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Diva

1981년 작품
감독 : 장 자크 베넥스

 

예쁘고 가벼운 느낌의 영화 <디바>는 아기자가힌 소품 같다. 사람들은 이 영화의 프랑스적인 요소에 매료된다. 예전에 미국과 프랑스의 팝 문화가 가졌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최근 프랑스 영화의 미진함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프랑스는 모두 탐정물과 프랑스의 누벨바그, 로큰롤과 1968년의 정신에 대해 경외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70년대에 이르러 문화적인 결별이 생긴 것이다.

누벨바그는 개성 없는(트뤼포) 것이 되거나 무미 건조함(고다르) 것이 되어갔고, 프랑스인의 사상은 구조주의와 왜곡된 마르크스주의의 혼돈으로 보였으며, 수출된 영화는 간통을 소재로 한 저질 코미디들에 그쳤다.

그러다 <디바>가 매혹적인 므랭그(달걀 흰자위와 설탕을 섞어 구운 프랑스식 과자)의 형태를 띤 채 화평을 위한 선물로 다가왔다. <디바>는 프랑스와 미국의 환상, 미신, 문화, 농담과 같은 것들이 뒤섞인 소용돌이이며 이런 것들에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디바>는 현란한 색상과 패션 잡지에나 나오는 것 같은 자세로 관객들을 유혹하고 현기증 날 것 같은 즐거움으로 안내한다.

누벨바그의 최고봉인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59)와 마찬가지로 <디바>는 프랑스 남자와 미국 여자의 불행한 사랑을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프랑스와 미국의 감성이 한데 어울려 추는 파드되(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눈 춤)에 대한 은유가 된다. 그러나 <네 멋대로 해라>가 화려한 장식 매듭 속에서 스스로를 살펴보고 찔러보고 묶기도 하는데 비해, <디바>는 그저 즐겁게 춤출 뿐이다. 그 어떤 것도 어설픈 충고나 비유를 하지 않는다.

서른다섯 살의 장 자크 베넥스(제리 루이스의 조감독을 지낸)가 만든 최초의 영화인 <디바>는 아방가르드에서 빌료온 독특한 테크닉과 시각적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다. <디바>는 스릴러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반반씩 섞인, 영화 만들기에 대한 매력적인 농담인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플롯을 담았고, 장난 그 자체는 지루하기 때문에 서스펜스를 추구한다. 베넥스는 이전 영화들이 떠오를 때마다 그것을 표현해내고자 하여 <디바>의 이미지는 인용 투성이에다 암시적이 되었다.

중심이 되는 사랑 이야기는 플라토닉하고 꿈결 같으며 섬세한 아치와 같다. 그 아치 아래로 살인자들, 뚜쟁이들, 해적 레코드업자들의 갈팡질팡한 추격전이 <밴드 웨건>에서 프레드 아스테어와 시드 샤리시가 연기했던 갱 영화의 춤 동작처럼 양식화된 채 익살맞게 펼쳐진다.

열여덟 살 난 남주인공(프레데릭 안드레이)은 바짝 마르고 수줍음을 잘 타는 파리의 우편 배달부이며, 그가 사모하는 디바는 미국의 위엄 있는 흑인 소프라노 신시아 호킨스(필라델피어 태생의 소프라노 윌헬메니어 위긴스 페르난데스가 연기했다)이다. 낡디 낡은 파리의 극장에서 청중들 사이에 앉아 있던 쥘은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신시아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된다. 그녀는 한쪽 어깨가 드러난 진주 장식의 회색 비단 가운에 번쩍거리는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하고 보석처럼 빛나는 치아를 드러낸다. 그녀는 눈을 뗄 수 없는 환상 그 자체이다. 신시아는 귀족처럼 고개를 까닥이면서 인사하고 까딸라니의 <왈리>에 나오는 아리아를 부린다. 도톰한 입술이 노래 가사들을 맛깔스런 음식이라도 되는 양 감미롭게 전해줄 때 목소리는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 아름답다.

