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분 두피 마사지 - 두피 건강과 탈모 예방을 위한
이태후.정지행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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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3분 두피마사지 | 이태후, 정지행 | 비타북스 | 2010 


탈모하면 학창시절 아침 조회 시간에 뜨거운 햇살을 반짝반짝한 이마로 반사하던 빛나리 선생님이 생각나는 유전적인 남성형 탈모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탈모는 어느새 청소년부터 2,30대 젊은이들, 여성 등 남녀노소를 초월한 현대인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얼마전 티비의 건강 프로그램인 「생로병사의 비밀」의 탈모 특집 '한 올의 절망' 편을 봤었는데, 방송에 등장한 탈모 환자의 연령층과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심각했다. 그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면서도 그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두렵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뜬금없이 엄마가 그러신다. 네 머리밑이 어째 훤한 것 같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며 깜짝 놀라 양손에 거울을 들고 요리조리 비추며 열심히 살펴봤더니 헉! 정말이다. 현저히 적어진 머리숱 사이로 하얀 두피가 힐끗힐끗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언제부턴가 자고 일어나거나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좀 많이 빠진다 싶긴 했지만. 머리 묶을 때 현저히 줄어든 숱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거울을 보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주변의 친구나 언니들이 한결같이 머리숱 걱정을 하는 걸 보니 탈모에 대한 두려움이 비단 나만의 걱정은 아닌 모양이다. 



탈모 환자들처럼 한웅큼씩 머리털이 빠지거나 반짝반짝 두피가 드러나는 그런 탈모의 수준은 아니지만, 이대로 방치해 두다간 멀지 않아 그것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에 잔뜩 조바심이 나서 탈모에 좋다는 것들을 이것저것 찾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의 권유대로 우선 가장 기본사항이라는 샴푸를 바꿨다. 몇년 전에 갑작스레 찾아온 원형탈모로 고생하셨던 엄마를 위해 사두었던 나름 고가의 한방샴푸나 기능성 샴푸를 같이 사용하다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해 얼마전부터는 천연화장품 과정을 이수해 직접 천연 재료로 만든 천연삼푸와 헤어토닉을 사용하고 있다.

최대한 두피에 자극이 적고 양모에 좋다는 재료로 만든 천연샴푸와 토닉을 쓰면서 두피 상태가 전보다는 한결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이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고 느낄 때쯤 눈에 확 띄는 책을 발견했다. <하루 3분 두피마사지>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이책! 보는 순간 마음 속으로 '그래! 바로 이거야! 두피마사지!'를 외쳤다. 탈모 예방에 두피마사지가 좋다는 말은 누누이 들어왔지만 사실 어떻게 하는 건지 제대로 몰라 답답하곤 했는데 나의 이런 고민을 눈치챈 듯 이렇게 시의적절하게 두피마사지 방법이 담긴 책이 나와주다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두 한의학 박사가 함께 저술한 <하루 3분 두피마사지>는 제목처럼 탈모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피마사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책은 크게 6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의 두 꼭지에는 탈모의 원인과 유형, 동반 증상 등 탈모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과 자신의 탈모 정도와 유형을 알아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이 실려 있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는 3장에서는 책제목에 부합하는 이책의 가장 핵심 내용인 두피마사지법인 '3분 두피 경혈 마사지, 3분 두피 체조, 3분 두피 호흡과 장 운동'을, 4장에서는 혈액순환을 도와 탈모를 도와줄 수 있는 증상별 전신운동법인 기체조를 소개한다. 마지막 마무리로 접어드는 5장에서는 브러싱이나 샴푸 등 두피별 관리법에 대한 여러 팁들을 다루고, 마지막 6장에서는 탈모 예방을 위한 올바른 식생활을 제안한다. 



<하루 3분 두피마사지>는 기본적으로 후천성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탈모를 유발하는 원인과 자신의 탈모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비교적 쉽고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듯한 느낌에 막연히 탈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독자들도 자가 테스트를 통해 어렵지 않게 자신의 두피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경혈을 이용한 두피 마사지법 뿐만 아니라 두피 체조와 장 운동법 같은 다양한 두피 마사지 방법과 두피 뿐만 아니라 온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줄 수 있는 전신 기체조 방법 등을 유형별 증상별로 소개하고 있어 좋았고, 동작 사진과 함께 쉬운 설명을 곁들여 따라하기 쉽게 구성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로마테라피에 관심이 많이 갖고 있어서 책 중간중간에 언급하는 아로마 오일에 대한 내용도 나름 유익했다. 

