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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다큐멘터리의 오만가지 '오만과 편견' (0823)
2007.08.24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7일부터 한 주 종일 방송


▲ 세계적인 명작 다큐멘터리를 종일 TV로 보여주는 제4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2007)이 오는 8월27일(월)부터 9월2일(일)까지 열린다. ⓒ EBS
진실의 힘은 무섭다. 또 재미있다. 진실은 때로 투박하지만 가슴을 때리고, 거칠지만 아름답다. 잘 만든 다큐는 잘 만든 픽션보다도 더 크게 가슴을 울리며, 연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연기력 뛰어난 어느 배우보다도 더 매서운 진정성을 보여준다.
잘 만든 다큐들이 몰려온다. 하루종일 다큐만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다큐 데이'랄까? 제4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2007)이 오는 8월 27일(월)부터 9월 2일(일)까지 열린다. EBS TV에서 평일 8시간, 주말 14시간에서 15시간씩 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 35개 나라에서 온 다큐멘터리가 무려 58편이다.
멀리 발품 팔 것도 없고, 지갑을 열 필요도 없다. 소파에 편히 앉아 리모컨만 눌렀을 뿐인데, 진정성의 세계가 열릴 테니까. 조금 더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면 조금만 발품을 팔면 된다.
EBS Space, 메가박스 코엑스, 연세대학교 inD, 대안공간 루프, 아트스페이스 카메라타 5곳에서도 상영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EBS Space와 메가박스 코엑스는 EIDF2007 홈페이지(www.eidf.org)에서 예약이 필수다.
5곳서 '오프 상영' 및 부대행사 열려
선댄스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이번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2007) 경쟁작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프리 길모어, 스티븐 프렌치, 애니 골드슨 감독에게 배우는 마스터 클래스도 열리고 각국 전통음식 시식회, 퍼포먼스 등 부대행사도 다양하다.
상영작은 더할 나위 없이 다양하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세상의 모든 변호사들을 제거하는 일이다." 셰익스피어가 했다는 이 말로 시작해 위트를 짐작케 하는 에릭 차이킨 감독의 <로스쿨, 변호사에 도전하라>(9월 1일, 오후 8시 25분)가 미국 유명 변호사까지 총출동시키며 미국 변호사의 현실을 보여준다면, 하칸 베르타스 감독의 <라다크의 아이스하키 소녀들>(8월 27일 오후 8시 30분)은 히말라야 지역 소녀가 사는 삶을 보여준다. 참고로 '조혼'이 풍습인 이곳에선 여자들이 스케이트를 신어서도 안 되는데 한 소녀가 아이스하키팀을 만들어 전국대회에 출전한다.
남동생이 계급이 높은 여성과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집단 강간을 당한 뒤 이를 '명예범죄'라고 부르는 사회와 싸우는 여성 무크타르 마이의 이야기를 그린 모하메드 알리 낙비 감독의 <무크타르 마이의 외침>(8월 28일 오후 9시 50분)처럼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다큐도 있다. 자세한 상영작은 EIDF2007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고르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다.
그래도 너무 많아서 막막하다면?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2007) 형건 사무국장, 고영준 프로그래머, 정민아 프로그래머가 <오마이뉴스> 독자를 위해 다음 작품 6편을 추천작으로 꼽았다. 물론 추천 이유도 곁들였다.

