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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그림자 - 멕시코 한 혁명가로부터 온 편지
마르코스 지음, 윤길순 옮김 / 삼인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 그대는 진정 혁명가인가, 혁명을 가장한 문필가인가.
나는 그대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자네만의 독특함을 맛보네.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엿볼 수 없는 것이었다네.
각박하게 돌아가는 전쟁의 현장,
포위당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그 현장.
그곳에서 자네가 써 내려간 글들을
마지막이기에 더해질 수 있었던 유머라 논하면 너무도 경박한가.
얼굴없는 자네의 등에는 늘 펜 하나가 꽂혀있었다네.
결국 모든것은 소통의 문제라던 누군가의 말마냥
자네는 그 모든것을 당신의 명확한 목소리로 그려나갔네.
신자유주의, 세계화...
그 안에서 이루어졌던 착취와 고달픔의 역사를
자네는 늘 반감아닌 친근함으로 내게 가져다 주었네.
멕시코 정부가 그대들에게 열어놓은 단 한가지의 길이 무장투쟁이기에 그대들은 전쟁을 택했노라고 했네.
지니고 있는 힘으로부터 비롯되는 수많은 왜곡과 단절의 가능성이
그대의 펜으로 인해 바로잡히고 있음을 나는 보았네.
우리에겐 인종의 분쟁이 없다네.
그렇다고 내 그대들의 투쟁을 이해치 못한다 비하하진 않길 바라네.
결국 역사는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네.
우리에게도 가진자가 존재하고 그렇지 못한 자가 존재하네.
우리에게도 자네들에게 드리워진 분노의 그림자가 존재하고,
소리없이 외치는 아우성이 존재한다네.
물은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흘러내려 하나의 시냇물을 흐른다고,
하지만 결코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갈 순 없다고,
한벌 흘러내린 물은 땅 속으로 스며들거나 증발할 따름이라고
안토니오 할아버지가 자네에게 말했다지.
어쩌면 우린 아래로 흘러내려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걸지도 모르네.
바위를 뚫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물, 보다 빠른 흐름이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것일테니 말일세.
멕시코가 자신의 가면을 벗길 바라네.
우리 사회가 뒤집어쓰고 있는 그들만의 가면을 벗을 날이 오길 바라네.
그 땐 자네도 스키 마스크를 벗게.
그 땐 더 이상 얼굴없이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될걸세.
그 땐 더 이상,...
'포기하다'의 실체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네...
살기 위해 죽고자 하는 그대여,
더 이상 군인이 없길 바라며 스스로 군인의 길을 택한 그대여,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살기 위해 죽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죽은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죽음을 향해 걷네.
그것이 투쟁이네.
그것이 자네가 나에게 가르쳐준 투쟁이고,
우리 사회에 우리에게 가르쳐준 투쟁이네.
마르코스여,
그대의 펜으로 노래하라.
영원히 지치지 말고 앞으로 전진하라...
그 타당함으로 인해 승리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