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스크린 퀘트에 대한 수많은 한국인들의 지지를 외국신문에서 "민족주의" 내지 "문화 민족주의"라고 평하더랍니다. 저는 민족주의와 별 인연은 없지만 그럼에도 스크린 쿼트의 현상 유지를 지지할 것입니다. "사수"까지는 몰라도 ("사수", 죽으면서까지 지키기... 사실, 참 무서운 표현입니다....) 만약 노무현 정권이 스크린 쿼트를 축소시킨다면 이걸 이번 중도 우파 정권의 주요 실책 중의 하나로 꼽아야 할 듯합니다.
물론 보호 무역이란 어떤 절대선도 아니지요. 필요악이라면 필요악일 뿐입니다. 그리고 외국영화라고 해서 배타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저만 해도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과거의 천카이거나 이미 돌아간 일본의 아키라 쿠로사바이거든요. 그리고 한국 영화관에서 제발 이란 영화나 베트남 영화를 조금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램이기도 합니다. 우리와 아시아 사이의 벽이 너무 두꺼워서 문제 중의 가장 심각한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다 아시다시피 이 스크린 쿼트는 이란 영화나 베트남 영화를 막으려고 설정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축소를 감행한다면 돈을 놓고 돈을 보는, 약육강식의 시장 구조상 득을 볼 것은 흥행 기대치 높은 고예산 영화를 팔아치우는 오직 한 나라, 즉 미국일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상업 영화 중에서도 - 아주 드물긴 하지만 - 볼 만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미국 시장에서는 외국 영화들이 겨우 6%의 점유율 보이는 반면, 다른 나라들의 시장들에서 현지 영화들이 많아봐야 독일이나 영국에서처럼 10-15%, 아주 많으면 프랑스처럼 34%쯤 장악하고, 홀리부드가 어떤 경우에는 거의 시장의 98% (벨기에와 캐나다의 경우)를 장악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무역이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을 아주 싫어하는 아랍지역에서까지도 미국 영화들이 현지 시장의 80-85% 가까이 잡아먹는다면 이것은 말 그대로 "세계적 지배"라 불러야 됩니다. 그 지배의 비결이 미국 영화에 대한 "흥행 기대"를 많이 거는 배급 구조에도 있고 미국 고예산 영화의 기술 효과 수준에도 있고 하지만, 그 부작용은 한 둘 입니까? 돈을 많이 벌고 자신과 자신 가정만을 챙겨주고 소비를 "멋지게 잘" 하고, 아주 영웅이 되자면 절대선의 화신인 미국을 위해서 북한이나 아랍인 같은 "악의 자식"을 때려치우는 것은 미국 영화 주인공들의 "인생 주기"지 않습니까? 그 영화들이 아무리 스토리가 재미있고 효과 수준이 높다 한들, 어떤 보편적인 가치관도 내포하지 않더랍니다. 잘 해봐야 "뮌헨"처럼 이스라엘의 직업 살인자들의 "직장에 대한 의심" 정도를 반영해주지, 그러면서도 그 살인의 "멋진 모습"을 끝까지 "만끽"하게 해주는 겝니다. 물론 한국 영화들이 그것보다 과연 나은 것이 뭐가 있느냐는 반론이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 영화가 미국 영화와 경쟁하느라 나쁜 것을 많이 배운 것이야 사실 같지만, 그래도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영화를 만드는 만큼, "영량가"가 있어보이지요. "실미도"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마초 영화인데, 일단 박 정권의 무자비함을 실감나게 보여준 게 "교육 효과"라 하고 싶습니다. 하여간, 제가 한국의 상업 영화를 "차악"으로 보는 차원에서랄까, 결국 스크린 퀘트를 지지하고 싶습니다.
