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하게 일본 소설 리뷰만 쓰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영미권 추리소설을 더 좋아한다고 믿었고, 더 자주 읽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본 추리소설만 읽는 것 같다. 이러다가 취향마저 바뀌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이 작품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데뷔작이다. 다시 가필을 했다고 하니 엄밀한 의미의 데뷔작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기존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이랑은 약간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좋았다. 다른 작품이 더 소개되어봐야 알겠지만 이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의 최고작이라는 생각이다.

시효를 하루 앞두고 자살로 판명됐던 사건이 타살임을 알리는 제보가 갑작스레 들어온다. 그래서 15년 전에 고등학생이었던 세 명의 대포날-대학을 포기한 날나리들-이 잡혀와서 과거를 추궁당한다. 여기까지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스타일이다. 근데 내가 읽어왔던 요코야마 히데오의 스타일이라면 시효를 앞두고 사건관계자들이 조직적 개인적으로 충돌하면서 엄청난 긴장감을 몰아갈텐데, 이 소설은 흥미롭게도 고교시절 세명의 대포날들의 재미있는 일상으로 느슨하게 흘러간다. 그 재미있는 일상에 동참하면서 읽다보면 시효가 내일이면 끝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흥미롭다. 중간중간에 개입되는 현재의 모습도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은 재미있다. (고등학교 시절 엉뚱한 녀석에다가 내신 성적이 나쁜 학생이었지만, 이들처럼 막가지 못해서인지 이런 대포날들의 이야기는 그냥 읽기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대리만족이라고 해도 좋고 일탈의 욕구던 간에 편애하는 것은 사실이다.) <69>처럼 엉뚱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 특유의 가벼움과 간결함 때문에 대포날들의 삶이 심각하게 흘러가지도 않고 작위적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으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세상이 몰아칠 듯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기존의 요코야마 히데오 스타일이라면, 흘러간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웃음짓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전반부랄까...
 
그런데, 시효는 가까워지고, 용의자들의 진술을 통해 진실에 점점 접근해 가면서 요코야마 히데오 아저씨의 후반부 모드인 '감동에의 질주'를 시작한다. <종신검시관>리뷰에도 썼듯이 내가 가장 실망하는 부분인데, 의외로 이 작품에서는 상당히 잘 먹힌다. 개개인의 설정이 약간은 작위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 개개인들의 비밀이 맞물리면서 드러나는 진실의 모습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15년 전의 그 사건이 바꿔놓은 용의자들의 삶의 달라진 모습, 특히 그 사건으로 고통스러워야 했던 다른 이들의 굴곡진 생활들을 그려내는 히데오의 서술은 역시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마지막의 반전에 이르러서는 나도 환호를 질렀다. 범인이 아닌 용의자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를 다시 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깊었다. 기존의 작품들의 후반부에 보여주는 모습을 내가 과소평가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의 결말에 등장하는 감동에 공감하는 이유는 나도 이 시기를 이들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지나쳤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감동적인 모습들도 혹시라도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내가 그 무렵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런 일을 겪어나 보고 듣는다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한 가지. 확실히 히데오는 단카이 세대의 희생적이고 영웅적인 삶에 경도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에 충성하며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뤄낸 덴카이 세대의 삶을 회고하고 찬사를 바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늘 구도가 구세대의 신세대에 대한 훈계조로 접근하는 부분은 좀 불편하다 싶기도 하다. 반면에 맨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내 성장환경과 맞물려서 묘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기도 하고... 

쑥쓰럽지만 이 책에 나온 대포날들의 삶을 보면서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와 위기)가 있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지금은 내 삶에 있어서 큰 위기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할텐데 하면서 용기를 얻게 된다. 웃긴 이야기지만 역시 남자의 일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떤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별 차이 없어보이는 대포날들의 삶이 달라진 것은 우선은 본인의 의지탓이지만, 갱생의 의지를 부여한 것은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여자를 만났느냐에 따라 달라진게 아닌가 싶다.최진실의 유명한 CF멘트처럼 역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인 셈인가...(물론 여자들의 잘못은 아니다. 오해없으시길) 

정말 여러모로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단 하나 아쉬웠던 건 책 상태였다. 비채에서 나온 책 중에 가장 '덜' 정성스럽게 만들어졌다. 교열이 안된 티가 너무 난다. 편집자가 주의해야할 단어에 들어갈만한 실수들도 여럿 보이고.(어떤 분은 모방범 1쇄수준이라고까지 하시더라.) 그리고 광고문구에 '사회'미스터리라고 한건 지나치다 싶었고... 

