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방학! 무언가 해야할 것 같은데 (이것도 일종의 강박증이다) 별로 할 만한 게 없어서 1정 연수를 신청했다. 수업시간에 조금씩 딸리는 것도 사실이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응? 찾아보고 대답해줄게~"라는 뻔뻔스런 대답을 하는 것도 민망하고. 공부가 필요한 시점을 넘어섰다.
남들은 어제 한 일을 오늘 아침 부랴부랴.... 7:30분! 대전 가는 첫차에 몸을 실었다. 어젠... 터미널까지 왔다가 표가 매진되어 바로 돌아서서 집으로. 그 무거운 배낭 낑낑 매고. 내가 미쳐.... 여기는 부산이고 17일은 연휴 마지막 날인데 그걸 예상 못하다니. 하지만 뭐 어때? 아마 내일 오전 수업은 등록하고 뭣하고.. 흐지부지 띵구는 거지 뭐. 게다가 아침 버스는 얼마나 다양한 풍광을 보여주는데.. ^^
예상 적중! 부산엔 오다 말다 하는 비가 위로 올라갈수록 水中, 水國같은 느낌이다. 내리는 비 속에 사방이 안개로 가득하다. 흘러가는 안개 덩어리들이 솜사탕 같다. 산굽이 넘어가는 안개덩이. 저렇게 유연한 넘실거림.
간혹 하늘이 밝아오는 하늘에 설핏 든 잠이 깨기도 했다. 비도 잦아들고. 여기는 어디쯤? 황간! 안개를 보면 조병화 시인이 생각난다. 어릴 적 읽었던 그의 시들. 몇년 전 이사하면서 그의 시집을 다 버렸다. 소녀적에 샀던 몇 권 안 되는 시집들이었는데. 그땐 그의 시편들은 소녀적 감수성에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너무 감상적이기만 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고.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을. 누렇게 흘러내리는 강물은 먹먹하고 하늘은 다시 막막해진다.
늦잠자고 허겁지겁 나오느라 물 한 잔 들여주지 못한 위장에 원두커피 한 잔을 쏟아부었다. 속은 쓰리지만 잠은 달아났다. 커피향.. 비오는 날 더 좋다. 까무룩 졸다가 10:20 대전 도착. 친절한 사람들이다. 동부시외버스터미널.. 물어봤더니 근처 아저씨들 서너명이 애쓰신다. ^^; 11:00 공주로 출발하는 표를 끊고 롯데리아로 가서 '치즈스틱' 사먹고 그곳 화장실을 이용하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출발~ 11:50분경 신관동 공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택시타고 공주대학교 비전하우스로! 12시 열쇠받고 입실. 룸메이트 이름이 '이향아' 몇년 전 담임했던 우리반 아이랑 같은 이름이다. 성은 다른가??? 아직 얼굴은 보지 못했다.
다짜고짜 같이 연수받는, 얼굴도 모르는 후배 박희ㅈ샘에게 전화를 해서 어디서 수업하는지, 몇 시부터인지 물어봤다. "선배, 왜 안 왔어요?"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내게 던진 질문이다. "어머, 당황스러워라~" 이렇게 친밀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역시 이래서 학연이 끊어지지 않는다. 어떠랴. 뭐 이권개입이 없을텐데. 나는 이번 연수에선 철저히 혼자 놀거다. 아무튼 교양관 301호.
익숙하게 혼자 점심을 먹고 이도 닦고 강의실을 찾아갔다. 중간에 매점 들러 휴지랑 치약도 사고. 아~ 학연으로 매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6명/30명!! 으아... 아무튼 혼자 놀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동기를 발견했다. 제주도에서 이까지 이 연수를 받으러 왔단다. 제주도? 우와 좋겠다. 내입에서 맨 처음 터져나온 말이다. ㅇ주가 그럼 나랑 바꿀래? 했을 때... 그래, 라고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좋은데 혼자 살아가는 건 무섭다.
ㅇ주, 녀석에겐 이상하게 빚을 진 느낌이다. 옛날 어느 날 녀석이 나를 대상으로 열심히 선교활동을 펼칠 때, 쌩뚱맞은 대답으로 무안하게 만들어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미안함으로 남아있기 때문일거다. "천국?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환경을 어떻게 일률적으로 만들 수 있지? 어떤 사람은 그곳이 지겨울텐데"라는 대답으로 그 아이가 말하는 '아름다운 천국'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주었더랬다. 그렇게 뻘쭘하게 둘이 나란히 앉아있던 기억... (내 고등학교 때 친구는 말했었다. 내게서는 信心.. 아니 神心인가?? 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늘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바쁘게 교정을 누비며 선교활동을 펼치던 그 조그마한 착한 아이. 나처럼 나이를 먹어 이곳에 나랑 같이 있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잘 대해주어야지. 노는 건? 혼자 하더라도!
수업은.. 교육학 관련 수업이었는데 뭐 그저그렇다. 두 번째 시간 -교사론 교수님이 소르라테스를 설명하다가 우리나라 교사들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에 책과 책장과 서재가 없다고. 교수님도 일선 학교에서 교사로 몇년 있었는데 그때.. 일부 교사들.... 카드오락이나 심지어 증권프로그램까지 깔아놓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당신이 공부하던 책은 확 덮어버리며 "무슨 공부고.. 오늘 시간있제? 나중에 고 한판 OK?' 하더라고.
사실 나도 봤다. 증권을 하는 교사나 늘 오락프로그램-바둑, 폭탄터뜨리는 거, 포카.. 등등.. 사실 짬짬이 하는 인터넷 쇼핑은 흉볼거리도 못 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교수가 못마땅하게 느껴진 건 역시 가재는 게편이어서일까?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 교사들이 그렇게 행동할 때, 교수님은 어떻게 하셨나요? 그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하셨나요? 인상만 찌푸리며 속으로 욕하셨나요? " 애정을 가지고 동료를 비판하고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두 '공범자'가 아닐까? 물론 인상만 찌푸리며 아무 말 못했던 나를 포함해서. 역시 평가가 필요한 걸까? 물어보고 싶었다.
ㅇ주랑 둘이 저녁 먹고 7시에 만나 물건 몇 가지 사고 도서관에서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읽었다. 지금 11시. 룸메이트는 잘까? 미안한 시간이 되기 전에 들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