yhunsong |
난세가 있으면 치세가 있고 또 치세가 있으면 난세가 있는 것이 동양의 현자들이 천하를 이해하는 하나의 틀이었죠. 옛날의 자본주의의 자유경쟁의 압력에 자기들의 경제에 역사적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역사주의학파들처럼 스크린 쿼터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더군요.인간의 죄많음이 하늘과 땅에 차서 멸망밖에 다른 길이 없을 때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사 독생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신 것도 어쩌면 세상을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뜻인 것 처럼 스크린 쿼터의 의미도 시대의 다변성때문인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군요.언제나 그렇듯 자본주의체제에서 약자인 노동자와 무산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 단지 노동자와 무산계급의 이익만이 아니라 자본가와 노동자가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인 것 처럼 스크린 쿼터의 의미도 그것이 단지 한국영화에 국한 되는 사실이 아니라 영화발전이란 각도에서 보아져야 할 것 같네.. 2006/03/05 1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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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unsong |
요... 2006/03/05 1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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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dal |
미국영화가 질이 높지않다면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는게 우리나라에 더 이득 아닌가요? 2006/03/07 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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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unsong |
영화가 종합예술이라서 그런지 단순히 수요공급법칙처럼 마이크로한 분석으론 결론이 잘 안 날 때가 있는 것 같더군요.... 2006/03/07 16: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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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
스크린쿼터가 예술영화나 작품성 있는 영화를 효과적으로 보호해주고 있다면, 해외에서까지 냉담한 시선을 보내지는 않을껍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스크린쿼터가 보호해주고 있는 것은 상스러운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상업용 조폭영화들이니 국민들이나 해외에서 쉽게 등을 돌리는거죠....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을 하는 것도 문화 다양성 같은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자기 방어적 차원 때문이고요.
나는 장동건이 스크린쿼터 사수 시위하면서 '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겠습니다!'라는 매우 국가주의적인(문화제국주의적인) 발언을 하는걸 보고 황당했습니다.
세계에 성조기를 휘날리는 것을 반대하러 나왔으면서,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니???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이 좀 더 지지를 얻으려면, 이런 국가주의-국수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문화다양성을 위한 진지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2006/03/09 1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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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
현재처럼 대기업이 투자한 상업용 블록버스터 한국 영화들이 극장가를 독식하고 나머지 한국영화는 완전히 죽는, 한국 안에서의 약육강식 질서도 큰 문제인 것입니다.
영화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자정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치니 공감을 얻지 못하는 거죠. 그것도 '한류 스타'라는 문화제국주의적인 측면이 다분한 부르조아 배우들이 나와서 '국수주의적인' 언동을 하니 더더욱 공감 제로 인거죠. 2006/03/09 1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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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
어떤 평론가가 말하기를,
영화인들도 '국익' (세계에 태극기를 꽂아라~한국 영화 만세! 수준의...)을 외치며 스크린쿼터 사수를 하고, 정부도 '국익'을 외치며 스크린쿼터 축소를 결정했으니 결국 국익 vs 국익의 싸움이라고 하더군요.
국익을 넘어선 '문화다양성' 내지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반대'가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논리였다면 해외에서도 크게 지지를 했을껍니다.
한류 열풍에 대한 영화인들의 자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영화계 내부에서도 '애국주의'는 뿌리 깊은겁니다. 2006/03/09 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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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unsong |
아마 그러한 것들이 비단 한국영화계만 그런 것이 아닌 한국전체가 당면하고 있는 한계이지만, 국제화니 세계화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기회가 될 듯 합니다. 자기만의 이익을 위하는 애국주의의 한계와 문화다양성과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반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니만큼 이러한 혼란과 어려움이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이 발전하는 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06/03/09 1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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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
시민님, 제가 잘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멀리에서 그 "스크린쿼트 옹호 운동"을 바로 미제 영화에 대한 일종의 문화다양성론적인, 방어적인 움직임으로 알았는데, "세계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겠다"는 수준이라면 정말로 할 말이 없네요. 글쎄, 제가 한국 영화들을 학생 교육용으로 이용하면서 느끼는 점인데, 별로 "한국적인" 점이 없는 대다수 블록버스터들이 쓸 모가 없어도 "박하사탕"이나 "실미도", "취화선" 정도라면 꽤 교육적 가치가 있는 듯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 영화의 마초주의적 특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에 담겨져 있는 어떤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듯합니다. 2006/03/09 1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