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예 일을 저질렀다.

야자 때문에 3월 내내 고민이었다. 자율로 하자니 반아이들 성적이 금방이라도 바닥을 칠 것 같고, 강제로 하자니 이놈의 야자라는 것이 이대로 지속되는 한 '담임노릇'이라는 게 결국 '간수'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담임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야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아이들을 만난 날부터, 아니 우리 학교는 첫 날은 야자를 안 했으니 둘째날부터 아이들과 나의 갈등은 시작되었다. 학원, 과외 때문에 야자를 매일 빠져야겠다는 아이가 네 명, 같은 이유로 일주일에 두세 번 빠질 수밖에 없다는 아이가 또 네다섯 명, 몸이 아파서 못 한다는 두 명. 그러고도 하루에 보통 5~6명의 아이들이 조례시간부터 종례시간까지 담임을 찾아온다. 모든 반이 다 이러니 거의 매일 학년실은 야자를 빼준다, 못빼준다 하며 실갱이하는 아이들과 담임들의 씨름장같다. 도망가는 아이들도 당연히 생긴다. 매타작하는 소리, 야단치는 살벌한 소리...

우리 반도 도망가는 아이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지? 고민하다가 도망가서 못한 만큼 공부를 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에 암기할 것을 주고, 시험도 쳤다. 잔소리는 기본이고 글쓰기 훈련도 시킬 겸 반성문도 쓰게 했다. 빼주고 싶은데 형평에 어긋나서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그냥 도망가고 다른 아이들처럼 벌 받아라'하며 '도망'을 종용하기도 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하면 다음 달엔 하루를 이유 불문하고 빼주겠다는 야자자유권 티켓도 걸었다. 아이들이 문화를 누릴 권리를 지켜준다며 최민식 사진전을 보러간다면 빼주겠다며 야자를 미끼로 다른 활동을 하도록하기도 했다. 우리반의 경우 야자에 관한한 그다지 엄격한 규칙을 들이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도망'을 가버리면 마음이 우울했다. 섭섭하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이들은 주로 내가 일찍 퇴근할 때 도망을 간다. 나와 아이들 사이의 믿음을 깨뜨린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에게 억지 화를 낼 때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욱 나를 힘들게 했다. '도망'이라는 낙인으로 무슨 대단한 잘못을 한 것처럼 아이들을 야단쳐야한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했다. 아프다는데... 생일이라는데...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는데... 솔직히 하루에도 열두번씩 마음이 흔들렸다. 그렇게 한 달을 아이들도 나도 견뎠다.

목요일 조례시간 분위기가 이상했다. 뭔가 내 눈치를 보는 느낌이 역력했고 학년실에서 매맞는 다른 반 아이들 숫자도 많았다. 반장에게 살짝 물어보니 확실하게 말은 안 했지만 뭔가 있는 눈치였다. 금요일, 퇴근하면서 성격도 활달하고 친구도 많은 우리 반 선도부장 해인이를 불렀다. 자리에 없는 아이들 번호를 좀 써놓으라고 이야기해 두었다. 밤에 해인이는 '샘 저 야자 체크 못하겠어요ㅜㅠ 애들이 눈이 무서워요 꿋꿋한 반장한테 시키면 안되요'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친구들 고자질한다는 느낌이 왜 들지 않을까.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하게 될까봐 두렵지 않다면 그게 비정상이지. 어쩐다... 어쩌지...

토요일, 어제 빠진 아이들 명단을 가지고 온 해인이는 다시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선도부장이니까 이 정도는 아이들이 이해해줄거라고, 니가 못하겠다고 하면 감독샘께 부탁해야하는데 그건 다른 반 아이들까지 압박하게 되는 일이라고 말도 안되는 논리로 설득했지만 자기는 도저히 못한단다. 그렇게 말할 줄 아는 그 아이가 참 예뻐보였다. 

조례시간에 담임인 내 입장과 '도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다. 1. 완전자율 2. 지금처럼 3. 감독샘 출결체크. 모르긴해도 2번도 꽤 선택할거라 여겼던 내 예상은 완전히 헛물을 켰다. 23명이 완전자율을 원했다. 이젠 다른 선택은 없다. 완전자율로 야자를 운영하면서 성적도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수 밖에. 도망가면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은 욕망을 절제하며 공부를 하는 아이들에게 상을 주는 방법을 선택해야겠지. 우선 다른 반 샘들께 양해를 구하는 편지부터 써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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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차]

비가 오니까 좀 낫죠?