▲ <백인 유진의 오만과 편견> ⓒ EBS
[형건 사무국장 추천작]
<백인 유진의 오만과 편견 His Big White Self> (닉 브룸필드 감독,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9월 2일 오후 10시 방송)
감독은 199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우 조직인 AWB의 지도자와 그의 운전사, 그리고 운전사의 아내를 다룬 작품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14년 후,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등 세상은 변했지만, 감독이 다시 만난 이들은 14년 동안 나이를 먹었다는 것뿐, 여전히 '선택 받은 자' 백인들이었다.
이 작품은 영국적 다큐멘터리의 세계적인 지평을 연 유명 감독 닉 브룸필드 감독의 출세작이다.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장르를 개척한 감독은 자신이 만든 거의 모든 작품에 카메라맨과 함께 등장한다. 그 모습이 정말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주인공 유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자다. 살인과 방화를 일삼는 백인나치당의 우두머리를 감독은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해학과 풍자를 곁들여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살인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특유의 유머와 자신의 색깔을 입혀가는 이 감독의 작품을 보면 왜 이 사람에게 거장이라는 칭호를 붙이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시테솔레이의 유령 Ghosts of Cite Soleil > (아스거 레트 감독, 덴마크, 미국, 아이티, 8월 28일 밤 12시 10분)
도미니카공화국 옆에 위치한 아이티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돼 있다. 가난, 절망, 폭력이 난무하는 아이티에서도 가장 험악한 슬럼가인 시테솔레이의 전설적인 갱스터 래퍼들의 음악은 가난에서 태어난 한 편의 시다.
원래 뮤직비디오를 만들던 감독의 작품이라 다큐멘터리라기보다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는 느낌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옆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Haiti)의 대표적 슬럼가인 '시티 솔리에'의 갱스터 형제 투팍(2Pac)과 빌리의 일생을 추적한 작품인데, 편집과 영상 처리 모두 M-TV 세대에 맞게 감각적이다.
실제로 전설적인 래퍼 '투팍(Tupac)'이 등장하고 작품 곳곳에 아이티의 갱 멤버들이 그들의 꿈과 희망을 랩으로 노래한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부패로 얼룩진 나라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갱스터 형제의 꿈과 좌절, 드라마틱한 삶을 그렸다.

▲ <파란 눈의 중국인> ⓒ EBS
[고영준 프로그래머 추천작]
<파란 눈의 중국인 They Chose China> (슈이보 왕 감독, 캐나다·미국·중국, 8월 27일 밤 11시 10분)
포로로 잡혀 있던 유엔군들은 자유의 몸이 되지만, 미국 군인들 가운데 21명이 고향으로 귀환하길 거부하고 중국에 남기로 결정한다. <천안문 광장의 태양>으로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슈이보 왕 감독이 지금은 잊혀진 미국의 반체체 인사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미군 포로들은 왜 조국을 등지고 '배반자'의 멍에를 감수하면서까지 적국인 중국을 선택했을까? 중국에서 그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기록은 체제선전을 위한 홍보용인 듯 평화롭고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중국을 떠났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이념이 아니라 그들의 행복을 지켜줄 평화였기 때문이다.
<영의 전사들 Holy Warriors> (마리안나 야로프스카야·올레시아 본다레바 감독, 미국·러시아, 8월 28일 밤 11시 30분)
러시아 군대에서 종교는 금지된다. 그러나 "저 참호 안에 무신론자는 한 명도 없다"고 말하는 니콜라스 대위는, 퇴역 후 사제가 됐다. 영화는 퇴역 후 종교인이 된 러시아 군인 다섯 명의 삶을 조명한다.
전쟁은 사람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 작품은 체첸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면서 종교적인 신념에 빠져드는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종교를 허용하지 않는 러시아 군대의 규율에도 많은 러시아 군인들이 신부로 무슬림으로 때로는 주술사로 빠진다. 전쟁이 주는 불안을 종교적 신념으로 합리화한다. 영성의 회복일까? 감독이 그들에게서 발견한 영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것과는 달랐다.

▲ <영혼의 메아리> ⓒ EBS
[정민아 프로그래머 추천작]
<영혼의 메아리 Echoes of Home> (슈테판 슈비테르트 감독, 스위스·독일, 8월 31일 오전 11시 15분)
카메라는 스위스 알프스의 안개 바다를 지나 청회색 정상으로 이동하며 애수에 젖은 요들송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리고 바위산에서 요들 메아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등산객을 발견한다. 크리스티안 젠더는 현대 유럽의 가장 비관습적이며 본원적인 보컬 예술가다.
이 작품은 2007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요들송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스위스적이지만 국경을 넘어 이해할 수 있고, 전통문화를 탐구하지만 대중적이다. 실험적인 무대에서 펼쳐지고, 즐거운 노래를 말하지만 득음의 고통을 생생히 전달한다. 시각성과 음향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올해 'EIDF' 개막작이다.
<007 수퍼맨의 귀향 The Return of 007 Superman> (임종우 감독, 한국, 9월 1일 오전 7시 20분)
한국인 입양아 오븐은 양부모에게 잦은 폭력을 경험하고 학비를 지원받기 위해 자원한 군대에서도 이라크로 파병되는 불운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런 그에게 특별한 행운, 가족을 찾는 기회는 너무나 손쉽게 열린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USC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던 임종우 감독은 한국인 입양아들을 만나고 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계획한다. 그러면서 오븐과 만나고, 그가 한국 가족과 조우하는데 카메라를 들고 함께 한다. 많은 상처를 지닌 한 슬픈 청년이 다시 가족과 만나기까지 시련, 사랑, 가족애, 형제애, 우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카메라를 맞춘다. 이 작품 이후, 오븐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수퍼맨도 입양아였다'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상기가 가슴속에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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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심', 치마저고리가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인터뷰] 일본 히로시마시 히로시마조선초중고급학교 리일열 교장
 

