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빛나래  돌아보기




학교를 옮기면서 많은 것들을 접었다. 나이가 드니까 몸 여기저기 고장도 나고 마음도 ‘시큰둥’ 상태였으니. 그럼에도 눈독 들였던 일이 동아리 활동이었다. 지난 학교의 샘 한 분이 ‘독서토론 동아리’를 살뜰하게 꾸려나가는 걸 보고 부러움 많고 샘도 많은 나는 겁도 없이 ‘나도 함 해볼까…’ 맘 먹어버린 것이다. 곁에서 구경할 때는 쉬워보여도 직접 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짧은 다리가 찢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나는 왜 늘 저지른 후에야 처절한 경험으로 깨닫게 되는 것일까…. 그 동아리 ‘우주인(우리가 주인)’의 모임을 두어 번 구경 갔던 것이 사단이었다. 진지한 눈빛과 교감, 서로에 대한 인간적 신뢰 등 평소 내가 갈구하는 백만 볼트짜리 전류가 그들 사이에 찌릿찌릿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도 그런 ‘짜릿한 감전’의 순간이 당연히 오리라 믿었다.

솔직히 말하자. 그래 맞다. 교육청 예산 이백 만원이 탐났던 것도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다. ‘그만한 돈이면 아이들에게 책 대여섯 권은 사줄 수 있겠다. 별 활동 안 하고 책만 읽혀도 그게 어디고’ 마음속으로 어림 계산하며 그저 편안하고 가볍게 교육청에 신청서를 냈다. 지름신은 가끔 주변부의 자잘한 건수에도 대뜸 강림하시나보다. 암튼!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강용근샘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샘이 우리 교육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또는 고민해야하는 ㅋㅋ) ‘교육학’교사라는 점과 올 해 ‘독서지도’ 업무를 맡게 된 점, 그리고 후배교사를 위해 늘 뭔가 도와주고 싶어 하는 듯한 눈빛을 지닌 선배교사라는 점도 다~ 동아리 활동을 위해 준비된 환상적인 밥상인 듯 생각되었고, 이제 나는 그 밥상에 숟가락만 가져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다 예정된 하늘의 뜻인 듯, 지름신의 후광인 듯 느껴졌다. 여차여차 저차저차 하니까, 반드시 나랑 함께 독서동아리를 지도를 맡아야 한다며 당위성을 늘어놓았더니 강샘은 역시 예상대로 수월하게 허락을 하셨다. 이젠 아이들만 모으면 된다!



                     
                                      첫 모임의 두빛나래. 어색어색, 서먹서먹…ㅋㅋ

 

공부 잘하고 성적 좋은 아이들보다는 책읽기 좋아하는 아이들로 선착순 신청을 받았다.  독서동아리이니 무엇보다 ‘책을 좋아해야한다’는 자격조건은 강샘과 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아이들이 열다섯 명!2)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3월 29일! 1년 동안 함께하게 된 예쁜 아이들과 예비모임을 갖고 매달 두 번 금요일로 모임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그 다음 주, 누가 누군지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로 첫 번째 모임을 가졌다. 그 때, 우리는 서먹서먹하긴 했지만 분위기는 정말 진지했다. 아, 두 번째 모임 때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사형제도에 대해 찬반 토론을 했는데 공현옥샘께서 왕림하시어 특별히 지도편달해주시기도 했다. ^^

하지만 모임 횟수가 더해질수록 모임에 안(못)나오는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겼다. ‘원래 그런 거다. 처음 열정이 끝까지 간다면 그게 기계, 아니면 신이지 인간이냐?’, ‘솔직히 아이들이 얼마나 바쁜데…. 하루 6~7시간 정규수업에 한두 시간의 보충수업, 야자에 10시 11시까지 야간학원까지. 그 위에 수행평가에 숙제, 시험은 또 어떻고… 아픈 것도 당연하고 과제를 못해오는 것도 이해해야한다.’, ‘쉽지 않은 책, 읽어내는 게 어디고. 그것만 해도 대견하고 기특하다.’ 가끔 안타깝고 때론 속상했지만 그런 맘을 누르며 아이들 입장을 이해해야한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또 나의 욕심을 다스리기 위해 애썼다.

