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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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판타지소설과 용의 관계 또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상하게도 내가 읽는 판타지 소설의 대부분이 용을 등장시키는 걸까? 이번에 접해본 책인 ‘테메레르’ 역시 용이 등장한다. 동양에서 용을 신성시 여겼다면 서양에서는 괴물 내지 악마로 치부해버렸다고 한다. 그런 동서양의 상반된 존재인 용을 하나로 연결시켜 놓은 것이 바로 이 소설일 것이다. 사실, 용이라는 존재를 처음부터 성스러운 존재로 여긴 동양인 중에 한명이었던 지라 서양에선 용을 악마로 치부해 버렸다는 사실을 처음 안 나로썬 당황스럽기 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동서양의 견해를 하나로 접목시켜 놓아 새로운 용을 탄생시켰다.



  시대는 바야흐로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초이다. 배경 역시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일대를 그리고 있다. 나폴레옹 전쟁과 용들의 결합. 정말 책장을 넘기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상상의 동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용을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역사와의 결합은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판타지소설이라면 미래에서는 있을법한 일, 현재 또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었기 때문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이 바로 전투 장면이다. 판타지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이기도 한 전투장면. 하지만 이 책은 다른 판타지와는 다르게 역사 판타지이기 때문에 마법보다는 칼과 총 등을 이용해 전투를 하는 게 전부였다. 어떻게 보면 너무 밋밋한 전투는 아닌가 하겠지만, 그 전투내용은 다른 어떤 전투보다 더 실감이 났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긴박한 순간을 너무도 잘 나타냈다. 다른 어느 판타지 소설보다도 어느 액션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감정 묘사. 이 두 가지가 이 책을 더 가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용의 위력과 용의 능력에 대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용의 생김새에서부터 전투의 내용까지 세세하게 묘사 되어 있다. 세세한 묘사들로 인해 좀 더 생생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용들과 인간들의 감정들이 잘 나타나 있다. 감정과 감정들로 얽매여 있는 인간과 용들. 그런 오묘한 감정들에서 그동안 판타지소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역사와 판타지의 결합.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소재이지만 나오미 노빅은 두 장르를 넘나들며 정말 색다른 소설을 탄생시켰다. 많은 분들이 왜 그렇게 많은 칭찬들을 아끼지 않았는지 책을 읽어보니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 때, 판타지소설은 다른 소설들보다 하위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써진 판타지 소설도 재밌고 감동적인 다른 소설들과 다르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다. 나오미 노빅의 데뷔작. 처음 좋았던 이 느낌 그대로 완결 편까지 갔으면 좋겠다. 후에 나오는 2권, 3권도 가장 먼저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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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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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카와 미나토와의 첫 만남은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꽃밥’ 이었다. 사실 그 때는 그가 호러작가인 줄 몰랐기 때문에 참 특이한 작가가 있구나. 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소설들은 항상 ‘노스탤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슈카와 미나토의 책을 보노라면 항상 향수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호러소설임에도 감동을 받았던 적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눈물을 조금씩 훔칠 정도였다.







  이 책의 구성은 총 5개의단편들로 엮어져 있다. 슈카와 미나토의 데뷔작인 ‘올빼미 사내’를 비롯한 ‘어제의 공원’, ‘아이스 맨’ 등. 여러 개의 호러물들이 있다. 새빨간 사랑이 사랑에 관한 호러물이였다면, 도시전설 세피아는 제목 그대로 도시전설에 관한 호러물이다. 첫 에피소드 ‘올빼미 사내’는 도시전설에 매료되어 자신이 전설 속 올빼미 사내가 되고자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담담한 편지 형식으로 쓰여 져서 조금은 지루한 면이 있었던 단편이다. 두 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이 ‘어제의 공원’이다. 내가 전작에서 느꼈던 감동과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이 단편 역시도 공원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도시전설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가 오가면서 글이 쓰여 지고 있다. 다섯 개의 단편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밖에도 ‘아이스맨’과 ‘사자연’, ‘월석’ 등이 있다.