쥘은 기쁨에 도취되어 울기 시작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무릎에 놓인 녹음기로 향한다. 콘서트가 끝난 뒤 쥘은 신시아의 탈의실로 갔다가 충동적으로 그녀의 진주 장식 가운을 훔치고 이 일은 신시아를 화나게 만든다.

신시아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목소리가 녹음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성악가나 연주자는 청중과 직접 교류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진 순수주의자인 것이다. 물론 쥘은 순전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녹음하였다. 신시아의 가운을 몸에 걸치고 동굴 같은 자신의 집에 앉아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꿈을 꾼다.

그러나 두 명의 대만 해적 레코드없자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 테이프를 입수해 녹음에 응해주도록 신시아를 협학하고지 한다. 한편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테이프가 쥘의 우편 바구니에 우연히 놓여진다. 이것은 한 매춘부가 매춘,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를 폭로하는 테이프여서 쥘은 경찰과 두 명의 살인 청부업자에게도 쫓기게 된다.

해적 레코드업자들과 경찰들, 살인 청부업자들은 모두 두 명씩 등장하는데 그들은 영화의 진행에 따라 차례로 나타난다. 반짝이난 선글라스 아래로 얼굴을 감추는 대만의 업자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푸 만추(Sax Rohmer의 소설에 나오는, 양끝이 턱 쪽으로 늘어진 긴 콧수염을 한 중국인 악당의 전형)의 재현인데, 그들은 힘과 인내심에 대한 점괘 과자 같은 이야기들을 중얼거린다. 반면에 호색한인 남자와 반항적인 여자로 설정된 두 경찰관은 수십 년간 미국의 영화와 텔레비전을 지배해왔던, 지루하게 수다만 늘어놓는 경찰관 유형을 패러디한 것인데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정신병자 같은 두 명의 잔인한 살인 청부업자들은 미국의 B급 영화에 나타나는 외국인 악당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두 명 중에서 머리가 약간 더 좋은 스픽은 항상 껌을 씹고, 록 그룹 샤나나의 바우저처럼 머리를 매끄럽게 뒤로 빗어넘겼다. 그리고 다른 악당 꾸레는 선글라스를 끼고 입을 삐죽 내미는데, 스킨헤드를 하고 있다. 한 명은 50년대에서 온 사나이 같고, 다른 한 명은 펑크 이후의 뉴웨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록 밴드 멤버 같으며 둘의 대화는 투덜대는 록 음악 같다. 스픽은 차고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 반면, 꾸레는 차고, 자동차, 엘리베이터, 베토벤 등 싫어하는 것들에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는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이 살인 청부업자들은 얼음 송곳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어처구니없는 인물로 그려지는 동시에 무시무시한 인물로 묘사되는 것이다. 베넥스는 자신의 소용돌이 같은 영화를 계속 소용돌이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디바>는 실제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처음에 쥘은 자신을 둘러싼 음모를 눈치채지 못한다. 그는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던 알바(투이 안 루. 영화를 찍을 때 열네 살이었다)라는 이름의 베트남 소녀를 만나는데 그녀는 집까지 그를 따라온다. 쥘의 다락방은 부서진 차들과 비싼 오디오 설비, 팝 아트풍으로 그린 자동차 벽화들로 가득찬, 팝 문화 고물 수집장 같다(자동차 대신 비행기를 그린 것을 제외하면 쥘의 친구 린드버그의 방도 이와 비슷하다). 알바는 이런 쥘의 집 장식을 사랑한다.