동아리 활동은 강용근샘과 나의 입장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좋은 책을 엄선하여 주문하고 아이들보다 먼저 그 책을 읽은 후에 수행할 과제를 고민하여 알려주는 일까지… 바빠도 나름 즐기면서 할 수 있겠는데 그 밖의 활동들은 지도교사인 우리가 감당하기에도 벅찰 때가 있었다. 한 달에 두 번 정기모임을 준비하고 꾸려나가는 일 외에도 아홉산으로, 다른 토론장이나 극장으로, 또 광주․안동․영주․밀양 등 다른 지역으로. 강샘의 텃밭으로 아이들을 몰고 가서 고구마 캐어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하는 체험까지. 처음 동아리 계획을 잡을 땐 그다지 힘들거나 무리가 되는 활동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행사들을 치르려니 사전에 준비할 것도 많고 고민해야 할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라~’ 하지 않을 때나 ‘갈께요~’ 해놓고 무단히 펑크 낼 때는 온 몸에 힘이 쪽~ 빠지기도 했다.


 

   
                 광주소녀, 족제비/트롬/건짱/썬아/뽁어                                ‘화려한 휴가’ 우린 광주에서 먼저 봤다우~ 

두 강고집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었을까? 5월 어느 날, 동아리 활동이 부담스럽다고 탈퇴의사를 전해오는 아이들이 생겼다. 강샘과 나는 아이들의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고 결국 세 명이 그만두었다. ‘남은 열두 명과 함께 더욱 알차게 잘 꾸려나가야지!’ 다짐했지만 그 즈음엔 거의 여섯 일곱 명이서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아팠고, 또 바빴다. 지도교사로서 우리는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생각하는 ‘공부’와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 사이엔 괴리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과연 ‘공부’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 것일까? 동아리 활동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안타깝고 맘이 아팠다.

그렇게 허덕거리던 중에 감동의 ‘그 날’이 왔다. 축제가 끝난 다음 주 11월 30일. 읽어오기로 한 책은 [전태일 평전]이었고 두 가지 과제가 주어져있었다. 첫 번째 과제는 ‘부모님 평전’ 써보기. 두 번째 과제는 ‘자살과 사회 체제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 나누기. 그러나 그날 우리는 두 번째 과제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각자 써온 부모님 평전을 읽으며 모두가 펑펑 울어버렸기 때문에. 부모님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에 이어진 나의 생활을 곱씹어 보면서 아이들은 하나 둘 훌쩍이기 시작했고 그전까지 전혀 몰랐던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모두들 눈이 퉁퉁 붓도록, 심장 언저리가 뻐근하도록 눈물을 쏟아냈다.

아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멈추지 않는 그 눈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렇게 힘들면서, 이렇게 아프면서 용케 여기까지 잘 견뎌왔구나.’
‘그동안 나는 이 아이들에게 무얼 바랐던가…’
아이들의 눈물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교실에 정물처럼 앉아있는 많은 아이들도 생각했다. 나름의 상처와 아픔이 있을 동아리 밖의 아이들. 그날의 모임은 스스로의 욕심으로 속상해하던 지난 날 나의 모습에 아이들이 내려치는 죽비였다. ‘공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 또 다른 공부를 ‘강요’했던 나의 모순을 일깨우는.

쓰라린 나의 상처를 드러낼 수 있는 것만큼 커다란 신뢰가 있을까? 상대방의 아픔을 내  것처럼 아파하는 마음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까?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고 위로가 되는 것 보다 더 큰 ‘존재의 가치’가 있을까? 모임 때마다 몇 년 먼저 태어나고 조금 더 살아봤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훈계를 많이도 했던 것 같다. 쓸데없는 짓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이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커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원래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고 더 넓고 더 푸른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두빛나래는 그저 그런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을 뿐.

