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詩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1985년 수첩 기록

 

오래 전 김종삼 시인의 시 '묵화(默畵)'를 참 좋아했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 /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 서로 적막하다고.('묵화' 전문).                        군더더기 하나 없이 똑 떨어지는  동양화 한 폭 같은 시  '묵화'에 비해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라는 시는 뭔지 좀 유치하고 어리숙해 보인다. 그런데 난 이 詩도 참 좋았다.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있는 사람으로 살 자신은 없지만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돼지기름으로 구운 번철 위의 남대문시장 빈대떡 같은 詩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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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진중권은 논객아닌 글을 파는 글쟁이"

 

"진중권은 논객아닌 글을 파는 글쟁이"

[한국일보   2005-03-15 14:16:37]  

대표적인 진보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변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인터넷신문인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보수우익의 종말 다가오고 있다'라는 글을 기고한 데 대해 진보 성향 네티즌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것.

진 교수는 '보수우익의 종말…'에서 "과거사 청산의 핵심에 놓인 인물이 박정희"라면서 한승조·지만원·조갑제씨 등이 "대한민국 우익의 정체성 그 자체인 박정희를 옹호하려다가 결국 그의 친일까지 옹호하게 되고, 그러다가 아예 친일파 전체를 민족에게 '축복'을 가져다 준 사람이라 주장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의 행태는 자멸 직전의 사이비 종교를 닮았다"면서 "지금 보수우익들도 이데올로기적 자살을 집행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인터넷매체 진보누리의 독자인 '한그루'는 "진중권이 데일리서프에 기고? 글쎄? 좀 심한 말을 하고 싶은데, 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치 않으니…. 진중권도 갈 데까지 가는구나"라고 말하며 "(진중권은) 논객이 아니라 '글을 파는 글쟁이'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중권이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글을 기고한 것을 보고 욕지기가 나온다"면서 "진중권은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함으로써 그가 마지막으로 가졌던 일관성조차 내팽개쳤다"고 말했다.

'음'이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진중권이 데일리 서프에 글을 기고한 것을 시작으로 김동렬과 함께 투톱 체제로 서프에서 노빠질 하는 걸 볼 날도 멀지 않을 걸까?"라고 말했다. 김동렬씨는 정치칼럼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논객이며, '노빠질'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행위를 비하하는 말이다.

'비몽'은 "당파성 과잉에 질려버려 한겨레신문에 기고도 않고 집에서도 안 본다던 진중권이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글을 올려대는 것을 보며 이상했다"면서 "이제는 진중권이 그토록 비판해왔던 노빠 당파성의 화신 데일리 서프에도 칼럼을 기고한다.

이것을 보면 결국 온라인, 오프라인 불문하고 소위 좀 많이 본다 싶은 매체에는 글질을 해대는 것 아닌가? 한겨레의 당파성에 질려 한겨레엔 글을 안 쓴다는 사람이 데일리 서프에 기고를 해?"라고 말했다.

'좀'은 "생뚱맞긴 하다"면서 "자기 글이 (진보주의자들에게) 어떻게 독해될지에 대한 생각은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반면 '진보놀음'이라는 독자는 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조선일보의 애독자라는 사실을 거론한 후 "세상 그렇게 샛눈 뜨고 보는 거 아니다"라고 말하며 진 교수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을 경계했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해 7월 데일리 서프라이즈 창간을 주도한 서영석 기자(전 서프라이즈 대표)의 청탁 사건과 관련, "서프라이즈 같은 조그만 사이트는 경제적으로 수익 구조가 없다"면서 "그런데도 기자 모집하고 편집장 모집하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어, 속을 들여다보면 구린 일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서프라이즈에 노골적인 의혹을 보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는 이 예수의 기적과 같은 일이 어떻게 가능할지는 각자 알아서 상상하라"면서 "명계남, 김정란, 노혜경 등 과거 안티조선의 인사들이 필진으로 참여한 이 사이트가 권력과 유착하여 정보를 캐내고, 그 대가로 권력을 비호하고, 돈 받고 선거운동을 대행해주고, 심지어 인사청탁과 같은 불법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지난 2002년 11월에는 한겨레신문이 민노당에 가입한 홍세화 논설위원의 직무를 정지시킨 데 반발, 오마이뉴스에 '<한겨레>에 기고를 거부하며'라는 글을 기고해 다시는 한겨레신문에 글을 게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글에서 "한겨레 지면이 대단히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음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심지어 만화가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민주노동당을 견제하며 속 들여다 보일 정도의 비열한 편파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조중동은 한나라당의 기관지,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민주당의 기관지, 피차 기관지이니 앞으로 자기의 당파성을 위해 누가 왜곡보도, 확대보도, 축소보도를 잘 하는지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을 선언하라"면서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싣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글 말미에 "욕설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되는 빌어먹을 인터넷 룸펜 떼거지들에게 밝히노니, 나는 이미 그 빌어먹을 정당이 지겨워서 탈당을 한 지 오래 되었으니, 욕을 하더라도 좀 말이 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하며 이미 민노당을 탈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reporter@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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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바람 2005-03-2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이 나서 가져온 건 아니고, 얼마 전 밥 먹는 자리에서 '진중권' 얘기가 나와서 관심있게 읽어봤다. 그런데 역시... 말싸움 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다--;
 
 전출처 : 릴케 현상 > 소스라치다

소스라치다-함민복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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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숲>

                    

어느날 서점에서 사진집을 보다가 이 시를 만났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시를 나눠주고 싶었다. 이 메마른 땅에서 숲이 되자고. 희미하지만 아직도 그 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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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1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맑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 하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일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예전에 노트에 적어둔 시를 다시 보게 됐다.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 이라니!! 추위를 풀고 흐르는 싱싱한 봄날 강이 떠오른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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