박상희 기자   박상희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실외에 가만히 서있어도 온 몸에 끈적끈적한 기운이 감도는 일본의 여름날. 밤이 되면 그 기운은 더 심해진다. 후다닥 실내로 들어가 에어컨 바람에 더운 기운을 가셔내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다. 오후 10시, 일본 히로시마의 밤도 마찬가지다.
  
  

 
△히로시마조선학원 ⓒ민중의소리

  사케와 각종 꼬지가 있는 주점의 불빛들이 잘 포장되어 있는 도로 위를 비출 때 그렇게 히로시마조선초중고급학교(히로시마조선학원)을 찾았다. 지난 96년 유치반,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통폐합한 히로시마조선학교는 히로시마 JR선역에서 도보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히로시마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츄고쿠(四國)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 치마저고리를 입고 통학을 하는 히로시마조선학교의 여학생들을 역 앞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조선학교 아이들을 향한 일본인들의 협박 또는 공격들에 대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학생들의 발걸음은 훨씬 씩씩하고 당차보였다. 총 학생의 인원이 281명, 그리고 교원수가 28명인 이 학교는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치안을 위해 교사들이 직접 나서 숙직을 섰다. 하지만 점점 일본 사회 내 조선학교 학생들을 향한 압박이 커지면서 사설 경비 업체에 치안을 맡겼다,
  
  현재 히로시마에 유일한 조선학교인 이 곳은 이전엔 히로시마 전반에 10개곳이 있었다. 그러나 1996년 초중고가 모두 존재하는 통폐합이 됐다. 한 학급당 학생들의 국적은 조선적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적이 28%, 일본적 1%, 이중국적이 1%다.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건 국적은 다르더라도, 모든 학생이 '민족은 하나다'라는 신념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교실 문 옆 붙어있는 경쟁표. ⓒ민중의소리

  고등학생이 되면 츄고쿠 지역까지 통학하기 어려워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조선학교를 오르는 언덕 앞엔 자그마한 맨션이 있는데 그것이 기숙사다. 기숙사엔 총 60명의 학생이 있고, 방 마다 3~4명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통폐합으로 그렇게 어렵게 세워진 지 11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정도 중소규모의 조선학교를 갖출 수 있었던 건 히로시마에 살고 있는 1만2천여명의 동포들이 낸 찬조금 덕분이다. 건물이 건설되어서는 안되는 부지였는데도 불구, 재일조선인들이 모두 함께 나서 행정당국과 싸우면서 지금의 터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리일열 교장 ⓒ민중의소리  
   

 경북 김천 출신임을 제일 처음 밝혔던 히로시마조선학원의 리일열 교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겸손한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주택이 원래 없던 지역에 집을 지었고 또 학교를 세우지 않았겠습니까. 학교를 지을 때 일본 지역 건설 관계자들을 일부러 초대하기도 했지요. 언덕에 올라있으니 히로시마 전체가 다 보여 경치도 좋고.. 매입에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웃음)
  
  히로시마의 일본인들에게 히로시마조선학교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민족교육을 시작한지도 60년. 그러나 여전히 학교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오해 또는 왜곡이 난무한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일방적으로 그대로 믿고, '(조선학교가) 왜 있어야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인식들이 강합니다. '북한 학교다'라던지, '사상교육을 하는 것이냐'라는 말과 함께 '무서운 학교'라는 인식이 더러 있지요. 공화국의 미사일, 핵 등이 계기가 됐겠지요.
  
