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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 베이비부머 세대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희망의 노년 길 찾기
김찬호.고영직.조주은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월
평점 :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 베이비부머 세대의 구술생애사를 통한 희망의 노년 길 찾기
처음 책을 받고 저자의 이름을 보았을 때, 3명의 저자가 '화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읽다 보니 이 책을 쓴 저자 3명은 인터뷰어(인터뷰를 하는 사람)였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인터뷰이(인터뷰에 응하는 사람)가 바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화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베이비부머는 6.25전쟁 이후, 1955년~1963년 출생한 사람들을 말한다. 그 당시 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증하였으며, 베이비부머에 해당하는 이들( 50대~60대)의 인구가 백만 명이라고 한다.
고령화, 초고령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와 더불어 인구구조의 역삼각형 구조로 인해, 젊은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었음을 듣게 된다. 그리고 지하철 등등에 간혹 만나게 되는 ' 배려가 권리인 줄 아는 노인들'의 사례도 가끔 듣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자 3명은 1954년생 최영식 씨, 1960년생 김춘화 씨, 1956년생 정광필 씨이다. 2명은 남성이고 1명은 여성이어서, 50대 후반~60대 초반의 인생 이야기를 골고루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소한 두 분은 어렸을 적에 '가난으로 큰 고생'을 한 것 같지는 않다.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할 정도, 대학 진학을 준비할 정도라면 가정형편은 비교적 괜찮은 수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명 화자의 인생 2막의 공통점은 바로 '나눔'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재능을 나누고, 나의 열정을 나누고, 그러면서 다양한 세대와 만나고 소통하고 교류한다.
노인정에는 노인 분만 있다. 이 책에서 '연령 폐쇄적'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50대가 50대 하고만 교류하는 것, 20대가 20대 하고만 교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연령 폐쇄적'이다.
연령 폐쇄성의 문제점은 '타인을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점과 '내가 속한 세상의 이야기만 옳아'라고 독선적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 사회자와 인터뷰어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연령 폐쇄적'인 문화활동이 아니라, '연령 개방된' 문화활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사무소 등에서 어떤 강좌를 개설할 때, 50~60대라고 한정 짓는 것보다는 연령 제한을 없애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 세대 간의 이해도를 높이고, 다양한 세대와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
첫 번째 화자 '최영식 씨'는 인터뷰어의 말에 의하면 성석제의 <투명인간>에 등장하는 김만수와 비슷하다고 한다. 화자 최영식 씨의 말에 의하면 그는 20대~30대 시절, 한국 근대사의 굵직굵직한 큰 사건에서 '비켜서 있는'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 박정희 유신, 전두환 시절 등 )
그래도 그는 은행에 근무하면서 '넥타이 부대'로 1987년 6.10 민주 항쟁에 일부 발을 걸친 이야기를 한다.
은퇴 후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인생 2 막을 위한 여러 활동을 보면서 '명함의 빗금 , 슬래시 커리어'라는 부분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다.
최영식 씨가 제작하는 명함은 굉장히 독특하고 멋졌는데, 가정주부인 부인을 위한 명함 '가정문제연구소장'이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전 00회장'이라는 단어보다는 최영식 씨의 말처럼, '현재적인 활동과 가치'에 중점을 둔 독특한 명함이라면, 이야깃거리가 충분히 될 것 같다.
두 번째 화자는 '김춘화 씨'는 여성으로 고등학교 3학년 시기의 큰 사고로 3개월이나 입원을 했었고, 그 후유증을 평생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임신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큰 사고라고 하니, 잠시 "프리다 칼로"가 연상되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히 김춘환 씨는 2명의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고 하며,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등으로 꽤나 고단한 삶을 살았던 모양이다. ( 책 속에는 내용이 상세히 들어있지는 않으나, 남편과의 일화를 잠시간 보면서 대략 유추할 수 있었다. )
김춘환 씨는 '나눔, 봉사'를 통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계기는 바로 '고교 시절 학교 가기 싫어하던 둘째 아들'이라고 한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교 운영위원회를 하고, 미싱기로 교복을 수선하는 이야기 등을 보면서 나눔의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화자 정광필 씨는 노회찬 씨와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한다. 정광필 씨 역시 1980년대 노동운동을 한 모양인데, 얼마 전에 읽은 '심성정'의 <난 네 편이야>가 떠오르기도 했다.
노동운동으로 활동하다가 정치와는 맞지 않아 (기분이 얼굴에 그대로 표현되기에, 정치인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우학교' 라는 이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보는데, 분당에 위치한 '공립 혁신 학교'라고 한다. 대안학교라는 말을 종종 들어보았는데, '이우학교'는 교육청의 '설립 인가를 받은' 학교라고 한다. ( 2003년)
그 후 이우학교를 기반으로 '혁신학교'들이 주르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하니, 학교 시스템의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데 큰 이바지를 한 모양이다.
현재는 50+인생학교 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말랑말랑한 힘, 유연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50대, 60대 들의 경직되고 고착화된 사고방식을 깨뜨리기 위해 '말랑말랑하게' 만들기를 하는 과정이 한 달 걸린다고 하니,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예를 든 방식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보면서 각자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또한 남자 주인공 '승민'이 아닌 여자 주인공 '서연'에게 자신을 감정이입하여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니,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친밀감을 만든다고 하니, 무척 즐거울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는, 50~60대 이후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희망의 노년을 찾는 방식을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경제적 측면'이 아니라 '정서적 측면, 사회 관계적 측면'에서의 이야기를 한다.
고립사를 피하기 위한 방법, 은퇴 후 사라진 사회적 관계망을 다른 방식으로 재구축하는 방법 등, '사회적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노인들이여 노인과 서로 교류하라'가 아니라, 유연성과 나눔의 방식으로 말랑말랑하게 여러 세대와 교류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제적 기반이 어느 정도 잡힌 상황이고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여 빈집 증후군으로 시간 낭비되는 상황, 사라진 사회적 관계망에서 씁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950~1960년대에 태어난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 이야기를 살짝이나마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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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192400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