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전편에 이어 계속 작성해 본다.
10. 지난 5년간 미국에서 아내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는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국인의 수와 비슷하며,... (122쪽) ==>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폭력'이라는 말은 어색하다. 한국어에서 아무 연결의 고리없이 연이어 있는 두 개의 명사는 불편하다. 뜻이 명확하게 한 번에 들어 오지 않는다. 다음의 예를 보자.
예전에 흥행에 성공을 거둔 <조폭마누라>라는 영화가 있었다. '조폭'과 '마누라'라는 두 개의 명사가 아무런 조사나 기타 성분의 도움없이 이어져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안다. 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 심지어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 가정하고 이 합성어(복합어)의 의미를 살펴 보자. 가능성을 더듬어 버자.
1. 조폭의 마누라 : 가장 쉽게 유추가 가능한 내용이다. 별 설명이 필요없다.
2. 조폭같은 마누라 : "깡패 선생"과 같은 경우이다.
3. 조폭인 마누라 : 사실 이 경우는 형태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나 참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위의 예와 같은 단순한 명사+명사의 경우에도 오해의 소지는 많다. 하물며 그 명사 내부에 동사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더욱 의미 파악이 어려워 질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내폭력"에 대해 살펴 보자
1. 아내의 폭력 : 위에서도 말했지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경우다. 하지만 폭력의 주체가 아내가 되면 뒤의 내용과 아긋나기 때문에 정답은 아니다.
2. 아내가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경우이다. 물론 '유아 성추행"의 경우와 같이 성추행의 대상이 되는 말과 결합하여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생각해도 유아는 성추행의 주체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아울러 폭력이라는 추상 명사는 어떤 식으로든 위의 예2와 예3의 경우로는 이해할 수 없다.
크게 무리가 없다면 - 굳이 하나의 낱말로 개념어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면 - '지난 5년간 미국에서 남편의 폭력/ 남편이 가한 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는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국인의 수와 비슷하며,... ' 와 같이 바꾸면 의미의 전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이 분야(여성학)에 문외한이라 모두들 문제없이 사용하는 낱말에 괜한 딴죽을 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