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웃을 때"
[탐방] 일본 오사카 이쿠노구 오사카조선제4초급학교
 

박상희 기자   박상희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2007 아시안컵 한일전이 끝난 후 그 여파는 아직도 크다. ‘다른 나라엔 몰라도 일본에게만은 절대 질 수 없다’고 외치는 그 한 목소리들을 일본 현지에서 듣는 느낌이란. 재일조선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의 이쿠노(生野)만큼은 그렇게 ‘악감정’의 대상인 일본에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하고 싶다.
  
  

 
△ 이쿠노구의 코리아타운 ⓒ민중의소리

  
 
△ 과거 일제가 조선인들을 강제로 끌고가 운하를 건설했다는 장소로 알려져 있는 히라노가와(平野川) ⓒ민중의소리

  이 오사카 이쿠노구 JR선 쯔루하시(鶴橋)역 근처, 과거 일제가 조선인들을 강제로 끌고가 운하를 건설했다는 장소로 알려져 있는, 히라노가와(平野川)를 거쳐 코리아타운을 지나 있는 오사카조선제4초급학교(이하 오사카조선학교)를 2일 찾았을 때 그 ‘정의’는 명확해졌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아담한 오사카조선학교는 여전히 권력을 가진 일본학교의 화려함을 누를 수 있는 힘이 있다. 바로 옆, 보란 듯이 조선학교를 경계하기 위해 세운 학교라고 하기엔 너무나 화려한 국공립일본학교가 크게 생겼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왼쪽이 오사카 조선학교 오른쪽이 일본국공립학교 ⓒ민중의소리

  재일조선인 아이들을 향한 일본인들의 해코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지역에 따라 그 수위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오사카조선학교는 이쿠노 현지에 조선인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수위가 낮다는 것이 조선학교 선생님의 설명이다. 다만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해코지는 없어도 또래의 일본 아이들이 조선 아이들만 ‘멀리하려는’ 태도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 사람이 통과하면 간신히 들어갈 만 한 교문을 들어가면 한 바퀴를 뛰어도 숨이 차지 않을 크기의 운동장이 먼저 멀지 않은 곳에서 온 사람을 맞는다. 아이들이 축구경기를 보러 갔기 때문인지 학교 내부는 썰렁. 운동장 한쪽에선 2학년 아이 두 명이 철봉 근처에서 경단을 만들고 있고, 또 한 편엔 축구를 하고 있는 3학년 아이 세 명 옆엔 오빠들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유치반 여자아이가 있다.
  
  
 
△운동장 한쪽에선 2학년 아이 두 명이 철봉 근처에서 경단을 만들고 있고, 또 한 편엔 축구를 하고 있는 3학년 아이 세 명 옆엔 오빠들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유치반 여자아이가 있다.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질퍽한 모래를 야구공만 하게 동글동글 만 것을 열심히 만지고 있던 2학년 승형이는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기자의 인사가 어색한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조그맣게 “안녕”이라고 대답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니, 조금 전 인사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배에 힘을 주고 “이거 경단!”이라 한다. ‘한 반에 동무들이 몇 명 있느냐’고 물으니, 한참을 뜸을 들인다.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수업을 받을 때 교실에 앉아있었던 친구들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내 대답은 포기했다. 학교 건물로 눈을 돌려보니 양호선생님이 학교 유치반에 있는 딸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해바라기’ 유치반 교실 안에선 축구를 보러가지 못한 4~5명의 유치반 아이들이 TV에서 나오는 만화에 푹 빠져 마냥 좋아하고 있다.
  
  
 
△유치반 아이들 ⓒ민중의소리

  학교에 있는 선생님은 모두 11명. 4층짜리의 초라한 건물이지만 1층엔 유치반이, 2층엔 1~3학년, 3층엔 4~6학년, 4층 강당이 있으며 이곳저곳에서 우리말, 우리글, 그리고 애정이 넘쳐흐른다. 2층의 1학년이 공부하는 한 교실을 엿보니 7월의 학급 목표 중 한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2. 청소를 잘 하지요’.
  한 반에 16~17명이 공부하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의 그림과 일본어로 쓴 서예 솜씨도 눈요깃거리다. 이곳 아이들은 국어, 사회, 산수, 음악 등의 기본 수업을 받고 일본어는 시간 외 교육으로 수업을 받는다.
  
  
 
△교실 내부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물론 일본어를 제외하곤 모든 수업은 조선말이다.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은 일본 현지에서 모든 생활을 하기 때문에 우리말, 우리글을 모른다. 그러다 1학년으로 입학하면 선생님이 단어만 가르치는 정도이지만 2학년부터는 우리말, 글을 알아듣고 6학년이 되면 상당한 실력을 갖춘다는 것이 학교 선생님의 설명. 동시에 스스로 우리말, 글을 말하고 쓰면서 스스로 하는 것이 되고, 특히 민족의 넋이 담긴 우리말이 비록 배우기에 까다롭긴 해도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배워야 한다는 신념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진다고 전한다.
  
  과거 보다 다수의 아이들에게서 민족심이 희미해진 것은 사실이다. 선생님들도 조선학교 출신들이 많다. 초중고 모두 조선학교를, 조선대를 졸업한 4학년 담임이자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한령미 선생님은 이에 대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민족의 것’이라는 우리말에 또 한 번 큰 의미가 있음을 강조했다.
  
  
 
△ 한령미 선생님 가운데 ⓒ민중의소리

  “민족심이 희미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말, 우리글을 모르면 의사소통이 안 되고 서로 감정을 생각만하는 것에 그칩니다. 그 때문에 말과 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또 그것이 민족의 것이라 해서 배우고 있는 것이 바로 여기 사는 아이들입니다. 우리말, 우리글을 처음 접하게 되면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하시겠지만 없습니다. 일본 학교를 다니다가 편입을 해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성격이 좋아서 동무를 사랑하고 내 학교에 와서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혹 본인이 재일조선인이자 동시에 조선학교의 선생님인 그로서, 어렸을 적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를 물으니 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그저 즐겁게 수업을 받아줄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한량 기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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