이런 날 곡차를 마시면서 거창한 인생을 이야기하면 좋은데...
요즘 곡차 이야기를 우리말 편지에서 몇 번 소개했더니,
앞으로는 좀 삼가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지금 이 우리말편지를 받는 사람 중에는 학생도 있다면서...
맞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받는 분이 많아지니까 제 책임도 더 커지네요
오늘까지만 곡차이야기를 하고 앞으로는 되도록 하지 않겠습니다. 되도록...

시인 조지훈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인정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게 아니라 흥에 취한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곡차통 속에서 헤엄치면서 자주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또 누군가는
“주신(酒神)은 해신(海神)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익사시켰다.”라고도 했습니다.
다 좋은 말이죠.

오늘은 술과 관련 있는 우리말을 좀 소개드릴게요.
몇 개 기억해 두셨다가 알맞게 써 보세요.

먼저, “술을 담글 때에 쓰는 지에밥”은 ‘술밥’이라고 합니다.
‘지에밥’은 술밑으로 쓰려고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밥을 말합니다.

술을 따를 때,
술을 부어 잔을 채우는 것을 ‘치다’라고 하고,
술잔이 잔에서 넘치도록 많이 따르는 것을 ‘안다미로’라고 합니다.

술을 마실 때,
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술은 ‘풋술’이고,
술 많이 마시는 내기는 주전(酒戰)이라고 하고,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강술’이라고 하며,
미친 듯이 정신없이 술을 마시는 것은 ‘광음(狂飮)’입니다.

술기운이 차츰 얼굴에 나타나는 모습은 ‘우럭우럭’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해 거슴츠레 눈시울이 가늘게 처진 모습은 ‘간잔지런하다’고 하고,
술에 취해서 눈에 정기가 흐려지는 것을 ‘개개풀어지다’고 합니다.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한 상태는 ‘불콰하다’고 하며,
술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해 딱 알맞게 취한 상태를 ‘거나하다’고 합니다.
술이 거나하여 정신이 흐릿한 상태는 ‘건드레하다’고 하며,
비슷한 상태인, 몹시 취하여 정신이 어렴풋한 상태를 ‘얼큰하다’나 ‘얼근하다’고 합니다.
‘알딸딸하다’도 비슷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는 것을 주전(酒癲/酒顚)이라고도 합니다.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코와 입에서 나오는 독한 술기운은 ‘소줏불’입니다.
“술을 한량없이 마시는 모양. 또는 그런 상태”를 ‘억병’이라고 합니다.

술에 취한 모습을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먼저,
‘해닥사그리하다’는 게 있습니다.
술이 얼근하게 취하여 거나한 상태를 말하죠.
해닥사그리한 단계를 지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한 상태를 ‘곤드레만드레’라고 하고,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나 또는 그런 사람”을 ‘고주망태’라고 합니다.
술에 먹힌 다음 정신없이 쓰러져 자는 것은 ‘곤드라졌다’고 합니다.
‘곯아떨어지다’와 같은 말이죠.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푹 쓰러져 자는 것을 ‘군드러지다’고도 합니다.

“술에 취하여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은 ‘잔주’라고 하고,
“술 마신 뒤에 버릇으로 하는 못된 언행”은 ‘주사(酒邪)’라고 하며,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말하거나 행동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은 ‘주정(酒酊)’이라고 합니다.
술에 잔뜩 취한 것은 ‘만취(漫醉/滿醉)’나 ‘명정(酩酊)’이라고 합니다.

술 마신 다음날,
술 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는 들척지근한 냄새를 ‘문뱃내’라고 하고,
정신이 흐려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고 흐리멍덩한 상태는 ‘옹송옹송하다’고 합니다.

전에 우리말 편지에서 말씀드렸듯이,
술을 마셔도 취기가 없어 정신이 멀쩡한 상태는 ‘맨송하다’나 ‘민숭하다’고 합니다.
술은 마시고도 취하지 않고 맨송맨송하면 본전 생각날 것 같지 않아요?
술은 취해야 제 맛인데...

