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카메라 촬영 무작정 따라하기 - 사진 잘 찍는 법, 1분이면 끝난다! 무작정 따라하기 건강/취미 6
유재천, 네모기획 지음 / 길벗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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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DSLR 카메라 촬영 무작정 따라하기 | 유재천, 네모기획 | 길벗 | 2009.12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많이 찍고 또 많이 찍힌다. 그러니 찍히는 쪽을 더 선호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찍는 쪽을 더 즐기는 편이다. 하나둘 늘어나는 주름이 밉살스러워 보이는 것도 한 이유지만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이 주된 이유다. 예전에는 사진이 특별한 날의 추억을 위한 의식에 가까웠다면 디카의 보편화 이후 사진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디카나 폰카로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비록 필름을 인화하고 현상하는 동안 기다리던 설렘과 두근거림은 사라졌지만 대신 찍는 순간 바로 볼 수 있고 삭제할 수 있는 편리함은 커졌다. 그리고 그 디카의 편리함이 똑딱이라 불리는 자동 디카를 넘어 전문가용 카메라에 DSLR로 옮겨간지 오래다.

블로그에 올려진 사진을 보다보면 역시 DSLR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아무리 요리조리 시도해 봐도 똑딱이 디카로는 나오지 않는 ‘때깔’의 사진들을 볼 때면 DSLR 유저에 동참하고 싶은 욕망에 불타오르곤 한다. 그러나 어떤 제품을 구입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비록 많이 저렴해지긴 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만만찮은 거금을 들여 구입하더라도 그것의 기능을 제래도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 기계치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새로 배우는 데 점점 게을러지는 요즘이기도 하고, 괜한 겉멋에 DSLR을 장만했으나 여전히 자동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누군가가 남일 같지 않아서다.  

그러던 차에 동생이 중고로 DSLR을 장만했다. 묵직한 무게감을 전해오는 DSLR을 들고 시험삼아 이것저것 찍어보니 거참, 좋긴 좋다. 기본 사양으로 들어있는 번들 렌즈로 별다른 효과없이 막 찍은 사진임에도 똑딱이와는 다른 깊이가 보인다. 동생이 들고 온 DSLR을 보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DSLR에 대한 충동이 다시 방망이질쳤다. 앞으로 사진 찍을 일이 뭐 그리 많냐고, 게다가 저 무거운 걸 자주 들고 다니겠냐고, 나중에 늘어나는 렌즈 욕심은 또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등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떠올리며 도리질쳐 보지만, 그럼에도 멋진 사진에 대한 욕망이 DSLR로 이어진다. 그래서 요즘 다시 돈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우선 DLSR에 대해 공부를 먼저 하기로 했다. DSLR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는 구입하는 것조차 수월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기종들이 있으며 각각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가격대는 어떠하며 구입시 꼭 고려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기능으로 어떤 사진들을 연출할 수 있는지 등등을 찾아봤다. 그리고 관련책들을 살펴보다 나 같은 초보도 어렵잖게 따라갈 수 있을 듯한 책을 만났다. '노아'라는 닉넴의 유재천과 네모기획이 공저로 올라있는 길벗의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의 하나인 『DLSR 카메라 촬영 무작정 따라하기』(2009,길벗)이 바로 그것이다.



책은 크게 일곱 개의 꼭지로, 음식, 일상, 애완동물, 빗속이나 스포츠 사진 등의 [스냅사진 찍기], 사랑하는 연인이나 아이들, 단체사진,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행사사진, 전문적인 인물사진, 주제가 있는 사진 등의 [인물사진 찍기], 그림 같은 풍경, 바닷가, 박물관이나 명소, 여행지, 파노라마 사진 촬영 등의 [풍경사진 찍기], 별의 일주사진, 파사체 연속 촬영, 독특한 느낌의 사진, 접사촬영 등 [재미있는 사진 찍기], 스토리가 있는 [테마 스토리 사진 찍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본문의 앞뒤에는 DLSR을 시작하기에 앞서 알려줄 것들이 담긴 [준비마당], 알아두면 유용한 DSLR 지식들이 있는 [권말부록]으로 알차게 채웠다.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제목답게 이책은 아직 DSLR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에게 친절한 책이다. 그래서 DSLR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크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각 꼭지마다 촬영 테마에 꼭 필요한 화면분할이나 구도잡기, 프레임 나누기, 빛의 방향이나 각도 등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책에 다양한 사진들을 수록하고, 각각의 예시를 통해 구도, 초점, 빛의 방향 등을 분석했다. 책의 밑부분에는 ‘무작정 따라하기’라는 코너를 통해 예제 사진의 DSLR의 촬영정보 - 촬영모드, 화이트밸런스, 조리개, ISO, 초점, 심지어 상황설정까지 자세히 적어놓아 예제와 같은 사진을 찍어보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DSLR 유저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했다.