이 한 번의 모임으로 지난 일 년 동안의 우리 동아리 활동이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었음 증명해준 두빛나래 아이들 모두에게 고맙다. 그날 모두들 참말 아름다웠다고, 그날의 모습은 두 강고집에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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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잘되는 3분 운동


소화 장애는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겨버리면 생활의 불편은 물론 큰 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소화기가 약하거나 잘못된 식습관, 자극적인 음식 등 소화를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찾아 소화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생활법과 간단 동작을 배워보자.

◎ 많은 엄마들, 아기 돌보느라 식습관 나빠진다…

소화가 잘되게 하려면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살림하랴, 아이 돌보랴 정신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주부들이 빨리 먹고 치우는 번개 식사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습관이 급체, 위장병, 변비의 원인이 되므로 천천히 10번 이상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인다.

음식은 입 안에 들어가면 삼키기 적당한 크기로 씹혀 침 속의 전분 분해 효소와 섞이고, 음식을 잘게 씹으면 씹을수록 위와 장에서 소화액이 기능하는 면적이 넓어져 소화가 쉬워진다. 밥상머리에서 어른들이 '꼭꼭 씹어서 먹어라'라고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씹는다는 것은 소화 과정 중에서 유일하게 본인이 의식할 수 있는 행위로 입에서 음식을 씹으면 그 자극이 위나 장으로 전달돼 소화 준비를 시작한다.

◎ 물에 말아 먹는 건 금물

밥이 잘 넘어가지 않으면 물이나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소화의 첫 단계는 입 안에서 침과 음식물이 섞이면서 하는 치아의 저작 작용이다.

물이나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빠르게 식도를 넘어가기는 하나 소화의 첫 단계인 저작 작용이 생략돼 소화에 장애를 주고, 위 속에 있는 소화액이 물에 희석돼 두 번째 단계인 위에서의 소화 능력도 방해받게 된다. 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일시적으로는 밥이 잘 넘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나 실상은 소화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물 올바르게 마시기 : 일반적으로 1회 150㎖씩 시작해 150~300㎖씩 찬 상태로 빨리 마신다. 그래야 위와 장이 잠에서 깨어나 정상적인 운동을 되찾게 해주기 때문. 위 기능이 나쁠 때는 식사하기 2~3시간 전에 150㎖ 안팎의 물을 마시고, 위 분비 기능이 항진되어 있을 때는 식사하기 1시간~1시간 30분 전에 300㎖ 안팎의 물을 마신다. 그래야 위산이 희석돼 궤양을 예방할 수 있다.

◎ 소화불량의 원인은 식후 바로 운동

식후에는 10분간 편안히 자거나 쉬는 것이 좋다. 바로 활동을 하면 소화를 하느라 내장 기관에 몰려 있는 혈액이 활동을 위해 근육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소화가 제대로 안 되고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다. 식사 후 20분 정도가 지났다면 가벼운 산책 정도가 적당하다.

◎ 한 번 체한 적 있는 음식은 다음에 먹었을 때도 체하는 원인은?
소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은 비위장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화를 주관하고 영양분을 몸 전체에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곳이 바로 비위장이기 때문. 『동의보감』에 따르면 비위장은 음식으로 인해서 나빠질 수 있지만 어떤 외적 요인, 그중에서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한 번 체한 적 있는 음식은 다음에 먹어도 체하는 원인은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에 대한 반응은 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본인이 먹어서 불편한 특정 음식이 있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소화가 안 되는 사람들이 먹으면 좋은 식품 3

보리 : 대맥, 모맥이라고도 하는데 『동의보감』에 보면 보리가 허한 속을 보하여 기운을 돋우고 소화기 기능을 조절하며 설사를 다스려 속을 편하게 해준다고 나와 있다. 그러므로 흰쌀밥만 먹지 말고 보리를 섞어 혼합으로 먹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보리에 싹이 튼 것을 麥芽(맥아)라고 해서 소화제로 활용했다.