속이 내비치는 플라스틱 레인코트 아래서 그녀가 입은 미니드레스는 핑크빛인데 이 스타일은 그녀의 세계를 상징한다. 즉 빛나는 표면 아래로 좀더 빛나는 표면이 있는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알바는 빠른 말투와 섹시한 얼굴 표정에 야성미까지 지녔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사실은 결코 위협적이거나 유혹적이지 않다. 그녀는 허구가 중첩된 이 영화의 가슴이고 영혼이다. 알바는 누군가를 매혹시킬 수도 있지만 스스로는 일종의 장난감이라 생각한다. 인형처럼 순수하고 섹시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영화에서 초영웅으로 나타나는 고로디슈(리샤르 보랭제)와 함께 산다. 그는 1인용 욕조와 역동적인 조각만 두드러질 뿐 거의 빈 공간이나 다름없는 집에서 살면서 선(禪)을 신봉하는 괴짜이다. 고로디슈는 영화 속에서 외로운 방랑자이자 냉정한 왕과 같은 존재로 표현된다. 그는 별다른 노력 없이 사건을 해결하고 악당들을 속여넘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은유의 세계에서 산다. 집에 있는 것은 네온 장식부터 파도치는 조각, 그림 맞추기 퍼즐까지 모두 푸른색이고, 심지어 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옷 색깔까지도 푸르다. 등장 인물로서의 고로디슈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이 영화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다. 흰옷을 입은 해결사이고, 미쳐 돌아가는 사건들을 제자리에 놓는 인물인 것이다. 그가 승리했을 때 영화는 중심으로 되돌아간다.

<디바>는 아방가르드 작품이 아니라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도입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고다르의 점프 컷과 포스트 아트 칼라, <셀린과 쥘리 보트 타다>, <파리는 우리의 것>에서 리베트가 선보였던 멋진 펄프 플로팅을 빌어오는데, 이런 이미지들은 누벨바그 영화에서 발견되는 달콤한 색생들과 탈중심적인 구조를 함께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것도 완벽하거나 주제가 되지는 못한다. 이들은 모두 잠깐 동안 보이는 섬광인 것이다.

<디바>는 경박함을 일종의 쾌락주의로 찬양하면서 영화 언어의 극단적인 현학을 과시하고, 형식을 살리는 동시에 형식을 비웃는, 유쾌한 딜레탕트(아마추어 예술) 영화다.

베넥스는 그럴듯하고 감칠맛 나는 인물들을 만들어냈지만, 이들은 '호감이 가는 요소의 집합'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그들의 행동이 나쁘게 여겨질 수 없기 때문에 행하는 모든 일들이 정당하게 여겨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현실 속의 인물이 아니기에 주어진 캐릭터 바깥으로 나와 행동할 수 없다. 이 영화의 플롯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또 영화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어떠한 급변하는 사건도 비현실적이라 느끼지 못하게 한다.

<7년만의 외출>이나 <심판> 같은 영화는 아예 비웃는 대사로 언급된다. 어린 소녀가 밝은 노란색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장면은 고다르가 <중극 여인> 같은 영화에서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감추기 위해 사용할 법한 장면이다. 그러나 카메라를 향해 돌아서서 모택동적인 웅변을 하는 대신, 그 소녀는 전화기에 대고 플롯에 대해 상세히 수다를 떨며 이야기한다. 이것은 고다르적인 색깔로 칠해진 B 급 영화의 한 장면이다. 심지어 추격 장면에서 쥘은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는데 경찰은 뛰어서 쫓아간다. 경찰이 어떻게 쥘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오토바이가 계단을 내려가고 꼬불꼬불한 복도를 누비는 스릴에 압도되는 것이다. 연료가 떨어지자 쥘은 오토바이를 버린다. 물론 경찰이 그를 놓치는 순간 생기는 일이다. 그러면 그때 그들이 도달한 곳은? 당연하겠지만 오페라 극장이다.

혼란스런 상황과 자유롭게 조합된 플로(베넥스와 장 방 암은 들리코르타의 스릴러 소설을 각색했다)을 통해서 베넥스는 프랑스적인 구조주의의 묘미를 전해준다. <디바>는 구조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요소들을 거꾸로 구성한, 전능한 구조주의자들의 신화와 같다. 구조주의자들이 남미 원주민들의 전설 속에서 발견한, 숨겨진 운율과 대구처럼, 불명확한 운율과 대구법이 빛나는 금 세공술처럼 영화 속을 흘러다닌다.

