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힘에 부치는 3월이 지났다고 한숨 돌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도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요 며칠 계속 낮은 기온이지만

매화 지고 벚꽃 피고, 또 그 벚꽃도 지고 다시 목련 피고... 지금은 세상이 온통 연두 빛입니다.

알게 모르게 봄은 늘 우리 곁에 있다는 뜻이겠지요?

아이들도 그렇게 알듯이 또 모를 듯이 모락모락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2학년 0반 담임입니다.


4월 중순! 아이들도 새 학년, 새 친구들, 새 담임에 그럭저럭 적응해 가는 것 같고 저 역시 아이들의 번호, 이름, 얼굴 생김 뿐 아니라 마음 생김까지 하나 둘 눈에 들어옵니다.

‘ㅇㅇ이는 마음이 넓어 친구들 부탁을 거절할 줄 모르고, ㅇㅇ이는 명랑해서 늘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며, 또 ㅇㅇ이는 털털한 성격에 뒷 끝이 없구나’  등등.

골고루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또 작은 칭찬과 응원이라도 더하고 싶어서 아침 저녁으로 짬이 날 때마다 교실에 들러 잔소리도 하고 잊은 것도 챙기곤 합니다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도 있겠습니다. 녀석들이 귀찮아해도 지금처럼 집요(?)하게 붙어다니려구요. 어차피 우리는 1년 동안 함께 살아야하니까요. 계속 이렇게 해야겠지요, 부모님? ^^


지난 3월엔 재미삼아 ‘벚꽃은 언제 필까?' 맞추기 놀이를 했는데 소연이, 소라, 민경이가 맞춰서 상품-뻥튀기 한 봉지씩을 탔답니다. 당연 친구들과 나눠먹었겠지요?

4월 들어서는 반 아이들 이름외우기 시험도 봤습니다. 재시험까지 봤기 때문에 이젠 저희 반 모든 아이들이 친구들의 번호와 이름을 다 외우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나름대로 힘들었지 싶고 또 친구들 이름을 달달~ 외우고 있는 그 모습들이 너무 예뻐서 작은 상 하나씩을 나눠주었습니다.  예쁜 종이에 복사하고 코팅해서 나눠주었던 반 아이들 명렬은 이젠 버렸을까요?


아! 그리고 지난 8일 놀토엔 예령, 예린, 정주, 승연, 은주, 현주, 유빈이 그리고 다른 반 친구인 향민이랑 저 모두 9명이 철마에 있는 ‘아홉산’이라는 곳에 나들이도 갔었네요. 동래지역 선생님들 행사에 꼽사리 낀 것이었는데 쑥도 캐고 작은 들꽃도 보고 대나무 물 오르는 소리도 듣고 진달래  분홍길도 산책하고 참 즐거웠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랑 함께 하고 싶었지만 다들 어찌나 튕기는지 담임 자존심 상할 정도입니다. ^^; 오는 놀토인 22일에도 민주공원에 ‘천리마 축구단’이라는 영화 보러 같이 가자고 지난 주부터 작업하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시험기간이라나요? “시험 못 보기만 해봐라”하며 투덜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4월 야자는 대부분의 아이들과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했습니다. 학원, 독서실, 집...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시간을 조정하고 스스로를 조절하며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가 되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저 보내주지는 않습니다. 2학년 진급할 때의 성적과 3월 9일 있었던 모의고사 결과를 반 등수로 환산하여 부모님께 알려드리며 (아직 모르시거나 궁금하신 부모님께서는 언제든지 전화 주십시오. 문자나 음성을 남기셔도 됩니다.) 일단 부모님 허락을 받아오라 하였고 또 오는 중간고사 때 성적이 반에서 5등 이상 떨어지면 ‘야자’로 다시 복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두었습니다.


그 중간고사가 이제 이 주일 남짓 남았네요. 5월 1, 2, 3, 4일이 저희 학교 시험기간으로 잡혔습니다. 그리고 5월 19일에는 또 한 차례 모의고사도 있습니다. 중간/기말 정기고사는 내신성적에 들어가기 때문에, 모의고사는 수능시험의 준비 차원에서 둘 다 중요합니다.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이야 2학년 담임선생님들께서 번갈아 가며 감독을 해주시고 또 아이들 스스로도 서로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공부를 하는 분위기가 됩니다만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어떨지 살짝 걱정이 됩니다. 저희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 주시어 격려도 해주시고 또 간식도 챙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중간고사 성적이 나오려면 열흘에서 보름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다음번 편지에 그 결과도 함께 보내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또 일교차도 심해서 감기 걸린 아이들이 많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늘 건강 조심하십시오.