누구처럼, 늘 대중없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모주망태’라고 합니다.
(저 아닙니다. )

끝으로 술잔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배(杯)는 나무로 만든 술잔,
잔(盞)은 낮고 작은 잔,
상(觴)은 물소나 쇠뿔로 만든 잔,
작(爵)은 쇠로 만든 발이 달린 술잔으로 보통 한 되들이 정도의 큰 잔,
굉()은 소의 뿔로 만든 잔을 말합니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요?

오늘은 제발 술 마실 기회가 없기를 빕니다.
저는 주님을 따르지 주신(酒神)을 따르지는 않사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시고,
좋은 일 많이 생기는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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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호 (2008.3.5)




소인배 승승장구론




강 명 관(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유자광전」을 읽었다. 유자광(1439-1512)은 1467년 이시애의 난에 자원하여 종군했고, 세조의 총애를 받아 벼슬길에 접어든다. 1468년 남이 장군이 모반한다고 고변하여 공신이 되었고, 1476년에는 권신 한명회를 모함하고, 1478년에는 강직하고 청렴한 신하인 현석규를 모함하였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처벌은 받지 않았다. 그는 1498년 무오사화를 일으켜 신진사림들을 일망타진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업신여겼던 김종직에게 묵은 원한을 풀었다. 연산군이 쫓겨났으면 그 역시 쫓겨날 만도 한데, 중종반정에 참여 하여 다시 공신이 된다. 오직 개인적 출세와 권력을 쫓았던 유자광은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왜 소인배 유자광은 승승장구했던가. 따져 보면, 세상은 언제나 유자광의 편이다. 이에 「소인배 승승장구론」을 쓴다.
 


10년 20년 겪어 보면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란 동물에 대해 알게 된다. 한 가지를 예를 들자면, 세상사람 모두가 부러워하는 출세코스와 권력은 주로 소인배들의 차지이고, 도덕적인 사람이 그런 자리에 가는 경우는 사뭇 드물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뻔한 이야기인데, 나는 어리석게도 이 이치를 쉰을 넘기고야 겨우 깨달았다.
 




사람들 만나느라 공부할 시간은 없고




소인배들의 특징은 대개 이러하다. 이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 마당발이다. 내가 대학에 있으니, 대학에서 목도한 경우를 들어본다. 이들은 교수이기는 하지만, 교수로서의 기본 임무인 연구와 교육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대신 사람을 만나는 데 시간을 다 보낸다. 만나 술이라도 한 잔 하게 되면 상대방과 족보를 맞추어 본다. 사람살이 그렇지 않은가. 처음 보는 사이라 해도 성씨를 따지고 고향을 따지고, 살았던 곳을 따지고,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따지다 보면, 어느 곳에선가 반드시 겹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지점을 확인하는 바로 그 순간 졸지에 선배와 후배가 된다. 형님, 아우님 하고 부르면서 십년지기처럼 가까운 사이가 된다.




이렇게 안면을 넓히고, 넓힌 안면은 늘 관리한다. 모임이란 모임은 다 참석하고, 상사나 혼사는 빠질 수 없다. 외국 가는 사람이 있으면 만나서 저녁도 먹고 여비도 찔러준다. 남을 돕기를 좋아하여 남의 어려운 사연을 들으면 참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고, 언젠가 그 사람이 자신에게 되갚아 줄 날을 기다린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모순에 대해 결코 불만을 토로하거나 비판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조직의 윗분의 터무니없는 행동과 불합리한 사안을 지적할 때면, 조용히 듣고만 있다. 분위기상 불가피하게 동조를 해야 한다면, ‘거 참 ……’ 하고 말꼬리를 흐린다. 반대로 조직의 윗분이 무언가 잘 한 일이 있으면 은근히(하지만 열심히) 추켜세우는 말을 늘어놓는다. 이 말은 곧 윗분의 귀에 들어간다. 이뿐이랴. 높은 분이 나타나는 곳에는 늘 얼굴을 내민다.




높은 분이 더 높은 분이 될 것 같으면 그 분에게 확실히 줄을 댄다. 줄을 당겨보고 튼튼하다 싶으면 아랫사람들을 쥐어짠다. 순식간에 실적이 올라가고 윗분은 흡족해 하신다. 이렇게 해서 그는 외부에(예컨대 신문과 방송)에 유능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다.