<디바>는 인용과 조합들이 완전히 어우러질 때까지 구조 위에 구조를, 운율 위에 운율을 중첩시킨다. 영화가 끝날 무렵의 맨발 장면은 서두의 장면과 수미쌍관을 이룬다. 또 깔끔하게 연출된 레코드 상점 장면과 수색당한 뒤의 쥘의 아파트 장면은 멋진 핀볼 상가를 누비는 추격전으로 매듭지어진다. 선글라스와 우아한 흰색의 무개차의 크롬 도금에는 곡면의 영상이 비쳐지고, 선글라스의 이미지는 하나씩 튀어올라 장님을 비꼬는 농담에서 그 정점에 이른다.

영화 속의 집들은 다른 집들을 모사하고 고풍스러운 흰색 승용차들은 서로를 비추어낸다. 일반적인 스토리 속에서라면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혼동되기 쉬운 두 개의 테이프도 이 영화 속에서는 구조주의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함께 공존한다. 그리고 베넥스는 화려한 인용 속에 자신의 소용돌이를 두면서 재미를 넘어 장엄함으로 이끈다. 여기에는 관객을 사로잡는 장면도 많지만 충만한 구조의 맛과 의미 있는 스릴이 있다. 이는 마치 알바가 입고 있는 비닐 코스와 같아서 표면 아래에 더 깊은 표면이 있고, 그 아래에는 좀더 깊은 표면이 있는 것이다.

그 각각의 표면들은 놀랍다.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다운 것이다. 이것은 베넥스와 촬영 감독인 필립 루슬로가 달콤하고 밝은 빛으로 모두를 목욕시키기 때문이다(심지어 경찰서에 있는 사람들도 밝게 보인다). 오버헤드로 찍은 사랑스러운 장면과 새벽녘의 어른거림도 있다.

베넥스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아 관객을 감질나게 만든다. 단편적으로만 비쳐지는 쥘의 방을 관객은 결코 이어 맞출 수 없는 것이다. 효과는 소설과 같고 문학적이다. 스크린에서 세련된 팝의 세계를 보기도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처럼 상상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것은 베넥스가 주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그의 이미지들은 영화가 잘 사용하지 않는 문을 통해 우리의 의식 속으로 살며시 들어온다.

그리고 낭만적인 화면이 펼쳐지는 동안 베넥스는 점차 철학적인 경지에까지 이른다. <왈리>의 아리아가 흐를 때마다 카메라는 미끄러지듯이 춤추고 환상은 커져만 간다. 조용하지만 사랑이 깃든 눈을 가진 쥘과 위엄 있는 차림새와 사려 깊은 매력을 지닌 신시아는 미국화한 프랑스 스타일로 바뀌면서 친구가 되고 지기가 된다. 커다란 흰색 양산을 들고, 공쿠르 광장을 산책할 때 그들은 순수하고 고귀한 사이로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쥘이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했다고 고백하고 테이프를 틀어주자 신시아는 그 소리에 압도당하고 매혹되며 그로 인해 새로워진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일반 사람은 물론이고 <디바>의 숭배자 중에도 이 영화가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또는 이 영화가 의미를 흉내내지만 결국은 아마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위장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프랑스 소년과 유럽적인 예술 스타일을 익힌 미국 여자를 담은 장면에서 사람들은 올리브 나뭇가지에 살짝 부는 바람을 잡아낸다. 미제 자동차와 로큰롤 갱들과 핀볼 기계의 행렬 속에서 <디바>는 수십 년 전에 <네 멋대로 해라>가 했듯이 미국에 대한 뉴스를 전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스티븐 쉬프(<세계 영화 평론 101>, 창작 시대사)



허무개그를 보는 듯한 악당들의 죽음. ㅋㅋㅋ 웃음이 절로 나왔다. 노래가 매혹적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용과 시종일관 몽환적인 분위기와 제목이 아주 어울리는 영화.

이승과 저승, 현재와 과거,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한 번의 간극도 없이 보여주는, 꿈꾸는 듯한 영화다. 영화를 찍은 시간과 상여시간이 같다니. 감독에게는 자기만족에 여기저기 들려오는 찬사가 자못 남았겠지만 배우들과 카메라감독은 정말 죽을 맛이었겠다. 살짝 살짝 카메라가 초점을 잃고 흔들리지만 그건 영화의 몽환전인 분위기로 '의도적'인가? 의심할 만큼 작은 단점에 불과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예술이다. 정말 아름다운 청춘들이다. 잠깐, 아주 잠깐.. 내 청춘은 어디로 갔을까? 이곳 저곳 도서관에서 썩어버렸나?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도그빌]처럼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도 같지만 영화의 미덕도 충분히 갖추었다. 아름다운 카페, 눈내리는 실비아 숲... 그저 연극이라면 이렇게 아름답게 살려내지 못했을거다.

