 개 두 그룹으로 단순하게 시작했던 분류작업은 현재 개의 역할이나 기질에 따라 크게 7개의 그룹으로 나뉜다고 한다. 동일 그룹에 속한 개들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으니 그룹별 특성을 알아두면 거기에 속한 품종의 개들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7개의 그룹은 시각이나 후각을 이용해 포유동물 사냥하는 사냥개들의 하운드 그룹, 건장한 체격과 강한 체력으로 짐수레나 썰매처럼 힘쓰는 일을 주로하는 일하는 개들의 워킹 그룹, 새사냥을 돕는 조렵견들의 스포팅 그룹, 땅 속의 작은 동물들을 잡아내는데 탁월한 테리어 그룹, 장난감처럼 작고 귀여워 온전히 사랑받는 애완견으로 태어난 토이 그룹, 가축을 몰거나 지키는 양치기개로 활약한 허딩 그룹, 앞의 6개의 그룹에는 속하지 않지만 저마다의 특성을 갖고 있는 다양한 개들이 모여있는 넌스포팅 그룹으로 구분된다.
저자는 각 그룹의 전반적인 특성에 대해 먼저 설명한 다음 그 그룹에 속한 품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준다. 각 그룹이나 품종의 개에 대한 역할이나 기원, 기질 등 정보성 지식들이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에 등장한 유명한 캐릭터나 유명인사와 얽힌 에피소드들과 적절히 어우러진다. 《모든 개는 다르다》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마스코트로 활약했던 상근이가 속한 워킹 그룹의 그레이트 피레네, 인기 만화 '스누피'의 모델이었던 하운드 그룹의 비글, 미국 부동산의 여왕 리오나 헴슬리에게서 120억원의 유산을 물려받은 개 '트러블'이 속한 토이 그룹의 몰티즈, 영화 '래시'의 주인공이었던 허딩 그룹의 콜리, 그리고 그 등장만으로도 반가웠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개이자 워킹 그룹인 진돗개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개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물론이고 나처럼 그다지 개와 친하지 않은 독자들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한다.
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애견인구가 늘어나는 반면 사람들로부터 버림받는 개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유기견 문제가 그러하다. 물건은 필요가 다하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개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처럼 감정이 있는 엄연한 생명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너무 쉽게 잊는다. 쉽게 데려와서 키우다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물건 버리듯 쉽게 버리는 건 하나의 소중한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유기견 문제는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얼마나 가볍고 무책임하며 이기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개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주인에게 버려지고 상처받은 유기견들을 보면 참 미안하고 부끄러워진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겐 불편할 수 있는 행동들이 입장바꿔 개들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개다운 행동'일 것이다. 숲에서 사냥을 하고, 초원에서 양을 몰고, 설원에서 눈썰매를 끌던 개들의 본능적인 기질들이 지금처럼 환경이 바뀌면서 문제적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때에 따라 적합하지 않은 행동과 기질들을 적절히 다스리고 고쳐나가는 건 어쩌면 개들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기로 한 사람들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개들이 우리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나무라기 전에 먼저 내가 그 개를 진심으로 이해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개나 사람이나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모든 개는 다르다》는 다양한 그룹과 품종의 개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각각에 얽힌 여러 일화들을 만날 수 있어 전체적으로 술술 잘 읽헜다. 더불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개들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간 속에 숨은 51가지 개 이야기를 담은 《모든 개는 다르다》는 개를 좋아하는 애견인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개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보통의 독자들에게는 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 우리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는 이유는 그가 말을 할 줄 알고 머리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나와 똑같이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동물 특히 개도 우리 인간처럼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무한한 지성과 힘을 가진 유일한 존재는 우리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