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3일. 날씨? 흐렸다가 좋아졌다.
아직도 '선생'이라는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나름대로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다가 안 되면 고함부터 냅다 지르는 못된 버릇이 여전히 남아있다.
장면 1] "우리도 전교 등수 알려주지요~ 다른 반은 다 알려줬다던데요" 종례시간 들어가자마자 제일 앞에 앉은 녀석이 졸라댄다. 예상했던 일이다."00아, 그거 그 반 샘들이 일일이 작업하셔서 뽑은 거거든.(아시다시피 이건 거짓말! 사실 학년 기획샘께서 일괄 작업하셔서 보내주셨다. 나도 우리 반 아이들 전교 등수, 가지고 있다) 원래 학교생활기록부나 성적표에는 반 등수도 못 올리게 되어있다." "왜요? 다른 반은 담임샘이 다 해줬다던데요. 샘도 해주지요" "아이들 등수내서 한 줄로 세우는 거 비교육적이라고 못 하게 되어있단 말이야. 그리고 샘은 그 일 하기 싫다" "왜요? 등수, 궁금한데요 해주지요" "사실 그거 알고 나면 기분 좋은 아이들이 몇이나 되겠노? 전교 1,2등 빼고, 아니 걔들도 부담스러워서 결국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을 거다. 아이들 대부분이 의기소침해지고 기가 죽는단 말이다. 그런 부정적인 기분은 공부에도 더 나쁘단다. 그래서 샘은 하기 싫다" "그래도 학생이 원하면 해줘야하는 거 아니예요?" (결정적으로 이 말에 또 뚜껑이 열렸다) "뭐라고? 그럼, 학생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샘이 다 해줘야한단 말이가? 느그가 원한다고 해서 샘이 그걸 다 해줄 의무는 없다. 그건 샘의 업무도 아니고! 또 느그가 샘한테 요구할 권리도 없다. 그런 일을 하고 안 하고는 샘이 결정할 문제이고 샘은 그게 느그한테 좋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서 하기 싫단 말이다."
얼굴이 벌~개져서는 또 흥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녀석이 설득될 리 없다. 그냥 몇 마디 하다가 말이 잘 안되면 묵비권 행사할걸... 그렇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도대체 교사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 걸까? 더도 덜도 말고 딱 즈들이 원하는 일'만' 척척 알아서 해주는 사람? 이율배반적이고 이기적이다. 가끔 가슴이 답답하다.
장면 2] 6교시, 우리 반 수업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또 시작이다. "더운데 아이스크림 사주지요~" "배고픈데 빵 사주세요~" 지난 체육대회 이후 수업시간마다 겪는 고역이다. 체육대회 하던 날,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언제든지 즈들이 원할 때 '쏘겠다'고 했더니 수업시간마다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졸라댄다. '모두들 원할 때 의견 모아서 오고 수업시간에 방해되게 이러지 말라'고 지난 시간에 이야기해 두었는데도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모양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다스러운 이 놈들과 입씨름하며 수업하기엔 한 시간도 늘 빠듯한데 이런 식으로 시작하자마자 무슨 빚쟁이 마냥 독촉을 해대니 슬슬 짜증이 난다. 그것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사달란다. "야~ 샘이 무슨 빚졌나, 느그한테? 기분이 살짝 나빠지려고 하네... 그리고 오늘은 ㅅ지랑 쫄쫄이가 없잖아. 다같이 있을 때 사주고 싶은데" "걔들은 따로 사주면 되지요~" "그래도 나는 같이 있을 때, 다음주에 더 더워지면 그때 아이스크림 먹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오늘은 별로 덥지도 않잖아" "진짜 더운데요. 그리고 많이 더워지면 에어컨 틀어주니까 그땐 괜찮아욧. 지금 사주세요" 물론 몇몇 녀석이지만.. 햐.. 참 맘 상한다. 그리고는 즈들끼리 치사하다느니 어쩌느니하며 궁시렁대기까지 하고! 결국 '수업 열심히 하면' 사주기로 했다. 아구 내참 치사해서 내가 사주고 말지.
흥분이 올라오다가 말았다. 5분 정도 남겨서 하드/빵/음료수 주문 받고 ㅇ령이에게 사오도록 했다. 수업마치고 매점 가서 지불하고. 이것도 담임 노릇에 들어가는 건가? 내참... 이런 저런 일들로 자꾸 아니꼬운 마음만 든다. 그래도 예쁠 때도 있으니까 참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