[꽃섬]을 만들었던 감독이란다. [꽃섬]을 보고 악몽을 꿨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마지막 장면, 허공에 뜬 배위에서 산 자가 사라져 영혼-귀신이 되는 장면이 어슴프레 떠오르며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김ㅈ원샘과 이ㅇ정샘을 우연히 만나서 더 반가왔다. 용두산 공원 올라가는 계단 근처의 용정ㅇㅇ이라는 전통찻집. 너무 깔끔한 인테리어가 오히려 흠이 될 듯한. ㅈ원샘과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늘 내가, 우리가 걱정되는 모양. 왜 혼자서 영화 보러 다니면 쓸쓸해보인다는 거얏.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니깐.. 쯧!



 

  멤버 '자은'의 죽음으로 해체된 지 3년 만에 다시 모인 '마법사'밴드. 강원도 숲 속 카페 주인이 된 '재성'과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결심한 '명수',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 '하영'은 음악과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한 해의 마지막 밤, '자은'의 세번째 기일을 맞아 다시 모인 '마법사' 밴드. 이곳은 강원도의 깊은 숲, 눈이 내리며 오늘은 12월 31일 마지막 밤이다. 날이 저물어 갈수록 마음 속 저 편에 숨겨 놓았던 그 시절의 기억이 뜨겁게 되살아나는데.. '자은'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은 마법 같은 시간 속... 그들의 노래는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영화제 소개글. 12월31일 밤, 산 속 카페에서 두 친구가 술을 마시고 있다. 둘은 이전에 ‘마법사’라는 밴드의 멤버였다. 재성은 카페 주인이며, 명수는 화이트칼라처럼 보인다. 그들은 3년 전 자살한 멤버 자은을 추억하기 위해서 이 곳에 모였고, 또 다른 멤버 하영을 기다린다. 두 남자는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빠진다. 송일곤의 영화는 공간에 신화적 분위기를 불어넣으면서도 인물 묘사에선 구체적이며 생동감이 넘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3인3색’ 프로젝트의 하나인 <마법사들>은 그의 연출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소품이다. 편집 없이 한 쇼트 안에서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비추는 구성이 독특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송일곤은 이 단편이 포함된 95분짜리 장편을 제작중인데, 그 역시 편집 없이 한 쇼트로 촬영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 - 허문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정말 오랜만이지요? 어머님, 아버님. ^^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방학도 훌쩍 끝나고, 그러고도 한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아요. 요 녀석들 만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학기를 시작하고 또 한 달이 지나가버렸으니 말예요. ^^ 이젠 아이들도 저도 서로에게 많이 익숙해져서 크게 야단치거나 맘 상하거나 하는 일 없이 비교적(?)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우리 반은 아이들 모두 두루두루 둥글둥글 친해서 자습시간이나 청소시간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뛰어노는(정말로 ‘뛰어’논답니다. ^^;) 모습에 입가에 절로 웃음이 돕니다.


담임인 제가 연수받느라고 방학동안 부산에 없어서 보충수업 받는 아이들을 한 번도 챙겨보지 못한 것이 미안했답니다. 방학 시작 하던 날, 제가 연수받는 공주대학교의 주소를 알려주며 편지를 주면 답장을 하겠다고 약속했더니 두어 명이 편지를 보내왔지 뭡니까. 어찌나 반갑던지 새벽까지 잠을 쫓으며 답장을 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방학 전에 아이들과 번개(전날이나 당일 급하게 연락하여 만나는 것)를 하기로 약속했기에 지켜야했답니다. 개학 전 금요일, ‘내일 만나서 샘이랑 놀자~’라고 했더니 부산대 앞으로 윤정, 다정, 민주가 나왔습니다. 대학 도서실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어 그곳에서 두어 시간 책을 읽은 후, 같이 영화를 보고, 수다 떨고, 저희 집 근처에서 저녁으로 낙지복음을 먹었습니다. 국어수행평가를 위한 필요한 책을 빌려달라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간만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조금 아쉬웠습니다. ^^


