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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월간 작은책] 7월호에 실린 것으로 전문 게재를 허락해 준 [월간 작은책] 편집진에 감사드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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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의사
한미 자유무역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하고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실 그렇지 못하다. 6월에 들어와서야 미국에서 1차 본협상이 진행되면서 이제야 한미 FTA가 언론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보수 언론들의 찬양 기사거나 아니면 쟁점을 보도해도 그것이 우리 노동자들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알기 힘든 기사가 대부분이다. 기사 대부분이 뜬구름 잡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와 아닌가를 따지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요즘 한미 FTA 토론회에서 만났던 노동자들 거의가 한미 FTA에 대해 “무언가 나쁜 거는 같은데 내 삶과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익’을 떠나 노동자에게 한미 FTA는 무엇인가?
한미 FTA 하면 쌀과 영화가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농업 문제와 영화 문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미 FTA는 노동자들의 삶에 이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포괄한다. 그 가운데 대표인 것이 바로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문제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 공공 부문의 기업 매각 곧 사유화다.
수도, 전기, 가스, 철도, 방송 들의 기업 매각이 그것이다. 한미 FTA를 제2의 IMF라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1998년 IMF 경제 위기 때 정부는 포철, 한국통신, 한국중공업(지금은 각각 POSCO, KT, 두산중공업이 되었다) 같은 수많은 공기업을 기업에 매각하였다. 그 뒤 김대중 정부는 철도, 가스, 전력 부문을 기업에 매각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지는 못하였는데 이는 정부가 개과천선을 해서가 아니라 2002년 3사 공동 파업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저항 때문이었다. 한미 FTA는, 그때 저지되었던 공공 부문 기업을 다시 매각하려는 것이다.
사회단체들이 ‘한미 FTA=제2의 IMF’라고 주장하니까 정부는 4월 24일 “한미 FTA Q&A”라는 자료를 통해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를 외국 자본에 팔아먹는다”는 걱정은 지나치다고 하면서 “서비스의 특성, 경제적 중요성, 국제적 관례, 자유화 필요성 등을 종합 검토하여, 최대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고 밝혔다. 잘 들어 보면 안 팔아먹겠다는 말은 아닌데 꼭 안 팔아먹겠다는 말처럼 들리는 모호한 말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발표가 난 지 4일 뒤인 4월 28일 대외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한국 내 공기업 독점 분야의 개방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공기업 관련 사항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실토했다. 서로 말이 안 맞는 것은 고사하고 정부 거짓말이 황당하기까지 하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공기업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가 이미 공공 부문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스를 보기로 들어보자. 2004년 10월 한국가스공사가 도맡아서 가스를 들여오다가 POSCO가 따로 외국에서 직접 들여오도록 허용했고 이후 GS칼텍스와 SK에도 가스를 직접 들여오도록 허용했다. 이렇게 가스 도입권이 기업에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기업이 최대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상품을 한꺼번에 많이 사는 소비자에게는 상품을 싸게 팔고 소액구매자에게는 비싸게 파는 것이 ‘합리적인’ 방식이다. 기업에게 가스를 넘기면 그 기업은 가스를 많이 쓰는 대기업들에게는 가스를 싼 가격에 팔겠지만 가정용 가스는 비싸게 파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그나마 유지되는 공공요금 체계가 무너지면 가정용 가스는 400%이상 오른다는 것이 예측으로 나온다.
가스 부문을 기업에 매각하면 그 수혜자는? 당연히 GS칼텍스와 SK다. 그런데 GS칼텍스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GS가 50%의 지분을 가지고 콘돌리자 라이스가 이사였던 5대 석유기업인 셰브론-택사코가 50% 지분을 가진 회사다. SK? SK의 지주회사는 SK-엔론으로 SK가 50%, 딕 체니의 회사로 알려진 엔론이 50%를 가진 회사다. 이런 기업 매각은 한국 정부의 시각에서는 양국 모두 이익이다. 미국의 칼텍스와 엔론 뿐만 아니라 한국의 GS와 SK에게도 이익이 되니 어찌 양국 모두 이익이 아니란 말인가. 최대 피해자는? 가스비가 폭등해도 가스를 쓸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다.
문제는 이런 기업 매각이 가스뿐 아니라 수도, 전력 같은 부문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FTA가 양국 정부가 서로의 국익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것이라고? 한미 FTA는 한미 양국 정부와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저항 때문에 못하고 있던 공공 부문 기업 매각을 이 협정을 빌어 처리하려는 것일 뿐이다. 두 나라 기업들에게는 떼돈이 돌아가겠지만 한국 노동자들에게는 수도 요금, 가스 요금, 전기 요금, 철도 요금이 폭등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대량해고가 돌아올 뿐이다.
정부는 공공서비스 부문 매각에 대해 뻔뻔스런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처럼 교육, 의료 분야에 대해서도 “한미 FTA에서 교육과 의료 제도 같은 사회 공공 제도는 협상 의제가 아니다” 하고 공언하는 따위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실토하듯이 “그러나 대학은 협상 대상이며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고급 의료 서비스는 협상 대상일 수 있다”고 한다. 대학을 외국 대학에 개방하고 고급 의료 서비스가 개방되면 노동자에게는 무슨 일이 생길까?