  이 책의 묘미라면 바로 반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다섯 편의 작품 대부분 마지막 한 장의 반전을 위해 쓰여진 것은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어처구니  없는 반전도 누구나 상상해 볼 법한 반전도 있었다. 그래서 작가가 무조건 ‘반전’을 위해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호러물이 꼭 반전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반전에 놀라기도 했지만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 편 한 편들이 모두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 덕에 다섯 편의 단편들 모두가 다른 느낌에, 다른 맛들이었다. 한 편의 단편만으로도 꽉 찬 느낌을 받았다. 데뷔작임에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편을 쓰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드린 것 같았다.







  이로써 슈카와 미나토의 세 권의 단편집을 모두 만나 보았다. 세 권만으로 슈카와 미나토의 작풍을 모두 알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 권 모두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재미는 비슷했던 것 같다. 다섯 편 모두가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웠다. 그 이유가 여태 봐온 슈카와 미나토의 소설들과 분위기가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걸 보면 점점 더 그녀의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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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둔의 기억 1 - 제1부 저항군, 제1권 수색
라우라 가예고 가르시아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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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리라고 생각되는 소재가 ‘용’과 ‘유니콘’ 일 듯하다. 용과 유니콘... 그들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일까? 신비한 매력과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 덕분에 그런 소재들이 더 많이 쓰일 것이다. 이 책 역시도 용과 유니콘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신비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이 책의 처음은 주인공 잭과 그의 숙적인 키르타슈의 첫 만남을 보여주고 있다. 잭의 부모와 그를 죽이려는 키르타슈. 결국 잭의 부모는 그들의 손에 죽게 된다. 첫 장면부터 해리포터와 많이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잭과 해리포터. 비슷한 나이의 두 소년과 그들의 부모님. 이 때 부터 이 책이 과연 해리포터보다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네 안에 네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게 들어 있어”

  잭의 부모님이 죽은 날, 잭은 처음으로 이둔의 세계를 알게 된다. 이둔... 이 책의 1부를 보았음에도 아직도 이둔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이둔의 세계라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정도. 이렇게 정체불명의 세계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실 그들을 엄연히 말하자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과는 또 다른 생명이다. 그의 대표적인 예가 앞에서 말한 용과 유니콘이다. 그리고 그들의 천적인 날개달린 뱀 셰크.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둔의 세계는 신비로웠다.

“세 개의 달과 세 개의 태양이 결합하는 날, 용과 유니콘의 나라 이둔이 멸하리라. 그러나 남은 황금용과 유니콘이 이둔을 구하리라...”

  이둔의 세계에 위와 같은 예언이 있었다. 세 개의 달과 세 개의 결합하는 날 이둔이 멸망하였고, 마지막 남은 황금용과 유니콘은 지구로 도망쳤다. 황금용과 유니콘을 찾기 위해 지구로 찾아온 저항군 샤일과 알산. 또, 이둔에서 도망쳐온 마법사들을 죽이기 위해 지구에 온 키르타슈. 빅토리아와 잭은 저항군에 들어가고 키르타슈와 싸우게 된다. 이둔의 세계의 예언대로 마지막 남은 황금용과 유니콘을 찾아 이둔을 다시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항군들. 이런 내용들이 1부의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의 띠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새로운 감수성으로 무장한 신세대 판타지가 온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이 글귀에 참 많은 공감을 했다. 새로운 감수성. 이 책에는 판타스틱한 면 뿐 아니라 많은 감정들이 얽혀 있다. 우정, 사랑, 용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감정들이 적당히 버물어져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신비로운 이야기 때문이 아닌 그들의 감정싸움에 더 이끌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년, 소녀들의 감정싸움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줄이야···