  
 
ⓒ민중의소리

  '조선인 죽어라'라고 하는협박 전화, 엽서는 물론이고 치마저고리를 찢거나 어린아이들에겐 우산으로 엉덩이를 찌르는 등의 일도 있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 19건 정도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학부모와 토론을 많이 합니다.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치마저고리를 고집합니다. 제2교복을 만들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치마저고리를 입겠다고 했습니다."
  
  
 
ⓒ민중의소리

  그간 조선학교에 다녔던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들었던 이야기는 모두 같았다. 학교 다닐 때 받았던 차별과 무시, 그리고 괴롭힘에 대한 회상들이 그것이다. '민족심'. 치마저고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통, 그 미묘한 갈등속에서도 치마저고리를 아이들이 벗을 수 없는 건 바로 그 이유다.
  
  
 
ⓒ민중의소리

  
 
△학교 가장 윗층에 있는 강당. 강당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히로시마의 야경은 장관이다. 리일열 교장의 또 다른 자랑 중 하나가 바로 멋진 야경 풍경이다. ⓒ민중의소리

  "정확히 재일동포의 경우, 특수한 역사성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역사교육을 명확히 하고, 또 민족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 하지요. 사실 민족교육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6,70년대엔 '본국으로의 귀국'이라는 것이 배경에 깔려있었습니다. 그러한 방황 속에서 3세라는 아이들이 나오고 또 세대가 교체됐지요. 일본 동포들의 저항은 곧 귀국이 아니라 일본의 정착이 되어버린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민족성이 정확히 이어간다면 정확히 자연스레 민족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지요."
  
  리 교장 그 스스로에게도 다시한번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된 것처럼 보였다. 계속 민족학교를, 그리고 교사들과 조선학교를 지켜나갈 것이라는 힘있는 답변도 전했다. 동시에 새 세대들이 이것을 지켜서 이어줘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특히나 "나라가 하나가 되고, 또 하나가 되면 모두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꼭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참의원 선거로) 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서면서 재일조선인 정책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6자회담이 좋은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 사이에서 일본은 왕따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랬습니다. 올해 6월말에 북으로 수학여행을 갔다왔는데 거기서 이미 통일되었다는 기분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왔지요. 한국 전쟁 이후, 재일조선인들을 보면서 '일본 사람이냐, '북쪽이냐' 합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울 때 이끌어주고, 중단 없이 신념, 민족 지켜간다는 것 그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아이들의 통학버스 ⓒ민중의소리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지 못한 것을 섭섭해하는 기자에게 리 교장은 상상만으로도 웃음짓게 하는, 학교의 하루 일과에 대해 설명했다. 아침 6시면 재잘재잘 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는 유치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소학교 아이들은 츄고쿠 지방에서 혼자 통학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 마련되어 있는 5~6대 차량이 아이들의 통학을 책임지고 있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저절로 '감각적으로나마' 어느새 버스에서 부리나케 내려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교실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그려지고 5층 강당에서는 장구, 북 등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2007년08월06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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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웃을 때"
[탐방] 일본 오사카 이쿠노구 오사카조선제4초급학교
 

박상희 기자   박상희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2007 아시안컵 한일전이 끝난 후 그 여파는 아직도 크다. ‘다른 나라엔 몰라도 일본에게만은 절대 질 수 없다’고 외치는 그 한 목소리들을 일본 현지에서 듣는 느낌이란. 재일조선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의 이쿠노(生野)만큼은 그렇게 ‘악감정’의 대상인 일본에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하고 싶다.
  
  

 
△ 이쿠노구의 코리아타운 ⓒ민중의소리

  
 
△ 과거 일제가 조선인들을 강제로 끌고가 운하를 건설했다는 장소로 알려져 있는 히라노가와(平野川) ⓒ민중의소리

  이 오사카 이쿠노구 JR선 쯔루하시(鶴橋)역 근처, 과거 일제가 조선인들을 강제로 끌고가 운하를 건설했다는 장소로 알려져 있는, 히라노가와(平野川)를 거쳐 코리아타운을 지나 있는 오사카조선제4초급학교(이하 오사카조선학교)를 2일 찾았을 때 그 ‘정의’는 명확해졌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아담한 오사카조선학교는 여전히 권력을 가진 일본학교의 화려함을 누를 수 있는 힘이 있다. 바로 옆, 보란 듯이 조선학교를 경계하기 위해 세운 학교라고 하기엔 너무나 화려한 국공립일본학교가 크게 생겼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왼쪽이 오사카 조선학교 오른쪽이 일본국공립학교 ⓒ민중의소리

