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번 달은 신간페이퍼를 쓴 이래로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이 많았다. 고르느라 힘들었다ㅋㅋㅋ 처음에는 총 일곱 권을 고른 후 그 중에서 둘을 떨어뜨리려 했다. 세 권은 '오오오 이거이거!!'하면서 바로 골랐는데 남은 네 권이 모두 비슷비슷했다. '아 이것도 괜찮은데…아 저것도 괜찮고…아 요것도 비슷하게 괜찮고'하다가 결국은 그냥 뒤의 네 권을 모두 탈락시키고 세 권을 선택했다. 좀 적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3월이니까 3권을 고르는 것도 괜찮잖아? 하며 우겨본다-_-* 세 권 다 일본 소설이어서 약간은 편중된 페이퍼인 것 같지만 이게 내 취향이니 뭐 어쩔 수 없지 뭐. 


새해는 1월 1일부터지만 어디까지나 '본격적인 시작'의 느낌은 봄에, 3월에 나는 법.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아 진부하구나-_-) 올려보는 3월의 신간페이퍼. 이 중 한 권 정도는 뽑힐 것도 같은데,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안 뽑힐 것 같다하하하하.



1. 십자가 

바로 이 책이 3월에 가장 읽고 싶은 책이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책들을 종종 찾아 읽는 편인데, 읽으면서 소설 속에 나타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피상적이거나 과장되었거나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가 아는 아이들과는 좀 동떨어진 듯해, 공감이 잘 안 되곤 한다. 


그런데 시게마츠 기요시의 책을 읽을 때는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우리 나라 작가도 아닌 일본 작가의 글인데, 우리 나라 작가들의 글보다 훨씬 더 '보통 학생들'의 감정과 모습이 섬세하게 포착되고 표현되어 있다.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 한 인간의 일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엄청나게 충격적이어 보이는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것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일어나기 전후의 인간을 '다른 인간'으로 만드는 것임을, 그렇게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함을, 그는 진솔하고 담담하면서도 감동 있게 그려낸다.


이 소설은 왕따와 관련된 소설이다. 왕따로 인해 자살한 소년, 그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시게마츠 기요시가 왕따로 고민하다가 자살한 아이를 둔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 이 소설을 썼다는데, 문득 연초에 보았던 '학교의 눈물'이 생각나기도 한다. 왕따 문제를 다룬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기에 더욱 기대된다.



2. IN

살림에서 나온 레드 문 클럽의 첫 번째 책이다. 지난 달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블루 문 클럽의 첫 번째 책(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책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첫 작가를 기리노 나쓰오로 선정한 것 역시, 출판사에서 나름 신경썼다는 흔적 아닐까?ㅋ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이 인 것에서부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소설이 바로 아니던가! 


에서 잔혹하고 잔인하고 그로테스크(역시 그녀의 소설 제목ㅋ)한 살인이 이어지는 것과 다르게, 은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빌리자면) 경찰이나 형사도 등장하지 않고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나 구토를 유발하는 범행 현장도 나오지 않는, 순문학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한다. (또 책 소개글을 빌리자면) 사랑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연인들의 가슴 속에 남은 스산한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내가 알던 기리오 나쓰오의 소설과는 꽤 다른 소설이라는 점에서, 구미가 당긴다. 그러나 '영혼을 얼어붙게 만드는'이라는 띠지의 카피는 좀…좀 그래요ㅠㅠ



3. 눈의 아이

내가 아니어도 다른 평가단들이 빠짐없이 선택하실 것 같은,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 솔직히 미야베 미유키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그녀의 모든 작품을 푹 빠져 읽진 않았는데(작품별로 격차가 좀 큰 것 같다) 시대물보다는 현대물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일본 역사에 대한 지식을 좀 갖고 있거나, 최소한 일본 역사에 대해 흥미라도 가지고 있다면 시대물도 더 재미있을텐데, 그러지 않다 보니 허허허.


그녀가 그리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결국은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교훈적'이라는 게, 때로는 그녀의 작품에 손이 선뜻 가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함께' 반성하고 성찰하며 돌아보는 느낌보다는 '야 너 그러지 마라'라고 꾸짖는 듯한 느낌에 껄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녀의 칼끝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분명 있으니까. 그렇지만 정의롭지 못하고 비겁하며 때로는 추악하기까지 한 '보통 사람들'의 '사소해보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잘못들'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보여주는 작가가 있다는 건 분명 귀한 일이다. 그런 사람 없이 '우리 모두 착하고 아름답게 잘 살자 호호호' 하는 책들만 있다면…으억. 더더욱 끔찍하다-_-


'어린 시절 친구들만의 아지트에서 살해된 소녀를 추억'한다는 표제작부터 심상치 않다. 본인이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는 최신작 '성흔'도 궁금하고. 책 소개 페이지에서 본 '...청소년들은 자기들이 변화의 주체이기 때문에 자신이 변하는 것을 오히려 깨닫지 못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자꾸만 세상이 변해간다고 생각한다. 그건 착각이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이다.'라는 구절도 참 인상적이었다. 어떤 내용이기에 저런 문장이 들어갔을까, 어서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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