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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인생은 퀴즈다!
20대 고학력 백수 이민수란 한 남자가 등장한다. 어쩐지 저 단 한 명의 인물만으로도 88만원세대의 실태가 드러나지 않은가.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스물일곱의 청춘백수인 이민수가 보여주는 인생퀴즈 한 판!
주인공 이민수의 인생은 서글프다. 사생아로 태어나 할머니와 단 둘이 살다 얼마 전 하나뿐인 가족인 할머니마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진 빚들로 인해 살던 집에선 쫓겨나게 되고, 창문 한쪽 없는 고시원에서 살게 된다.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산 그를 구제해준 또 다른 창문이 바로 인터넷이다. 새로운 창에서 그는 우연한 기회로 퀴즈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20대의 이야기는 슬펐다. 적어도 주인공 이민수의 이야기는 서글펐기 때문이다. 고학력 백수인 그는 친구와 만나도 커피 값을 낼 수 없고, 고시원 방값이 29만원이 없어 늘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20대 한달 평균 임금 88만원이라는 우리나라 실태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20대의 청춘이 어쩌다 이리도 비극적이고 암울해 졌을까.
tv 퀴즈쇼에 나간 이민수는 이춘성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이민수와 계약을 하길 원했고, 그 계약의 조건이 퀴즈를 풀라는 것이었다. 고학력 백수에 고시원에서조차 살이 힘들었던 이민수는 환상같은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된다.
이민수의 주위에 등장하는 세명의 여인들은 모두 남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민수의 할머니가 돌아간 직후 헤어진 여자친구 빛나와 채팅방에서 만난 그의 새로운 연인 벽 속의 요정 서지원. 그리고 이민수가 살던 고시원의 옆방녀이다. 첫 번째 여인은 제멋대로에 자기가 필요할 때만 찾는 여인이었고, 두 번째 여인은 채팅에서 만나 현실로 이어진 여인이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 준비를 하는 옆방녀는 끝내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게 되었다. 이 세 여인 중에서 가장 끌렸던 사람은 바로 옆방녀였다. 하루 종일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가난한 집 막내딸의 모습을 잘 보여줬던 그녀가 끝내 자살했다는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어쩌면 주인공 이민수 다음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20대의 모습이 아닐까.
“가장 위대한 퀴즈는 바로 인간인 것 같아.”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이민수의 모습이 어쩌면 몇 년 후의 나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틀에서 벗어나게 될 때쯤, 88만원세대의 대표적 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가장 위대한 퀴즈는 바로 인간이라는 그들의 말처럼 어쩌면 나도 어려운 퀴즈 속에 헤메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인생은 퀴즈같은 의문점 투성 이었고, 그런 의문점들을 안고 사는 인간은 가장 위대한 퀴즈였다.
참 두툼한 책을 읽었다. 김영하의 소설로는 첫 만남이었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었는데, 듣던 대로 참 재미있는 작가이다. 전현 연관이 없을 법한 이야기들을 책 한 권에 재미있게 담아냈던 것이다. 20대 청춘이야기 같으면서도, 한 인간의 성장소설이기도 했고, 풍자소설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여러 면으로서 재미와 여운을 남긴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