위로는 확실히 줄을 대고, 아랫사람들은 쥐어짜고




이런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면 그는 선거를 통해서든 승진을 통해서든 자기가 바라마지 않던 자리에 오르고 권력을 잡게 된다. 바라는 자리에 오기 전까지 남과 결코 각을 세우지 않던 소탈한 성격은 갑자기 독선과 아집이 된다. 자신이 관리하는 조직을 발전시키자면 공부가 필요한 법이건만,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니느라 공부를 한 적이 없다. 그러니 참다운 발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고, 벌이는 사업 역시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세를 위해 점수를 따려고 하는 일이기에 조직이 망가지든지 남이 죽든지 살든지 돌아볼 겨를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이름이 난다. 그의 생애 역시 유자광처럼 승승장구다. 이런 식으로 소인배들은 언제나 출세하는 법이다.




어떤가. 주위에 그런 사람은 없는가. 아마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언제나 소인배가 다스려 왔기 때문이다. 공자와 맹자가 다스리는 세상은 아마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글쓴이 / 강명관

·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저서 :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200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푸른역사, 2001

          『조선시대 문학예술의 생성공간』, 소명출판, 1999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길, 2006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 소명출판, 2007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푸른역사, 2007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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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17: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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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 아이들이 오면 별일이 없어도 칭찬하면서 사탕1개는 기본적으로 주었습니다.
- 교무실에 오고 싶어지게 - 그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고, 부드러워 지니까요
- 심지어는 혼나러 온 학생들도 - 실컷 혼내고 - 고생했다며 사탕을 준답니다.

---------
좀 더 큰 감동을 위해 준비한 1000원짜리 물건들

제가 작년에 아이들에게 주었던 선물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구매은 옥션에서 하였고, 가격은 대부분 1000원입니다.
주로 옥션에서 '아이디어' '특허' 등으로 검색해서 찾았습니다.

반에 피자 쏠 돈이면 학기초에 구입해 놓고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시 주의할점
- 주변 문방구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으로 한다.
(그래야 선물로 주었을때 받은 친구가 이교실 저교실 돌아다니면서 자랑함 - 저절로 홍보됨)


1. 졸음 방지 귀걸이
- 원래는 운전자 용인데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음
한 3-4개 가지고 교실에 들어가면 소리질러 깨우지 않아도 됨
단 아이들이 기분 나빠 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서 사용할 것

2. 종이비누
- 1000원에 2개 정도 살 수 있음. 가장 싸면서 아이들에게 주기도 좋음
휴대가 간편하고 어디서나 사용가능

3. 줄달린 볼펜
- 볼펜을 잘 안가지고 다니는 학생들 허리띠에 채워 주면 좋음
(선물이나 상품으로 줄때는 항상 좋은 말 하면서 줘야함)
너 왜 볼펜 안가지고 다니냐(X)

4. 경보장치
- 아이들 선물 보다는 핸드폰 상자나 교실 문에 설치
떨어지면 큰 소리가 남
핸드폰 상자에 설치할때는 안쪽에 설치바람

5. 줄자볼펜
- 그냥 특이해서 구입해 보았음. 그래도 1m까지 측정 가능

6. 휴대용 독서등
- 불이 없는 곳에서 책갈피처럼 책에다 꽂고 책을 볼 수 있음

7. 휴대용 메모지
- 볼펜이 메모지를 잠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상 메모지와 볼펜을 함께 소지할 수 있음

8. 포스트잇 메모지
- 가격에 비해 고급스럽고 포스트 잇이 종류별로 꽤 많은양 들어 있음
(이건 주변 선생님들한테 잘 보이고 싶을때 유용하게 사용함)

그밖에

1. 자가발전 후레쉬(돼지)
- 밤에 늦게 다니는 아이들

2. 알람시계
요건 가격이 2500원 정도
- 지각하는 아이들에게 야단만 치지 말고 슬며시 건네주면 좋음

3. 비밀펜 등
- 빛을 비추어야만 쓴 글을 확인할 수 있음.
-------------
생각나는데로 작년에 구매했던 선물들을 올려 보았습니다.
누구나 선물을 받으면 좋아합니다.
피자 한번 쏠 가격이면 1년동안을 칭찬 선물을 줄 수 있습니다.