개학하자마자 방학숙제 검사를 했습니다. 여름방학 다이어리 쓰기와 아이들 감성을 키울 수 있을만한 37가지 재미난 활동에 관한 숙제였는데요, 실은 그 중 한 가지라도 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지요. 그것 모두를 다 하기는 솔직히 무리였거든요. 다이어리쓰기를 제외하고는 사실 해오지 않아도 상관없는 숙제여서 그랬는지 활동숙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두 가지 정도만 ㅇ표를 해왔고 내어준 다이어리를 다시 걷는 데도 열흘이나 걸렸답니다.


숙제를 열심히 해온 아이들 칭찬을 조금 해볼까요? 다원이가 해온 ‘나의 하루 셀프 카메라’는 거의 예술이었습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쭉 좇아 사진 찍고 그걸 현상해서 내용도 쓰고 예쁘게 꾸민 그 솜씨에 교무실 많은 샘들이 '다원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냐'며 감탄에 감탄을 쏟아냈답니다. 교실에 붙여두고 더 오래, 더 많이 자랑하고 싶었는데 글쎄 녀석이 초상권 침해 운운하더라구요. ^^; 섭섭했지만 맞는 말이라 돌려주고 말았습니다. 수지, 다혜, 민정이도 기특한 숙제를 했지요. 독후감 세 편 쓰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네 녀석 모두 예뻐서 약속대로 책을 한 권씩 상으로 주었습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이 책은 친구사이의 우정이 부각되는 표면적 이야기와 함께 콤플렉스를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성장소설이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같은 책으로 나눠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글의 내용과 그림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스테디셀러랍니다. 반 아이들 두루 돌려보면 좋을 것 같아 똑같은 책을 사주었는데...글쎄 마음에 들었는지, 또 돌려보았는지.. 아직 물어보지를 못했네요.



다혜의 [유언장]써보기 숙제도 정말 좋았습니다. 또래 답지 않게 표현력도 좋고 성숙한 내용의, 아주 멋진 유언장이지요. 언제 시간이 나면 다혜에게 허락을 받고 우리 반 다같이 돌려본 후, 학급시간에 우리 모두 유언장 써보기를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다혜는 유일하게 두 가지 숙제를 했으니 상을 하나 더 주어야하는데..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저랑 같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보여주어야겠지요? 반 아이들 누구든지 함께 보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혜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의 영화비는 각자의 용돈으로. ^^;


달력을 보니 10월에는 학교 행사가 참으로 많습니다. 우선 4일에서 8일까지 추석연휴가 있고 연휴가 끝나면 아이들은 바로 중간고사(10일~13일)를 치러야합니다. 일년에 한 번 있는 즐거운 추석에 아이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요. 정말 불쌍하지요? 시험기간에 대한 아이들 불만과 바꿔달라는 건의가 많았는데 성적처리와 수학여행 등 학교 일정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 2학기 내신산출이 이번 시험부터 시작되니 1학기에 다소 부진했던 녀석들이 좀 더 힘을 내서 공부를 해주어야할텐데요. 부모님께서도 살뜰히 살펴봐 주십시오.