다만 두피 마사지 방법이 조금 더 다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다. 하지만 마사지법 종류가 너무 많아도 그것들을 모두 다 따라하지 못할 걸 알기에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 책에 소개된 것만이라도 꾸준히 잘 따라한다면 충분히 효과를 볼 거라고 하니 열심히 노력중이다. 참고로 전신 기체조에 소개된 운동법들은 요가할 때 나오는 기본적인 동작들이 대부분이라 책장을 넘기면서도 꽤 친숙했다. 기본은 어딜가나 통하는 모양이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가 탈모증이 동반하는 3가지 주요 증상으로 소화장애나 식욕부진, 안면부 열감, 어깨-턱-목으로 이어지는 부위의 긴장과 통증을 꼽는 내용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이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다름아닌 그 3가지 증상이 모두 내게 해당되었기 때문이었다. 소화장애나 식욕부진은 그렇다쳐도 언제부턴가 느껴지던 얼굴의 열감이 탈모랑 상관있을 줄이야. 이책을 읽는 동안 불규칙한 생활 패턴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만성피로, 소화장애와 운동부족을 내 두피 상태의 원인을 나름 찾아낼 수 있었다.

저자는 <하루 3분 두피마사지>를 통해 두피마사지로 두피의 혈행을 좋게 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탈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전체적인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수면부족 등으로 깨어진 신체 리듬이 탈모를 일으키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인 만큼 올바른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과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 몸의 밸런스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탈모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간과하기 쉽지만 두피도 피부다. 영향을 공급하는 두피 상태가 좋아야 모발도 건강한 건 당연하다. 얼마전에 충격적인 정보를 접했는데, 두피가 상하면 얼굴 피부도 그만큼 빨리 늙는단다. 두피가 건강해 팽팽하게 당겨주면 얼굴 주름도 늦게 생긴다고. 내 만성적인 피부 트러블의 원인 중 하나는 어쩌면 상태가 좋지 않은 두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탈모가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질환인 만큼 탈모 치료의 가장 근본은 몸의 건강 유지지만, 이미 진행이 시작된 탈모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두피 상태의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할 수 있다.

<하루 3분 두피마사지>는 건강한 모발을 위한 333법칙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바로 3분 마사지, 3분 복식호흡, 3분 두피 체조다. 두피의 혈행을 좋게 해 두피 상태를 개선하고 두피 체조와 복식호흡을 통해 몸 속 기순환을 좋게 해 탈모를 개선하자는 거다. 여기에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영양섭취, 충분한 수면 등은 부록이다. 탈모는 현대인들에게 또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이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꾸준히 적절한 마사지와 운동을 통한 두피 상태 개선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물론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방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333법칙을 통한 하루 3분 투자로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가꾸어보자.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있는 법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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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듯 말듯 우리말 바루기 - 어휘력이 자라는 초등 교과서 낱말편
이상배 지음, 최남진 그림, 김선철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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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듯 말듯 우리말 바루기 | 이상배 | 뜨인돌어린이 | 2007.10 


세계화를 외치며 온나라가 영어공부에 열심이다. 영어 조기교육 운운하며 조기 유학이나 연수가 급증하더니 급기야 얼마전부터는 영어가 초등학교에 정식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세계공용어인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영어교육 바람에 정작 가장 아끼고 보듬어야 할 우리말이 천시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둘 다 잘하는 것 만큼 좋은 건 없겠지만 아직 우리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정식과목으로 채택해 가르친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한글 파괴현상도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언어가 시대의 흐름따라 변화하는 건 당연한 사회현상이지만, 문제는 올바른 기본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주변에서 흔히 쓰는 잘못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을 알고 때에 따라 재미로 쓰는 것은 그렇다쳐도,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 보면 기본적인 단어들의 맞춤법조차 틀리는(그러니깐 몰라서 틀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중 [가르키다/가르치다, 잃어버리다/잊어버리다, 다르다/틀리다, 안-/않-, 안돼/안되]는 등은 특히 많이 틀리는 단어들이다.

