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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영휴'라는 단어는 굉장히 낯선 단어이다. 책의 표지에 '영휴 (盈 虧 / 찰 영, 이지러질 휴 )'의 뜻이 있는데 '차고 기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달의 영휴'는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달이 초승달ㅡ반달ㅡ보름달ㅡ그믐달로 사라지고, 다시 초승달로 시작되는 일종의 '달의 순환'을 의미하는 듯하다.
책을 다 읽고나니, 맨 뒤쪽에 옮긴이의 말에 다음과 같은 단어가 있다.
ㅡ 두 번 읽으면 좋을 책
책을 1번 읽고 나서, 그 구절을 보자마다 '동의'했다. 이 책은 두번 읽어야 한다. 처음에는 인물들의 관계상에 헷갈리고 맨 뒤쪽에 등장하는 반전(!!)에 깜짝 놀라게 된다. 모든 인물들의 관계를 안 이후에 2번째 읽는다면, 인물들의 말투, 행동 등이 다시 보일 것이다.
책은 '루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의 순환, 환생, 전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았음에도 처음 읽을때는 상당히 헷갈렸는데, '루리'의 환생이 1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맨 처음 '루리'와 연관된 인물들, 1차 환생한 '루리'와 연관된 인물들, 2차 환생한 '루리'와 연관된 인물들이 서로 어떤 식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헷갈렸던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나이에 대해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책을 읽을 때, 사건을 기준으로 하거나,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 책은 '사람의 나이'에 대해 한눈에 찾기 어려웠다. )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오사나이 쓰요시'라는 남자는 60이 넘은 할아버지이다. ( 현재 62세로 추정됨 )
'오사나이'는 15년전 교통사고로 부인 '고즈에', 딸 '루리'를 잃었다. 사망당시 '오사나이 루리'의 나이는 18세.
딸 루리의 사망 후 15년이 지난 현재, '오사나이'는 '오사나이 루리'의 고등학교 친구인 프로 여배우 '미도리자카 유이 (현재 33세)'와 그녀의 딸 '미도리카자 루리 (7살, 초등학교2학년)'를 만나러 도쿄로 왔다.
처음 만난 초등학교2학년 '미도리자카 루리'는 정말정말 건방지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 과거 '오사나이 루리'가 가족들과 함께 먹은 음식에 관해 '오사나이 쓰요시'와 여배우의 딸 '루리'는 논쟁을 벌인다.
ㅡ "정말로 절대로? 오사나이 씨, 나이 먹어서 노망이 난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가 있어요?"
루리라는 이름의 딸이 노려보며 도발을 해 오자 오사나이는 대답할 말을 잃었다. ( 17쪽, 7살 루리와 62살의 쓰요시 )
처음에는 왜 '프로 여배우'가 자신의 딸 '루리'의 건방진 언행을 그냥 지켜보고 있나,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책을 다 읽은 후에야 나름 이해가 갔다.
'프로 여배우'는 자신의 딸 '미도리자카 루리(7세)'를 초등학교2학년 딸로 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 '오사나이 루리'로도 보았기에, 오사나이 쓰요시와 루리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그냥 지켜보았던 것 같다.
