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 동구

              -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선운사

                                 - 송창식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禪雲寺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禪雲寺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禪雲寺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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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3-2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운사에 다녀왔다. 동백꽃은 아직 준비중이었다. 그러나 살짝 보이는 속살이 더 많은 희망과 기대와 다음을 기약하게 했다. 활짝 핀 동백... 반쯤 떨어진 꽃송이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여울 2005-03-2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살담은 목련이 떨어지면 더 서럽더군요. 햇살은 모두 다른 아픔, 다른 색으로 피어 떨어지면... 읽다가 설움이... ㅎㅎ

암튼 골목길, 산자락에 담뿍 피었으면 좋겠네요. 꼬옥 선운사가 아니더라도. 아~ 선운사 동백꽃 보고파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