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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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독특하다. 실연당한 사람들이 아침 7시에 식사를 한다니, 무척이나 부지런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에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1명이라기 보다는, 여러 명의 주연급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며, 서로가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

책의 시작에는 '윤사강'이라는 여성이 등장하며, 그녀의 어린 시절 부모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기에, 사강이 '한정수'와 시작하게 되고 끝내게 되었을 것이다.

사강이 바라본 '함께 하는 식사',  '함께 찍는 사진'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 2개를 원할하고 평화롭게 할 수 있는 사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관계의 지속성 / 안정성 등이 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비행기 승무원 윤사강, 강연을 하는 이지훈의 공통점은 '가족'이라는 상처가 있다는 점이다.  정미도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약간 다른 느낌을 준다.
한정수와 이지훈의 공통점은 호텔을 집처럼 꾸민다는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일본 원전 사고가 있었던 해 2011년이다.  트위터를 통해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조찬 모임/  치유의 영화제'라는 글을 본 사람들이  참가비 십만원을 내고 2011년 6월 어느 날 아침 7시, 모임에 참가한다.  정미도를 포함하여 모두 21명이며, 그 중에서 2명이 남성이다.  (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연결되는데, 조찬 모임의 음식을 준비한 요리사가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약간 당혹스러웠다.  물론 이런 일이 세상사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이 연계되기에 작위적이다ㅡ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정현정이 이지훈의 오랜 연인관계를 먼저 청산했음에도, 되돌리고 싶어하는 마음에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선택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가 남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느라 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역시나 이상한 일이다. 그녀가 남자와의 재회를 위해 '나름 노력하는 시간 동안', 남자는 '여자와의 이별을 인정하고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모든 만남과 헤어짐,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만나기 위해서 시작점이 있듯이, 헤어짐을 위해서도 마침표가 필요할 것이다.

실연당한 사람들의 조찬 모임을 통해, '헤어짐의 마침표'를 찍었기에 모임 참가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몰래 회원(?),  몰래 카메라,  개인정보 유출,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 등 씁쓸하고 무시무시한 내용들이 은근히, 그러나 노골적으로 나타나 있다.

모임 참가자들은 본인들이 어떤 계획에 '포획'되었는지 전혀 모를 것이며, 자신들의 이미지 / 영상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최부장이 이지훈에게 하는 충고 ㅡ 회사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활용할 것이다 ㅡ 라는 부분에서도 소름이 돋았지만,  정미도의 의도와 행동,  정미도의 의도를 넘어선 대표의 행동은 더욱 으시시하다.

이런 음울하고 으시시한 현대의 어두움을 포함한 책이다.

사강은 아버지가 지은 자신의 이름이 '무성의하다'며 황당해하지만, 책의 말미를 보면 아버지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이름인 모양이다. 
아버지가 사강에게 보내는 선물(?)과 그 속에 있는 숨겨진 메시지 등을 보면서, '예술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중 다행히도 아버지는 사강에게 노력하고 있다. 비록 사강이 어른이 다 된 늦은 시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강에게는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슬픔이여, 안녕>  헤어짐이 아니라 만남이라니 새로운 시각이다. bye 가 아닌 hello /  adieu 가 아니라 bonjour
슬픔과의 헤어짐이 아닌 슬픔과의 만남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역시나 신기한 느낌이다.
슬픔과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슬픔을 극복했기에 hello라고 할 수 있는걸까?  

헤어짐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었기에  사강은, 이지훈은, 새롭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 예스24 블로그 >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실연당한사람들의일곱시조찬모임 #실연당 #실사모 #arte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067158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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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정보원 - 전2권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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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정보원>을 보았을 때, '굉장히 작은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A4용지를 절반으로 접은 사이즈보다 작은,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조그마한 책이 2권이 온 것이다. 한권의 두께가 1cm 남짓이고 크기도 조그마해서, 아주 자그마한 가방속에도 쏙 들어갈 만한, 휴대성이 좋은 책이다.



이 책 <정보원>은 '한국문학사'에서 출판된 책으로,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6. 홍상화 편'이다. 시리즈 이름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작은책 시리즈'라니, 책의 크기와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홍상화'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는데, 책날개에 저자 약력을 보면,

 - 1989년 장편 "피와 불"("정보원"으로 개제)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라고 되어 있다.   
1989년이면 내가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이니,  저자는 꽤나 연배가 되신 분 같다.