무즙 : 무는 소화를 촉진시키고 위를 튼튼하게 해준다. 속이 메스껍고 트림이 나며 위가 거북할 때 무를 강판에 갈아 그 즙을 마시면 위가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에는 소화 효소 외에 식물성 섬유가 있어 장의 노폐물을 청소해주므로 꾸준히 먹으면 대장암도 예방할 수 있다.

귤피차 : 신경성 소화불량을 개선하는 데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실현될 수 없는 일을 지나치게 생각하면 비위장 소화기 계통이 약해져 배가 더부룩해지고 식욕이 없어진다'고 한다. 심할 경우 구토와 설사를 하며 상당히 여위게 된다. 이럴 때는 귤껍질로 차를 우려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 따라 해보세요! 소화에 좋은 간단 운동
1. 활 자세

바닥에 엎드려 정면을 본다. 무릎을 골반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뒤로 뻗어 발목이나 발등을 잡고 상체와 하체를 최대한 들어올린다. 이때 턱을 너무 치켜세우지 말고 다리는 가능한 만큼 붙인다. 내쉬는 호흡에 상체와 하체를 내린다.
: 척추에 유연성과 탄력을 주고 굽은 어깨를 펴주며 복부 근육 강화와 함께 내장기관을 마사지해준다. 특히 위경락을 자극해서 소화 기능을 원활하게 해준다.

2. 낙타 자세

무릎을 골반너비로 세우고 양손으로 허리를 받친다.괄약근을 조여 골반을 앞으로 밀면서(늑골을 열어 가슴을 들어 올리는 기분으로) 몸을 뒤로 젖힌다. 처음 하는 경우 허리가 너무 무리하게 꺾이지 않도록 주의. 동작이 조금 익숙해지면 손으로 발목을 잡고 고개는 좀 더 뒤로 젖혀 낙타 자세의 완성된 동작을 해보는 것도 좋다.
: 복부를 이완시키고 눌렸던 내장기관을 펴줘 만성 소화불량을 해결해준다. 굳은 어깨를 펴주는 자세 교정 효과도 얻을 수 있다.

3. 척추 비틀기

왼쪽 다리는 구부려 오른쪽 골반 옆에 두고 오른쪽 다리는 들어서 왼쪽 다리 건너로 구부린다. 왼쪽 다리가 바닥에 붙게 하고 엉덩이는 뜨지 않게 한다.
오른손은 등 뒤로 하고 왼손은 위로 들면서 척추를 펴고 오른쪽 무릎 옆에 팔꿈치를 대면서 상체를 트위스트한다. 상체와 팔을 풀고 다리를 바꿔서 반대 방향으로 한 번 더 트위스트한다.
: 몸을 비틀면 위와 장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어 소화기관을 활성화시킨다.

4. 고양이 자세

양손은 어깨너비, 다리는 골반너비로 벌리고 내쉬는 호흡에 등을 둥글게 말아준다. 들이마시는 호흡에 앞 목을 길게 늘이며 허리를 아래로 향하게 한다. 척추를 위아래로 반복하며 늘이고 어깨와 가슴을 바닥에 대고 척추 마디마디를 늘여준다.
: 골반과 척추가 고르게 자극되어 노화 방지에 좋고 심장을 열어준다. 척추를 강화시키고 소화기와 호흡기를 원활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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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적 관점에서 본 한반도 대운하  
창비주간논평. Comments (0)

