齋
무참한 손을 뻗어 또 한 명의 아까운 사람을 세상으로부터 오려낸 그것을, 차마 섭리나 시간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그 곁에 한 번 서본 적 없는 사람 떠나는 일에도 넉넉한 슬픔이 따라온다는 것을 배우고 또 배우고 있다. 70년을 더 세상에 머물러 주십사고 내가 쓰고 있던 그 시간, 선생님은 생명과 죽음의 싸움터에 서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말씀이 남았다. 겨우 몇 권의 책으로만 남았다. 그러나 무려 몇 권의 책으로나 남았다. 선생님은 더 이상 세상에 말씀을 더하지는 못하시겠으나, 이미 남아있는 말씀을 넓게 펴서 우리는 세상에 발라야겠다. 그것만으로 많은 시간을 저어 가겠다. 그리고 그 세월의 끝자락에서 다음 말씀을 길어 올릴 누군가 다시 오겠다. 그때까지 선생님은 가셔도 가신 것이 아니겠다.
읽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