《알듯 말듯 우리말 바루기》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안내서다. 초등 교과서를 바탕으로 꾸려진 이책은 1장은 틀리기 쉬운 낱말을, 2장은 뜻이 다른 말과 습관적으로 쓰는 말을, 3장은 살려서 써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을 소개하고 있다. 초등학생용 책이라고 우습게 보진 마시길.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내용부터 우리가 일상적으로 또는 무심코 틀리는 잘못된 단어나 낱말 들까지 책 구석구석에 세세하게 잘 담겨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보니 중간중간 지겹지 않게 그림도 등장하고, 단어가 쓰이는 예문을 통해 그것의 정확한 뜻과 올바른 예시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론 배운 것을 다시 연습할 수 있게 꾸며두었다. 각각의 단락 끝에는 '국어 놀이마당'이란 단락을 두어 본문에 나오는 내용 이외의 품사나 문장부호 등 주요 국어 지식을 놀이형식으로 다루어 재미있게 국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다. 큰 단락의 마지막에는 '국어 겨루기' 꼭지를 통해 그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문제를 통해 총정리하고 틀린 부분을 점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영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국어 실력은 또다른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꼭 그것 때문은 아니더라도 늘 접하고 사용하는 우리말이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우리가 우리말을 아끼고 가꾸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말을 사랑해 주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우리말 교육으로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알듯 말듯 우리말 바루기》는 어린이들이 재미있는 방법으로 국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우리말에 약한 어른들이 보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우리말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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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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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식당 1 │ 아베 야로 │ 미우(대원출판사)
 

밤 12시, 모두가 잠들 시간 문을 여는 식당이 있다. 눈에 칼자국이 선명한 주방장이 칼을 놀려 음식을 만든다. 주인의 얼굴만 보고 움츠린다면 지는 거다. 한 성깔할 것 같은 인상의 주인이지만 의외로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다. 음식 솜씨도 뛰어나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한결같이 맛있다. 식당에는 간단한 메뉴가 있지만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알아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모두 만들어주는 완전 고객중심의 영업방침이 있는 곳, 바로 심야식당이다.

만화는 좋아하지만 일본만화는 그리 즐기지 않는다. 일부러 피한다기보다는 특별히 찾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이제껏 본 일본 만화라고는 학창시절 아이들의 혼을 빼놓았던 열풍에 휩쓸려 쉬는 시간 틈틈이 본 《드래곤볼》과 대학생이 되어 친구랑 자취방에서 뒹굴며 읽었던 《슬램덩크》 정도가 전부다. 그 유명한 《초밥왕》도 입소문에 혹해 시도는 했었으나 몇 권 읽다가 이내 접었으니 읽었다고 말하긴 좀 민망한 셈이다. 그런 내가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을 주문했다. 그러니 이책은 내가 처음으로 내돈 내고 산 일본만화책인 것이다.

얼마전 블로그 서핑을 하다가 흥미로운 글을 봤다. 눈에 심상찮은 흉터가 있는 주방장이 밤 12시부터 아침 7시 경까지 문을 여는 기묘한 식당이라는 설정에 호기심이 일었다. 바로 인터넷 검색으로 몇몇 글을 찾아봤는데 대체로 평이 좋았다. 인터넷서점 책소개에는 음식만화 인기 1위라는 타이틀까지 주어져 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그렇게나 유명한 만화였나,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하긴 그러고보니 만화를 안본지도 좀 된 듯하다. 특히나 일본 만화는 더욱. 독특한 설정에 따듯한 감동 코드가 버무려져 있다는 글에 마음이 동해 우선 1권만 주문했다.


《심야식당》은 식당을 배경으로 매번 다른 음식과 그에 얽힌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피소드 형식의 옴니버스 만화다.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는 한밤에 영업을 시작하는 이 특이한 식당 만큼이나 그곳에 모여드는 손님들 또한 게이, 조폭, 엔카 가수, 도둑과 형사, 스트립퍼, 가난한 복서, 에로배우 등 독특하다 못해 다채롭다. 밤의 시간을 생의 무대로 삼는 이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평범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처음엔 자신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심야식당》은 그런 편견어린 시선에는 무심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그들 또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인 것이다. 