책의 맨 뒤쪽에

 - 이념을 뛰어넘어 인간 본연을 쫓는 사람들, 간첩과 정보원이 펼쳐 보이는 삶의 진실 

이라고 적혀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말인지 어렵군. 간첩과  정보원 이야기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음-- 간첩과 정보원 이야기인데, 뭔가가 더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하(下)권의 맨 뒤쪽에 있는 '작품해설(문학평론가 정규옹,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김윤식)'을 읽고 나서야 , 책의 맨 뒤쪽에 적혀진 말의 뜻을 막연하게 알 수 있었다.


상(上)권의 시작은 1950년 4월이다. 18살의 소년 정사용은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이지만, 공산주의의 이념에 사로잡힌다. 그해 6.25가 발발하고, 공산주의 이상 이념에 가득찬 정사용은  북한군에 자원입대한다.  그리도 비슷한 또래의 성의식, 신준희를 만나게 된다.


정사용, 성의식, 신준희 3명의 청년(청소년)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공산주의 이념의 허상을 느끼게 된다. 3명의 청년이 '김일성, 스탈린, 트루먼'의 역을 맡으면서 하는 연극(?)은 슬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북한국이 후퇴하는 와중에 (전쟁중에)  성의식, 신준희는 사망하고, 청년 정사용은 실명을 겪기도 한다. 운좋게 2년후에 시력을 회복하게 되지만,  북한 공산당은 남한출신자들을 의심하고, 격리시키고 있다.  이런 위험한 시기를 무사히 지내기 위해, 정사용은 '의식있는 말을 해서도 안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안되는' "생존을 위한 현명한" 생각을 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현명한" 생각으로 정사용은 "누구에게도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생존의 기교를 터득하고, 말을 많이 하되 속뜻이 없는 말만 골라 주절"댄다.
이렇게 생존의 방법으로 10년을 무사히 지낸 정사용은, 28살의 어느 날, 인민배우 최영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최영실은 정사용의 '새로운 이념'이 된다.



하급 노동자인 정사용, 상류층에 속하는 인민배우 최영실의 결혼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영실과 정사용을 좋게 본, 리정선의 도움을 받게 되고,  운좋게도 하급 노동자인 정사용, 인민배우 최영실은 북한 당의 결혼 '허가'를 받게 된다. 행복한 결혼생활 10년차, 딸 지숙과 행복한 어느 날, 정사용은 남파간첩이 되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상(上)의 중반부까지는 읽는 속도가 상당히 더뎠다. 읽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정사용이 최영실을 만나는 장면부터 어느 정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행복한 이들 부부는 금새 헤어지고 만다. ( 북한당의 지령, 남파간첩 )




상(上)의 후반부는 남한으로 침투(?)한 정사용이  숙부  정희성, 그리고 사촌들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가족 vs  가문 .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사실상, 정사용은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면서, 공산주의의 허상을 이미 일찌감치 깨우쳤다. 그랬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현명한"선택으로 '속뜻이 없는 말만 주절대며' 10년, 20년을 북한에서 무사히 지낸 것이다. ( 비록 하급 노동자신세였지만, 아오지 탄광 등으로 끌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남쪽 출신으로서는 성공한 쪽에 속한다. )  그러한 정사용에게  '공산당의 이념'이 절대불변으로 있을리는 만무하다. 다만 정사용에게는  '새로운 이념, 최영실'이 생긴 것이다.



이제 정사용은 선택을 해야 한다.
남한의 가문(삼촌, 사촌들 및 일가 친척들 전부), 북한의 가족(아내 최영실, 딸 정지숙).
이러한 선택의 가운데에서도 정사용은, 겉으로  '공산당은 훌륭한다. 김일성은 위해하다'라는 말만 내뱉을 뿐이다. 그의 속마음은 '내 아내 최영실은 아름답다. 내 딸 지숙이는 사랑스럽다'라는 것이지만,  입밖으로 나오는 말은 '공산당은 최고. 김일성 만세'라는 말 뿐이다.
아마도, 10년 20년은 북한에서 '생존'하기 위해 택한 '전략'이 그의 습관이 된 모양이다.  아니면, 정사용은 그의 가문(삼촌 등)을 100%믿지 못해서일까? 아니, 어쩌면 다른 간첩이 자신(정사용)을 감시.도청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리라.



