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길. 시집에 눈을 박고 있다가 詩보다 더 예쁜 오누이를 보고 말았다.

부담스러워 보이는 책가방 메고 씩씩한 오빠가 급한 걸음 앞서 가며
"ㅇㅇ아, 니 신호등 볼 줄 알제? 녹색으로 바뀌면 건너면 된다 녹색! 알제?"

맑은 눈의 누이 쫄랑쫄랑 뒤따르며
"어...."
영~자신 없어보이는 대답

오빠는 그예 혼자 가지 못하고 신호등 불빛 바뀔 때까지 기다려준다.
"어.. 불 바낏다. 어서어서어서"
"어? ... 어!"
엉겁결에 건널목도 아닌 길로 냅따 달린다.

"ㅇㅇ아 이젠 혼자 갈 수 있제?"
오빠를 돌아보지도 않고 앞만보고 걸으며
"어?... 어!!"

자신만만 자랑스러운 눈빛이 되어 
아홉 살 오빠는 학교로,
대여섯 살의 누이는 또 어디론가
당당하게 제 갈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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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3-1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영상 포엠같은 느낌이 드네요.^^ 마구 마구 그려집니다.

해콩 2007-03-1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꼭 기록해둬야지 생각했답니다. 詩는 책속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