또한 심야식당에 즐겨 찾는 손님들은,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ㆍ경제적ㆍ성적으로 또는 다른 면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된 비주류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만화는 이런 인물들을 팍팍한 삶을 뜨끈뜨끈한 음식으로 감싸안는다. 주문만 하면 뚝딱 하고 만들어내는 식당 주인의 소박한, 때로는 특별한 음식들은 한밤에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주면서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상처입고 아파하는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준다. 그들을 대하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 덕분에 처음엔 낯설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차츰 마음 속으로 들어왔고 나 역시 나름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은 일단 분류상으로는 음식만화다. 밤에만 영업을 하는 식당이 무대고 매회 다른 메뉴의 음식이 등장한다. 음식 만드는 법도 간단하게 알려준다. 그렇다고 음식 얘기만 있느냐. 설마 그럴리가. 음식이 있으면 그것을 먹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또는 그것에 사연이 있는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만화는 그렇게 매번 다른 음식과 그에 얽힌 이들의 또다른 삶을 세트로 내놓는다.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음식은 그들의 상처입은 삶을 따듯하게 위로해 준다. 《심야식당》은 따듯한 음식과 정겨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만화다. 

다만 하나의 에피소드가 제목까지 포함해 대략 6장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마무리되다 보니 한 권의 책에 다양한 음식과 그에 얽힌 사연을 담을 수는 있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너무 단순화되어 다소 심심하거나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 단조롭다고나 할까. 책을 읽기 전에 접했던 호평에 나름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른이들은 어책에 대한 기대가 나름 컸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절제된 짧은 이야기도 좋지만 책을 덮으면서 사연 자체가 조금 더 깊이를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허나 지금 이글을 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만화의 매력은 남들의 시선이 어떻든 기죽지 않는 다양한 비주류의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살짝 간만 보여줘 입맛 다시게 만드는 그 가벼움과 단순함인지도 모르겠다고. 길게 늘어지지 않아도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충분히 전해지는 그 명료함일지도 모른다고. 이 만화가 나름의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은 분명 그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흡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설정과 개성있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밤세상 이야기는 새로운 간접경험이었다. 다소 밋밋하나 자신의 맛을 기억에 남기는 일본음식 같은 그런 만화였다.


《심야식당》은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다양한 손님들이 드나드는 식당이 배경인 만큼 매회 다른 사연을 가진 이를 내세워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 수 있으니 드라마로도 제격일 듯하다. 게다가 만화에서는 생략했던 삶의 디테일을 살린다면 더욱 풍성한 에피소드를 구현할 수도 있을 테고. 다만 만화 속에 등장하는 밤세계의 직업을 가진 손님들이 공중파의 성격에 맞을까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일본문화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만약에 《심야식당》이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칼자국 흉터가 있는 식당 주인 역에는 '갑본좌' 김갑수 옹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식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나는 심야식당의 주인이 매번 새로운 메뉴를 내놓아도, 그리고 손님들이 그 음식들을 맛나게 먹을 시간인 한밤중에 이책을 읽어도 별다른 유혹을 느끼지는 않았다. 허나 나와는 달리 일식을 좋아하거나 음식만 보면 순식간에 식욕이 불타오르는 독자라면 식당이 문을 열어 맛난 음식을 내놓는 '심야'에는 이 만화를 삼가는 게 좋겠다. 천만 다행으로(?) 처음의 몇장을 제외하곤 죄다 흑백그림이라 영롱한 색깔로 유혹하는 음식 사진보다는 침아밀라아제 분비량이 그리 격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냠냠쩝쩝 먹는 손님들을 보며 위산분비 과다로 위가 쓰려올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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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괜찮아, 미안해 - 가슴에 가시가 박힌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목소리
김희재 지음 / 시공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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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괜찮아 미안해 | 김희재 | 시공사 | 2010.09 


