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1차에서는 두 분 선생님만 진술하셨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는데 6시가 되었을 때 겨우 두 분의 진술이 끝났을 뿐이었기에 내일 29일 1시, 2차 진술이 열린다.

처음엔 집회참여사실확인만 거부하고 바로 나올까 생각했다. 진술서를 써보긴 했지만 정작 징계위원회가 열린 자리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헛짓'이다. 하나의 형식적 과정일뿐. 애초에 '징계를 위한 징계'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얻은 것이 있다면 대기실에 앉아있던 그 순간,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회부될)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잘못의 경중, 억울함에 상관없이 벌렁거리는 가슴, 왠지 모르게 조여드는 몸과 마음. 학교에서든 교육청에서든 어디거선 징계위원회가 마련된 이유는 뭘까? '혐의자'(그렇다 나는 혐의자다)의 진술권을 마지막까지 최대한 보장하여 억울한 사태를 줄이고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법집행을 하자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들을 좀더 압박하여 재범을 막는 구실로만 작용하는 것 같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경험은 두루두루 넓히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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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원회 대응 지침]

1. 녹취/녹음을 요구한다.

2. 징계위원 기피 신청서를 제출한다.

(1과 2는 당연히 기각될 것이다.)

3. 징계근거를 요구한다.

  가. [학교장 징계품신확인서]를 보여달라. (역시 기각될 것이다)

  나. 지난 1월 15일 교육청 담당자가 징계근거자료로 제시한 [근무상황부] 복사본이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인가? 보존기간이 지난 2001년의 연가, 혹은 조퇴까지 징계근거로 삼는 것은 어떤 타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즉, 명확한 징계근거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해달라. 아울러 구두경고, 일괄경고, 서면경고, 경징계까지 분류기준은 무엇인가.

  다. 연가의 법적인 정당성 진술. 무단이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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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진술하신 선생님들의 선례로 보아 여러 '징계위원'들께서는 녹음/녹취, '징계위원 기피 신청' 등 '혐의자'들의 정당한 권리주장을 기각할 것이 예상되므로 저의 경우 이 과정은 생략할까 합니다. 아울러 이미 예상하시겠지만, 저 역시 2006년 11월 22일 '교원평가 반대를 위한 교사결의대회'에 참가했는지의 여부는 확인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 징계가 얼마나 부당하고 졸속적인 행정처분인지는 다른 선생님들께서 충분히 진술하시리라 생각되므로 저는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언급만 잠시 하려합니다.

지난 1월 9일 부산광역시 교육감님이 제게 보내신 [교육공무원 징계의결 요구서]에 기록된 징계사유는 이러합니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소속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고, 소속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이유없이 직장을 이탈하지못하며, 노동운동 기타 공무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상기교사는 2006. 11. 22.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최한 교육현안 관련 연가투쟁에 참가하여 복종의 의무, 직장이탈금지의 의무, 집단행위 금지의 의무를 위반함'

아울러 징계의결유구원자의 의견에는 '위의 위반 사유와 같이 국가공부원법 제56조 (성실의 의무), 제57조(복종의 의무), 제58조(직장이탈금지의 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 제66조(집단행위금지의 의무)를 위반하여 동법 제78조(징계사유)에 해당하여 경징계 의결 요구함'