2006. 4. 17. 2-0 반 담임 드림.


* 같이 넣은 유인물은 지난 3월 18일 있었던 학부모 간담회 때 준비했던 자료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한 2008년 입시 정보와 아이들 상담법, 아이들에게 해주면 좋은 말, 해서는 안 되는 말 등등이지요. 한창 예민한 나이의 아이들이라 부모님이나 교사가 저희들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 하더라도 상처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점심시간에 들러보니 플라스틱 1회용 수저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몇 있습니다. 그날따라 깜박한 것일 수 있겠지만 스테인레스 수저가 있는지 한 번만 챙겨봐 주십시오. 아이들 건강에도,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일회용은 무지 나쁘거든요.

  아울러 이런 저런 이유로 점심이나 저녁을 건너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한창 자랄 아이들이라 잘 먹어야하는데… 조금 걱정이 되어서요. 이것도 챙겨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시력이 나쁜 아이들이 많습니다. 안경을 착용한다면 도수가 맞는지 한 번 챙겨봐 주시고 또 렌즈를 쓰는 경우는 안경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의사선생님에게 들은 조언으로는 하루 7시간 이상 렌즈를 착용할 경우 망막에 염증이 생기기 쉽고 시력도 자꾸 나빠진다고 합니다. 특히나 색소까지 들어간 칼라렌즈의 경우는 TV뉴스에도 자주 언급될 만큼 유해합니다. 5월부터는 렌즈를 낀 아이들은 안경으로 다 바꾸라고, 검사를 하겠노라고 다소 무리한 엄포를 놓았습니다. 한창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라는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다음에 진짜 예쁘게 보여야 할 경우에 대비해 눈의 건강을 아껴두면 좋겠는데 말이죠~  ^^


* 담임의 성가신 부탁이 너무 많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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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4-17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고등학생인데도 렌즈를 하는 친구가 많나봐요. 참 좋은 선생님입니다. *^^*

글샘 2006-04-1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임 선생님의 다정다감이 잘 묻어난 좋은 편지입니다.

BRINY 2006-04-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에 뒷담 넘어 흡연하다 1학년생 몇이 단체로 걸려서 오늘 학부모 호출했는데, 우리반 어머니만 창피해서 못오겠다고, 남편 화낼까봐 얘기도 못하고 밖에 몰래 나와서 전화한다고, 어렵지만 집에서 더 엄하게 애를 잡겠다고 연락이 왔네요. 휴...

해콩 2006-04-1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짜노 우짜노.. 힘드시겠어요. 근데 더 엄하게 애를 잡는 건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음.. 더 피우고 싶게 하는 건 아닐까 싶거든요..

2006-04-17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04-1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한숨 돌리고.. 학교만 가면 정말 정신이 한 개도 없어요. 월요일은 더하지요?

조선인님 요즘 아이들 눈망울이 더 커진 것, 자세히 보면 느껴지실 거예요. 회색이나 청갈색도 가끔 보이는데... 솔직히 예쁘긴한데 망막에는 나쁘거든요~ 좋은 선생님... 되고 싶어요~ 특히나 우리 아이들에게 ^^

글샘샘, 환절기 감기 걸리신 건 아니죠? 흠... 편지를 꼼꼼 읽어보시면 다정다감을 가장한 각종 잔소리에 심각한 간섭까지 잔뜩 묻어나는 편지이지요. ㅋㅋ 제 특기!!

브리니님, 흡연 사건은 어떻게 되었나요? 휴~ 담배는 어른들도 끊기 힘든데... 어쩌면 좋을까요? 흡연에 관한한 정말 모르겠어요, 어찌 해야할지...

속삭여주신 님, 편지는 당근 아이들 손에 들려 내일 부모님께 전해드릴거구요, 어젯밤 쓴 편지를 학교 가서 다시 손봐서 복사해두었답니다. (지금 막 최종 교정본으로 바꾸어 오렸습니다!!) 저희반 편지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 내일 접어서 봉투에 넣고 풀칠해야지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까지 부모님 편지에 슬쩍 끼워넣는 답니다. 어차피 아이들도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엔 '편지 확인하시라'는 단체 문자도 날리려구요. 지난 번 한 번 써먹었는데 효과 만점이던걸요. ^^ 샘도 한 번 써보심이... 담번에 가르쳐드릴게요~

해콩 2006-04-28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담임이 보내는 편지]엔
1. 수학여행 설문결과 안내 및 수학여행 계획
2. 생리공결 안내
3. 늦었지만 학교 일과 시간표
4. 중간고사 성적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