박창근 /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물류씨스템이 필요하게 되자 고대에는 사람이 물건을 직접 나르거나 우마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화물의 부피가 커지자 자연스럽게 물길을 이용하게 되었고, 중세 들어 노예 등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물길을 파게 되었다. 이것이 운하이다. 운하는 중세에 물류의 85%를 분담하게 되었고, 마침내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다. 그러나 산업혁명 과정에서 발명된 증기기관차가 철도를 따라 물류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철도가 산업혁명을 완성하게 된다. 교통의 역사를 놓고 볼 때 18세기까지를 운하의 시대, 19세기를 철도의 시대라고 한다면 20세기는 도로의 시대라 부른다. 즉 물류수송 수단으로 운하의 역할은 철도와 도로의 등장으로 상당히 축소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운하가 건설되고 있는 이유는 독일같이 운하가 잘 발달되었던 국가에서 물류체계가 운하에 일정부분 적응해 있기 때문인바, 기존 운하망에 연결되는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새로 운하를 건설하는 경우보다 경제성이 생길 여지가 있다. 20세기 들어 건설된 가장 유명한 운하 중 하나는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소위 'MD운하'인데, 그 길이가 171km에 이르고 32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1992년 마침내 준공되었다. 그러나 독일의 전 교통부장관 하우프는 이를 두고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고 혹평했다. 바벨탑은 '노아의 방주' 같은 홍수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인간이 쌓은 탑으로서, 이는 인간의 어리석음, 무지함을 상징한다. 운하의 나라 독일에서조차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양화되는 물류씨스템이 바로 운하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원점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지형조건과 기후를 고려치 않은 운하 건설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는 데 대한 공학적 문제점은 무수히 많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강수량이나 지형 같은 자연조건과 운하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갑문 상류부에서의 홍수 위험 증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독일보다 어려운 이유는 독일과는 판이한 지형조건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중심부에 대평원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운하를 만들기에 매우 적합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생대 지형의 영향으로 국토의 2/3가 산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하천의 경사는 급하고 그 형상은 꾸불꾸불하다. 즉 독일에 비해 하천에 갑문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하고, 꾸불꾸불한 하천을 따라 물길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배가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운하를 만들면 배가 움직이는 속도는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그만큼 물류씨스템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다음으로 운하가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주운용수(舟運用水)를 안정적으로 그리고 원활히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 3개월 동안 1년 강수량의 2/3가 집중된다. 강우량의 계절적 분포가 매우 불균형하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수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움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독일은 월별 최대 강수량이 최소 강수량의 2.1배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9.4배에 이른다. 독일보다 적어도 4배가량 수자원 관리가 힘들다.

한편 비가 오면 하천에는 흐름이 생긴다. 주운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가능한 한 수로 내의 유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천 유량의 균일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하상계수라는 것이 있다. 이는 연중 최대유량을 최소유량으로 나눈 것이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주요 하천의 하상계수를 살펴보자. 독일 라인강은 14, 우리나라 한강은 90, 낙동강은 260이다. 라인강을 기준으로 한강은 6.4배, 낙동강은 18.6배의 하상계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유량 관리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운하가 원활히 운영되려면 연중 일정한 유량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강우량과 하천유량의 관점에서 보면, 독일보다 우리나라에서 주운용수를 관리하기가 훨씬 어렵다.

