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사실은 반 년 전에 써야 했던 마이페이퍼다. 마지막 리뷰도서들을 다 읽고 나서 써야지…하다가 바로 13기 신간평가단을 하게 되면서 잊어 버리고 말았다-_- 이번에 13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 쓰기(아 무슨 명사구가 이렇게 길담;)를 앞두고 쓰지 않았던 12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가 불현듯 떠올라!!! 이거 먼저 쓰고 13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12기 신간평가단 때는 소설을 썼다. 왠지 뽑힐 것 같다는 자신만만함(도대체 근거를 알 수 없는=_=)으로 시작했던 12기. 막상 12기 활동을 시작하고 나니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ㅎㅎ 받자마자 후루룩 읽어치우는 데 성공하는 책도 있었지만 일주일도 넘게 붙잡고 있어봤자 진도가 술술 나가질 않는 책도 있었다(서명을 직접 거론하기 좀 그렇지만…그래도 그냥 쓰자면 밀수꾼들 같은 거. 흐허허허허허허허). 그냥 '심심해서 읽는 거'라고 생각하면 촤라락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책도 '이거 읽고 리뷰 써야함ㅠㅠㅠㅠㅠ'이라 생각하면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단연 지옥설계도!!!!!!).
그러나 다행히도 고역인 책읽기보다 즐거운 책읽기가 더 많았고, 더더욱 다행히도 기한 내에 모든 리뷰와 페이퍼를 다 작성할 수 있었다하하하하하. 성실하게 12기 활동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선 스스로에게 칭찬을 좀 해 줘도 나쁘지 않을 터. 잘 쓰는 것만큼(또는 것'보다') 성실하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으니, 어떤 책을 읽는 것은 때때로 꽤 힘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너무 많은 불평이나 자학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내가 뽑은 12기 신간평가단 소설 중 베스트 5는,
1. 공선옥 -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2. 폴 오스터 - 선셋 파크
3. 이기호 - 김 박사는 누구인가?
4. 움베르트 에코 - 프라하의 묘지
5.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꼽고 나니 한국 장편소설 하나, 한국 단편소설집 하나, 일본소설 하나, 영미소설 하나, 이탈리아 소설 하나라는, 굉장히 골고루 선정한 것 같아 보이는 리스트가 되어 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적으로 우연이다-_-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와 김 박사는 누구인가?는 이제까지 읽은 공선옥과 이기호의 소설 중 단연 베스트!!였고, 아주 오랜만에 읽은 폴 오스터와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은 '역시 읽을 만한 작가들!!'이란 확신을 새삼 주었다. 이 네 권을 꼽는 건 사실 크게 어렵지 않았고, 마지막 한 자리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넣을까 눈의 아이를 넣을까 고민(?)했는데, 눈의 아이에 실린 몇 편의 단편이 꽤 인상적이었음에도 결국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넣었다. '다 읽은 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점이 세세한 몇 가지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았기 때문에.
12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바쁜 일상에 치여 '아 내가 이걸 괜히 한 게 아닐까ㅠㅠ'라는 생각이 들 때도 없진 않았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애정이 아무래도 생기지 않을 때, 내가 쓴 리뷰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책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제대로 언어화해지 못했다고 느꼈을 때 특히 그랬다. 그렇지만 분명 신간평가단 활동이 즐거웠던 건, (너무 뻔한 결론이지만) 다양한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를 주시고, 매번 친절하게 페이퍼와 리뷰 작성 기한을 알려주신 담당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좋은 글을, 좋은 책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