며칠 전에 안 마시던 술을 한 잔 했다. 기분이 조금 우울하기도 했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다. 늦은 밤 기꺼이(실은 반색하며!) 나와준 친한 언니와 후라이드 치킨 반 마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생맥주를 홀짝이며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목구멍을 톡톡 쏘는 생맥주의 알싸함과 늦은 밤에 먹는 후라이드 치킨의 고소함이 잡담과 웃음에 뒤섞일 때쯤 무심코 나온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조금씩 쌓이던 스트레스가 마음 속에서 부풀어져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았던 상태였다. 그때 언니가 말했다. 괜찮아, 사는 거 별거 아냐, 힘내!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위로의 말 한마디가 그날 내내 흔들렸던 내 마음을 따듯하게 안아줬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우울의 조각이 인생의 어느 순간을 휩쓸 때. 괜히 사소한 일에 날을 세우고 작은 일에 상처받고 힘들어 할 때. 어쩌면 지금의 내가 그런 시기를 겪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간 미친듯이 읽어대던 책도 거의 못 읽고 줄기차게 써대던 리뷰도 멈추고 중독처럼 매일 뭐라도 올려야 할 것 같던 블로그도 내버려둔 채 모든 것을 놓고 한참을 밑바닥으로 침잠했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지만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마음이 이렇듯 어지러운 까닭에 요즘은 이런 스산함을 감싸줄 수 있는 따듯한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 김희재의 에세이 《그래, 괜찮아, 미안해》를 만난 것도 그런 인연이었다.



《그래, 괜찮아, 미안해》에는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자수성가로 성공한 그녀, 가세가 기울어 어린 나이부터 가장의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그, 거절하지 못해 온갖 일과 책임을 떠맡는 그녀, 앞날이 전도유망한 젊은이에서 사회의 주변인으로 변한 그,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모두에게 친절한 그녀, 아무 때나 버럭버럭 화를 내는 그, 무거운 것도 번쩍번쩍 드는 천하장사 그녀, 유난히 밥을 빨리 먹거나 외모에 신경을 안 쓰거나 이기적이거나 지독한 개인주의자이거나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이젠 음치가 되어 노래를 못 부르는 그와 그녀 들의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그들이 거쳐온 삶의 사연과 겹겹이 숨겨진 속내를 끄집어낸다. 어렸을 때 죽은 형을 대신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앞만 보고 달려온 사업가,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대신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아내, 도박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돈을 버느라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룬 딸, 평생을 바친 자신의 분야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배우, 시대의 아픔 때문에 자신의 꿈을 빼앗기고 적응하지 못한 화가,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기에 사랑하기를 겁내는 여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느라 남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남자 등 제각기의 삶에서 닥친 시련과 고난을 통과하느라 생겼던 마음의 상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을 통해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상처입은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던 저자는 독자에게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작은 제안을 한다. 그런데 그 제안이라는 것이 얼핏보기엔 참 뜬금없어 보인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저당잡힌 걸 생색내는 그녀에게는 쓸데없는 책을 선물하라거나, 시시때때로 툴툴대는 아버지와 아들을 위해 사과주스를 만들어 주라거나, 지독한 개인주의자인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라거나,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그에게 이벤트를 해주라거나, 언제나 웃는 그녀에게 존경한다고 말해주라거나 까칠 대마왕에게 박수를 쳐주라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외로운 그녀를 꼭 안아주라거나 밥을 생계수단으로 여기는 그에게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라거나 가꿀 겨를이 없는 그녀에게 옷을 선물하라는 상식선 안의 제안도 많다.

그런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보면 황당하게 보이던 그 제안들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쓸데없는 두툼한 책은 그녀에게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고, 강판으로 정성스레 갈아만든 사과주스는 어머니의 부재로 불안했던 그들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위로해줄 것이며, 소소한 이벤트는 막장 드라마가 아닌 자신의 평범한 삶을 사랑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전화나 문자가 아닌 몇 번이고 다시 되새겨 읽을 수 있는 편지로 그녀의 닫힌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고, 먹을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항상 이기적인 그에게 배려의 마음을 알게 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것이 조금 벗어난 저자의 작은 일탈 같은 제안은 삶에 찌들고 짓눌렸던 그네들에게 생각지 못한 기쁨을 안겨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힘들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역시 곁을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를 이해한다는 따듯한 눈빛과 혼자가 아니라는 진심이 담긴 한 마디는 그 어떤 화려한 말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얼마전 한 예능 토크쇼에는 인생의 굴곡을 겪은 개그맨 선후배들이 게스트로 함께 했다. 제각각 크고작은 삶의 상처를 안고 사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평소 김제동 어록이 있을만큼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는 김제동은 그날 자신에게 힘이 된 위로의 말로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심리상담을 맡은 숀 맥과이어 교수가 세상에 벽을 쌓고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은 윌 헌팅에게 계속해서 힘주어 반복해서 하던 그 말, "it's not your fault"를 꼽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그 단순한, 그러나 진심이 담긴 이 한 마디는 결국 영화 속 철옹성 같던 윌 헌팅의 마음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켰고,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막연한 죄책감을 느끼던 어린 김제동에게도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삶을 힘들어하는 이에게 진심을 꼭꼭 담아 이 한 마디를 해준다고 한다.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이책 《그래, 괜찮아, 미안해》 역시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요,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라고.



