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술 그 자체가 두렵지는 않았다. 약간의 용기, 그리고 돈이 없어서 여태 못했을 뿐이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시력교정수술 받은 사람 치고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람 없었고, 성과는 중간만 되어도 다행이다 싶었다. 이런 저런 고민 중 ‘수술이 아플 것’이라는 염려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라식과 라섹 중 선택하라고 했을 때 별 망설임 없이 라섹을 선택한 거다. 라섹이 더 안전하고, 후에 부작용도 적다는 데 무얼 더 생각한단 말인가? 게다가 나는 라식을 하기엔 각막의 두께가 보통 사람보다 좀 얇다고 하지 않는가?
수술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은 상담사와 이야기를 할 때부터 싹트기 시작한다.
“라섹은 좀 아픕니다”
“많이 아픈가요?”
“네, 많이 아파요.”
“…”
“수술 받고 집에 가시면 누워 계셔야 합니다”
“눈이 안 보이나요?”
“아니요, 보이긴 보여요”
“누워서 책 봐도 되지요?”
“눈뜨면 보이긴 하지만, 아파서 아마 감고 계셔야 할 거에요.”
눈이 아파서 뜨지 못할 지경이 될 거라는 얘기다. 그 지경이 뭘까? 상상이 잘 안되길래, 지식iN을 검색해 봤다. 이게 또 화근이다.
“라섹이 정말 많이 아픈가요?”
“디지게 아픕니다…” “죽겠어여 T.T …” “수술하고는 괜찮았는데 마취 풀리고 나니까 장난 아니에요. 사람 잡습니다…ㅠ.ㅠ” “이틀은 꼼짝 없이 아무것도 못해요”
이제 조금씩 고통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앞으로 10시간 후면 수술실에 들어가 있겠지. 레이저를 내 눈에 쏘는 건가? 느낌이 어떨까? 아파서 눈물이 나면 어쩌지? 눈물은 짜니까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게 되나? 잠은 안 오고, 배만 살살 아프다. -.-
에궁… 지가 설마 아파서 죽기야 하겠나.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겠지. 내가 원래 서서히 오는 고통은 참는 데 일가견이 있다. (아니 있을 것이다 -.-) 내일의 태양이여, 빨리 떠라. 그리고 모레, 글피의 태양도 어서 뜨거라. 그리고 나면 광명이 날 기다리니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