의료와 교육 개방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 말 자체가 이미 거짓말인데 인천 같은 경제자유구역 세 곳과 제주도에 이미 외국인 학교와 주식회사형 외국 병원을 이미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이곳 초등학교 1년 등록금은 3천만 원이고 진료비는 한국 병원의 열 배가 넘는다.

재경부와 외교통상부는 미국으로 유학 가는 사람이 많으므로 외국 대학이 전국에 개방되면 외국에 유학 가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유학 갈 사람은 유학 가고 한국에 있는 이름만 외국 이름을 딴 대학들의 등록금만 천정부지 치솟을 뿐이다.
고급 의료 서비스의 개방? 정부에서 고급서비스의 보기로 드는 장기이식을 보자. 장기이식은 한국에서는 고급서비스지만 유럽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 즉 ‘보통’의료 서비스다. 이것을 건강보험증을 안 받아 주는 영리 병원에서 하게 되면 앞으로도 장기이식은 건강보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또 이미 송도에 짓고 있는 외국 병원을 보자. 이 병원은 500병상짜리 병원인데 모두 1인실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의 진료비보다 5, 6배의 진료비를 받는데 건강보험증이 안 통하는 병원이므로 실제 진료비는 10배가 넘을 것이다.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더 나아가 부유층들이 이 고급 병원으로 몰리면 다른 병원들도 덩달아 진료비를 올리게 되므로 전체 의료비 상승 효과만 생긴다. 현재도 이런데 ‘고급’ 의료 서비스를 아예 건강보험이 안 되게 해 버리는 병원을 전국에 만들자는 것이 한미 FTA다.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의료비 폭등뿐이다.
한미 FTA가 의료 분야에 몰고 올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외국 신약은 무조건 선진 7개국 평균 약값으로 약값을 받자고 한다. 또 특허 기간을 늘려 한국에서 값이 더 싼 복제 약품을 못 만들게 하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외국 약값은 선진 7개국 평균 약값의 48%다. 또 한국에서 쓰이는 값싼 복제 약품은 전체 약의 50%정도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약제비가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현재도 건강보험에서 지출되는 약제비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 24조 원 가운데 7조 2천억 원으로 다른 나라보다 두 배가 높다. 약값이 폭등하면 당장 소비자 부담도 문제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해 보험 혜택이 줄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결국 한미 FTA는 대학 등록금의 폭등과 이에 따른 사교육비의 폭등, 그리고 병원 진료비의 폭등과 약값의 폭등을 불러올 뿐이다. 교육비와 의료비가 올라가면 한국의 병원과 사학재단은 그리고 제약회사들은 돈을 더 벌 것이다. 또 의료비가 올라가면 건강보험 재정은 이를 감당 못할 테니 민간 의료보험 시장이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의 삼성생명, 미국의 AIG 보험은 더욱 더 장사가 잘될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한미 양국의 이익은 바로 한국과 미국 양국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 정부에게 ‘구매력 없는’ 사람들은 경제 주체가 아니며 따라서 노동자는 고려 대상도 아니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에서 펴낸 2005년 무역장벽 보고서 첫머리는 바로 노동이다. 한국 노동자들의 권리가 무역장벽 중 가장 큰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해고 통지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축소,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 제도로 바꿀 것, 단체협약 기간을 1년에서 최소 2년 이상으로 할 것, 단체협약을 바꾸는 것을 어렵게 할 것, 파업때 대체 인력 투입을 쉽게 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할 것, 노조 지도부가 맺은 단협을 노동자 전원 투표로 뒤집지 못하게 할 것. 이것은 무엇인가? 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의 노사 관계 로드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똑같다. 한미 FTA는 한미 정부가 국익을 놓고 다투는 것이다? 노동 부문에 대한 미국 요구를 보면, 한미 FTA는 협정을 빌어 두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일 뿐이라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
물론 이것만도 아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철폐하고 이것도 모자라 환경 운동가들이 노력해서 겨우 만들어낸 유전자조작 식품 표시제를 무역장벽이라 폐지한다. 또 기업-정부 중재 제도가 도입되어 기업의 이익이 침해되면 외국 기업이 한국정부를 직접 제소해서 사회 공공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국의 유명 택배 회사인 유피에스(UPS)는 캐나다 우체국의 택배 서비스가 자신의 영업 이익을 침해한다고 기업-정부 중재 재판소에 제소를 했는데 이 중재 재판은 뉴욕에 있는 패널 3명이 비공개로 진행한다. 여기서 캐나다 정부가 패소하면 캐나다 우체국은 소포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캐나다와 멕시코의 많은 환경, 보건 제도 등 공공 제도들이 무력화되었다.
한미 FTA는 한마디로 양국 기업의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노동자의 필수 권리와 사회보장 영역인 공공서비스와 공공 제도, 그리고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를 제거하려는 한미 양국 자본의 침략일 뿐이다. 한미 FTA로 미국과 한국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 것인가 하는 질문은,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한미 FTA의 수혜자는 미국 기업만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기업 모두며 바로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게 국익은 기업의 이익일 뿐 노동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미 FTA 수혜자는 양국 기업이고 그 피해자는 양국 노동자일 뿐이다. 한미 FTA 체결은 97년 IMF 위기 때처럼 노동자의 생활 조건과 권리 악화만큼이나 노동자에게 큰 패배가 될 것이다. 한미 FTA. 이제 노동자가 나서서 막아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