  재일조선인 아이들을 향한 일본인들의 해코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지역에 따라 그 수위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오사카조선학교는 이쿠노 현지에 조선인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수위가 낮다는 것이 조선학교 선생님의 설명이다. 다만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해코지는 없어도 또래의 일본 아이들이 조선 아이들만 ‘멀리하려는’ 태도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 사람이 통과하면 간신히 들어갈 만 한 교문을 들어가면 한 바퀴를 뛰어도 숨이 차지 않을 크기의 운동장이 먼저 멀지 않은 곳에서 온 사람을 맞는다. 아이들이 축구경기를 보러 갔기 때문인지 학교 내부는 썰렁. 운동장 한쪽에선 2학년 아이 두 명이 철봉 근처에서 경단을 만들고 있고, 또 한 편엔 축구를 하고 있는 3학년 아이 세 명 옆엔 오빠들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유치반 여자아이가 있다.
  
  
 
△운동장 한쪽에선 2학년 아이 두 명이 철봉 근처에서 경단을 만들고 있고, 또 한 편엔 축구를 하고 있는 3학년 아이 세 명 옆엔 오빠들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유치반 여자아이가 있다.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질퍽한 모래를 야구공만 하게 동글동글 만 것을 열심히 만지고 있던 2학년 승형이는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기자의 인사가 어색한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조그맣게 “안녕”이라고 대답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니, 조금 전 인사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배에 힘을 주고 “이거 경단!”이라 한다. ‘한 반에 동무들이 몇 명 있느냐’고 물으니, 한참을 뜸을 들인다.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수업을 받을 때 교실에 앉아있었던 친구들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내 대답은 포기했다. 학교 건물로 눈을 돌려보니 양호선생님이 학교 유치반에 있는 딸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해바라기’ 유치반 교실 안에선 축구를 보러가지 못한 4~5명의 유치반 아이들이 TV에서 나오는 만화에 푹 빠져 마냥 좋아하고 있다.
  
  
 
△유치반 아이들 ⓒ민중의소리

  학교에 있는 선생님은 모두 11명. 4층짜리의 초라한 건물이지만 1층엔 유치반이, 2층엔 1~3학년, 3층엔 4~6학년, 4층 강당이 있으며 이곳저곳에서 우리말, 우리글, 그리고 애정이 넘쳐흐른다. 2층의 1학년이 공부하는 한 교실을 엿보니 7월의 학급 목표 중 한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2. 청소를 잘 하지요’.
  한 반에 16~17명이 공부하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의 그림과 일본어로 쓴 서예 솜씨도 눈요깃거리다. 이곳 아이들은 국어, 사회, 산수, 음악 등의 기본 수업을 받고 일본어는 시간 외 교육으로 수업을 받는다.
  
  
 
△교실 내부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물론 일본어를 제외하곤 모든 수업은 조선말이다.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은 일본 현지에서 모든 생활을 하기 때문에 우리말, 우리글을 모른다. 그러다 1학년으로 입학하면 선생님이 단어만 가르치는 정도이지만 2학년부터는 우리말, 글을 알아듣고 6학년이 되면 상당한 실력을 갖춘다는 것이 학교 선생님의 설명. 동시에 스스로 우리말, 글을 말하고 쓰면서 스스로 하는 것이 되고, 특히 민족의 넋이 담긴 우리말이 비록 배우기에 까다롭긴 해도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배워야 한다는 신념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진다고 전한다.
  
  과거 보다 다수의 아이들에게서 민족심이 희미해진 것은 사실이다. 선생님들도 조선학교 출신들이 많다. 초중고 모두 조선학교를, 조선대를 졸업한 4학년 담임이자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한령미 선생님은 이에 대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민족의 것’이라는 우리말에 또 한 번 큰 의미가 있음을 강조했다.
  