<정보원> 하(下)권에서는  정사용이 남한으로 전향할 때 담당했던 담당자, 김경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경철은 정사용보다 7살 아래로, 김경철 역시 아내와 딸이 있다. 정사용의 가족(아내, 딸)이 북한에 있었다면, 김경철의 가족(아내, 딸)은 미국에 있다.
정보부 소속의 김경철은 나름의 깊은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믿었던 박정희 정권에 대한 실망, 완벽한 아내의 없는 부분(순진함)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이제 마흔이 된 김경철은 어쩌면 갱년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보원 김경철은 정사용의 죽음(자살? 타살? 음모?)에 대한 조사를 상사로부터 의뢰받고, 조용히 정사용의 마지막을 추적한다.



상(上)권 정사용의 이야기가 대체적으로 슬펐다면,  하(下)권 김경철의 이야기는 미스테리같기도 하고, 첩보물 같기도 하고, 그리고 아주아주 이상했다. ( 달리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



정사용을 조사할 수록, 점점 더 정사용에게 동화되어 가는 김경철.
정사용화되어 가는 김경철.
그리고 정사용이 되는 김경철.

( 써 놓고보니, 마치 '카프카의 변신' 같기도 하다. )



작품해설에서는 김경철이 정사용에게 동화되는 것을 '이상의 실현? 승화?'등의 방식으로 표현(이해?)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신분열증을 일으킨 김경철이 이상할 뿐이다. 김경철에게는 딱히 눈에 띌 만한 부족함이나 결핍 등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김경철은 왜 정사용이 되었을까?  단순히 '김경철의 아내, 정사용의 아내 최영실'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미흡한 것이 있어 보인다.
긴 시간동안의 정보원 생활을 하면서  김경철 내부의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작품해설'을 읽었기에  내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는지도.





<정보원>  상(上)권을 읽을 시기에 ,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보았다.   유사점이 눈에 띄게 많았다.

전쟁의 참혹함.

이념, 신념, 피(가족, 혈연).

림계진('인천상륙작전의 극중 인물)은 "이념이 피보다 진하다"고 말했는데,  림계진도 정사용과 같은 경험을 한다면,  어딘가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 예스24를 통해, 한국문학사 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0791703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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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소재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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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를 보면, 이 책 <터널>의 저자는 '소재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로, 1983년 생이다. 이제 막 30대 중반이 되어가는 저자는 제법 여러권의 책을 낸 듯하고, 영화화된 작품만도 3개나 된다.
그 중에 2013년도 이준익 감독의 '소원'이라는 영화도, 저자 소재원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영화 '소원'은 , 어느날 TV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되었고, 정말 가슴아프게 보게 된 영화였다. 아주 어린 초등저학년 소녀가 학교 등굣길에 납치, 성폭행, 등을 겪고서 무너진 가족, 일상, 그리고 솜방망이 같은 가해자의 처벌, 피해자 구제는 오롯이 가족의 몫(나라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이라는 상황 등등  너무나도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
정말 정말 가슴아프게 영화를 보았는데, 사실상 계속 보기 힘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아직 어린 자녀가 있는 내게, '소원이'가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져서, 그 어두운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영화 '소원'의 원작소설을 쓴 사람이, 소재원이라고?
그리고 소재원의 첫작품이자 12번째 작품이 '터널'이라니, 무언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터널>은 소재원이 20대 초반에 완성한 첫소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출판사가 출판을 거부하여, 12번째로 출간된 12번째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의 말, '이야기를 시작하며'를 보면, 제목 그대로 저자의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첫작품 '터널'을 출판하지 못한다. 여러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 후 다른 소설들을 출판하게 되고, 그 소설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나오게 된다. 어느 날 저자는 '작가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구에,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 다음',  TV도 인터넷도 없는 깊은 산골에서  저자 자신이 원하는 소설을 쓰게 된다.  바로 영화 '소원'의 원작 소설인 <소원:희망의 날개를 찾아서>라고 한다.
그 이후 저자는  첫소설 '터널'의 출판을 다시 시도하고, 여러번의 시도 끝에 '작가와비평'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출판을 하게 된다.


 


이 책, <터널>은 2013년에 1판 1쇄 되었고, 그 후 영화 제작 결정, 그리고 2016년 8월에 2판 1쇄가 인쇄된, 그야 말로 '사연이 많은' 소설인 셈이다.


