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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소재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6년 8월
평점 :
책날개를 보면, 이 책 <터널>의 저자는 '소재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로, 1983년 생이다. 이제 막 30대 중반이 되어가는 저자는 제법 여러권의 책을 낸 듯하고, 영화화된 작품만도 3개나 된다.
그 중에 2013년도 이준익 감독의 '소원'이라는 영화도, 저자 소재원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영화 '소원'은 , 어느날 TV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되었고, 정말 가슴아프게 보게 된 영화였다. 아주 어린 초등저학년 소녀가 학교 등굣길에 납치, 성폭행, 등을 겪고서 무너진 가족, 일상, 그리고 솜방망이 같은 가해자의 처벌, 피해자 구제는 오롯이 가족의 몫(나라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이라는 상황 등등 너무나도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
정말 정말 가슴아프게 영화를 보았는데, 사실상 계속 보기 힘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아직 어린 자녀가 있는 내게, '소원이'가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져서, 그 어두운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영화 '소원'의 원작소설을 쓴 사람이, 소재원이라고?
그리고 소재원의 첫작품이자 12번째 작품이 '터널'이라니, 무언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터널>은 소재원이 20대 초반에 완성한 첫소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출판사가 출판을 거부하여, 12번째로 출간된 12번째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의 말, '이야기를 시작하며'를 보면, 제목 그대로 저자의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첫작품 '터널'을 출판하지 못한다. 여러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 후 다른 소설들을 출판하게 되고, 그 소설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나오게 된다. 어느 날 저자는 '작가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구에,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 다음', TV도 인터넷도 없는 깊은 산골에서 저자 자신이 원하는 소설을 쓰게 된다. 바로 영화 '소원'의 원작 소설인 <소원:희망의 날개를 찾아서>라고 한다.
그 이후 저자는 첫소설 '터널'의 출판을 다시 시도하고, 여러번의 시도 끝에 '작가와비평'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출판을 하게 된다.
이 책, <터널>은 2013년에 1판 1쇄 되었고, 그 후 영화 제작 결정, 그리고 2016년 8월에 2판 1쇄가 인쇄된, 그야 말로 '사연이 많은' 소설인 셈이다.
책을 읽다보니, 읽고나니, 왜 여러 출판사(언론사)들이 출판을 거절했는지, 번복했는지, 이해가 가면서도 씁쓸했다.
- 내 잘못이 아니고 싶은 '자기 방어적인 본능'이 작용해서일까?
최근 아이와 함께 영화<빅>을 보았다. 북극곰 '빅'이 북극을 구하기 위해, 대도시로 향한다. 나중에 '빅'은 '나는 북극을 지키고 싶다'라고 말을 하지만, 이는 권력(언론 등)의 힘에 의해, 디지털의 힘에 의해, '나는 북극을 개발하고 싶다'라는 말로 전환되어, 전세계에 전송된다. 북극곰 '빅'이 하지도 않은 말, 심지어 했던 말과 전혀 반대되는 말이, 전세계에 방송이 되는 것이다.
언론의 편집력의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며, 영화<빅>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혹시나 내게 방송인터뷰의 기회가 온다하더라고, 하지 않는게 훨씬 더 낮지 않을까'라고.
소설 <터널>에서도, 언론(방송, 대중 등)의 이상한 힘에 의해 진실이 오도되고, 약자는 무시되고, 강자의 편에 붙는 일들이 벌어진다. 슬픈 사실은, 피해 당사자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러한 '이상한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 <터널>은 4살 딸아이의 아빠, 주말부부인 이정수의 '늦어진' 퇴근 이야기이다. 퇴근 후 부인과 딸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이정수는 무너진 터널안에 갇히게 된다.
이정수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단지, 터널이 부실했기 때문에 공사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무너졌고, 하필이면 터널이 무너지는 그 시기에 이정수는 터널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은 부실하게 터널을 지은 '곳'이 잘못이고, 원인제공자이다.
이정수가 터널에 갇혀서 생각한다. 앞으로는 비상물품을 반드시 챙겨다니겠노라고.
비상용 충전기, 손전등, 라면, 스마트폰 등등
이정수의 부인, 김미진은 터널속에 갇힌 남편을 구하기 위해 여러곳을 돌아다닌다. 도로공사, 경찰서, 소방서, 사업소, 시공사 등등.
김미진은 최선을 다해 여러곳을 방문하며, 호소하고, 화를 내고, 구조활성화를 요청하지만, 모든 곳은 동일한 말을 할 뿐이다.
- 우리 담당이 아니다. 담당이 아니다. 담당이 아니다.
이곳저곳 뱅글뱅글, 다람쥐 챗바퀴 돌듯 사람을 돌리는, 아주 사람을 돌게 만드는 말,
- 우리 담당이 아니다. 담당이 아니다.
빨리 구조가 되었다면, 이일은 어쩌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부실 터널 공사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할 것이다. ( 뇌물 수수 역시 )
그런데, 불행히도, 터널 구조작업이 쉽지 않다.
길어지는 이정수 구조작업, 그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피해자들.
강자(부실터널 공사 시공업자 ,언론, 권력자 등)는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자마자, 자신들의 잘못(부실공사)를 덮기위한 여러 시도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강자의 의도대로 휘말리게 된다.
피해자는 이정수이다. 제2, 제3의 피해자도 역시 피해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피해자들끼리의 갈등이 발생하는 (조장되는) 것. 무척이나 슬프고 답답한 일이다.
피해자들끼리의 갈등이 발생하는 순간, 원인제공자 ( 부실 터널 공사 시공업자 등등)은 희희낙락이다. 자신들의 실수(죄)를 덮을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이 책<터널>은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한 책이다.
영화 '소원'을 보면서도 그러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왜 나라에서는 '소원이'의 신체적, 정서적 재활치료를 도와주지 않는지, 왜 가해자의 처벌이 그 모양인지, 영화'소원'을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욕이 마구 나왔다.
이 책 <터널>도 그러하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피해자들끼리의 다툼을 조장하고, 그 다툼뒤에 숨어버리는 원인제공자들(터널 부실 공사 시공업자 등등), 그들을 단죄해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언론이란 무엇인가.
책 <터널>은 일반인 한명 한명의 댓글, 한마디,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는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언론(뉴스 등)에 나온 이야기를 100% 믿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든다.
그리고, 함부로 '댓글'등을 다는 일을 지양해야겠다.
** 예스24를 통해, (주)글로벌콘텐츠출판그룹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