시험 한 주 후엔 학년 초부터 아이들이 학수고대 기다리던 수학여행이 있습니다. 담임으로서 수학여행에 대해 걱정스러운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음주에 관한 것입니다. 몇몇 아이들은 수학여행에 빠질 수 없는 추억이 음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말은 그 아이들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지만 친구들과 함께 삼일을 자면서 꼭 음주를 해야 추억이 된다면 그건 그다지 바람직한 추억은 아니지 싶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에서는 아주 엄하게 단속을 할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 소지품을 검사해야겠지요. 필요하다면 아이들 숙소도 불시에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교사라도 개인의 물건을 함부로 뒤져보는 것에 반대합니다만 수학여행기간에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행여 주류가 발견될 경우, 학교봉사 등 교칙에 따라 엄중하게 벌을 주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록하기로 담임선생님들과 의논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아이들이 혹 딴마음을 품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걱정되는 것은 수학여행을 대비한 아이들의 과도한 소비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새 옷도 사고 그동안 벼뤄왔던 여러 가지 물건도 사고... 하고 싶은 것이 많겠지요. 그러나 부모님, 이번 2학년 아이들 중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50명 가까이 됩니다. 그 중에는 23만원이나 되는 수학여행비가 부담스러워 못 가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고 저희 반에도 힘들게 돈을 마련해 참가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저희반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힘겨움, 아픔도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아는 속 깊은 이쁜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사정이 허락한다고 그것을 온통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힘들고 아픈 바로 옆 내 친구를 배려해서 나의 넉넉함과 행복을 조금은 감출 줄도 아는 그런 마음 씀씀이를 가진 품이 넓고 생각 깊은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년 시기의 과도한 소비는 아이들 자신에게도 바람직한 소비습관은 아니지 싶습니다.


2학기 들어 제가 아이들에게 부쩍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이제 몇 개월만 있으면 3학년이 되는지라 주고 공부에 관한 것이지요. 공부나 집중하는 것도 습관이니 지금부터 집중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자습시간 수업시간에 늦지 말고 조용히 집중해서 샘들 설명을 귀담아 들어라. 떠들면 다른 친구들 공부에 방해된다. 등등입니다. 도움이 될까 싶어 한 주에 한 장씩 국어, 수학, 영어 공부하는 방법을 유인물로 나눠주고 설명도 해주었는데 솔직히 지금 당장은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2학기 들어 아이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예뻐진 것은 사실입니다. 1학년 티를 벗지 못했던 표정도 많이 안정되었고, 진로를 잡아가며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도 기특합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벌써 10월이 다 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11월엔 수능, 12월엔 기말고사, 그리고 겨울방학.. 2학기는 아마도 더 빨리 지나갈 것 같습니다. 그럼, 10월에 다시 편지 드리겠습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작은 일에도 큰 행복 느끼시는 환한 가을날 되시길 바랍니다.


2006. 9. 30. 토요일 10반 담임이 드립니다.


덧붙임 하나

지난 20일 치른 모의고사 성적표를 함께 보냅니다. 시험을 치를 때 아이들에게 ‘성적에 안 들어간다고 장난스럽게, 혹은 무성의하게 치지 말고 수능시험 연습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런데 다소 걱정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선생님들이 걱정이 많답니다. 학교에서 치르는 정기고사가 아이들 내신에 반영되는 중요한 성적이긴 하지만, 성적으로 산출되지 않는 모의고사 점수에 비례해서 수능점수가 나온다는 것이 학교 선생님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아이들의 성적표를 보실 때, 제가 빨간 동그라미를 쳐둔 부분을 꼭 보아주십시오. 원점수학급등수등급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등급’이며 1등급이 제일 높고 9등급이 제일 낮은 것입니다. 이번 모의고사 성적을 꼼꼼히 챙겨보시고 아이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시어 아이들의 진로를 가정에서 의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는 11월 21일 있을 예정입니다.


덧붙임 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답니다. 보충수업이나 야자를 빠져야할 경우가 있거나 생리공결을 써야하거나 아파서 학교 수업에 지장을 줄 경우가 생긴다면 부모님께서 직접 제게 연락을 해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저는 13시에서 13시 40분 사이에는 늘 교무실에 있고 퇴근은 5시 이후에 합니다. 행여 제가 미처 전화를 못 받게 되면 문자를 넣어주시거나 음성메세지를 남겨주시면 적절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는 야자시간에 너무 심하게 떠드는 아이는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중간고사 후에 아이들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고 남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담임의 의무라는 생각에서 결정한 것입니다. 혹시 아이가 야간자율학습에서 퇴출당하게 되더라도 이러한 정황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상황이 발생하면 따로 전화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 앉고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컴컴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 할 벗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