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 聞 一 多

어쩌면 당신이 울다 지쳐서

어쩌면 지금쯤 잠들었겠지

부엉아 울지말고, 개구리야 울지말고, 박쥐야 날지마라

 

빛나던 햇빛도 당신의 눈꺼풀을 건드리지 못하게

맑던 바람도 당신의 눈썹을 흔들지 못하게

누구도 당신 앞에선 걸음을 멈추게

두꺼운 소나무 그늘을 떨쳐 시원히 덮어주겠네

 

어쩌면 당신은 지금 진흙을 기어가는 지렁이 소리를 듣는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지금 작은 풀뿌리가 물을 빠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가는 세 음악을

욕설을 엮은 사람을 육성보다 곱게 듣는 것이다

 

그래! 눈까풀을 내리고

고이자게! 고이자게!

노란 고운 흙을 사뿐히 덮어주고

엷은 지전을 천천히 태워줄께

 

也許爾眞是哭得太累

也許, 也許爾要睡一睡

那마(그런가마)叫夜鷹不要咳嗽

蛙不要號, 편복(박쥐편,박쥐복)不要飛

 

不許陽光拔爾的眼簾

不許淸風刷上爾的眉

無論誰都不能驚醒爾

撑一傘松蔭庇護爾睡

 

也許爾聽這구(지렁이구)蚓飜泥

聽這小草的根須吸水

也許爾聽着這般音樂

比那呪罵的人聲更美

 

那마(그런가마)爾先把眼皮閉緊

我就讓爾睡, 我讓爾睡

我把黃土輕輕蓋着爾

我叫紙錢兒緩緩的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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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해콩 2005-08-2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처음 읽은 것은 아마 중학교 때가 아니었나 한다. 어디서 어떻게 처음 읽게된 건지... 전혀 기억에 없다. 그 때는 왜 시를 읽는 지도 모르면서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이 그저 연애시 비스무리한 것들이 보이면 예쁜 편지지를 사서 베껴두고 정리해두곤 했는데 그렇게 정리된 파일들 중에 이 시가 포함되 있다. 베껴쓴 날짜-1986. 12. 28.-까지 정확하게 적혀있다. 연애시나 서정시도 아닌데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사실 이 시가 일종의 '레퀴엠'인줄도 전혀 몰랐다. 원본을 구해보고 거기에 '葬歌'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당연히 우리나라 시인으로 알아던 중국현대시인 '聞一多' . 중국 어학 연수 가서 西單에 있는 큰 서점에서 이 시인이 갑자기 생각난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1925년 3월 27일 처음으로 발표되었으며, 원제는 '해(염교해)露詞'며 '불우하게 요절한 한 소녀를 위해서 짓다'라고 설명이 붙어있다. 장송곡.. 것도 요절한 소녀의...
그나저나 어설픈 중국어 실력으로도 이 시의 한국어 번역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긴하다. 베끼는 과정에서의 실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그대로 베껴둔다. 중국과 수교도 아득했을 그 시절... 그 누군가의 번역과 나의 추억을 그대로 남겨두고 싶어서..

그 시절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