시나리오 작가 김희재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실미도》가 소송에 휘말려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시나리오 집필이 아니라 각색으로 참여해 소송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인터뷰 내용의 기사였는데, 남성 영화의 특성상 당연히 남자일 거라 추측했던 작가가 여자라는 사실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했고. 강우석 감독과 《실미도》, 《공공의 적2》, 《한반도》를 함께 작업한 그녀이지만, 그녀의 필모그래피에는 그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나오는,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장진영이 연기했던 감성적인 영화 《국화꽃 향기》도 올라있다.

영화 화면을 통해 만나던 그녀의 이야기를 텍스트를 매개로 하는 책으로 접하는 건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오랜 경력의 시나리오 작가답게 각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영상화됐고, 짧은 이야기지만 그속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제각각 펼쳐내는 이야기들이 가끔은 너무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각색이든 창작이든 이야기의 본질은 우리 삶과 겹쳐있다는 점에서 소소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상처를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저자로 변신했던 그녀의 다음 도전은 《더 뮤지컬》이란 뮤지컬 드라마란다. 다재다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구혜선과 떠오르는 기대주 최다니엘이 주연을 맡아 뮤지컬 배우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다고 하니 벌써부터 살며시 기대가 된다.



- 마음의 마사지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신경쇠약이나 정신분열이나 인격 장애… 이렇게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은 아니지만 어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어루만짐' 말입니다. 몸의 뭉친 곳을 알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여기저기 눌러보듯, 마음의 역사 어딘가에서 시작된 상처를 더듬어갈 때까지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생각하고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중략) 여린 살이 더 잘 뭉치고 더 깊이 상처가 나듯, 착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착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수록 인내해야 할 고통도 큰 것 같았습니다. (중략) 그들의 등 한복판에 볼록 솟은 굳은 살이 풀릴 때까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꾸준히 어루만져 주어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우리'고 '우리' 속에 '나'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입니다. (에필로그 中)

《그래, 괜찮아, 미안해》에 나오는 이들과 그들을 옥죄던 삶의 굴곡들은 특별한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보편적으로 느껴진다. 그건 드라마틱하게만 보이는 그들의 사연에서 평범한 우리들의 삶의 조각이 하나둘 겹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겉보기엔 아무 문제없이 지내는 듯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크고 작은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마음의 상처를 방치하지 않고 조금씩 어루만지고 보듬어 그것들을 치유하기를 권한다. 몸의 근육이 뭉치면 마사지로 풀어주듯이 마음의 근육 또한 위로라는 작은 어루만짐으로 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괜찮아, 힘내, 라는 짧은 말 한 마디가 흔들리는 내 마음을 붙잡아 주었듯이 끊임없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책은 상처로 뭉쳤던 마음의 근육들을 조금씩 풀어준다. 《그래, 괜찮아, 미안해》는 삶에 지쳐 힘든 이들에게 따끈한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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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커트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29
존 버닝햄 글.그림,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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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친구 커트니 │ 존 버닝햄 글,그림 │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6년 5월


작년엔가 저작년엔가 동네 시립도서관의 리모델링한 어린이 열람실을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우연히 이책을 만났다. 존 버닝햄이라는 이름 넉 자만 보고는 덥썩 집어들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때론 혼자 히죽대기도 하고.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바로 책을 주문했다. 요즘도 가끔 생각날 때면 책장 한 귀퉁이에서 꺼내 혼자 깔깔대며 보곤 하는 그림책이다. 오늘도 이책이 생각나 오랫만에 다시 책을 꺼내 읽었다.

