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누리꾼(서재지기)들이 일 주일 넘게 고민해서 만들어낸 결실입니다. 헤드와 본문, 명의까지 다 해서 일곱 줄밖에 안 되지만, 이 일곱 줄을 위해서 우리는 10번도 넘게 문안을 버리고 100번도 넘게 다투고 10000번도 넘게 뜯어보아야 했습니다.
ⓒ 파피루스
의견광고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에서 서재질(블로그질)을 하면서 가끔 리뷰를 쓰고 이웃 서재지기(블로거)와 인사도 나누고 했는데, 사회 현안에 민감한 분들이 많아서 서재질을 하면 신문을 보는 듯한 효과가 있습니다. 가장 최신의 신문기사를 올리시는 분들도 있고, 어디서 발견했는지 동영상을 오려다가 올려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번 광우병 쇠고기 국면에서 '82쿡'이나 '소울드레서', 'MLBpark' 같이 얼핏 보면 사회 현안과 무관해 보이는 온라인 동호회가 주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보면서 저희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그 결과 63명 알라딘 소액 광고주의 의견 광고가 오늘자(6월 19일) <경향신문>에 실리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토론을 했습니다. 머리를 쥐어짜 문안을 작성하고, 작성한 문안을 여러개 버리고, 그렇게 고친 문안을 1000번도 더 보고, 세세한 문구를 놓고 이웃들과 또 토론을 했습니다. 재정을 맡은 분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의견광고에 담은 작은 소망

 







  
제 블로그 댓글을 메일에 연결해 놓았더니 엄청나게 많은 의견이 넘쳐났습니다. 이 사진이 당시의 상황을 잘 말해줍니다. 특히 문안 교정할 때, 마감이 다가올 때, 알라디너들은 극도로 긴장한 채 제 서재에 다녀갔습니다. 재정을 맡은 친구는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였고, 저도 회사에서 핀잔 좀 들었습니다. 그러나 힘들게 만들어낸 의견광고라 더 보람이 있었습니다.
ⓒ 오승주
의견광고

6월 보름간(6/2~6/14일) <경향신문>에 실린 의견 광고를 하나하나 헤아려 보았습니다. 총 24면(전면광고 1건) 하단 광고에 독자들의 의견이 쇄도했는데 이 중 단독으로 하단광고를 게재한 단체는 14개였습니다. 마이클럽(miclub)은 두 번이나 의견광고에 참여하거나 단독으로 광고를 게재하였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많은 분들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가 의견광고로 돈을 많이 버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견광고가 아무리 쇄도한다고 해도 비상시적인 수익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문사의 재무를 탄탄히 해주는 광고는 대기업의 광고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오히려 경향과 한겨레에 광고를 싣지 않고 있습니다. 조중동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죠.

미디어평론가 백병규씨는 <오마이뉴스>에 올린 칼럼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야말로 사실은 조·중·동 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 때문에 조·중·동에 광고를 싣지 않고 있는 기업들이 덩달아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도 광고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에 광고를 하더라도 누리꾼들의 반발을 살 염려는 없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의 광고가 뚝 끊기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광고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조·중·동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딱한 처지기 때문이다."

 

<경향>에 의견광고를 싣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의견광고가 매출에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 정론매체의 독자로서 줄기차게 의견광고를 보내 기자들을 격려하고자 함입니다.

 

두번째는 촛불의 2막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촛불국면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지만, 누구도 시원스러운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리의 촛불이 꺼지는 일은 없겠지만, '직접행동'은 '다양한 행동'으로 분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 첫 십년의 한국(철수와영희)>이라는 책에서 손호철 교수가 말한 TATA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처의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영어로 마담 TINA입니다. 'There is no alternative.' 즉,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누가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면 대안이 없다고 대답하기 때문에 생긴 별명입니다. 하지만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TATA입니다. TATA는 'There are thousands of alternatives'의 약자인데 수천 개의 대안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것은 작은 대안들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대안들이 합쳐져서 큰 대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73쪽)

 

촛불의 제2막은 '문화'로 풀어야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책이라는 매개로 나름대로의 대안을 강구하려는 것입니다. 이번 의견광고가 끝이 아니라 다른 독자들과 독자 커뮤니티와 연계해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제가 볼 때 촛불의 제2막은 '문화'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과 정치는 모두 기득권이 잠식해 버렸지만, '문화'만큼은 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광우병과 대운하 같은 문제를 신문보다 책을 통해 먼저 알게 됩니다. 각 분야별로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여 나눌 수도 있고, 신문에 추천된 책을 광고로 실어보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처세/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싹쓸이하는 세태가 현재의 물신풍조를 더욱 키웠다고 생각하니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굳이 '책'이라는 깃발 아래 뭉친 이유입니다.

 

촛불행렬과 함께 거리를 헤매면서 가장 반가웠던 순간은 '작가회의' 소속 젊은 작가들이 부지런히 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이 이 사회를 아름다운 시와 이야기로 풀어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촛불이 거리에서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그리고 각자의 생활에서 형형색색으로 빛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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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8-06-2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어쩜.. 말도 잘하시지~ ^^

마늘빵 2008-06-22 00:39   좋아요 0 | URL
에헷 깜짝이야. 감사합니다. 해콩님 닉넴은 2차에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