ꡒ장애인이긴 하지만 나는 인생이 즐거워요ꡓ

                                                                                                           - [오체불만족]의 지은이 오토다케 히로타다


  나는 평소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다. 위험에 대비하는 민감한 성격 때문이다. 아무리 덥고 목이 말라도 수돗가에 아이들이 북적거리면 절대로 가지 않고 그냥 꾹 참고 있을 정도로 철저했다.

 

  그런데 내게 난관이 닥쳐왔다. 學校에서 '마라톤 카드'를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運動場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도쿄에서 하코네까지 地圖가 그려진 카드에 철도역을 하나씩 색칠해 가는 아침 마라톤이었다. 다카기 선생님은 나를 어떤 식으로 참가시키면 좋을까 사흘 정도 고민하던 끝에 이런 提案을 반 아이들 앞에 내놓으셨다.

  "다른 사람은 한 바퀴 돌면 기차역 하나를 색칠할 수 있지만 오토가 한 바퀴 돌면 기차역 네 개를 칠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좋아요~."

  "그래. 오토! 우리 열심히 해 보자."

  "네. 저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말하자면 선생님께서 고안해 내신 '오토의 룰'인 셈이다. 나도 뒤질 이유가 없다.

 

  다음 날부터 하코네를 향한 여행길에 나섰다. 그러나 다카키 선생님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 마라톤은 여러 겹 줄을 서서 달린다. 엉덩이를 끌어당기며 간신히 달려야 하기 때문에 선생님은 내가 學生들에게 걷어차이지나 않을까 걱정하셨던 것이다. 걱정은 杞憂로 끝났다. 6학년 兄들이 함께 달려 주기로 했던 것이다. 함께 달린다고는 하지만 조깅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이 느린 속도. 그래서 순번을 정해서 자신의 마라톤 코스를 끝내고는 다시 내게로 돌아와 대열을 만들어 주었다. 다른 아이들이 잘못해서 나를 걷어차지 않도록 前後左右에서 6학년 兄들이 지켜 주었던 것이다.

  그날 따라 웬 눈이 그리도 많이 내렸는지, 운동장 여기저기에 눈이 녹아 질퍽거렸다. '엉덩이가 젖으면 안되잖아.' 兄들은 나를 덥석 들어다가 마른땅으로 옮겨 주곤 했다. 마치 달리는 '호위팀' 같았다. 다카기 선생님은 이런 모습을 보며 정말 흐뭇해 하셨다.

 

  그렇게 사람들의 도움은 나를 강하게 했다. 6學年 여름, 수영 기록을 作成하는 때가 다가왔다. 6學年 전원이 25미터를 끝까지 헤엄치는 것이 목표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만만치 않다. 수영장은 수심 1미터. 내 키는 겨우 70센티미터. 더구나 나는 손발이 없어 뜨지를 못한다. 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물론 선생님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물에 뜨지 못하는 나를 훈련시켰다. 그냥 물에 나를 넣고 잡고 계신 것이었다. 그러기를 여러 날. 나는 5년 만에 6미터를 가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25미터 헤엄치는 수영 대회. 中間에 쉴 수 없는 나를 위해 선생님과 친구들은 기구를 만들었다. 내 몸에 딱 맞은 매트. 그 안에 나를 집어넣고 수영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결전의 그 날.

"19조 1코스. 오토다케. 요가 초등학교!"

그 案內 방송에 따라 나는 다이빙대에 서서 몸을 던졌다. 언제나처럼 中間까지는 순조로운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물이 너무 차다. 그래서 다리가 생각대로 잘 움직여 주질 않는다. 다른 아이들은 쑥쑥 앞으로 나아가 버리고, 그 넓은 수영장에는 이제 나만 남았다. '정적'. 그때를 표현할 수 있는 딱 맞은 단어일 것이다. 나만 남게 되자 수영장은 갑자기 쥐죽은듯이 조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정적은 곧 무너졌다. 커다란 환성과 박수 소리. 게다가 그것은 다른 두 학교에서 보내 주는 응원이었다. 물 속에서 악전고투하던 나는 비로소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깨달았다. 다른 學校 學生들로부터 받은 응원이라서 기쁘기도 했지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氣分이었다.

 

  1분 57초. 겨우 25미터를 헤엄치는데 2분에 가까운 時間이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두 學校에서 또다시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박수 세례였다. 그때 반 친구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 저기 저 아줌마들이 울고 계세요!"

學父母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리둥절한 아이들의 반응에 선생님은 내심 흐뭇해 하셨다. '나'라는 存在를 그냥 평범한 친구로만 대했던 그 아이들. 25미터를 헤엄치는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感動했지만 그 아이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길 만큼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던 환경을 실감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선생님은 '정말 잘 했다'며 나를 끌어안는 감격적인 場面 대신에 '1분 57초가 뭐냐? 연습할 때보다 훨씬 늦었잖아!' 라며 꾸짖으셨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꾸지람 속에 얼마나 따뜻한 사랑이 숨쉬고 있는지를….


『五體不滿足』은 일본 장애인 오토다케가 살아온 이야기와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어 닫혔던 마음의 눈을 뜨게 해준다. 흔히 장애인은 불행할 것이라 짐작하지만 그는 결코 그렇지 않음을 온몸으로 말해준다.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음에도 울적하고 어두운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팔다리가 없는데도 매일 활짝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는 "장애인이긴 하지만 인생이 즐겁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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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1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나온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그의 모습에서 웃고 있지만 속으로 우는 느낌을 받았읍니다. 인생은 즐겁지만 그도 모든 사람처럼 애환과 슬픔과 속상함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