추신1) 모기치 선생의 별명으로 아르바이트와 하이드가 번갈아 쓰이는데 하이드가 맞다고 한다. 역자 분이 밝혀주신 내용이니 참고하시길...^^;

추신2) 이 소설이 <루팡의 소식>인 이유는 이 소설의 모티브가 뤼팽의 단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르센 뤼팽의 고백>의 첫 단편인 <거울놀이>이다. 이 작품을 읽고 다시 읽었는데 의외로 많은 부분 오마주를 바쳤음을 느꼈다. 가장 중요한 모티브인 금고 속의 미녀의 시체, 암호의 사용, 그리고 악당들의 심리상태 등등. 요코야마 히데오가 아르센 뤼팽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통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이 두 작품을 읽고 씁쓸한 기억을 떠올랐다. 한국추리작가협회모임에 우연찮게 갈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어느 작가분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처음으로 소개될 때였고, 곧이여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몇몇 작품들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A작가는 어떠냐, B작가는 (소개해 보는 것이) 어떠냐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 작가분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A작가를 모르고 B작가를 몰라서 안 한것 같아요? 나도 다 읽어봤고 좋아해요. 이미 다 해본 거에요.'라고 딱 잘라버렸다. 무안해진 나는 곧 자리를 떴고 미안한 마음에 그 분의 작품을 찾아서 읽어봤다. 근데, 정말 죄송하게도 내 기준에서는 A,B...작가의 영향은 고사하고 범작도 없어보였다. '이러고도 나에게 해봤다고 할 수 있나.'라는 분노어린 생각이들면서 우리나라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렸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결국 지금의 일본(추리)소설 붐을 읽고 자란 세대가 좋은 추리소설을 쓸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것일까. 어디서 천재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요코야마 히데오의 &quot;루팡의 소식&quot;
    from 맥, 기술, 영화, 도서 그리고 삶 2008-07-24 23:19 
    바티스타 수술팀의..을 읽고 감상문을 올렸더니.. happyseeker가 추천해준 책..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갑자기 생각나서 학교 도서관에 가서 덥석 들고 와서 읽었다.. 루팡의 소식이라는 이름에서 루팡과 관계가 있나 싶었는데..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공소시효가 1일 남은 상황에서 (그것도 이미 끝나버렸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거 자살로 처리된 사건이 살인사건이라는 제보를 받고 그 살인범을 밝힌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한솔로 2007-10-1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고 송구스럽습니다.
정성을 덜 썼다고 하셔도 할말은 없습니다만, 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편집자인 제 만듦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사회 미스터리라는 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게 역시 쇼와라는 사회와 그 변천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원서에서도 사회미스터리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 그랬습니다만, 역시 제 미스터치겠지요.

보석 2007-10-1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또 이렇게 멋진 리뷰를 써주시면..읽고 싶잖아요..ㅜ_ㅜ

비연 2007-10-1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고, 좋은 지적들도 있네요. 여러가지가 눈에 띄긴 했지만, 그래도 이 작품,
요코야마 히데오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근데 다른 책에서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ㅋㅋ 상상했던 거랑 틀려서 좀 놀랐다는..(여담이지만서두..^^;)
추천하고 갑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10-1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 / 아닙니다. 늘 좋은 책 만드시느라 고생 많으신데, 제가 거칠게 쓴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비채에서 나온 책들은 책만듦새에서 늘 일정 수준의 만족을 주었는데, 이 작품은 유독 오탈자가 많더군요. 책이 재미있고 좋아서 아쉬운 마음에 끄적인다는 것이;;; 그리고 사회 미스터리 부분은 제 의견일 뿐이니 신경쓰지 마세요. ^^ 저도 한솔로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주인공의 고등학교시절이 워낙 반짝반짝거려서, 히데오가 설사 사회미스터리를 의도했더라도 결과는 다른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보석 / 제가 호평보다는 혹평으로 인식이 되지만 이 작품은 읽어보실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비연 / 저는 어느 만화인지 모르겠는데 만화주인공 같이 생겼더군요. 마스터 키튼에 나왔었나...^^;;; 비연님도 즐겁게 읽으셨다니 동지를 만난 것 같아서 기쁘네요~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 <붉은 손가락>을 비롯 일련의 게이고 작품을 읽은 터라 개구리 올챙이 시절의 풋풋한 모습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근데 의외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여고생들의 묘사. 이 작품의 기대치가 낮았던 이유는 소재가 여고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성 묘사는 여러가지를 감안하더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데, 이 작품만은 예외다. 온다 리쿠도 못/안 읽는 주제에 여성 묘사를 운운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인지도 모르겠으나. 솔직히 말해서 이 분의 관심은 여고생에 있나 싶을 정도로 여성 묘사는 데뷔작이 제일 낫다. 이 뛰어난 여성묘사가 요즘은 어디로 갔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논란이 되었다는 동기 역시 의외로 좋았다. 논란이 됐다고 해서 도대체 왜 그랬나 하고 봤는데, 현실가능성이란 요소를 고려한다면-역시 이것도 가능한가의 문제가 등장한다.-충분히 멋진 동기라고 생각한다. 여성분들의 리뷰도 많이 이해된다는 반응이신 것 같고...