홍수의 위험을 간과한 주운댐 건설

마지막으로 주운댐을 건설하면 홍수피해의 위험이 증가된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운댐은 운하의 운영에 필요한 수로 내의 물을 확보하는 댐이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의하면, 낙동강의 경우 최소 15m에서 30m의 높이를 가진 댐 6개가 설치될 계획이고, 댐 길이가 1km 이상 되는 경우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임진강 유역에서 홍수를 방어할 목적으로 한탄강댐을 건설하는 데서도 댐으로 인해 수몰되는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 즉 댐이 건설되면 댐 상류부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수위가 필연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낙동강에 주운댐을 설치했을 때, 홍수가 발생하면 상승하는 홍수위에 의하여 댐 상류부는 직접적으로 홍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홍수 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구간은 낙동강과 한강 구간을 통틀어 약 150km에서 200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대안은 제방을 더 높이거나 하천변 주택지와 농경지를 침수시키는 것이다. 제방을 쌓을 경우 댐 직상류부에서 약 5~7m 정도의 제방을 증고해야 하는데, 마을 하천변에 거대한 성곽이 들어선다면 천문학적인 공사비는 차치하고 마을 주민들은 경관을 이유로 반대할 것이고, 이는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만약 마을을 침수시킨다면, 하천변을 따라 적어도 150km 구간에 거주하는 주민의 이주대책을 둘러싸고 엄청난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한편 본류에서 수위가 상승하면 지류로 물이 역류하게 되므로, 지류 역시 비슷한 홍수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연중 고르게 비가 내리는 독일에 비하여, 여름 한철에 집중된 강우에 의한 홍수 위험을 저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그만큼 더 어렵다. 하상계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한강의 경우 독일보다 6배 이상 홍수관리가 어렵고 낙동강의 경우 18배 이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공학적 타당성을 검토할 때

현재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제시하는 운하는 독일의 MD운하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지형조건, 강우량의 분포 그리고 홍수 발생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즉 우리나라에서 운하를 운영하는 데 더 많은 제약조건이 있다. 그것은 주운용수 관리와 홍수 관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대운하에 찬성하는 측은 주운용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조령 부근에 2~3개의 댐을 더 건설하면 해결된다고 한다. 물론 돈과 시간이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운하를 건설하면 홍수 위험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찬성측에도 전문기술자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운하댐을 건설하면 홍수 위험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예견되기 때문에, 운하를 건설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거부감을 억지로 숨겨보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밝히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새해 들어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대표적으로 공약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사회적 논란의 한가운데에 올랐다. "논의는 하되, 운하는 건설한다" "2008년 2월에는 착공한다" "대운하 특별법을 만든다" 등의 말들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와 찬반 양측의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치적 공박은 있는데 공학적 논란은 없다. 한반도 대운하는 공학적 판단에 근거하여 건설 여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밀어붙이면 공학적 근거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묵시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집단 사이에 서로 힘겨루기가 애처롭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기술자들의 영혼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길들여져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를 공학적 관점에서 주시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그들의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2008.1.8 ⓒ 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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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두 장의 사진

2008.01.02. 수요일



사진을 보니 시사능력시험 출제의 의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이 사진의 제목을 뽑으시오.

(1) 대통령 당선자와 재벌총수의 만남

(2) 전과자 모임 송년 긴급번개

(3) 불량 납세자 모임

(4) 돈으로 죄값을 치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

혹은 위 사진 속 인물들 별의 총합은? 등등

 

비슷한 거 하나 더.



이 사진 속 인물들의 배치순서는 무엇에 따른 것일까?

(1) 국내 재계 순위

(2) 죄질 순

(3) 떡 매출 순위

(4) 고급 휠체어 소지자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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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8-01-0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속이 쪼끔 시원해지는...

느티나무 2008-01-07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두렵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조선인 2008-01-07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바칩니다.

해콩 2008-01-1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진복이를 위해 우리 열씸히 '투쟁'해 보아요. 최소한 운하 운운하는 건 막아야지 싶습니다. 사실 저는 요즘 뉴스도 인 본답니다. 자꾸 짜증이 나는 거 있죠. 좋은 성격 5년 동안 다 버리게 생겼어요.
아! 그리고 이제 좀 더 성숙한 진복이를 보고 싶어요~ 사진으로나마.. ^^ 대문사진 좀 바꿔주심 안될까요? 아! 디카를 잃어버렸다고 하셨죠? ^^;

오랫만예요 조선인님! 님도 속이 시원하시죠? 추천 감솹니다.

아나키 2008-01-10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좋은성격 ㅎㅎㅎ

해콩 2008-01-1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왜.. 異意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