몇년 전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던 존 버닝햄은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쿠르트 마슐러상, 뉴욕타임즈 최우수 그림책상 등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린 이 시대 최고의 인기 작가다. 그림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이들도 아마 그의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그러한 이들 중 한 명이었으니 말이다.  

기억을 더듬다가 예전에 조카들에게 어린이날을 맞아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몇 권 선물했던 게 생각났다. 그러나 정작 책내용은 가물가물하니 이게 웬일. 그런 의미에서 <내 친구 커트니>는 존 버닝햄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읽은 나의 첫 그림책인 셈이다. <지각대장 존>, <우리 할아버지>와 함께 존 버닝햄의 그림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인데, 이책 덕분에 존 버닝햄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개를 키우고 싶은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조르고 졸라 겨우 허락을 받아낸다. 집에서 같이 지낼 개를 고르러 가는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는 '깨끗하고 잘 생긴 개'를 고르라고 충고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안 데려가는 개'를 찾는다. 그리고 어디서 온지도 모르고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늙은 떠돌이개 '커트니'를 만나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데리고 간다.

엄마ㆍ아빠는 자신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늙은 똥개를 데려왔다며 아이들을 나무라지만, 이게 웬일! 아침 일찍 사라졌던 커트니가 자신의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돌아온다. 이 부분에서 완전 빵~ 터졌다! 여행가방을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개라니! 의인화된 개 커트니의 재등장으로 인해 이전까지 일상적이었던 책 속의 현실들이 동심의 세계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깜짝 놀랄, 동시에 유쾌하고 신나는 커트니의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개 커트니는 컴백홈 하자마자 요리사가 되어 밥을 하고, 웨이터가 되어 식탁을 차려주며,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어 식사하는 식구들을 위해 연주도 한다. 마술 도구를 꺼내 아기와 놀아주는가 하면 마당의 잔디를 깎고, 아이들과 함께 티비 시청을 하고, 엄마의 대화나 춤 상대가 되어주고,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도 커트니의 몫이다. 늙수구레하고 볼품없어 보였던 늙은 개 커트니는 그렇게 가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온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개 커트니는 어느날 홀연히 가족들 곁을 떠난다. 커트니도, 커트니의 가방도 사라졌고, 아이들은 커트니를 찾기위해 노력하지만 커트니의 소식은 들을 수가 없었다. 커트니는 왜 사라진걸까? 그리고 그해 여름방학 때 떠난 가족 여행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한다.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한 건 과연 누구일까?

아이들은 부모님 말씀처럼 '깨끗하고 잘 생긴 개' 대신에 '아무도 안 데려가는 개'를 찾는다. 그리고 늙고 볼품없는 떠돌이개 커트니를 데려온다. 부모님은 늙은 똥개라며 나무라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귀엽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어른들의 세속적인 잣대가 짧고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커트니는 그런 아이들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멋지게 변신해 가족들을 즐겁게 해준다.

나라면 과연 아이들처럼 커트니의 볼품없는 외모가 아닌 따듯한 마음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원래 동물을 무서워해 애완견을 고를 일 자체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나 역시 아이들의 부모와 별다르지 않았을 듯하다. 아마 다른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아니라굽쇼?). 그리고 그건 비단 애완견 뿐만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뜨끔했고 씁쓸했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곤 안도하기도 했다.


존 버닝햄의 다른 그림책들과 마찬가지로 《내 친구 커트니》도 생략과 압축의 묘미가 돋보이는 간결한 글과 존 버닝햄 특유의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다. 존 버닝햄의 그림체는 마치 아이들이 쓱쓱 대충 그린 것 같은 단순한 느낌을 주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유명 작가의 그림치고는 너무 어설퍼 보여서 조금 놀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책들을 만나면서 점점 그 그림의 매력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설픈 듯 자유분방한 그림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익살이 녹아있고, 뭔가 부족한 듯한 그림을 통해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만날 수도 있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그림을 통해 드러난다. 간결한 글에 대한 부연 내용을 그림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에서는 따듯한 마음이 전해진다. 그것이 바로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그의 그림책을 오래도록 사랑하는 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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