또한 심리묘사 따위 없이 간결하게 행동만 묘사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통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그 당시에도 술술 읽히는 맛은 대단했던 것 같다. 읽는데 제일 힘들었던 <숙명>과 동일 번역자라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필력은 여전했다. 지금의 세련된 모습과 비교할 수는 없긴 하다. 결말을 짐작케 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묘사-는 솔직히 <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절의 느낌이라서 웃음도 나왔다. 이렇게 순진한 시절도 있었구나 하면서 읽었다. 결정적으로최근작에 볼 수 없는 감동에 대한 집착이라던가 너무 뛰어나서 작품의 분위기를 해치는 뜬금없는 본격트릭이 등장하지 않아서 즐겁거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위적인 모습은 남아있다. 갑자기 등장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건 좀 너무한데 싶기도 했다.)  

트릭은 다른 의미에서 흥미로웠다. 두 가지의 트릭이 나오는데, 오랫만에 본격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도면이나 설명도가 나오는 그리고 트릭을 보면서 이게 정말 가능할까? 이 트릭이 맞는 것일까를 고민해 본지도 꽤 된 것 같다. 고전 본격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작이고 사실 매작품마다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최근작의 트릭묘사와 이 작품을 비교한다면 적어도 트릭만큼은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트릭묘사나 설명의 질적인 차이가 상당하고, 결정적으로는 내가 아둔한 탓인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초석 트릭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인 트릭은 본격 특유의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더해지면서 정말 감탄했는데, 그놈의 초석트릭은 비현실적이 아니라 反현실적이다.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내 생각에는 동기가 아니라 첫번째 설명이 논란이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자분깨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오역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몰랐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웬만한 리뷰에도 트릭에 대한 설명이 없네요. 혹시 이 글을 읽으시고 아시는 분은 저에게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죽음 전의 키스>처럼 혜성과 같이 등장한 작품은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요소들이 잘 살아 있는 수작이다. 후반에 실린 엉뚱한 인터뷰도 즐거웠고. 이런저런 비교를 해가면서 읽다 보니 즐거운 경험이었다. 추리소설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일본작가의 경우 최근작과 데뷔작을 읽으면서 작가의 달라진 모습을 비교해가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독자로서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가 내 취향에 일정부분 호응한다는 것도 즐겁고.(온다리쿠와 이사카 코타로는 그런 면에서 좀 아쉽다.) 저변이 더 확대되어서 더 많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같은 즐거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추신) 원래 '방과후'의 영어표현은 After school이 아니라 after class라고 알고 있었고, 모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Cold case를 보니 after school이란 표현이 들렸다.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ldhand 2007-10-07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원물 알러지때문에 안 읽을듯 하더니만. ^^ 난 다음이나 다다음 독서 예정 목록에 올라 있긴 한데, 히가시노 게이고도 딕 프랜시스에 필적하는 타율왕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듯 하네.

상복의랑데뷰 2007-10-0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실망은 안하실텐데, 트릭은 머리를 싸매실 듯 합니다..^^
 
