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   양 성 우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일생에 단 한 번 한 사람을 위하여], 고려문화사, 2002,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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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1-1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서재 [펌]



"살아간다는 것" - 위화, 푸른 숲, 1992



작가의 사명은 발설이 아니며, 고소 혹은 폭로가 아니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고상함을 드러내보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한 고상함이란 그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고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의 초연, 선과 악에 대한 동일시이며, 동정의 눈으로 세계를 대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심정 속에서 나는 미국 민가 <톰 아저씨>를 들었다. 노래 속의 그 늙은 흑인 노예는 일생 동안 고난을 겪었고, 가족은 모두 그보다 먼저 가버렸다. 하지만 그는 의연한 태도로 세계를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원한서린 말 한마디 없다. 이 노래는 나의 심금을 울렸고, 나는 이러한 소설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바로 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사람이 고난을 감수하는 능력과 세계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써나갔다. 글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나가고 있는 것이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내 스스로 고상한 작품을 써나갔다고 생각한다.



- <머리말 중에서>






느티나무 2004-11-16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합니다,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 저는 허삼관 매혈기보다 더 좋은 것 같더라구요. ^^

해콩 2004-11-1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겠습니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두 권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