구매할때마다 주변 선생님들도 하나씩 드렸더니 선생님들이 더 좋아하시던 기억도
나중에 더 좋은 선물을 해 주신 기억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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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8-03-0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훌륭한 샘들이 너무 많아 가끔 기죽는다. 아니.. 자주. 아이들에게 줄 상품까지 고민하다니... 으아~

해콩 2008-03-04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션 특허 상품 사이트 http://pumbl.auction.co.kr/science
 

횡설수설... 구시렁구시렁의 연속! ㅠㅠ 말을 최대한 줄여서 '카리스마' 있어보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담임 시간이 너무 많은 것이 사단이었다.

9:00~10:30  '2학년실 자리 정비해야하니 다 같이 들어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지난 주 준비해둔 가정환경조사서를 가지고 교실로 들어갔다. 마냥 떠들던 아이들이 얼렁 제자리를 찾아든다. 한달 간은 번호 순서대로 앉아달라 부탁하려고 "어떻게들 앉아있니?" 했더니
"번호 순서대로 앉아있어요~" 한다. 어라, 말도 안했는데 끼리끼리가 아닌 번호 순서대로 즈들이 알아서 앉아있다고? ㅎㅎ
"앞으로 한 달만 이렇게 앉자. 샘이 느들 얼굴이랑 이름이랑 번호랑 기억해야하니까. 그렇게 할까?" 
"예~"
"사물함은?"
"번호 순서대로 정리했는데요..."
엥? 사물함까지? 이 아이들, 독특한 거야. 작년에 이렇게 군대식으로 교육받은 거야?
비어있는 복도 쪽 책꽂이를 가리키며
"그럼 개인 책꽂이는? 그것도 번호순서대로 할까?" 
또한 다같이 소리 맞춰 "네~"
쉽게 쉽게 넘어가니 좋긴 좋구나. 전제군주제, 맛들이면 헤어나기 힘들겠다. ㅋㅋ

[선생님께만 보여주는 나](가정환경조사서)를 나눠주고 작성하게 했다. 생활기록부 운운하며 진실하고 성실하게 작성해야한다고 신신당부. 특히 학비감면이 필요한 사람은 작년에 받은 것을 토대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쓰라고. 필요하면 가정방문을 갈 수도 있다고.

그리고 급식 도우미 선발. 아이들은 의외로 손을 많이 들었다. 지난 학교에서는 급식비를 면제받고 도우미를 신청했기 때문에 '듣던대로구나.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급식비 내기도 어렵단 말이지... 에구.. 어쩌나..' 맘속으로 깊은 시름에 잠기며
"가위바위보로 정하면 정말 필요한 아이가 지원을 못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 정말 필요하다 싶은 사람은 샘한테 문자 날려라"
칠판에 이름과 핸폰 번호를 써주며
"자 모두들 핸폰 꺼내고 샘한테 7반 0번 누굽니다~ 이렇게 문자 날려줘. 번호 저장하게. 급식도우미 하고 싶은 사람은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넣고"
시개를 보니 애매하게 남았다.. 흠흠.. 갑자기 들고간 노트북을 열심히 설치하기 시작했다. '기러기의 비행'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2,3학년 학생들은 지금 즉시 강당으로 오세요. 교장선생님의 취임식, 새로 오신 선생님 인사, 부장선생님 인사, 담임 발표가 있습니다."라는 방송이 시끄러운 가운데 정신 없이 동영상이 흘러가면 드뎌 '혼자 날면 빨리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 날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멋진 마지막 멘트도 끝났다. 다른 반은 거의 강당으로 다 가고 우리반만 허위허위... 헉헉..