많지 않지만 복잡했던 인물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현재 기준 ■ |
ㅡ 오사나이 쓰요시 : 62세, 15년전에 부인 고즈에, 루리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ㅡ 오사나이 고즈에 : 남편보다 2살 연하. (결혼전 이름, 후지마야 고즈에) ㅡ 오사나이 루리 : 7살에 열병(?)을 앓음. 18살에 교통사고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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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미도리자카 유이 : 33세 , '오사나이 루리'와 고등학교 동창 ㅡ 미도리자카 루리 : 7세 ( 초등학교 2학년 ) |
프로 여배우의 딸 루리와 오사나이의 딸 루리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7살 즈음에 큰 열병을 일주일 정도 앓았고, 그 이후 뭔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책은 '오사나이'와 프로 여배우의 딸 '루리' 의 만남, 11시부터 1시까지의 이야기이다. 물론, 이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2시간이지만, 과거이야기를 포함하면 더욱 더 길고 복잡한 이야기이다. ( 15년전, 34년전, 8년전 등)
오사나이 쓰요시의 부인 '고즈에'는 '오사나이 루리'가 발병한 7세 이후부터, 딸의 이변을 발견한다. 그리고 딸의 이상을 남편 쓰요시에게 말하지만, 쓰요시는 오히려 '부인 고즈에의 이상'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그 이후 부인 고즈에는 더 이상 '딸 루리의 이변'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 쓰요시에게 하지 않았다. 남편 쓰요시는 딸이 18세의 나이에 죽고 나서야, 모녀의 행방에 이상함을 느낀다.
오사나이 쓰요시는 전생, 환생 등을 믿지 않는 사람인 듯 싶다. 사실, 어떤 '징조'를 본다 하더라도 쉽게 믿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사나이 쓰요시가 딸 루리의 전생, 환생에 대해 막연히나마 생각하게 된 것은, 딸 루리의 교통사고 이후부터이며, 장례식장에 조문객으로 왔던 '미스미 아키히코'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부터이다.
ㅡ 그리고 15년 후.
올해 7월.
미스미는 다시 오사나이 앞에 나타난다. ( 80쪽)
"그때"하고 미스미는 다시 말했다.
대답하지 않는 오사나이를 보고 이야기를 진행할 방향을 정한 모양이었다.
"두 분은 그때 저를 만나러 도쿄로 오는 도중에 그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 92쪽, 미스미 아키히코의 말)
이야기는 오사나이 쓰요시의 과거 회상, 미스미 아키히코의 기억, 20살의 아키히코가 만났던 7살 연상의 여자( 마사키 루리) , 마사키 루리의 남편 마사키 류노스케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인물 시점으로 진행된다.
마사키 류노스케와 마사키 루리의 대화를 보면, 이 부부는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서로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같다.
ㅡ ".... 루리, 혀 내밀지 마."
"아, 미안해요."
"내가 하는 말 뜻 알아들었어?"
"응,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그럼 왜 웃어?"
"웃다니. 다만 눈이 신경 쓰인 것 뿐이에요."
"눈?" (235쪽, 류노스케와 마사키 루리의 대화 )
ㅡ 미스미 노리코 : 오사나이 고즈에의 중.고등학교 친구 ㅡ 미스미 아키히코 : 미스미 노리코의 동생. 누나보다 6살 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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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마사키 루리 : '미스미 아키히코'보다 7살 연상. (결혼전 이름 , 나라오카 루리) ㅡ 마사키 류노스케 : '미스미 아키히코'보다 13살 연상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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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처럼 거듭 다시 태어난 '루리'는 자신의 '아키라'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7살의 어린 나이에 가출(?)을 하기도 하면서 '아키라'를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루리. 루리의 '아키라'에 대한 사랑(?집착?)은 정말 대단할 따름이다. 루리는 '자신의 전생의 부친' 에게는 별 관심도 없다. 다만 '자신의 사랑 아키라'만이 루리의 '모든 것'이고 '모든 관심'이며 '목적'의 전부일 따름이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던 '반복되는 아이' 루리는,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 루리는 과연 '아키라'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아키라는 루리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루리만이 '반복되는 아이'일까???
일본만의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ㅡ "하나는 나무처럼 죽어서 씨앗을 남기는, 자신은 죽지만 뒤에 자손을 남기는 방법. 또 하나는 달처럼 죽었다가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나는 방법. 그런 전설이 있어.
.....
나한테 선택권이 있다면, 난 달처럼 죽는 쪽을 택할 거야."
"달이 차고 기울 듯이."
"그래. 달이 차고 기울 듯이,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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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blog.naver.com/xena03/221163869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