이책을 보는 독자에 따라 관심을 두는 분야가 제각각일 것이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예쁜 아이를 찍는 방법에,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맛집 방랑자라면 음식 사진에, 소소한 일상에 관심을 두는 블로거라면 일상 사진 찍기에,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멋진 풍경 사진에 눈을 반짝일 것이다. 다리가 길어보이게 찍는 법이나 음식이 맛깔스럽게 보이는 법 등 실질적인 팁들을 많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별 보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나는 별의 일주나 궤적 사진이 가장 반가웠다. 또한 잡지 광고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예쁘고 독특한 사진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찍는 건지 궁금했는데 그것들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 또한 재미있었다.

삶에 필요한 것을 유치원에서 모두 배웠다는 말이 있듯이 이책에서도 DSLR 카메라를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책을 시작하기 앞서 마련된 준비마당에 대부분 담겨 있다. 마지막 꼭지인 스토리 사진 촬영법에서는 찍은 사진의 리터칭과 편집에 관한 포토샵 팁들도 간략하게 다루었다. 책의 말미에는 렌즈, 필터, 촬영모드, 셔터스피드, 조리개, ISO, 플래쉬, 구도잡는 법 등 DLSR의 가장 기본적인 스킬과 DSLR의 장비에 관련 스킬을 부록으로 실어두어 책내용의 성실함을 더했다.

DLSR이 보편화되고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DLSR 유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육중한 무게와 부담스런 부피에도 불구하고 DSLR에 열광하게 되는 건 바로 자동카메라가 따라갈 수 없는 수동카메라 만의 깊이와 색깔 때문일 것이다.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DSLR의 재미 아니겠는가. 그러나 주변을 보면 거금을 들여 장만해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DLSR 카메라 촬영 무작정 따라하기』는 다양한 예제와 쉬운 설명으로 사진이나 카메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쉽게 DLSR로 촬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제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DLSR 촬영을 무작정 따라해보자. 언젠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스스로 감동받을 순간이 올지도 모르지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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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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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김병종 │ 문학동네 │ 2009.12 


이책을 밤마다 조금씩 읽었다. 마음만 먹으면 금세 다 읽어버릴 분량이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그림묵상'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책은 성격상 한꺼번에 맛보기보다는 아끼듯 조금씩 천천히 읽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길 잘 했다. 글과 그림 하나하나를 음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밤마다 읽은 건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이책의 제목처럼 나도 매일 계속되는 '오늘밤'이란 시간을 이책 안에 머물러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결과는 흡족했다.

김병종 화백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이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작년에 출간됐던 『라틴 화첩기행』(2008,랜덤하우스코리아)을 통해서였다. 라틴을 여행하며 그린 그림과 글을 엮은, 평소 관심 분야인 여행과 예술이 함께 한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책과 연이 닿질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책을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김병종 화백의 글과 그림이었는데 둘 다 참 좋았다. 그림은 그렇다쳐도 어쩜 글까지 이렇게 잘 쓰시나 했더니 신춘문예에 당선된 적는 필력가였다.

『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2009,문학동네)는 김병종 화백이 지난 일년여간 「김병종의 생명 이야기」라는 꼭지로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서 엮어낸 책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듣고 경험한 이야기, 사랑하는 가족 이야기, 자신의 그림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늘 주님과 함께 하고 그분의 손길을 찬양한다. “색채는 나만의 기도이고, 붓질은 나만의 찬송입니다.”라는 문장처럼 그는 이책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뜨겁게 고백한다.