우선 '소속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고' 에 관한 부분입니다. 2006년 11월 21일, 제가 저의 학교 다섯 분의 선생님과 함께 근무상황부에 ''전국교사결의대회참가'라는 사유로 익일의 연가를 신청했을 때, 저는 소속상관-교장선생님으로부터 이에 관한 어떠한 '직무상의 명령'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심지어 그분께서는 그날따라 하루 종일 저와 얼굴 한 번 마주친 일이 없습니다. 교감선생님께서 보여주신 교육청 공문 중에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참가하지 않도록 하고 연가결재를 하지말라는 내용이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납니다. 이 공문에 근거하여 소속상관인 교장선생님게서 당연히 해당교사를 불러 '불참을 명령'했으리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제가 알기로는 저희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학교에서도 이러한 절차는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직무상의 어떠한 명령'도 없었으므로 '소속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징계사유는 원천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소속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이유없이 직장을 이탈하지못하며'  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는 교사의 연가권과 관련있는 부분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교사는 1년에 일정기간 연가를 낼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연가를 낼 때 저희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업결손이 없을 경우 연가의 결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11월 22일 연가를 예상한 저는 이미 두 주 전부터 여러 선생님과 수업을 바꾸어서 했습니다. 그날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각각 몇 교시에 몇시간 수업이 있었는지, 어느 선생님과 어떻게 수업을 바꾸었는지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네이스 입력자료를 제시) 수업과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교사에게 주어진 권리인 연가를 어떤 용무로 사용하는지는 관리자가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학교업무와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일이 전혀 없는데 교사 개인의 판단과 정당한 권리행사를 무시하고 결재를 해주지 않는 것은 오히려 관리자의 직권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 경우엔 교육부,  교육청에서 공문을 내려 각 학교 관리자에게 결재를 해주지 말라고 지시한 일이 있으므로 교육청 교육부 담당자의 직권남용이라 하는 편이 올바른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이탈했다함은 무단이탈을 말하는 것인데 저는 분명 업무와 수업에 전혀 지장이 없도로 사전에 처리해두었고, 근무상황부를 통하여 소속상관에게 알리고 결재를 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므로 이 역시 부당한 징계사유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노동운동 기타 공무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됨'에 관한 부분입니다. 우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교사가 노동운동을 위한 집단행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왜 합법적인 단체로 인가해 주었는지 국가에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너무 우활한 문제제기라면 교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교원평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밀어부치는 교육부의 선포가 교사의 입장에서 과연 '공무이외의 일'인지 다시 묻고 싶습니다. 이 사안은 제가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교사라하더라도 충분히 반대의사를 표명할 이유가 있는 사안이며, 따라서 만약 제가 '전교조 조합원이 아닌 개인 교사 자격으로 그 집회에 참석하고자 하였다'라고 주장한다면 위 항목은 징계사유로 정당성을 잃게되는 것인지 역시 묻고 싶습니다. 다시말해 '집단행위'가 징계이유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저 개인의 판단에 의한 '개인행위'였음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교사로서 '성실', '복종',  '품위유지'가 뜻하는 외연이 어디까지인지 알고싶습니다. 교사로서 살아온 지난 8년 동안 저는 학생들에게, 학교업무에 성실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이번 징계의 근거로 교육청 담당자께서 형광펜까지 그어주며 제시한 근무상황부의 지난 기록- 2001년  10월 10일의 조퇴, 2001년 10월 27일의 연가, 2003년 6월 21일의 연가, 그리고 2006년 11월 22일의 연가까지 단 한 시간의 수업결손도 없었음을, 어떠한 업무상의 지장도 없었음을 맹세합니다. 특히 2006년의 경우, 이미 교체수업으로 네이스에 입력까지 되어있는 저의 수업을 당일 보강으로 처리하였고 저와 수업을 교체한 교사가 거부하는데도 끝까지 보강비를 지급한 사실을 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합니까? 이것은 명확한 공문서 위조가 아닙니까? 더우기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지시하는 공문을 내렸고, 단위학교에서는 업무상 절차상의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이 지시에 따르기 위해 연가결재를 거부하고 결강처리를 하여 해당교사들을 징계처리하려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징계가 징계를 위한 징계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더욱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사회 정의를 위해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한다'고 말해야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정의에 근거한 스스로의 양심에 복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사로서 지켜야할 복종이며 성실이며 품위유지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 11월 21일 종례시간, 저는 저희 반 아이들에게 제가 22일 연가를 내는 이유를 말하고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이유까지 설명했습니다. '평가란 어떤식으로든지 스스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진정한 평가이며 외부의 힘에 의해 한 인간이 등급매겨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이들과 이야기나누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당당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양심과 자유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더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 판단이 잘못된 것이고 제 행동이 교사로서의 '성실'과 '복종'과 '품위유지'에 어긋난 것이라면 아마 저는 징계를 받아야겠지요.

이 징계는 철저하게 부당합니다. 그것은 거기 계신 여러 징계위원님들이나 저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징계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음이 뚜렷합니다. 공문서까지 위조해가며 교사의 자유와 양심을 논리가 아닌 힘으로 억압하려 하는 일은 21세ㅣ를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현장에서는 더욱 그러하여야한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그럼에도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권력의 이 횡포는 역사적 평가 운운하기에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징계위원을 맡으신 여러분들의 엄정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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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1-29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징계위원에 '님'자 떼시죠?
그들은 교육 정책이나 교육의 미래에는 관심없는 인종들입니다.
오로지 그들이 관심갖는 것은 자신의 영달뿐...

해콩 2007-01-2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에구.. 밤늦은 시간까지 글샘님이나 저나 이 무슨 '헛짓'일까요? 읽지 않으셔도 될 글인걸요. 글이 졸렬하죠? ㅋㅋ

2007-01-29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7-01-2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 보고서 샘 생각 났어요...

비로그인 2007-01-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업을 징계해도 어이가 없을텐데, '연가'를 징계한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김산 님의 말로 화이팅 전할게요.
"내 자신 속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배웠지요. 내게 힘이 없다면 당국이 나를 억누르기 위해 그토록 많은 힘을 사용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국가와 나는 대등합니다."-김산,<아리랑>

해콩 2007-01-2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10시쯤 지부 사무실로 가서 약간의 서류-제가 연가를 대비해 수업을 미리 다 해두었다는-를 준비하고 예정된 1시에 교육청 도착, 제 앞에 한 분 선생님께서 진술하시고 4시쯤에 들어가 5시 10분경에 나왔답니다. 그리고 다음 선생님이 6시 반까지 진술. 교육청에서 7사쯤 나와 그때까지 함께 있던 '혐의자'와 응원군 16명이 함께 수다떨며 식사를 마치니 8시 반쯤. 휴~ 벌써 잠올 시간이 아닌데 졸음이 오는 걸 보니 생각보다 피곤했나봐요. 진술내용과 징계위워-교육청관리들의 태도를 정리해보려했는데 오늘은 그만 쉬어야겠어요. 함께 열받아주신 글샘님, 응원의 말 속삭여주신 ㅇ님, 제 생각하며 '기'를 전해주신 브리니님.. 그리고 멋진남자 김산의 말을 선물로 주신 이유님.. 다들 너무 감사.. 사실 악플이 올라올까 걱정했는데요, 맘이 너무 푸근해요~ 내일, 다른 진술자들 응원하러 다시 교육청에 갑니다. 응원의 마음, 전할게요. ^^ 다들 함께 해주실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