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ㅇㅇ고 2-ㅇ반 학급문집 [우리들이 있었다] 

1. 문집을 만들게 된 계기

사실 교육활동이란 그것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는 그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함께 하루하루 생활하고 살아갈 때에는 그저 그런 일상들이 흘러가는 듯 느껴지는 것이다. 그 속에 어떤 기쁨이 있었는지, 행복이 있었는지, 혹은 아픔과 상처가 있었는지, 그 결과 어떤 반성과 삶에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졌는지 교사는 물론 학생 자신도 잘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깨달음은 아주 뒤에 오는 것 같다. 함께 일년을 살았던 친구들, 선생님과 이별하고 난 후에, 정신적으로 조금 더 성장하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길 때, '과거'를 돌아보면 그 때의 사건과 아픔과 깨달음을 통해 내가 성장했음을 지긋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계기가 되는 '추억거리', '이야기 감'을 만들고 싶었다. 그건 비단 아이들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교사인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런 작업은 필요하다고 느꼈고 신규교사로 그야말로 '어설픈 담임 노릇'을 했던 발령 초반 몇 년을 제외하곤 늘 이렇게 문집을 만들어왔다. 2006년의 우리 반 학급문집 [우리들이 있었다]는 네번째 문집이다.

처음엔 단순히 헤어질 아이들에게 한 해 동안 내가 썼던 교단일기를 읽히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문집을 만들었다. 다음 해엔 나의 이야기 뿐만이 아닌 아이들의 이야기, 말이나 글에도 욕심이 생겨서 만들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처음 담임을 맡았던 해에는 나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아이들에게 '나중'을 기약할 목적으로 문집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고, 작년엔 그저 아이들과 소박하게 행복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선물로 나눠갖고 싶었다. 나에게 남겨진 아이들의 흔적들을 그대로 쓰레기 통에 버릴 수는 더더욱 없었다. 2006년 문집 [우리들이 있었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문집을 만들수록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일년 동안 지내왔던 '우리들'의 모습을 그때 그 모습으로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며, 쉽게 잊혀질 온갖 자잘한 일들을 어제일처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비를 마련하는 문제나 아이들에게 글을 받는 일 등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만들자!'라고 결심할 수밖에 없었게 만드는  매력!! 만들어 본 사람많이 안다. 그래서 이 작업을 다른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도 슬며시 생긴다.

 

2. 문집 [우리들이 있었다]의 특징 - 개별문집

개별문집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일년 동안 아이들에게서 받은 여러가지 활동 자료-반성문, 수행평가제출물, 동적가족화 그리기, 한글날 백일장, 학교폭력방지 표어짓기 등등-들을 버리지 않고 몽땅 모은 후, 문집을 준비할 때 아이들 번호 순서대로 정리해서 파일에 넣어둔다. 공통문집 부분의 편집이 끝나고 인쇄소에 맡길 때 미리 준비해둔 파일도 함께 가지고 가서 공통 문집 뒤에 함께 제본해달라고 부탁하면 '세상에 한 권 밖에 없는 나만의 개별문집'이 탄생한다. 문집을 만들자고 아이들을 설득할 때에도 '세상에 한 권 밖에 없다'는 말은 큰 설득력을 갖는다.

간혹 문집의 크기가 보관하기에 불편하다는 조언을 듣곤 하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평소 아이들의 여러 가지 활동자료들도 문집 속에 포함시키려면 불가피한 불편이다.  문집이 나온 이후의 효과는 이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 순간엔 볼품없는 자료들도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으로 의미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고3으로 아이들을 진급시키고 학교를 옮겨온 지금도 가끔 아이들의 문자를 받는다. 문집을 보다가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한다는 말과 함께. 학부모님들께서도 [우리들이 있었다]의 좋은 독자이시다. 덕분에 작업할 때엔 힘이 들더라도 문집을 만들어야하는 이유를 올해 더욱 분명히 깨달았다. 앞으로도 나의 담임 노릇의 마지막은 늘 학급문집으로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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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3-1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내셨나요? 왜 안오는 거쥐? 우주인은 도착했는데요^^ 궁금 궁금...

해콩 2007-03-1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일주일전 화요일(3월 6일) 보냈는데...요. 느티나무님께서 주사님께 교육청 학교함에 넣었달라고 부탁하셨다했는데... 우주인만 받으셨다니... 다른 학교 샘들께는 받았다고 연락왔는데.. 어째.. 글샘샘께선 말씀이 없으시다 했더니... ㅂㅅ공고도 맞게 썼는데.. 어쩌죠? ㅠㅠ

바람구두님 멘트에 얼굴 화끈 =.=;; 부끄~~ 그냥 뭐 저는 그렇다는 이야기..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횡설..수설...

느티나무 2007-03-1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전 그냥 모든 자료를 함께 다 보냈는데... 안 갔다니 좀 이상하군요! 제가 그 날 글샘님 것도 있는 거 확인했어요~!

해콩 2007-03-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어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