말로 형용하기 힘든 빛깔의 에게 해와 카리브 해를,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의 대초원 팜파스를, 끝없이 치솟은 히말라야를,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를 거치면서 그분이 만든 아름답고도 오묘한 세계를 감탄하고 찬양하며 그것을 자신의 화폭에 담아낸다. ‘바보 예수’ 연작을 통해서 가장 낮은 자리에 오셔서 가난한 자들을 사랑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그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해낸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의 소소한 일들을 통해 삶의 곳곳에 드러나는 그분의 사랑을 찬미한다.

처음 본 그의 그림은 참 밝았다. 보는 이들까지도 금세 환하게 만들어주는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밝음이 마음을 흔든다.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익살스런 표현들도 웃음을 머금게 한다. 그러나 그의 ‘흑색 예수’ 연작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분이 십자가에 찔리고 피 흘리는 고통을 당하게 만든 자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걸 그대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 조각 같은 외모 대신 친근하고 순박한 예수님을 그려낸 ‘바보 예수’ 연작들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모습과 닮아있다.

한 장의 그림과 그리 길지 않은 글들에서 저자는 자신의 여행과 가족과 성경과 일상의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 그것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분에 대한 마음이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때론 가슴 저릿한 그림들과 가벼운 듯 진지하고 담담한 듯 뜨거운 그의 글들이 어어러져 이내 그의 삶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찬양이 된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서 내심 부러워졌다. 이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그런 마음이, 믿음이, 찬양이, 감사가 내게도 조금씬 전염되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 죽음은 힘이 세다. 그러나 사랑은 더 힘이 세다. 그 센 힘으로 죽음을 이긴다. (141쪽)





▲ 우리식의 소박하고 친근한 예수님으로 표현된 ‘바보 예수’


▲ 하회마을을 보고 그린 ‘조선 물동이동’, 작년에 봤던 하회마을이 떠오르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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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In the Blue 2
백승선 / 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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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 백승선, 변혜정 │ 가치창조 │ 2010.01 


여행에세이를 만나는 건 언제나 즐겁다. 가보고 싶었던 곳 또는 온전히 낯선 세계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멋진 여행에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낯선 풍경들은 눈을 즐겁게 하고, 여행자들이 들려주는 감상이나 경험들은 마음을 달뜨게 한다. 비록 내 육신은 한껏 게으름을 부리며 방바닥을 뒹굴고 있지만 내 마음은 그들의 이야기를 타고 나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언젠가 그들처럼 떠날 순간을 상상하면서. 이런 설렘을 전해주니 어찌 여행에세이를 마다하랴. 미처 일상을 떨쳐내지 못하는 나는, 그래서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늘 궁금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주황빛 지붕들이 매혹적인 크로아티아의 여행기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들의 두 번째 여행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곤 바로 찾아읽었다. 이번엔 벨기에다. 제목도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다. 벨기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전혀 없음에도 별다른 망설임 없이 이책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전작에 대한 믿음, 지도상의 이름으로만 알았던 크로아티아를 보다 생생하게 전해주었던 전작 만큼 이책 역시 벨기에의 새로운 매력들을 펼쳐보여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책과 함께 등장한 ‘번짐’시리즈, 이책과 전작을 묶는 용어다. 그래서 두 책은 저자는 물론 책의 포맷도, 판본도 모두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시리즈로 계속 출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독자로선 반가운 일이다.


벨기에,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수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것 외에 벨기에만의 특별한 무엇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어린 시절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파란 생명체인 ‘스머프’가 태어난 곳이 벨기에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대학 시절 불문과에 다니던 선배가 수업 교재로 〈개구쟁이 스머프〉를 쓴다던 이야기에 그것을 줄곧 프랑스 만화로 알고 있었기에 조금은 충격이었다. 알고보니 벨기에는 인접국가인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의 언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단다.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의 세력이 강하며, 자신들만의 모국어는 따로 없다고. 그렇게 한동안 벨기에는 내게 ‘스머프의 나라’로 각인됐다.

