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언어

                    - 문덕수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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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3-1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 상 포 인 트 ―상상력의 운동성과 자유로움

새 봄 상상력의 운동성이 청신하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언어/꽃잎/나비’, 그리고 ‘깃발/불꽃/꿀벌’로 이어지는
상상력의 연쇄체계가 아름다운
언어미학의 울림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시인들에게 언어란 단순한 소리와 의미의 모임만은 아닐 겁니다.
그것은 우리들 꿈의 물결이고
희망의 불길이며 상상의 파도인 것입니다.
또 상상력의 바다를 항해해가는 돛단배이고,
들녘을 불어가는 바람이고,
하늘을 날아가는 새떼인 것입니다.
언어는 이미지이자 상상력이며, 자유이고,
희망 그 자체라는 말씀이지요.
그러기에 시는 상상력과 자유,
생명과 희망이 어울려 추는 정신의 춤이고
영혼의 노래라는 말씀입니다.
이처럼 언어와 사물의 관계, 시와 존재를 연결해서
언어의 본성, 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여울 2005-03-11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명이 너무 훌륭한 것은 아닐까요? 그냥 멋진데요. 언어보다 왠지? 몸짓이나 다른 말도 어울릴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