취임식을 마치니 11시 30분 점심시간까지 1시간이 남았는데 또 담임시간이란다. 우이씨... 다른 반 샘들은 이제 처음 아이들을 만나는 거지만 나는 벌써 할 거 다했다. 어쩔? 하는 수 없이 [얘들아, 나는 말이야...]를 들고 다시 교실로. 우선 아까 미쳐 정하지 못한 급식 도우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급식 도우미 그거 세 명은 봉사시간 주는 거라며? 나는 급식비 지원하는 건줄 알고... ^^ㅋㅋ 급식비 지원 받는 건 나중에 상담해서 결정하기로 하고 봉사시간 주는 건 지금 정하자. 다같이 가위바위보 해서 나랑 같은 거 내는 세 사람. 어때?"
"네~" 
어리버리한 담임 때문에 지난한 과정을 그렇게 세 명이 정해졌다.

가지고 온 [얘들아, 나는 말이야]를 나눠주고 우선 뒷면의 시를 함께 읽었다.
"담쟁이-도종환 ... ..."
"너무 좋지?"
아이들 묵묵부답. --;;
'너희들 서로의 첫인상이 더욱 중요하니까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을 소개해보거라' 하며 그림도 그리게 하고, 자기 이름으로 삼행시도 쓰게 하고, 자신의 장점과 올해 꼭 하고 싶은 일,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 등등을 쓰게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엄청 오래 걸렸다. 뒷 게시판에 대충 다 붙이고 나니 10분 정도 남는군. 그때 번뜩 든 생각! '아, 임시 반장 안 뽑았다'
"그럼 이제 우리 임시 반장을 정해볼까? 자격기준은... 우선 담임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두번째는 성실한 사람"
"000 시키지요~"
"세번째 자격이 임시반장 하고 싶은 사람"
조용~~ 아무도 없다.
"만약 정식 반장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임시반장으로 아이들에게 점수 따놓는 게 좋겠제?" 한 마디 더 미끼를 던졌으나
고요~~ 너무도 적막. 역시 아무도 없다. 나만 멀뚱멀뚱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들. 그때 마침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우짜지?
"야들아, 임시 반장 정해져야 밥 묵지. 나 배고파. 느들도 배고프제. 하고 싶은 사람 빨리 말해라. 내가 그리 싫나?"
그래도 조용. 하는 수 없이 비장의 가위바위보를 다시 제안했다.
"다 같이 가위바위보 해서 나랑 같은 거 내는, 샘이랑 텔레파시 통하는 사람으로 하자. 어때?"
"좋아요~"
또한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23번 주은이가 임시반장으로 정해졌다. 가위바위보, 두 번 연달아 내가 '찌'를 냈는데 두 번째도 나랑 같은 '찌'를 낸 사람은 주은이 하나밖에 없었다.
"우와~ 니 진짜 내랑 통하는 갑다. 자 이제 다들 밥 먹어라~"
우루루

7교시는 토3이 올라오기로 되어있었다. 6교시 후 교실에서 청소지도를 하고 있는데 방송이 나왔다. "7교시까지 이어서 대청소를 하시기 바랍니다."  아니 무슨.. 첫날에 청소구역도 안 정해지고, 청소도구가 있어야 말이쥐.
"천천히 7교시까지 수업할래? 아니면 얼릉 끝내고 7교시 수업할래?"
"천천히 할게요"

7교시. 하는 수 있나. 또 담임이 들어가는 수밖에. 우선, 나도 [담임 소개서]를 게시판에 붙였다.
멀뚱멀뚱...이번 시간에는 뭘 하나?? 그래서 시작된 나의 지리한 횡설수설... 요약하면 공부 잘하는 방법, 별거 없다. 수업 시간에 반드시 샘을 볼 것! 그러면 자연히 귀에도 설명이 들어오고 그렇게 하나 둘 듣다 보면 하루 이틀 집중하는 시간 늘어나고 알아듣는 것도 많아진다. 입은? 당연히 샘 말에 대꾸해야지. 알면 알겠다, 모르면 모르겠다. 이것 못 하면 따로 백날 공부 해도 헛꺼야. 세상에 별 것 없는 이 내용으로 30분을 떠들었다. 아이들이 졸만도 하지. 그리고 남는 시간엔 나의 비장의 무기 지식채널 보여줬다. 교양과 상식을 쌓는 데 이것만한 것이 없다. 앞으로 아침 조례시간에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이걸 보여줄거다. 상식이 많아야 세상과 사물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넒어진다.

준비물 알려주고 교실을 나온 시간이 5시 20분. 내 밑천 바닥까지 다 드러낸 모습으로 터벅터벅...
에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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