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데이 서울
김형민 지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정확한 위치가 어디였더라.. 수영에서 광안리로 넘어가는 도로.. 수영로타리 못가서였던가? (눈썰미가 없어서리..) '그 그림'을 간판으로 만들어 붙여놓은 사무실이 있었다. '여성과 민족000' (에잉 기억력, 너마저도..) 이라고 씌여진 간판... 순간 움찔 놀라며 이 책 - [썸데이 서울]의 한 쪽이 떠올랐다. 몇 십 번은 지났을 이 길.. 왜 진작 보지 못했을까?

정확하게 말하면  <빼앗긴 순정, 파헤쳐진 나들목>이라는  글이다! 사실 책에 실린 사진과 그 사무실의 '간판'에 사용한 그림은 같은 것이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걸 보면 그 글 자체에 아주 많이 공감하고 또 반성하고 있었나 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글이었다. 작가는 PD로 취재했던 경험으로 이 글을 썼는데 할머니들의 삶을 바라보는 일반인(작가 자신을 포함한)들의 무심함에 통쾌한 펀지를 사정없이 날린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날리는 주먹이기에 '그러는 너는?'이라고 반문조차 할 수 없다. 이 책의 글들은 모두 이런 식이다.

작가는 참으로 '예민한 양심'을 가졌다. 일상적이고, 그래서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일들 하나하나에 '양심'의 촉각을 세우고  독자를 반성하게 한다. 물론 이 반성은 작가가 늘 앞서 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인 나는 '너는?'이라는 짜증스러운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은 오히려 '그러는 나는?'으로 되돌아왔다.

하나하나 작은 글들은 80년대와 현재를 요리조리 오가며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그것이 그저 아름답기만 한 추억은 아닐 수 있다고, 지금도 그런 잘못들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재미있으면서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슴이 아릿하게 저려오기도 했다.

일상은 늘 계속된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도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사건에는 핏대를 세우며 '是'와 '非'를 가리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겹게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 되면 민감했던 촉수는 점차 무뎌져서 관용을 가장한 무관심으로 잦아든다.  작가와 같이 '민감한 양심'을 지니지 못한 나같은 사람은 더 그렇다. 덕분에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였다면? 그 시간에 나는 어디서 무얼 했더라? 나도 그런 '몰상식한 가해자 편'에 서있었던 것은 아닐까?'  '.............'

홍세화 아저씨는 그가 '아직 분노하지 않는'다고 했다. 글 속에서 그는 자주 '분노'했지만 그가 '진짜로  분노하게 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2004. 8. 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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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8-3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100 ㅋㅋ 제가 100번째 방문객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하구요.

해콩 2004-09-01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100이게 어디 나오는 숫자? 100번째 방문객인지 어떻게 아시는 거죠?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숫자는 안 보이는디... 추천은 샘이 해주신 거죠? (제 리뷰 추천은 모두 샘께서?...! 허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