그런데 이책을 만나면서 벨기에는 좀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됐다. ‘스머프의 나라’였던 벨기에는 《플란다스의 개》의 나라가 되었고, 와플과 초콜릿과 맥주의 나라가 되었다. 르네 마그르트와 루벤스의 나라였고, 외모 뿐만 아니라 내면적 아름다움을 보여준 오드리 헵번이 태어난 나라이기도 했다. 낯설기만 했던 벨기에를 대표하는 단어들이 이렇게나 친숙한 것들이었다니. 벨기에와의 심리적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나라 전체가 우리나라 경상도 지역 정도의 면적인 벨기에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베네룩스 3국으로 불리며 유럽연합(EU) 건물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세의 역사와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어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인기있는 관광지임은 물론이다.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은 벨기에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브뤼셀과 안트베르펜, 브뤼헤, 그리고 우연히 찾은 겐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국적인 풍광과 달콤한 이야기들을 통해 벨기에의 다양한 면면들을 보여준다.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답게 가장 많은 볼거리와 이야기를 가진 도시였다.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칭송했던 그랑 플라스를 비롯해 그 유명한 ‘오줌싸게 소년 동상’, 천장이 유리로 덮힌 유럽 최초의 쇼핑 갤러리인 성 유베흐 갤러리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초콜릿 장인의 나라’답게 보기만 해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달콤한 초콜릿과 세계 최고의 맛으로 인정받았다는 맥주와 ‘벨기에의 붕어빵’인 와플이 여행자의 입맛을 유혹한다. 스머프와 틴틴이 있는 만화박물관, 가장 많은 악기를 소장하고 있다는 악기박물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마그리트 미술관도 빠질 수 없다. 성 미셸 대성당에는 한국 교민이 기증했다는 한복 입은 동방박사 모형이 있다는데 사진으로라도 만나볼 수 없어 궁금하고 아쉬웠다.

‘손’의 형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 안트베르펜은 노트르담 대 성당과 루벤스로 대표된다. 200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벨기에 최대의 성당인 노트르담 대 성당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성모승천〉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포함한 루벤스의 걸작 그림들로 유명세가 더해졌다. 특히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는 벨기에 7대 보물 중 하나로 사랑받는 그림이라고. 우리에겐 《플란다스의 개》의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그림으로 더 유명하지만 말이다. 노트르담 성당 옆으로 난 길 또한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이 된 곳이란다. 더불어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루벤스가 마지막까지 거처했던 루벤스의 생가와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왕립 미술관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운하의 도시인 브뤼헬은 짧은 감탄사가 나올만한 예쁜 도시였다. 엽서에서 흔히 보았음직한 잘 정돈된 유럽풍 건물과 거리, 도시를 유유히 흐르며 ‘북쪽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운하, 그리고 반할만큼 예쁜 번지수 팻말이 인상적이다. 크로아티아 만큼은 아니지만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주황색 지붕의 집합을 여기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브뤼헬은 성혈 예배당에는 제 2차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플랑드르 백작이 예루살렘에서 모셔온 예수님의 성혈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차를 타고 가던 저자가 끝없이 빼곡하게 이어진 자전거들에 놀라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다는 도시 켄트는 관광안내소 직원이 강조하듯이 작은 도시지만 유서 깊은 유산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나의 눈길을 끈 건 각양각색의 건축물이 아닌 낙서 벽화 거리인 ‘그라피티 거리’였다. 공식적으로 마음껏 낙서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줌으로써 중세의 건축물들을 지켜내는 그들의 열린 사고가 이방인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들어줬다.


이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벨기에는 그저 유럽의 어디쯤에 존재하는 작은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는 것처럼 이책을 통해 벨기에는 내게 달콤한 향기를 머금게 하는,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저자들은 전작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와 마찬가지로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역시 맛깔스런 글로 여행자의 낯선 설렘과 즐거움을 들려준다. 눈을 즐겁게 하는 멋드러진 사진들은 독자들에게 벨기에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감성적인 일러스트는 사진과는 또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사이사이 여행지에 관한 짧은 정보들을 첨부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눈과 마음이 함께 즐거운 책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벨기에는 한결 정겨운 나라가 되었다. 