  
 
△ 한령미 선생님 가운데 ⓒ민중의소리

  “민족심이 희미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말, 우리글을 모르면 의사소통이 안 되고 서로 감정을 생각만하는 것에 그칩니다. 그 때문에 말과 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또 그것이 민족의 것이라 해서 배우고 있는 것이 바로 여기 사는 아이들입니다. 우리말, 우리글을 처음 접하게 되면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하시겠지만 없습니다. 일본 학교를 다니다가 편입을 해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성격이 좋아서 동무를 사랑하고 내 학교에 와서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혹 본인이 재일조선인이자 동시에 조선학교의 선생님인 그로서, 어렸을 적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를 물으니 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그저 즐겁게 수업을 받아줄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한량 기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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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리고 나니, 어느새 야스쿠니 반대 전사가 됐네요"
[인터뷰]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국미란, 정은숙, 남동윤
 

박상희 기자   박상희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8월 15일, 일본에겐 특별한 날이다. 지난달 29일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 패배라는 고배를 마신 아베 신조 총리가 패전일인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이냐는 또 다시 한국과 중국에선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로 국내가 뒤숭숭한 일본에서 아주 특별한 학생들을 만났다.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출판만화전공 국미란(00학번 4학년), 정은숙(05학번 3학년), 남동윤(01학번 4학년) 학생 ⓒ민중의소리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학생 3명이 그 주인공들. 평소 시사만화 시간에 제작해왔던 작품들 중에서 한국인 2만 1여명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관련 기사를 보고 그린 풍자 카툰 작품을 모아 일본 사회에 보여주겠다는 게 이들이 일본행을 결정한 이유랄까.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히로시마-나가사키-오사카-교토-도쿄 등을 순례하는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의 <2007 Peace Tour Japan>에 참가한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출판만화전공 국미란(00학번 4학년), 정은숙(05학번 3학년), 남동윤(01학번 4학년) 학생들은 만화가인 고경일 전공교수와 함께 ‘NO! 야스쿠니 풍자만화단’을 구성, 오는 7일까지 도쿄에서 야스쿠니 합사와 관련된 풍자 카툰 작품 2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4일 반전, 반세계화 운동의 국제연대를 통해 인간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본 시민운동의 축제인 <평화와민주주의를향한전국교류회> 자리에서 전시는 물론, 현장에서 캐리커쳐도 할 예정이라 준비가 분주한 이들을 3일 만났다. 예술인들은 작품으로 말을 한다고 했던가. 그림들을 보니 이 사람들, 실력들이 보통 내기들이 아니다. 국미란, 정은숙씨의 캐리커쳐는 혀를 내두를 정도. 특히 남동윤씨는 현재 월간 <인물과 사상>과 월간 <사람>에서 만화 연재를 하고 있고, 오는 10월부터는 <작은책>에서 연재를 하기로 했다. 고경일 교수가 이 학생 세 명 모두를 쉴 새없이 칭찬할 만 하다.
  
  세 학생의 공통점은 잘 몰랐던 야스쿠니 문제를 이번에 그리게 된 야스쿠니 그림을 통해 많은 공부를 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겐 어찌보면 관심없는 재미없는 주제였을지 모를, 야스쿠니 문제를 이들은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됐을까.
  
  
 
   
△ 정은숙씨 ⓒ민중의소리  
   

 은숙: 시사만화 전공 수업 시간에서 격주로 주제에 맞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있어요. 야스쿠니에 관련된 주제는 5월말쯤 나왔죠. 여러가지 자료를 봤지만 교수님이 보여주신 <안녕, 사요나라> 영화는 많은 공부를 하게 했죠. 며칠 걸려 작품을 완성했는데 교수님이 일본에 그것을 전시하자고 하시더라구요.
  
  미란: 졸업작품을 앞두고 있어서 솔직히 부담은 됐었어요. 하지만 학생이라면 공부하면서 지성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에 야스쿠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죠. 야스쿠니에 대해 말만 들어봤지 공부를 제대로 해 본적은 없거든요. 일본에 행사가 있는데 역사 공부할 생각있느냐고 고 교수님이 물어보셨어요. 공부하겠다고 했더니, 교수님이 그럼 일본 가는 김에 만화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냥 가지말고 그림을 그리자고 하셨죠.
  