  1부;저항군 을 다 본 지금 어느 순간 이 책에 빠지고 말았다. 이 작가와 스페인 독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편이 궁금해졌다. 이들의 싸움은 어떻게 끝날 것인지(약간은 뻔해 보이지만), 이둔은 어떤 세계인지 더 알고 싶었다.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상상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기대도 된다만, 한편으론 결국 뻔한 내용으로 끝나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잠 못 들게 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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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김처선
이수광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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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역사의 뒤편에 있던 내시. 늘 왕의 뒤에서 왕을 보좌하는 신하이다. 아마 내시라는 존재가 왕에겐 가장 친숙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런 내시는 항상 역사에서도 사극에서도 일개 조연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엔 내시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내시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내시라는 존재가 얼마 전, 사극드라마와 책에서 드디어 주인공이라는 자리를 꿰찼다. 그의 이름이 바로 ‘김처선’ 이다.


  내시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몇 없다. 그저 남자구실 하지 못했던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늘 보던 사극드라마에서는 왕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그렸다. 그래서인지 내시의 삶을 다룬 이 책이 더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늘 역사의 뒤편에 서있던 그들이 어떻게 그려질지도 궁금하였고, 우리가 알지 못 했던 그들의 삶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왕과 나’와 비교해 보며 보는 재미 또한 있었다.


  이 책은 예종의 의문의 죽음으로 막을 연다. 예종이 죽음으로서 자산군이 왕위에 오르고 김처선은 무임으로 궁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후에 김처선은 다시 궁으로 돌아가 성종과 연산군을 보좌하게 된다. 그 속에서 그려지는 권력다툼은 긴장감을 더 고조시켰다. 흔히들 그려지는 왕의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권력다툼뿐만 아니라 왕비의 자리와 내시들의 권력다툼 또한 잘 그려져 있었다.


  성종이 왕위에 오른 후 무임으로 궁에서 나온 김처선은 아내와 양자를 들이며 7년간의 세월을 보낸다. 그 후, 판부사 내시인 한필주의 부름으로 다시 궁에 들어오게 된다. 한필주가 그를 다시 궁에 불러드린 이유가 바로 후궁들의 암투로 인해 내시부에 닥칠 위험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한 때 자신이 귀여워했던 윤 숙의가 왕의 후궁이 된 것을 알고 그녀를 중전의 자리까지 올리는 데 성공한 김처선. 그 후에도 윤 씨를 도와주게 되지만 윤 씨는 결국 다른 후궁들의 모함으로 인해 사약을 받들고 죽게 된다.


  조선 나라 임금의 혼이시여, 돌아오소서. 구만리 창천을 지나 이승으로 가지 말고 돌아오소서. 처선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얼마나 야속한 임금인가. 자신의 부인인 중전 윤씨를 폐출하여 서인으로 만든 뒤에 사약을 내려 죽게 한 임금이었다.-p.266


   폐비 윤씨가 죽기 전 그에게 원자를 부탁했고, 그는 윤씨의 부탁대로 그를 18년간 어머니를 대신했다. 그 원자가 바로 연산군이었다. 연산군이라 하면 왕의남자에서 칼을 뽑아들고 두 후궁들을 죽인 모습이 생각난다. 그 영화를 보고 국사선생님께 왜 연산군은 그런 폭군이 되었을까요?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그건 시대가 낳은 비극일 뿐이야’ 라고 답해주었다. 권력다툼이 치열했던 시대에 피해자인 연산군의 손에 김처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가장 치열했던 조선시대를 내시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치열한 권력다툼 뒤에서 왕을 위해 충성을 다했던 내시들의 삶.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권력다툼 속에서 피해자이기도 했었다. 왕들의 뒤에서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또 슬펐다.