백승선 변혜정이 찍고 쓴 여행에세이안 ‘번짐’ 시리즈는 기존의 여행서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나라인 크로아티아와 벨기에에 대한 이야기를 연이어 내놓음으로써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짧은 글과 수많은 사진과 가끔의 일러스트가 적절히 잘 어울어진 구성 또한 자신만의 포맷을 형성한다. 전작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책이 더욱 즐거웠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저자들이 찾아갈 다음 나라가, 그곳의 매혹적인 풍광과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행복과 달콤함 다음에는 어떤 번짐이 찾아들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 책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벨기에의 달콤한 이야기에 조금 더 취해 있어도 좋을 듯하다. 















▲ TV만화 《플란다스의 개》의 네로가 노트르담 대 성당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루벤스의 그림. 
   왼쪽이 〈십자가를 세움(The raising of the cross)〉, 오른쪽이 〈십자가에서 내리심(Descent of the cross)〉





▶ 오탈자 (초판 1쇄) - 책에 페이지가 없어서 오탈자 적기도 참 애매하다..;;

+ 브뤼셀 편,
  : 부셰 거리 삽화 뒷면의 스파게티 사진 옆의 페이지 1째줄 - 끊임없이 유년 시절을 생각키우던 벨기에. → 생각케하던

+ 안트베르펜 편,
  : 루벤스의 집 삽화와 왕립미술관 사진이 있는 페이지 → 네로가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어했던 그림은 성당 천장의 〈성모승천〉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내리심(Descent of the cross,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이란다. 
이책을 읽은 후 추억의 만화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 엔딩씬을 다시 찾아봤는데, 네로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던 그림은 〈십자가를 세움(The raising of the cross)〉과 〈십자가에서 내리심(Descent of the cross,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이었고, 죽은 네로와 파트라슈를 하늘나라로 데려가는 천사가 내려오던 그림이 바로 천장의 〈성모승천〉이었다.

+ 브뤼헤 편,
  : 바실리크 성혈 예배당 사진 밑의 설명에는 '랑드르 백작'이라 되어 있고, 그 뒷장 삽화 옆의 글 4째줄에는 '랑드르 백작'이라고 되어 있다. 다른 글에는 모두 '플랑드르 백작'이라고 되어 있는 걸 보니 사진 밑의 글자가 오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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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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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를 부르는 그림 │ 안현신 │ 눈과마음 │2010.01 



‘키스’를 다룬 그림 중 가장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작품은 아마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아닐까 싶다. 클림트의 유명세와 함께 황금빛 옷으로 감싸안은 연인의 모습이 그만큼 강렬하고 화려하며 관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클림트의 『키스』 외에도 ‘키스’를 주제로 그려진 그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키스씬만이 연이어 스크린에 비춰지던 영화 『시네마 천국』의 감동적인 엔딩씬처럼 키스하는 그림들만 함께 모아본다면 어떨까. 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이런 이런 생각으로 바탕으로 출간된 책이 'Culture & Art Series'의 첫 번째 책인 안현신의 『키스를 부르는 그림』(2010,눈과마음)이다.

명화 속에 표현된 키스를 이책은 크게 즐거운 입맞춤, 비극의 입맞춤, 유혹과 관능의 입맞춤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1장 즐거운 입맞춤에서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키스, 행복에 겨운 감격의 키스, 무한한 모성의 키스 등이 등장한다. 환상적인 색채로 표현된 샤갈의 그림 속 연인들의 입맞춤은 보는 이들까지 행복하게 만들고, 키스를 통해 온전히 하나가 되는 브랑쿠시의 조각들은 단순함 속에 연인에 대한 깊은 열망을 보여준다. 아기에게 키스하는 엄마를 그린 여류화가 메리 카사트의 그림들은 진한 모성애를 나타냄과 동시에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기존의 남성화가와 차별된다. 서로를 위로하는 사창가 여인들의 입맞춤을 그린 툴루즈 로크레크의 그림은 쾌락보다는 연민과 애잔함이 느껴진다.

