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꾸 치사해진다.

같이 다니는 대학 동기 은ㅈ, 무지 부지런한 범생이다. 몸도 불편한데 연수 시작하던 그 날부터 도서실로 자료실로 돌아다니며 강의에 도움되는 자료 찾고 복사하고 예습하고 복습하고 무지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다. 또 한 분, 임명ㅎ 선생님,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계신 이 분도 참 바지런히 다니시며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번역본, 단행본 찾으셔서 읽으신다.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며 콧구멍에 새로운 바람넣기 바쁜 나랑은 다른 두 사람. 꼬셔도 안넘어 온다.

두 분이 모은 자료를 나에게도 나눠준다. 그냥 힘 닿는 대로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며 게으름 피우고 모셔두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하고 무엇보다 챙겨주는 맘, 참 고맙다. 그런데... 고민이 생긴다. 엊그제 은ㅈ가 복사해준 [만복사저포기] 번역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후배들이 번역본을 찾을 때 모른척했다. 내가 찾은 자료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은ㅈ가 준 것이니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다. 흠...

그리고 시험 때 제출해야할 과제물이 서넛 있는데... 후배가 이걸 보여달라고 하는데 망설여진다. 자신의 생각과 구체적인 상황을 써야하는 것인데 보여주면? 이런 과제물은 다른 사람 것을 보면 그것에 영향받게 되어있다... 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답이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가 세워지는 것인데... 라는 자기 변명만 궁시렁거리고 있다.

시험과 점수에 목을 메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렇게 열심히 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려하기 보다는 '뭐 그렇게까지..'라며 약간의 시니컬함으로 대하면서 역시 그런 것들에 완전히 자유로와지지 않는 어정쩡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참 보잘것 없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내일은 집으로 간다. 네 가지 과제물을 다 하고 돌아오는 월요일엔 금강걷기 팀에게 저녁 사주며 응원하고, 화요일엔 계룡산 위에 우뚝 설 거다. 그리고 한 가지 작은 소망 더! 연미산 일출을 꼭 봐야겠다. 5시쯤 나서면 되려나? 눈 떴을 때 가장 날씨 좋은 날로 해야지. 앗! 그럼 매일 4시에는 눈을 떠야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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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8-1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권정안 선생님의 글을 올리기 위해 마이페이퍼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 [한문관련]이라는 이름으로.

과제물도 전혀 안 하고, 일기도 안 쓰고 그 글 퍼다 붙이고 읽느라고 꼬박 두 시간을 보냈다. 꼭꼭 씹어가며 읽으니 선생님의 과제물에 대한 방향이 조금 보이는 것도 같다. 직접 들으면 더 좋은 수업이지만 이렇게 읽는 것만으로도 내 자잘한 수고에 충분히 갚하는 글들이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또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내 속에 있던 '유학/유교/한문'에 대한 묘한 컴플렉스에서 조금씩 놓여나는 느낌, 무엇보다 소중하다. 선생님의 말씀을 가끔 하종강씨의 강연에서 들은 것 같다고 느끼는 나는 또 오버하고 있는 걸까? 암튼 선생님처럼 학문으로, 수업으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 대단한 내공이다. 나도 이런 수업, 할 수 있을까?

뭔가에 쉽게 빠지고 헤어날 줄 모르는 나, 그 병 또 도졌다.

BRINY 2006-08-1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분반이 2개인데, A반과 B반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제가 있는 A반에선 절반은 뒷자리로 도망가서 강의시간에 과제하고 소설 보고 중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졸리면 그냥 엎드려 자는 사람도 있고~~ 그러고 있는데, 옆반 얘기 들어보니 다들 열심히 필기하고 슬라이드에 나오는 글씨까지 짝과 분담해서 하나도 안 빠트리고 쓴다네요. 그래서 저와 제 짝인 선생님은 '슬라이드 빨리 넘어가면 그냥 안쓰고 말지. 그런데서 시험 내면 사람이 아니지~'이러고 말았는데. 반 분위기란게 이래서 중요한가봐요~~.

국경을넘어 2006-08-1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은 한문이 전공이셨나 보군요. 권장안 선생, 백원철 교수 등등 이름이 나오는 걸 보니... 이전에 송석준 선생 강의르 한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중국사상사. 저도 어그제까지 공주에 가서 열나게 자료 찾았는데... ^^* 일정 연수 받나 보군요. 너무 일정에 목매지 마세요. 점수 잘 받으면 앞으로 그거 아까워서 계속 신경쓰면서 살아야 하는데 힘들지 않나요? 그 점수가 교사 점수도 아니고(욕심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제 기준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 브리니님도 일정연수인가 봅니다. 얼마 전 어느 지역엔가 일정 연수 강의 다녀왔는데... 설마 거기서 뵙지는 않았을런지.... ^^*

해콩 2006-08-1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에 목 매는 거 졸업했는데요, 그리고 그 점수따위 전혀 관심 없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요.. 그런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제껏 살아온 관성처럼 자꾸 뭔가 어슬렁거리게 되어서 말예요. 습관, 정말 무서운 질병이예욤. 학교에서 교육받은 '무엇이든 무조건 열심히 하고보자'는 '주의'!! 이 정도면 저는 쇄뇌당한 걸까요? ㅋㅋ 폐인촌님 일정 끝나셨다니 부러워요~

hook-choi 2006-08-1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열심히 잘 살고 있구나...샘은. 난 휴가때 서울다녀온 것 빼곤 별로 한 일이 없는데... 오랫만에 온종일 혼자 집에 있는데 하루종일 에어컨 바람도 머리 아프고 해서 선풍기로 견디려니 너무 더워^^ 조금만 더 힘내.

BRINY 2006-08-1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며칠전에 저녁을 사주진 선배 선생님 왈, '그래도 선생님들이라서 다들 투덜투덜하면서도 과제 꼬박꼬박 내고 시험공부 다 하고 그러죠?'. 그렇죠 뭐~ 그런데, 어제는 전공중간고사 힌트 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도 수업 끝나자마자 가버리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호오~ 전 그렇게까지 용감하지는 못하네요. 결국은 힌트 줘도 단순 암기(유적지 지명) 문제는 두 문제 다 틀리고 말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