  동윤: 교수님이 처음 <안녕,사요나라>를 보여주셨는데 그것을 보고 야스쿠니에 대해 접하게 됐어요. 공부하기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지금생각해보니 타카하시 테츠야 교수님이 말했던 '야스쿠니는 연금술'이라는 그 말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과연 합사당한 일본 병사들도 행복했을까? 그 사람들도 같은 피해자가 아닐까? 마약같이 속아서 한 전쟁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라는 등의 고민을 해보면 그들도 모두 전쟁 피해자거든요.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게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어요.
  
  그림을 한 번 보자.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그림 한 컷에 담긴 야스쿠니의 본질. 한 컷으로 야스쿠니를 말한다는 것이 만화에 대해 모르는 기자로서도 어려울 것이라는 걸 실감할 것 같았다.
  
  
 
   
△ 국미란씨 ⓒ민중의소리  
   

 미란: 아이디어만 짜는데 15일정도 걸렸어요. 그리는 건 몇 시간 안 걸리는데 말이죠. 어떻게 재미를 주고 메시지를 줄 것인가하는 감이 잘 안오더라구요. 한번은 메모지를 머리 맡에 두고 자다가 꿈에서 떠오른 생각이 있으면 메모지에 적어놓고 또 자고 했었는데요. 근데 일어나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게 쓰여있는 거에요. (웃음)
  
  사실 야스쿠니에 대한 카툰이 많이 나왔었어요. 작년에 세이카 대학에서 '돌창고'라는 만화를 공부하는 시사만화 그룹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전시회를 크게 한 적도 있거든요. 야스쿠니가 쉬운 주제가 아니잖아요. 이번에 낸 그림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것을 어떻게 만화적으로 표현할까', 또한 '다양한 연령층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시사만화의 매력인데' 라는 고민이 참 많았죠. 야스쿠니가 큰 덩어리의 주제가 엉켜있다보니 하나를 꼽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제가 그린 그림의 의미요? 음, 하나는 해골(A급전범)과 아베 총리가 전통혼례 의상을 입고 서로 손을 맞잡은 채 빨간 융단 위에서 혼례를 하는 그림인데요. (그림을 가르키면서) 일본 전범 자민당 둘 사이가 공생관계,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런 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과거 전쟁을 일으켰던 세력들이 지금까지 온 세력들이라고 생각해요. 총리는 물론 자민당의 의원들이 참배하는 것은 과거 당신들이 해왔던 것을 인정해주겠다는 뜻이잖아요. 조상들은 범죄를 저질렀던 주범인데도 불구하고, 과거를 긍정해주고 인정을 해준 것이 현재 아베 내각이니까요.
  
 
△국미란 학생 작품 ⓒ민중의소리

  그래서 결혼 그림은 서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조를 지키겠다는 아베 총리와 A급전범의 결합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 그림의 이름이 <천생연분> 이구요. 또 하나는 아베 총리가 기생으로 A급 전범에게 차를 따르는 그림인데요. 기생은 몸을 파는 것이잖아요. 물주를 위해 아부를 하는 것인데 자세히 보면 아베가 따르고 있는 것이 피와 유골이에요. 아베의 일그러진 얼굴은 코믹하면서도 그의 신사 참배 등과 같은 일련의 행동들을 비꼬기 위한 것이구요.
  
  동윤: 저도 아이디어 짜는데 12일정도 걸렸어요.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쉽게 일반 사람들이 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했는데요. 시사만화라는 자체가 내용을 제대로 정확히 알아야 이해하고 또 그것이 만화에 나타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렸죠.
  
  
 
△남동윤 학생 작품ⓒ민중의소리

  먼저 그림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그네를 타고 있는 아베 총리를 밀어주는 것인데요. 아베 총리가 고이즈미 전 총리의 후계자이잖아요. 밀어주는 것이 뒤에서 지지해준다는 의미에요. 조용하던 문제가 고이즈미 전총리의 참배로 인해 점점 커지고 또 그것을 아베 총리가 받아 참배를 하고 있잖아요.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밑에서 비난을 하고 있구요. 두번째는 고이즈미가 꼬마 아베에게 야스쿠니 장난감 세트를 선물하는 것인데 채색방법을 좀 다르게 심플하게 표현했어요. 아베 총리는 멍하게 아이처럼 앉아있는데 받고 있고, 고이즈미 총리는 비웃으면서 야스쿠니를 건네는 그런 설정이죠.
  
