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말에는 모두 이렇게 두 가지 차원의 의미가 있다. 메시지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따른 의미로, 당사자들이 대체로 똑같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말의 '해석'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해석에는 메타메시지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메타메시지는 말을 하는 태도 혹은 그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 그 자체를 통해 인식되는 의미다. 감정적 반응은 대개 메타메시지에서 비롯된다.

"누가 못마땅하댔어"라고 했을 때 엄마는 '문자적 의미 부르짖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메시지 뒤에 숨어서 자기 말의 문자적 의미에 대한 책임만 인정했다. 어느 한쪽이 문자적 의미만 부르짖으면 분쟁은 잘 해결되지 않는다. 저쪽은 메타메시지 때문에 속이 뒤집혔는데 이쪽은 자꾸 메시지만 운운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메타메시지가 어떤 말에는 있고 또 어떤 말에는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모든 말에는 반드시 해석의 실마리가 되는 메타메시지가 담겨 있게 마련이다. -33~34쪽

 

진짜 모든 분쟁의 원인은 이거 때문인 거 아냐? 감정이란 섶에 불 지르고 도망가는 저 놈의 이름은 메타메시지라고 하는 거였군요. ㅎㅎㅎ 말도 예쁘게 하고... 착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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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건 겁나지 않아, 그는 생각한다. 하지만 내 지금 상태는 약간 두려워. 날마다 내 존재는 조금씩 줄어들어. 오늘의 나는 말이 결여된 생각이지. 내일의 나는 생각이 결여된 몸뚱이가 될 거야. 그렇게 되는 거지. 하지만 마야, 지금 네가 여기 있으니 나도 여기 있는 게 기뻐. 책과 말이 없어도 말이야. 내 정신이 없어도. 대체 이걸 어떻게 말하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303쪽

 

나는 조금씩 뭔가를 상실하며 살고 있구나. 오늘,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인간성의 한 부분을 또 잃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크고 파괴적인 스트레스였고, 맞서서 뭔가를 내던지지 않으면 깨어져 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보니 내가 아니었고, 내게서 떨어져 나가려고 나를 공격하는 기분. 비슷한 거라면 그 옛날 만화 기생수에서 흔하게 등장했던 그런 장면인데, 나도 모르게 들러붙었던 기생수가 종국에 숙주의 목을 쳐내고 그 자리를 꿰어차는 그것.

 

삶의 많은 순간들이 나약한 정신에 이런 식으로 구멍을 내는 일들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텐데... 그때마다 무엇으로 벌어진 빈틈을 메워야 할지를, 헤아려 본다. 내게 익숙한 생각의 도구가 없어지더라도 최후의 최후까지 내가 말하고 싶어지는 건, 마음에 남아있게 되는 건 뭘까. 줄어들지 않고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걸 꺼내놓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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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 - 2013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로라 바카로 시거 글.그림, 김은영 옮김 / 다산기획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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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들에, 얼마나 많은 결이 숨어있는지를 보여준다. 가까이 보면 이렇게나 풍성한 재미가 있는 세상인데...
팔 꼬고 삐딱하게 갸웃댄다고 있어보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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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한테 물어봐 비룡소의 그림동화 234
이수지 그림.옮김, 버나드 와버 글 / 비룡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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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열한 살 때 이 그림책을 들춰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 순수해도 너~~~~ 무 순수해. 어휴.... ㅎㅎㅎㅎㅎㅎ
그렇다. 이거슨 순수하고 예쁜 책! 대략 예닐곱살 까지는 아이를 품에 안고 읽어주면 행복감이 극대화될 것 같은 그런 책. 그렇지만 그 아이가 크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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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과 그 책을 읽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아주 개인적인 사건이자 마법 같은 순간입니다. 온전히 책에 몰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쁨의 밀도는 아주 높습니다. 많든 적든 그동안 읽어온 책들과 그 책들을 읽으며 누린 여러 감정들, 느낌들을 떠올려보세요. 우리들은 누구나 그런 숱한 마법의 시간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38쪽

 

어쩌면 내가 곳곳에 쌓여있는 책무더기에서 처분해야 할 책을 솎아내는 걸 이렇게나 힘들어하는 건, 스스로 만들어왔던 내 시간의 일부를 영원히 잃어버려도 어쩔 수 없는 곳으로 보내야 하는 걸 본능으로 알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이별에 유독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물과의 인연 끊기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세상엔 그런 유별스러운 사람도 있어서 재미가 있는거고... :)

 

서툴고 촌스러운 문장이라도 그렇게 자꾸 쌓아두는 것이 곁에서 떠나보내는 책들을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기도 하고,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고)아서 뒤늦은 아카이빙에 열을 올린다. 그래도 지금이 늦은 때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도 켜켜이 포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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