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게 모욕감을 주었어

 

 

1

 

방충망을 닫은 채 올려다보면 하늘이 재잘대는 맑고 파란 이야기를 똑바로 들을 수 없다. 그렇지만 잠깐이라도 하늘에 나를 풍덩 빠뜨렸다가 건져 올리려면 저녁에는 모기를 잡아야만 한다. 집에서는 하늘 보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나갈까.

 

 

 

2

 

올해는 멘탈에 강펀치를 날리는 사건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벌어져서, 아무래도 기록적인 한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내년부터의 syo는 올해까지의 syo와 이래저래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어제까지의 나로부터 멀리 달아나는데 책은 어느 정도 큰 역할을 하는 걸까? 2019년도 다 저물어가는 오늘, 세어 보니 올해 읽은 책이 360권 가량이다. 아직 11월과 12월이 남았으니, 올해는 400권 남짓에서 마무리가 지어질 듯하다. 작년에 500권이었고, 재작년이 700권이었다. 점차 줄어드는 추세도 추세지만, 2017년부터 해서 3년 동안 syo1,600권 가량의 책을 읽었는데, 아 젠장 아직도 그냥 syo. 사람이 책 1,000권을 읽었으면 뭐라도 돼야지. 하다못해 SYO라도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진짜로 책이 사람을 만들긴 하는 걸까?

 

 

 

3



성관계가 시작되고 2분 안에 남성의 약 4분의 3은 오르가슴을 경험한다고, <킨제이 보고서>는 말한다성적으로 상황이 매우 불리해서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10분 또는 15분 정도의 상당한 자극이 필요한 많은 인텔리 여성을 생각할 때또 일생 동안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상당수의 여성들을 생각할 때남성은 상대 여자와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사정하지 않고 성적 활동을 연장하는 아주 특수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2의 성

 

……

……

……

…… 에휴.

 

 

 

4



이미 전철이 끊겼다는 것을 알면서도 역으로 걸었다취객들은 항상 집을 향해 걷는다집이 생각나지 않을 땐 집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길로 걷는다가다가 여기는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면 집이라 믿으며 걷는다우리는 늘 취하고 집으로 가지 못하지만 그건 우리가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거나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술을 마시면 마음이 곧잘 파쇄된 얼음처럼 산산조각 나곤 하니깐 아무 곳이나 집인가 싶어 그러는 거지미친 소리미친 소리다나는 미친 소리야하면서 발을 굴렀다화가 나서인지추워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걸어야지미친 소리를 하면서라도 걸어야지집으로 가야지.

김금희세실리아

 

발걸음에 무슨 잘못이 있겠어. 그것은 하나의 방향일 뿐이고, 이렇게 사방이 자유롭게 열려 있는데, 밟혀 다닐 뿐인 그림자가 무슨 실수를 했겠어. 바람으로 지은 집은 아침저녁으로 옮겨 다니고, 눈물은 말뚝으로 쓰기에 가벼워서 목구멍에나 실컷 걸어 놓았는데, 미안하단 말을 탓할 리 있겠어. 시간이 시간을 하고 공간이 공간을 하는 동안 우리는 마른 춤이나 출 뿐이고, 아직 사지 않은 침대며 냉장고며 세탁기며 안마 의자 같은 세간을 집 밖으로 내던져 버렸는데, 뒷모습이 마지막이라서 무슨 아쉬움이 남았겠어. 어차피 저녁이 오면 모든 마음은 뒷모습일 뿐이고, 걷고 또 걷는 미친 소리만이 빈집에 들어가 가득 누웠는데, 밤이 무슨 형틀이겠어, 낮이 누구의 감옥이겠어.

 

 

 

- 읽은 -

+ 2의 성 1 / 시몬 드 보부아르 : 413 ~ 532

+ 좌전을 읽다 / 양자오 : 83 ~ 171

 

 

- 읽는 -

-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 ~ 44

-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 / 존 개스킨 : ~ 105

- 세상을 알라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 83


댓글(9)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cdoomc 2019-11-0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길가는데로 가는 인생 무엇이 두려운가?

syo 2019-11-07 10:5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선생님, 전 세상에 온통 두려운 일 투성이입니다....ㅜㅜ

2019-11-06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6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7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11-0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요님과 사이러스는 확실히 문제적 인간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일년이면 몇 백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지.
전 스요님의 5분의 1도 못 읽고 있죠. 그러면서 스요님은 꼭 사이러스 보다
못 읽는다고 사이러스 대단하고 하는데 저 보기엔 둘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ㅎ

올여름 저를 흥분하게 만들었던 이슬아를 읽고 있군요.
부러운 작가이긴 하지만 지금은 좀...ㅋㅋ

syo 2019-11-08 12:5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사이러스님은요, 보고 있으면 그냥 괴물입니다.
저 사람은 읽고 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저는 범인에 불과하지요.

지금은 이슬아 선생님이 시들해지셨군요.
전 여전히 너무 좋습니다. 저렇게 쓰게만 해준다면 내가 가진 뭘 팔아치울 수 있을까를 곰곰 생각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