2장 비극의 입맞춤에서 키스는 배신과 죽음이라는 의외의 기호로 사용된다. 지오토의 그림 속에서 유다는 자신이 팔아넘긴 예수를 지목하는 방법으로 키스를 선택하고, 뭉크의 그림 속 연인들은 불안과 고통을 떨치기 위해 격렬한 입맞춤을 한다. 르네 마그르트는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키스하는 연인들의 그림을 통해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실존 인물인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매혹적이고도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는 여러 화가들의 다양한 시선으로 재해석되어 그려져 서로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까지 주었다. 뒤늦게 재평가되고 있는,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까미유 클로델의 조각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곧 쓰러질 듯한 여자와 그녀를 받쳐든 남자의 조각 『샤쿤탈라』는 그녀의 불운했던 실제 삶과 겹쳐져 더욱 아련하게 다가왔다.

3장 유혹과 관능의 입맞춤은 욕망과 에로티시즘의 방법으로 표현된 키스를 살펴본다.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깊은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애절한 키스는 이오를 겁탈하는 바람둥이 제우스나 상대를 죽여서라도 소유하려는 광기어린 살로메의 키스와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어떤 대상에 대한 욕망의 표현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에서 키스는 에로티시즘의 정점으로 낭만적인 관능적인 순간을 보여주는 반면 피카소나 실레의 그림 속 키스는 괴기스럽거나 우스꽝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연인들의 아슬아슬한 키스를 포착해 화폭에 옮긴 프라고나르의 그림들은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따라 눈길을 옮기다 보면 그속에 숨어있던 이야기과 마주하게 되는데 누군가의 연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각 단락의 말미에는 ‘가상의 작업일지’라는 작은 꼭지가 있어 그림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그 작품을 그린 작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을 것인가를 상상해보는 과정에서 태어난’ 코너로 ‘작가 자신의 일기나 다른 사람이 쓴 자료들을 참조’하고 거기에 저자의 상상을 더해 씌여진 글들로 꾸려져 있다. 그 내용이 비록 허구이긴 하지만 행복에 겨운 생일날을 보낸 샤갈이나 불안에 떤 꿈을 꾼 뭉크 등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또한 그림의 모티브를 제공한 만화 원작자에게 보내는 리히텐슈타인의 가상의 편지를 통해 그림을 보며 품었던 의문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었다. 

『키스를 부르는 그림』은 ‘키스’라는 공통된 소재를 다룬 다양한 작품들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저자는 그림은 물론 조각, 일러스트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른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는 키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와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가치관에 따라 낭만적이고 에로틱한 사랑의 행위를 상징하는 키스는 때론 배신이나 불안을, 또는 감출 수 없는 욕망을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되기도 한다. 키스를 다룬 여러 작품들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키스라는 하나의 행위가 연출자의 시선에 의해 완전히 다른 의미를 내포할 수도 있다는 것의 발견 또한 흥미로웠다.

그러한 그림 이야기들을 설명하는 저자의 글은 일단 쉽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별다른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종종 끝없이 이어지는 만연체의 문장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게다가 재미있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녀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 속에 숨어있던 상징과 이야기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그림을 읽어내는 재미랄까. 그외 그림의 모티브가 된 문학 작품이나 성경 속 이야기, 시대적 상황이나 화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그림에 접근한다. 더불어 샤갈이나 뭉크, 클림트, 피카소 같은 유명화가 뿐만 아니라 로세티나 본도네, 브랑쿠시처럼 전에는 몰랐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반가웠다.

