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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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김병종 │ 문학동네 │ 2009.12 


이책을 밤마다 조금씩 읽었다. 마음만 먹으면 금세 다 읽어버릴 분량이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그림묵상'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책은 성격상 한꺼번에 맛보기보다는 아끼듯 조금씩 천천히 읽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길 잘 했다. 글과 그림 하나하나를 음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밤마다 읽은 건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이책의 제목처럼 나도 매일 계속되는 '오늘밤'이란 시간을 이책 안에 머물러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결과는 흡족했다.

김병종 화백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이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작년에 출간됐던 『라틴 화첩기행』(2008,랜덤하우스코리아)을 통해서였다. 라틴을 여행하며 그린 그림과 글을 엮은, 평소 관심 분야인 여행과 예술이 함께 한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책과 연이 닿질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책을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김병종 화백의 글과 그림이었는데 둘 다 참 좋았다. 그림은 그렇다쳐도 어쩜 글까지 이렇게 잘 쓰시나 했더니 신춘문예에 당선된 적는 필력가였다.

『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2009,문학동네)는 김병종 화백이 지난 일년여간 「김병종의 생명 이야기」라는 꼭지로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서 엮어낸 책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듣고 경험한 이야기, 사랑하는 가족 이야기, 자신의 그림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늘 주님과 함께 하고 그분의 손길을 찬양한다. “색채는 나만의 기도이고, 붓질은 나만의 찬송입니다.”라는 문장처럼 그는 이책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뜨겁게 고백한다.

말로 형용하기 힘든 빛깔의 에게 해와 카리브 해를,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의 대초원 팜파스를, 끝없이 치솟은 히말라야를,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를 거치면서 그분이 만든 아름답고도 오묘한 세계를 감탄하고 찬양하며 그것을 자신의 화폭에 담아낸다. ‘바보 예수’ 연작을 통해서 가장 낮은 자리에 오셔서 가난한 자들을 사랑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그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해낸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의 소소한 일들을 통해 삶의 곳곳에 드러나는 그분의 사랑을 찬미한다.

처음 본 그의 그림은 참 밝았다. 보는 이들까지도 금세 환하게 만들어주는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밝음이 마음을 흔든다. 어린 아이가 그린 듯한 익살스런 표현들도 웃음을 머금게 한다. 그러나 그의 ‘흑색 예수’ 연작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분이 십자가에 찔리고 피 흘리는 고통을 당하게 만든 자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걸 그대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 조각 같은 외모 대신 친근하고 순박한 예수님을 그려낸 ‘바보 예수’ 연작들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모습과 닮아있다.

한 장의 그림과 그리 길지 않은 글들에서 저자는 자신의 여행과 가족과 성경과 일상의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 그것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분에 대한 마음이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때론 가슴 저릿한 그림들과 가벼운 듯 진지하고 담담한 듯 뜨거운 그의 글들이 어어러져 이내 그의 삶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찬양이 된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서 내심 부러워졌다. 이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그런 마음이, 믿음이, 찬양이, 감사가 내게도 조금씬 전염되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 죽음은 힘이 세다. 그러나 사랑은 더 힘이 세다. 그 센 힘으로 죽음을 이긴다. (141쪽)





▲ 우리식의 소박하고 친근한 예수님으로 표현된 ‘바보 예수’


▲ 하회마을을 보고 그린 ‘조선 물동이동’, 작년에 봤던 하회마을이 떠오르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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