20대 직장인 부동산에 빠져라 - 멘토에게 배우는 부동산 재테크
김승호 지음 / 맛있는책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부동산의 A부터 Z까지 대해서 친절하고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책. 추천사의 말 그대로 부동산에 대한 책은 많지만 초보자를 위한 쉬운 책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우선 초보자라는 타겟에 정확하게 촛점을 맞춘 저자의 세심한 기획력과 단련된 필력에 감탄했다. 부동산 전문기자로써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체득한 체험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고수와 무일푼이라는 두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우화를 통해 이해를 높히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줏어들은 몇몇 지식 밖에 없었던 나 역시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대단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제목대로 20대 직장인이 부동산에 빠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20대 중반, 남자의 경우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첫 직장을 가지게 되는데, 최근의 집값으로는 부동산은 커녕 동산도 가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20대용 제태크 서적이 나온 부동산 성공사례들은 참여정부 출범이래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등하기 전의 사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지금은 종잣돈을 모은다고 해도 금융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쉽다. (전혀 없지는 않고, 이 책에도 설명된 기획 부동산이 가능하긴 하다. 혹은 서울 근교의 주택을 구입하던가. 그러나 모두 환금성이 떨어지고, 수익률도 낮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도 20대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30대 중반의 대리가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대로 20대 직장인은 부동산에 빠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돈이 모였을 때 지식도 같이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냉소적으로 생각한다면 돈을 모으는 것 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오르는데 무슨 집이냐 할 수도 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집을 산다는 건 벼랑에 매달려서 나무뿌리 하나 매달린 채로 살아나겠다고 버둥거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지식쌓기를 포기하는 것은 그나마 손에 쥐고 있는 지푸라기마져 놓겠다는 생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당장 로또 1등에 당첨되서 10여억원 정도를 수령했을 때 그 돈을 불리거나 유지할 수 있는 지식이 없다면 소비수준만 높아져서 결국에는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20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30대에 부동산을 구입해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20대에 부동산에 빠져들 필요가 있다. 제태크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부동산에 대해서 관심은 많이 있지만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미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의 챕터별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만' 다루고 있는 고급서적을 읽으시기를 권한다.

참고로 이 책은 최근 부동산이슈 중에 핵심인 청약가점제 이전에 나온 책이라 원론적인 설명에 그치고 있다. 그 부분은 신문기사를 통해서 보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표 등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에 보이는 몇몇 오타는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중국 북경 부동산 업자가 본 '20대 직장인 부동산에 빠져라' 감상문
    from 남기범(Alex Nam,南基范) :: 중국 생활,,, 그리고 중국 부동산 2009-07-06 16:45 
    20대 직장인 부동산에 빠져라 - 김승호 지음/맛있는책 안녕하십니까? 중국 북경 대신부동산컨설팅 유한공사(http://www.95hows.com, http://www.alexnam.com)의 남 기범입니다. 10여년 넘게 IT 사업을 하다가, 부동산 업자가 된지 이제 4년여가 되어 가는 군요.. 부동산 관련해서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지라, 틈틈히 부동산 관련 서적들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부동산과 제가 수 없이 보고 있는 한국 부동산 서적에서..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약간 씁쓸한 기분으로 읽었다. 재취업 과정에서 제일 먼저 미역국을 선사한 곳이 SC제일은행이었기에, 작품의 무대로 등장한 도쿄제일은행이라는 이름때문에 내가 떨어졌다는 것을 옆구리 쿡쿡 찔리듯이 느껴야 했고, 한편으로는 잔혹한 인간군상을 간접체험하면서 떨어진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위안감도 느껴야 했다.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다.

이 작품은 요즘 각광받는다는 일상의 미스테리 계열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미쓰비시 은행에서 근무했던 작가의 경험을 살려 도쿄제일은행(윽;;;)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은행원들의 일상을 담담해서 오히려 차갑게 느껴지는 필치로 그렸다. 제목을 반으로 나누자면 후자는 '은행원'이고 전자는 '행방'인 셈이다. 그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니시키 씨'인 셈이고...

엉뚱한 예시였지만, 작품도 제목처럼 츨러간다. 초반의 단편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은행원의 삶에 집중한다. <88만원 세대>, <샌드위치 코리아>라는 말이 화두가 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안정의 대명사였던 은행도 예외는 되지 못한다. 학벌이 낮은 사람은 학벌 때문에, 실적이 나쁜 사람은 실적 때문에, 적성이 맞지 않는 사람은 담당업무 때문에, 노예만도 못한-노예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나쁜 주인이 아니라면 최소한 보호를 했다.-은행원의 삶.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현실감이 그득그득 넘친다. '실적달성'이라는 표현 속에 숨겨진 은행원들의 눈물과 애환을 읽으면서 내년부터 나도 이렇겠거니 하면서 숙연해졌다. 포스코나 현대중공업 같은 거대한 장치산업의 일원이 되거나 연구직이 아닌 한 대부분의 경우 결국 '영업'과 '실적'이라는 문제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니까. 구구절절한 사연 속에 드러난 현실감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낼 수 있다는 것. 잘만하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하지만 <나의 미스테리한 일상>처럼,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나의 미스테리한 일상>은 각 단편들간의 멋진 트릭들과 행간 사이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맞물리면서 흥미진진했고, 맨 마지막의 거대한 결말 앞에서는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는데, 사건 발생-니시키 씨의 실종-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밍숭맹숭하다. 트릭, 단서 모든 것이 그저 그런 수준이다. 기대했던 만큼의 수준에 못 미친 것이 아니라 그냥 별로였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은행원들의 일상 쪽에 무게가 실려있기에 상대적으로 더 묻히는 느낌도 들고. 시놉시스를 대략 훑어보고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은행원들의 애환을 더 생생하게 그리기 위해서 소설은행원들의 애환을 그린 소설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일부 차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결말 부분의 메세지를 보면 특히 그런 느낌이 든다. 말하고 싶은 것은 알겠고, 결과물도 좋은데 이왕 내가 좋아하는 부분도 차용할 바에는 좀 더 섬세하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랄까...니시키 씨가 실종되기 전의 전반부의 단편이 더 생생하고 재미있었다고 하면 작가에게 실례일려나...   