  
 
   
  △ 남동윤씨 ⓒ민중의소리
   

 그동안 그림을 그려오면서 대부분 국내 사회 문제를 많이 접했었어요. 야스쿠니 문제로 처음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야스쿠니 문제는 사실 일반 대중들이 제일 관심을 가질 문제이면서도 잘 모르는거든요. 한국인들이 강제 징용 당한 것도 모자라 강제 합사당한 것이 근본적인 큰 문제점이잖아요. 만화를 그린 다른 친구들은 그것에 초점을 많이 맞췄는데 그것과 다르게 저는 인물을 중심적으로 해서 표현했어요.
  
  죽어서까지 영혼이 평화롭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죠. 아무리 해방됐다고 해도 그분들은 해방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빨리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미약하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도와드리는 차원에서 만화를 그렸어요. 시사 아마추어이고 또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야스쿠니는 알릴 수 있는 방안에서 최대한 알리고 싶은 문제에요. 또한 제 2,3의 야스쿠니가 생기지 않기를, 전쟁에 목숨거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왜 우리 병사들을 강제로 합사하고, 또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는가', 그것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일본 병사들도 전쟁의 피해자라는 것을 일본 내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은숙: 저는 끊임없이 이어오는 일본의 제국주의 사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첫번째 그림은 끊임없이 이어받아서 이념들에 의해 계속 지배당하는 민중들, 끝없는 지배 속에서 암울하게 살아가는 민중들을 그리고 싶었는데 약간 공포스럽게 표현된 것 같아요.(웃음) 미란 선배는 문제를 돌려서 비판해 재미있게 읽어가는 재미를 주는 것 같은데 저는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서... 희생자들 포함한 현재 일본 민중들 위 사람이 아랫사람을 지배하는 모양새에요.
  
  
 
△정은숙 학생 작품 ⓒ민중의소리

  도조 히데키, 고이즈미, 아베 로 이어지는 얽힌 구조를 말하는 것이구요. 다른 하나는 유치원생들이 야스쿠니에 소풍을 가서 고이즈미와 야스쿠니의 토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인데요. 카메라의 뷰파인드로 비쳐진 장면이 한 컷이에요. 뷰파인더로 보면 귀신이 찍히는데 그것이 전범들이 칼과 총을 들고 순수하게 웃고 있는 아이 뒤에서 웃고 있죠. 사실 저도 그런데, 저와 같은 젊은층들은 일본에 대한 관심 높고 우상적이고 추상적 개념을 가지고 있잖아요. 제가 그린 그림으로 큰 바람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일본내 이슈가 돼서 많은 사람들이 야스쿠니 본질에 대해서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런걸 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아픔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동윤: 전시회는 조금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목소리의 한 형태에요. 만화는 메세지를 쉽게 전달할 수도 있고, 또 신선하게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카툰을 일반사람들이 보고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라고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면 그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란씨와 은숙씨는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공개편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미란씨는 "야스쿠니 문제가 워낙 큰 문제이다보니 편지를 쓰는데도 쉽지 않았다"면서, "감정적으로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미란: 편지에 이렇게 썼어요.“우리는 피해국으로서 더 이상 수치감 갖고 시피 않고 너희도 알지 못하는 전쟁에 짐을 지고 싶지 않을텐데 이제는 자기말만하지말고 들어보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전쟁일어나서는 안되고 전쟁 단어 알아서도 안되고 몰랐으면 좋겠고 일본 젊은이들이 좀더 선거할 때 관심갖고 했으면 좋겠 다. 그 친구들이 표를 분산시켜줘도 자민당 같은 의원들이 점거하지 않았을까. 감정 소모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질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이에요.
  
  은숙: 우리 세대가 부모님한테 주입을 많이 받았던 세대잖아요. '일본 것을 좋아하지 마라'는 등의 반일감정 같은 거 말이에요. 그 때문에 일본의 문화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던 저로서는 부모님하고 충돌이 있기도 했거든요. 그러나 야스쿠니 문제를 놓고 보면 정말 옛날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어져 오고 있고, 또 피해자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게 관심 가지면 알 수 있는 문제인 것이잖아요. 해결되면 세대간의 감정들도 우호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귀기울여 노력하면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민중의소리




2007년08월05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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