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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식민지 땅으로 가는 통로"
[인터뷰] 이해영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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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
ⓒ 이정훈
"한미 FTA는 한국이 식민지로 가는 통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자본이 경쟁하는 땅으로 변해, 한국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선 땅이 될 것이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오종렬) 정책기획연구단장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의 일성이다.

이 교수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5일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린 FTA 협상반대 기자회견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부실하게 준비하고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낯선 식민지, 한미 FTA>라는 책을 출판한 이 교수는 "FTA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물론 대학생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한미 FTA가 타결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을 마친 이해영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FTA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IMF 이후 한미가 추진하고 있던 BIT(투자협정)의 형편없는 내용을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가졌다. FTA는 원래 상품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FTA는 상품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 분야에 걸쳐 있다. 한미 FTA는 BIT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미 FTA는 식민지로 가는 통로

- BIT는 또 뭔가?
"BIT는 투자협정이라는 말이다. 투자협정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투자협정 중에서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이라는 것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국의 회사가 한국 영화관을 매입 운영할 때 스크린쿼터에 따른 146일 한국영화 의무상영 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한 마디로 이익만 내면 되고 의무 같은 것은 없다.

FTA의 투자조항이 투자협정을 그대로 떠안은 것인데, 서비스와 투자 중심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미국 자본이 한국 기업을 M&A(인수와 합병)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미국 자본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제일 먼저 기존에 있는 직원들을 정리해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이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고용창출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 정부가 FTA 협상 관련 문건을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
"그래도 추정은 가능하다. 투자 조항은 이미 나와 있다고 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투자협정의 내용들이 그대로 FTA에 들어와 있다. 구체적인 협상안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왜 일반 시민들이 FTA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가?
"몰라서 그런 것 같다. 대다수가 수출 자유화에 왜 반대하느냐고 한다. 본래 의미를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식민지 협정이다. 투자협정이 가져올 피해는 FTA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FTA의 피해는 클 것이다."

- FTA에 대해 경제학자들도 많이 모르는 것 같다.
"특수한 분야이다. 경제학자들이 이미 신자유주의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FTA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법학, 정치 문제이면서 경제 분야에 총망라되어 있는 고도의 전문적 문제이다."

"대규모 정리해고자 양산할 것"

▲ 이해영 교수는 한미 FTA는 공동체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정훈
- 한미 FTA 저지 교수학술공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세균)에는 몇 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가.
"200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전공분야가 각각 다르다. 또 워낙 특수한 분야이다 보니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경제 관련 교수들도 20명 정도 있다."

- 경제를 전공한 교수들은 한미 FTA의 심각성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경제학계는 신자유주의가 거의 지배했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일부 단체에 소속돼 있는 학자들만이 한미 FTA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 여러 경제학자들을 만나면 견해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자신들도 교육자라서 교육은 장사가 아니라 공공 분야임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그것 역시 서로 생각이 많이 다르다."

-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도 조금 늦은 게 아닌가.
"경제 이슈는 어려운 과제다. 특히 통상 분야는 더욱 전문적이고 어렵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도 통상 이슈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IMF 이후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는 국내 다른 이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다."

- 대학 강단에 있는데 경제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관심이 많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그런데 자기 경제 문제만 관심이 많다. 국민경제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국민경제가 죽는데 자기는 살아남을 것 같은가. 많이 안타깝다. FTA가 체결되고 나면 더 이상의 고용창출은 없을 것이다."

- 한미 FTA가 체결되고 나면 실업률은 어느 정도가 되리라 예상하는가.
"실업률은 예상하기조차 어렵다. M&A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자본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면 정리해고부터 할텐데 그것만해도 엄청날 것이다. 현재 IT 산업에 국가가 목을 매고 있는데 고용창출 효과가 낮은 분야이다. 따라서 성장해도 고용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다."

- 최근 <낯선 식민지, 한미 FTA>라는 책을 냈는데.
"쉽게 쓴다고 했지만 쉽지는 않은 내용이다. 아무리 쉽게 써도 통상, 경제 분야의 책은 어렵다. 기본 지식이 없어서 그렇다. 이번 책은 그 동안 썼던 글을 모은 것이 아닌 새로 쓴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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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기독교 인터넷 신문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에도 올렸습니다.
2006-06-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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