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 - 한지민의 필리핀 도네이션 북
한지민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 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 : 한지민의 필리핀 도네이션북 │ 한지민 │ 북로그컴퍼니 │ 2009.08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일밤」이 야심차게 준비한 코너인 ‘단비(단 하나의 비밀)’가 지난해 아프리카 우물 프로젝트로 그 시작을 알렸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시골 마을에 우물을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현지 상황을 살피고 주민들을 만나고 직접 우물의 일부를 파는 노동을 하고 비가 새는 불편한 잠자리로 밤을 보내는 과정이 그대로 보여졌다. 보기만 해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 상황을 즐길 줄 아는 여유와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과 우물이 성공하길 기도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절반의 확률을 이기고 마침내 우물에서 물이 뿜어져 나올 때 가슴 뿌듯한 안도의 눈물이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책을 읽게 된 건 솔직히 그곳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함께 기쁨을 나누던 한지민의 모습 때문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리던 그녀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그녀의 적극적인 나눔 동참이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이책이 인기에 편승한 연예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늘어놓은 에세이가 아니라 필리핀의 오지 마을 알라원에서 보낸 4박 5일 간의 자원봉사 체험을 바탕으로 쓴 ‘도네이션북’이라는 것이었다. 즉, 이책의 인쇄 수익은 전부 기부된다. 나눔을 통해 만들어진 책으로 또다른 나눔을 한다는 것 사실만으로도 참 착한 책이다. 



한지민과 방송작가 노희경을 포함 아홉 명으로 구성된 서포터즈가 갈 곳인 알라원은 필리핀에서도 오지 마을에 속한다. 마을까지 차가 들어가지 않아 밀림을 헤치며 다섯 시간 이상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형편이니 전기는 꿈도 못 꾼다. 먹고 살기에도 힘든 형편이라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조차 없다. 그곳 아이들을 위해 국제 NGO기구인 JTS(Join Together Society)가 주민들을 설득해 학교를 짓기 시작했고 그 먼 길을 걸어 자재를 운반한 결과 알라원 스쿨이 완성됐다. 이번에 도착한 알라원 서포터즈는 그곳에서 알라원 스쿨의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나눔 봉사를 했고 이책은 그것에 대한 기록이다.

작고 얇은 책은 짤막한 글과 절반 이상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때론 가난한 글과 사진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때가 있다. 이책이 그랬다. 알라원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 열심히 가르치는 한지민의 모습과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사진들과 함께 작은 가르침에 하루하루 변해가는 아이들에 대한 흐뭇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들이 전해주는 감동을 통해 나눔과 봉사에 대한 생각들이 그 사이를 채운다. 기교없이 짧고 단순한 글이지만 그 순박한 글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아래에 ‘글ㆍ그림 한지민’이라고 되어 있다. 도대체 어디에 그림이? 하며 다시 책을 찬찬히 찾아보니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색연필 삽화를 말한 모양이다. ‘그림’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민망한 수준이지만 뭐, 귀엽게 봐줄만은 했다. 흐흐,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기부나 나눔, 봉사 등 좋은 일에 앞장서서 돕는 연예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조용히 행하는 나눔도 좋지만, 자신들의 영향력을 좋은 일을 널리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선한 방향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지민이 참여했던 JTS의 필리핀 알라원 나눔 봉사 또한 그런 취지의 일환으로 ‘tvN 월드 스페셜 LOVE’와 함께 했고, 그들의 봉사 모습은 tvN의 채널을 통해 방송되었단다. 그리고 그에 그치지 않고 필리핀 도네이션북인 이책 『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가 출간됐다. 작은 나눔이 만들어낸 기적을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4박 5일의 짧고도 긴 여정을 마치고 서포터즈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의 작은 나눔이 밑거름이 되어 알라원 스쿨에 배움의 싹이 트길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 알라원 스쿨에도 얼른 선생님이 오셔야 할 텐데,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도 최소한의 배움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텐데 말이다. 작은 리코더 하나만 가지고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알라원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는 많은 것을 갖고 있음에도 늘 부족하게 느끼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란 어쩌면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누는 것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작은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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