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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책 초반엔, 좀 꺼려졌다. 아이를 놓고 어울리지 않는 상상과 발언을 하는 그들 부부가, 또한 그 얘기를 쓴 저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임신 중 독감에 걸린 산모가 엑스레이를 찍는 바람에 아이의 눈은 종양에 걸렸다. 산모가 경계해야하고 조심해야할 사항이긴 하지만, 어떻게 엑스레이를 찍는 기사는 그걸 무시했던걸까? 중국이란 나라를 두고 원망해야 하는 건지 의사 한 사람의 실수라고 치부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소중한 생명은 어이없는 실수로 병을 얻었고 투병하다 천사가 되었다.
죽은 아이를 가슴에 묻은 부모가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제 살 깎아먹듯 글을 쓰는 사람인 저자는 낱낱이 아이를 갖게 된 순간부터 아이와 이별하는 날까지를 세세히 이야기한다. 솔직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뻔뻔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가끔 저자의 자기 자랑 같은 부분들이 거슬렸다. 무조건 겸손을 원하는 건 아닌데 '절망의 끝에서 건져 올린 인생에 대한 깨달음, 희망의 언어' 라는 띠지의 카피에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한 아이가 죽었고 그 아이는 죽을 때까지 웃었다. 제 몸에 종양이 퍼진 줄도 모르고 아이가 웃는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잔인해 보일 정도로 먹먹해지는 장면이다. 아이에 관한 이야기 말고, 저자가 한 챕터를 시작하면서 어떤 담론들, 단어들에 대해 펼치는 자서들은 글쎄,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 라는 저자의 직업에 충실하듯 어떤 이야기들을 꾸려가고는 있지만, 뭐, 굳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의 이야기 앞에 씌어 있기 때문에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이야, 자기 자신이야? 하는 주제넘는 물음표가 튀어나오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이 책은 진솔하다. 또, 울고 짜는 기대를 했건만 생각보다 최루탄을 쏘아대지는 않았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고 재구성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와중에 감동도 반감된 것은 아닐는지. 내 자식의 탄생에서 죽음을 지켜본 부모의 마음이 어떻게 온전하겠는가. 하지만 아이는 제 부모를 가르치는 현자처럼 깨달음과 생의 깊이를 전파하고 홀연히 떠났다. 그리고 한 권의 책으로 남았다. 아이의 절망과 죽음을 통해 부모는 또 하나의 길을 얻은 것처럼 새로운 인생과 직면했다. 그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 뉴뉴의 부모는 결국 헤어졌고, 여전히 이 책은 팔린다. 한 아이에게 정열적으로 쏟았던 사랑이 거짓말처럼 존재했다 사라진 것처럼. 나는 문득 세상엔 영원한 것이 결코 없다는, 엉뚱한 것이 남아버린다는, 조금은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 책을 읽어버린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