 내시이기 때문에 비루하지 않아도 비루하다고 손가락질을 받던 탓에 그의 허리는 언제나 수그러져 있었다. 당당하게 호령하소서. 영감의 학문이 사대부를 능가하고 경륜이 재상에 앞서니 당당하게 호령하소서. 임금에게 호령할 수 있는 사람은 영감밖에 없습니다. 그를 위로했던 말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 것인지도 몰랐다.-p.325

 

 

 

여러 왕을 섬기며 그들의 곁에서 충성을 다했던 김처선. 그의 죽음이 지금도 안타깝다. 또 그의 곧은 정신이 아직도 생생한 감동으로 느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김처선을 중심으로 내시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역사 속에서도 내시가 많은 천대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었다. 드라마 왕과 나에서 전광렬이 했던 대사를 인용하자면, 내시도 기뻐서 웃을 수도 있고 기뻐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었다. 단지 그들은 일반인과 조금 달랐을 뿐 그들의 품성은 충성 그 자체였다. 이 책을 통해 내시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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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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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위해선 아주 잠깐 동안 시간 여행을 해야 한다. 첫 번째 장을 넘기면 나타나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을 보면 이 이야기가 1958년도 도쿄의 한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려 50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 시대에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하는 일들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물만 부어도 라면이 뚝딱 만들어 지지만, 그 시대엔 세탁기도 냉장고도 없었던 시절이다. 즉석치킨라면이 판매되고 ‘역도산’이 국민적 영웅이었던 시대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일본소설이라 하면 대부분의 책이 가볍고 재미있는 책이라고 기억된다. 그 기억이 일본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매번 그런 류의 일본소설을 읽다보니 고정관념이 생겨 버린 것 같다. 일본소설은 무조건 가볍고 재미있다. 같은 생각들 말이다. 그런 고정관념이 이 책에서 깨져버렸다고나 할까? 가볍다고 한다면 가볍고 흔한 소재들이지만 내용의 깊이는 절대 가볍고 흔하지 않았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우리 이웃들의 소소하고 따스한 이야기’가 너무 잘 표현이 되어 있던 책이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도쿄타워가 보이는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가난하다는 것과 순수하다는 것.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올바른 예를 보여주기나 하듯 다들 소박하고 따뜻하다.

 인간에게 공통의 적인 우주인에 대한 소문을 만들어 내면 서로 싸우는 일도 전쟁도 없을 것이라는 순수한 마음의 잇페이와 요스케. 가난하지만 엄마의 곁에서 사는 게 행복하다는 유코. 자신의 단 하나뿐인 사원을 친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해주는 스즈키 사장.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다른 이야기를 꾸며 나간다. 한 마을에서 결코 부유하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웃의 정이 무엇인지 잘 나타나 있었다. 그 속에서 웃기도 하고, 때때로 눈물을 짓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눈물이 슬프고 고통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닌 가슴 따뜻한 이웃들의 모습이 감동적이고 그리웠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작은 연립주택이다. 한 동네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감에도 서로 모르는 척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안부인사가 전부이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이웃의 삭막함이 들어나는 소설이 실릴 정도로 이웃 간의 정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내가 어릴 적 그래도 이웃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불과 몇 년이 흐른 지금은 그런 기억이 추억으로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이웃들의 눈이 싫어 현관문을 꽁꽁 잠그고 사는 추세인데,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해져 버린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이요, 그 라면의 진정한 맛은 낡은 아파트에서 배가 고파 견딜 수 없게 된 젊은이가 아니면 다 알았다고 할 수 없어.”-p.314


  마지막 편, 잠시 이야기는 현재로 돌아온다. 도쿄에는 어느덧 높다란 빌딩이며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예전처럼 이웃들 간의 정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가난하고 굶주리던 시절이었지만, 그 때의 그 시절이 그리웠다. 현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다는 것을 잘 알지도 못하고, 가난이라는 의미가 가슴 속에 깊이 스며들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던 라면의 참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 시절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절의 정이 정말 이렇게 돈독한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이웃들 간에 정이 조금 더 싹트길 바라는 것은 이 책이 너무 감동적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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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5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영화로 본적이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에서 느껴지던 따스한 기운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군요. 책의 내용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
영화의 기억과 이 서평을 보면서 이웃의 따스함이 더욱 간절해 지는군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옛날 같은 따스한 미소로 서로를 대할 수 있는 이웃이 존재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해 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