사랑은 인간의 영원한 주제이고, 키스는 그것을 표현하는 또다른 테마다. 키스라는 매혹적인 키워드로 살펴본 명화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키스를 부르는 그림』은 독자의 눈길을 자극한다. 그리고 다양한 시대와 작품들을 아우르며 제시하는 풍부한 볼거리와 읽을거리, 그것을 들려주는 저자의 친절하고도 맛깔스런 설명은 그런 독자의 기대에 부응한다. 우연히 만났으나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던 책이었다. 다음 시리즈가 은근히 궁금해질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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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 - 한지민의 필리핀 도네이션 북
한지민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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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 : 한지민의 필리핀 도네이션북 │ 한지민 │ 북로그컴퍼니 │ 2009.08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일밤」이 야심차게 준비한 코너인 ‘단비(단 하나의 비밀)’가 지난해 아프리카 우물 프로젝트로 그 시작을 알렸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시골 마을에 우물을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현지 상황을 살피고 주민들을 만나고 직접 우물의 일부를 파는 노동을 하고 비가 새는 불편한 잠자리로 밤을 보내는 과정이 그대로 보여졌다. 보기만 해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여유와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과 우물이 성공하길 기도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절반의 확률을 이기고 마침내 우물에서 물이 뿜어져 나올 때 가슴 뿌듯한 안도의 눈물이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책을 읽게 된 건 솔직히 그곳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함께 기쁨을 나누던 한지민의 모습 때문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리던 그녀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그녀의 적극적인 나눔 동참이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이책이 인기에 편승한 연예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늘어놓은 에세이가 아니라 필리핀의 오지 마을 알라원에서 보낸 4박 5일 간의 자원봉사 체험을 바탕으로 쓴 ‘도네이션북’이라는 것이었다. 즉, 이책의 인쇄 수익은 전부 기부된다. 나눔을 통해 만들어진 책으로 또다른 나눔을 한다는 것 사실만으로도 참 착한 책이다. 



한지민과 방송작가 노희경을 포함 아홉 명으로 구성된 서포터즈가 갈 곳인 알라원은 필리핀에서도 오지 마을에 속한다. 마을까지 차가 들어가지 않아 밀림을 헤치며 다섯 시간 이상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형편이니 전기는 꿈도 못 꾼다. 먹고 살기에도 힘든 형편이라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조차 없다. 그곳 아이들을 위해 국제 NGO기구인 JTS(Join Together Society)가 주민들을 설득해 학교를 짓기 시작했고 그 먼 길을 걸어 자재를 운반한 결과 알라원 스쿨이 완성됐다. 이번에 도착한 알라원 서포터즈는 그곳에서 알라원 스쿨의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나눔 봉사를 했고 이책은 그것에 대한 기록이다.

작고 얇은 책은 짤막한 글과 절반 이상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때론 가난한 글과 사진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때가 있다. 이책이 그랬다. 알라원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 열심히 가르치는 한지민의 모습과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사진들과 함께 작은 가르침에 하루하루 변해가는 아이들에 대한 흐뭇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들이 전해주는 감동을 통해 나눔과 봉사에 대한 생각들이 그 사이를 채운다. 기교없이 짧고 단순한 글이지만 그 순박한 글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아래에 ‘글ㆍ그림 한지민’이라고 되어 있다. 도대체 어디에 그림이? 하며 다시 책을 찬찬히 찾아보니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색연필 삽화를 말한 모양이다. ‘그림’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민망한 수준이지만 뭐, 귀엽게 봐줄만은 했다. 흐흐,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기부나 나눔, 봉사 등 좋은 일에 앞장서서 돕는 연예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조용히 행하는 나눔도 좋지만, 자신들의 영향력을 좋은 일을 널리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선한 방향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지민이 참여했던 JTS의 필리핀 알라원 나눔 봉사 또한 그런 취지의 일환으로 ‘tvN 월드 스페셜 LOVE’와 함께 했고, 그들의 봉사 모습은 tvN의 채널을 통해 방송되었단다. 그리고 그에 그치지 않고 필리핀 도네이션북인 이책 『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가 출간됐다. 작은 나눔이 만들어낸 기적을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4박 5일의 짧고도 긴 여정을 마치고 서포터즈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의 작은 나눔이 밑거름이 되어 알라원 스쿨에 배움의 싹이 트길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 알라원 스쿨에도 얼른 선생님이 오셔야 할 텐데,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도 최소한의 배움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텐데 말이다. 작은 리코더 하나만 가지고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알라원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는 많은 것을 갖고 있음에도 늘 부족하게 느끼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란 어쩌면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누는 것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작은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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