 


책을 읽다보니, 읽고나니, 왜 여러 출판사(언론사)들이 출판을 거절했는지, 번복했는지, 이해가 가면서도 씁쓸했다.
- 내 잘못이 아니고 싶은 '자기 방어적인 본능'이 작용해서일까?


 


최근 아이와 함께 영화<빅>을 보았다. 북극곰 '빅'이 북극을 구하기 위해, 대도시로 향한다.  나중에 '빅'은  '나는 북극을 지키고 싶다'라고 말을 하지만, 이는 권력(언론 등)의 힘에 의해, 디지털의 힘에 의해, '나는 북극을 개발하고 싶다'라는 말로 전환되어, 전세계에 전송된다.  북극곰 '빅'이 하지도 않은 말, 심지어 했던 말과 전혀 반대되는 말이, 전세계에 방송이 되는 것이다.
언론의 편집력의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며, 영화<빅>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혹시나 내게  방송인터뷰의 기회가 온다하더라고, 하지 않는게 훨씬 더 낮지 않을까'라고.


 


소설 <터널>에서도, 언론(방송, 대중 등)의 이상한 힘에 의해 진실이 오도되고,  약자는 무시되고, 강자의 편에 붙는 일들이 벌어진다. 슬픈 사실은,  피해 당사자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러한 '이상한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 <터널>은 4살 딸아이의 아빠, 주말부부인 이정수의 '늦어진' 퇴근 이야기이다. 퇴근 후 부인과 딸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이정수는  무너진 터널안에 갇히게 된다.
이정수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단지, 터널이 부실했기 때문에 공사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무너졌고, 하필이면 터널이 무너지는 그 시기에 이정수는 터널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은 부실하게 터널을 지은 '곳'이 잘못이고, 원인제공자이다.



 

 

 


이정수가 터널에 갇혀서 생각한다. 앞으로는 비상물품을 반드시 챙겨다니겠노라고.
비상용 충전기, 손전등, 라면, 스마트폰 등등



 

이정수의 부인, 김미진은  터널속에 갇힌 남편을 구하기 위해 여러곳을 돌아다닌다.  도로공사, 경찰서, 소방서, 사업소, 시공사 등등.
김미진은 최선을 다해 여러곳을 방문하며, 호소하고, 화를 내고, 구조활성화를 요청하지만, 모든 곳은 동일한 말을 할 뿐이다.

- 우리 담당이 아니다. 담당이 아니다. 담당이 아니다.​
이곳저곳 뱅글뱅글, 다람쥐 챗바퀴 돌듯 사람을 돌리는, 아주 사람을 돌게 만드는 말, 

- 우리 담당이 아니다. 담당이 아니다.  


 


빨리 구조가 되었다면, 이일은 어쩌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부실 터널 공사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할 것이다. ( 뇌물 수수 역시 )



 

그런데, 불행히도, 터널 구조작업이 쉽지 않다.
길어지는 이정수 구조작업, 그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피해자들.
강자(부실터널 공사 시공업자 ,언론, 권력자 등)는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자마자, 자신들의 잘못(부실공사)를 덮기위한 여러 시도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강자의 의도대로 휘말리게 된다.



 

피해자는 이정수이다. 제2, 제3의 피해자도 역시 피해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피해자들끼리의 갈등이 발생하는 (조장되는) 것. 무척이나 슬프고 답답한 일이다.
피해자들끼리의 갈등이 발생하는 순간, 원인제공자 ( 부실 터널 공사 시공업자 등등)은 희희낙락이다. 자신들의 실수(죄)를 덮을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이 책<터널>은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한 책이다.


 


영화 '소원'을 보면서도 그러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왜 나라에서는 '소원이'의  신체적, 정서적 재활치료를 도와주지 않는지,  왜 가해자의 처벌이 그 모양인지, 영화'소원'을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욕이 마구 나왔다.



 


이 책 <터널>도 그러하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피해자들끼리의 다툼을 조장하고, 그 다툼뒤에 숨어버리는 원인제공자들(터널 부실 공사 시공업자 등등), 그들을 단죄해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언론이란 무엇인가.


 

 


 

책 <터널>은 일반인 한명 한명의 댓글, 한마디,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는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언론(뉴스 등)에 나온 이야기를  100% 믿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든다.
그리고, 함부로 '댓글'등을 다는 일을 지양해야겠다.



** 예스24를 통해,  (주)글로벌콘텐츠출판그룹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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