은행원들의 애환을 다루는 묘사만으로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으면서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미스테리가 약하다고 트집을 잡아서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중간에 삽입된 니시키 씨의 실종 사건이 더 세련됐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추신)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 작가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작품만 보면 뛰어난 작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재의 특이성 때문에 작가로써 그 이상을 재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소개를 보니 금융 미스테리에 천착한다고 하니 한 소재에 일가견을 이룬 딕 프랜시스나 에드 멕베인 같은 작가였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4일간의 기적>과 <눈의 야화>의 아사쿠라 다쿠야처럼 경험을 풀어낸 것 외에는 없는 작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7-09-2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님, 인사는 처음이지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오늘까진 추석연휴라도 좀 느긋하네요^^
연휴 편안히 보내시길.. (즐찾하고 갑니다~)

비로그인 2007-09-2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추리물들이 넘쳐나지만, 추리물들에도 장르가 있지만, 좀 색깔들이 약한 것들도 마구 포함되는 거 같아요.

상복의랑데뷰 2007-10-0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 / 인사가 늦었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별볼일은 없는 블로그지만 앞으로도 종종 들려주세요. 저도 즐찾했습니다. ^^

새초롬너구리 / 사람마다 판단기준은 다르겠지만, 전 추리소설 같지는 않고 기업소설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
 
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쉴새없이 나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호시 신이치/츠츠이 야스타카 풍의 단편집. 정확히 말하면 호시 신이치보다는 길고 츠츠이 야스타카보다는 덜 독설스럽다.(사실 쓰면서 보니 호시 신이치보다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집과 유사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흑소/독소/괴소 이렇게 3편의 단편집이 나왔다.(썩소도 나올법한데...이건 단편집이 아니라 사진첩인가?) 

요즘 취업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서 두껍고 안 읽히는 책은 멀리하다 보니 졸작이라도 읽히는 힘이 최강인 히가시노 게이고만 찾게 된다.(이 직전에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을 읽어서 더 머리가 아팠는지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일종의 팬서비스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 하다. 자신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도 있고, 동화를 약간 비튼 것도 있고, 앞에서 언급한 츠츠이 야스타카를 연상케 하는 섹스코메디, 문단을 비꼬는 연작 단편, 감동적인 소재를 다룬 호러 등 여러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책을 덮고 생각해 보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편에는 그렇게 장기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읽힐만 하면 끝나고 읽힐만 하면 끝나서 좀 감질맛이 낫다. 그래서 연작 단편이 재일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사회현상을 심각하지 않게 다루면서 독자를 심각하게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임계가족>이 괜찮았다. 요즘 기대치가 완전 밑바닥이라서 그런지 술술 읽히는 것 만으로도 그닥 흠을 잡지 않고 싶은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몇몇 작품은 그런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라서 살짝 아쉽긴 했다. 그러나 단편집의 편차가 고를 수만은 없으니...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팬서비스 차원에서 킬킬대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싫어하는 분들이 봐도 그렇게까지 책 잡힐 단편집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연작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는 상을 둘러싼 편집자-작가 이야기가 재미있으신 분들은 꼭!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일본문단>을 읽어보기를 권해드린다. 내가 읽어본 최고의 블랙 코메디였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9-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과.후.(찌릿)

보석 2007-09-19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임계가족>과 출판계 이야기 괜찮았는데. 츠츠이 야스타카 체크 체크.

상복의랑데뷰 2007-09-1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너구리 / 도서관에서 아직 연락이 오고 있지 않습니다...

보석 / 꼭 읽어보세요. 이 책이 재미있으시면 다다노 교수의 반란도 읽어보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